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0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02화(10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02화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게 즐겁다고 했던 이태백은 그의 말대로 한참을 주혁과 지은을 놔주지 않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5층 토벌 이후 이그니스에게서 알아낸 사실–던전이 생긴 이유와 정령들과 신의 관계–을 공유하고, 다도에 조예가 깊은 이태백이 직접 우려낸 차를 마시며 앞으로의 던전 토벌에 대해 열심히 토론을 마쳤을 땐 시간이 훌쩍 지나간 뒤였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너무 늦어진 탓에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지은과 주혁을 끈질기게 붙잡았던 이태백은 다음에 또 찾아오겠다는 주혁의 말을 코웃음을 치며 비난했다.
“새파랗게 어린놈을 거둬 키워 줬더니…….”
“전 원래 다 컸었습니다.”
“건방진 제자놈 같으니. 말버릇은 여전하구나.”
“그럼 이제 정말 가 보겠습니다.”
“그러던지, 다음에는 찾아오지 말거라!”
생각했던 것보다 더 투머치 토커의 기질을 보이는 이태백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집 밖으로 나왔던 지은은 정원에 다시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문지기 골렘들과 눈이 마주치고는 매정하게 닫히는 문에 간신히 발을 끼워 넣었다. 지은은 자신의 슬픈 예감이 제발 틀렸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문을 닫으려는 이태백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저 골렘들은 안 움직이는 거 맞죠?”
그냥 눈이 마주쳤을 뿐이지 주인의 허락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을 거란 기대를 가졌건만.
그런 지은의 기대를 저버리고 이태백이 문을 닫자마자 마치 레이저를 킨 듯 붉게 눈이 변해 일제히 자신을 쳐다보는 골렘들을 보며 지은이 중얼거렸다.
“아…… 다신 안 올 거예요. 진짜.”
* * *
“헉, 헉…… 흐어억…….”
이태백의 본가 대문을 활짝 열고 나오자마자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지은의 뒤로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쫓아오던 문지기 골렘 수십 마리가 일제히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괜찮아요, 지은 씨?”
“저것들이…… 지금 인사하는 거 맞나요?”
“……원래 많이 짓궂으신 분입니다.”
일제히 달려드는 문지기 골렘들은 더 놀다(?) 가라는 이태백의 말을 거절했기에 지은과 주혁을 괴롭히는 게 목적이었던 듯했다.
지은이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은 심정으로 전력 질주를 했을 땐 골렘들의 손아귀가 아슬아슬하게 등 뒤를 스쳐 갔지만, 체력이 빠진 지은의 속도가 확연히 줄어들자 골렘들이 스스로 속도를 늦춰 줬으니까.
“처음부터 걸을 걸 그랬어요.”
막판에는 지쳐서 거의 걷다시피 했는데, 우르르 몰려오던 골렘들은 그런 지은을 배웅이라도 하듯 뒤를 졸졸 따라 천천히 걸어왔다. 물론 주혁은 지은과 달리 진짜 진심으로 덤벼드는 골렘들을 처리하느라 조금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왔지만.
두 명에게 서로 다른 성향의 미로를 선물해 준 이태백이었다.
“대현자답게 장난의 클래스도 다르네요.”
가방에 넣어 뒀던 생수병을 꺼내 지은에게 건넨 주혁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지은의 말에 동조했다. 벌컥벌컥 물을 마시고 한숨을 돌린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혁도 따라 일어났다.
“그래도 수확이 많았습니다.”
“네, 맞아요. 대현자의 견해도 충분히, 아주 충분히 들었구요.”
각성자가 사용하는 권능이 누군가에게 힘을 빌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던 이태백의 말은 증거는 없지만 충분히 생각해 볼 문제였다.
창조의 권능을 통해 인간들이 스스로 창조해 낸 권능의 힘이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문제 역시 밝혀내야 하는 문제 중 하나였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됩니까?”
“네? 아직도 더 물어볼 것이 남았어요?”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직도 더 물어볼 것이 남았다는 주혁의 말에 지은이 ‘청출어람이라더니.’라며 속으로 생각하던 찰나였다.
“무엇을 봤던 겁니까?”
“네?”
