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0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04화(10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04화
그리고 다음 날.
책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도 며칠째. 지은이 슬라임을 사냥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며 기분 전환을 하려고 던전 앞에서 지은을 기다리고 있던 유라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지그시 눈을 감고 어제의 지은의 모습을 떠올리던 유라가 쯧, 하고 혀를 찼다.
분명 사려 깊은 지은의 성격상 지금도 혼자 숨기고 있는 것이 있을 텐데, 그것이 뭔지 도통 알 길이 없었다. 그동안 너무 바빴던 탓에 지은을 자주 보지 못했어도 지은이 던전에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불안한 표정. 잘못 봤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 밝은 얼굴이 그렇게 침울하게 변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크게 내쉬던 유라의 귀에 지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어딘지 모르게 힘이 잔뜩 들어간 지은의 목소리에 유라는 그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지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대답했다.
“지은아? 어디야?”
절그럭. 절그럭.
한눈에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풀 플레이트 차림으로 완전 무장을 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와 그런 유라의 앞에 멈춰 섰다.
“…….”
얼굴까지 완벽하게 가린 두꺼운 플레이트 투구를 쓴 사람을 힐긋 바라본 유라가 지은을 찾기 위해 다시 시선을 돌리던 찰나였다.
“푸하!”
익숙한 목소리에 그제야 자신의 앞에 다가온 사람에게 다시 시선을 돌린 유라가 눈가리개를 들어 올리며, 숨을 몰아쉬는 지은과 눈이 마주쳤다. 유라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지은아? 지은이 맞지?”
“후…… 언니, 저 맞아요.”
보기만 해도 무거워 보이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빈틈없이 착용하고 나타난 지은을 보며 유라가 하늘을 잠시 바라보았다.
“햇빛에 눈이 부시는 걸 보니, 내 눈이 잘못된 건 아닌 거 같은데…….”
“네?”
슬라