“지은 씨가 과거의 시간으로 이동하기 전에 분명 저에게 저게 보이지 않냐고 하셨지 않습니까.”
“아…….”
“따로 말씀이 없으셔서.”
이태서의 환각 마법에 걸려 있던 이태백에게서 강하게 발산되던 검은 기운은 이태백이 직접 환각 마법을 깨트린 이후엔 다시 보이지 않았다.
비틀린 시간의 축에 입장하게 된 이유가 그 검은 기운에 있었던 것일까, 계속해서 생각해 봤지만 지은은 내내 마음속에만 담아 뒀던 것을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이태백 헌터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기운을 봤어요.”
“검은 기운이요?”
“네, 타락한 정령들이 몸에 두르고 있던 그 검은 기운이요.”
“이런!”
자신의 스승의 몸에 정령들을 타락시킨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는 소리를 들은 주혁이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이태백의 집을 돌아보았다.
금방이라도 다시 이태백의 집에 돌아가려는 주혁의 팔을 잡으며 지은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심하세요. 비틀린 시간의 축에 다녀온 이후에는 그런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건 제 생각인데…….”
“…….”
“이태백 헌터가 아니라, 이태서 헌터예요.”
“이태서?”
지은의 입에서 갑작스럽게 이태서의 이름이 나오자 주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지은을 내려다보았다. 이태백의 몸에서 나오던 타락의 기운과 이태서가 무슨 관계가 있냐는 표정이었다.
“정확히는 이태서 헌터의 환각 마법을 깨트리고 난 뒤엔, 검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태서의 마법에 타락의 기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고 싶으신 겁니까?”
“네,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낌이 썩 좋진 않았어요. 그 사람, 저한테 거짓말을…….”
거기까지 말하던 지은은 순간적으로 강하게 느껴지는 두통에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분명 지금 대화와 비슷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했던 것 같은데, 데자뷔처럼 뭔가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는데, 그 뭔가를 생각하려 하면 할수록 머리가 더욱 아파오는 것이 느껴졌다.
“지은 씨?”
갑작스럽게 머리를 부여잡고 인상을 찡그리는 지은의 모습에 놀란 주혁이 지은의 팔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부축했다. 그런 주혁의 부축을 받으며 한참을 제자리에 우뚝 서 있던 지은이 인상을 찡그린 채 고개를 들고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태서 헌터를 조심해야 해요.”
이태서가 자신에게 했던 거짓말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개였다.
첫째는 가족을 대균열에 잃었다는 거짓말.
그리고 두 번째는 이태백이 직접 환각 마법을 걸었다는 거짓말.
왜 이태서는 아버지인 이태백에게 직접 환각 마법을 걸었으면서 자신에게 그런 거짓말을 했던 것일까.
알 수는 없지만 이태서의 환각 마법진이 산산조각 날 때, 그 반짝거리는 마법진의 파편 속에서 분명히 다른 기운을 느꼈기도 느꼈다. 그 외에도 꺼림칙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왜?’
첫 번째 거짓말은 헌터 게시판을 조금만 찾아보면 바로 드러날 거짓말이었고, 두 번째 거짓말은 이태백 헌터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거짓말이었다.
계속해서 이태서가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심증이 확신으로 굳어져 갔지만, 가장 중요한 ‘왜 거짓말을 했는가?’에 대한 답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이태서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어머니의 유품인 도시락 통을 건넨 이유가 무엇인지, 이태서가 자신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지은은 인상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
* * *
이태백 헌터와의 만남 이후로 열흘의 시간이 흘렀다.
새해를 맞아 신입 길드원 공개 선발을 진행하는 청명 길드 건물 내부는 물론이고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관 건물 바깥까지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사람들 진짜 많네요…….”
“1차 서류 전형 땐 저것보다 더 많았어.”
서류 심사를 총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유라가 소파에 드러누워 치가 떨린다는 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동안 헌터들만 모집했던 기존의 선발에서 벗어나 비전투 계열 헌터들과 사무직 민간인들까지 모집하는 대규모 공채였다.
확 늘어난 규모의 공개 길드원 선발. 거기에 5층 토벌로 인해 가뜩이나 높았던 청명 길드의 위상은 그 끝을 모르고 상승했다.
그 덕분에 다른 곳에서 전향을 신청하는 국내 헌터들은 물론이고 해외 헌터들까지 지원서를 들이민 덕에 유라를 비롯한 길드의 간부들은 A4 용지만 봐도 치를 떨고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대형 길드로 가는 밑거름이라 생각해야죠!”
랭커들은 많았지만, 어디까지나 총 길드원 숫자 대비 랭커들이 가장 많은 것이었지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길드라고 하기엔 길드원의 숫자는 물론이고, 일반 직원들의 숫자도 터무니없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지은의 말에 유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파에 누운 채로 지은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요즘 레벨 업은 잘 되가?”
“슬라임 정도는 이제 껌이죠!”
그 사이 정식으로 각성자 신고 절차를 모두 마무리한 지은은 요즘 드디어 1층 [시작의 던전]에서 레벨 업을 하기 시작했다.
헌터가 아니었기에 의무 6개월 교육인 양성소 교육을 끌려가는 것은 면했지만, 아무래도 던전에서 레벨을 올리는 것은 꺼려졌던 지은은 요즘 레벨 1짜리 슬라임을 직접 사냥하며 레벨 업을 하는 중이었다.
비전투 계열인 지은이 슬라임을 직접 사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상대하는 몬스터인 슬라임의 레벨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진 레벨 덕이었다.
[경험치 저장 인벤토리]– 퀘스트를 완료하거나, 몬스터를 처치했을 때 받는 경험치를 저장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인벤토리입니다.
–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를 정화한 업적으로 100만 경험치가 저장되었습니다!
이그니스를 정화한 업적으로 특별 보상의 형태로 받았던 경험치 저장 인벤토리!
저주 포션의 효과가 해제된 지 한참 지났기에 지은은 100만 경험치를 한 번에 사용했다.
[100만 경험치 포션]– 포션을 모두 사용 시 예상 레벨은 13Lv.입니다.
– 특별 보상으로 받은 경험치에 페널티가 부여된 상황입니다! 시스템의 직접 개입으로 경험치 획득이 기존보다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또?’
저번 한정 퀘스트 완료 철회 사건도 그렇고, 경험치 포션에서도 시스템의 깊은 태클이 들어왔다.
속절없이 태클에 걸려 넘어졌는데도 심판이 직접 태클을 건 상황이라 억울함을 어디에 하소연하지도 못했던 지은은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소리쳐야 했다.
‘계속 줬던 걸 이런 식으로 뺏냐! 세금 걷는 것도 아니고 더럽고 치사해서 진짜!’
[……경험치 페널티가 0.1퍼센트 증가하였습니다!]‘야! 너 진짜 나와!’
[경험치 페널티가 0.2퍼센트 증가하였습니다!]‘…….’
뭐라고 하면 할수록 증가하는 페널티에 결국 입을 다물어야 했지만, 어찌 되었든 레벨이 오르니 전반적인 스탯이 매우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느껴졌다.
[각성자 : 민지은 (Lv.13)] [기본 스탯]– 기력 : 700 마나 : 680
– 힘 : 40 지능 : 55 민첩 : 50 행운 : 10 정신력 : 35
– 종합 힘 : 40
– 근력 : 36
– 지구력 (세부 스탯) : 1단계
– 종합 지능 : 53
– 기억 능력 : 40
– 초장기 기억 능력 (세부 스탯) : 1단계
– 문제 해결력(세부 스탯) : 1단계
– 종합 민첩 : 50
– 순발력 (세부 스탯) : 1단계
– 멀티플레이 : 35
– 종합 정신력 : 35
– 현혹 저항 : 15
– 정신계 공격 저항 : 20
– 근성(세부 스탯) : 1단계
레벨이 오르니 기력과 마나는 물론이고 스탯이 상승했다. 개방된 세부 스탯은 숙련 레벨과 관련이 있는지 단계가 오르지 않았지만 행운을 제외한 모든 종합 스탯이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레벨이 낮을수록 초기 성장 폭이 매우 높다고 들었던 것처럼, 지은은 레벨 업을 한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균 레벨 1~3인 슬라임 정도는 때리는 횟수보다 맞는 횟수가 더 많으면서도 맨주먹으로도 싸워서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초보존 레벨 깡패가 된 지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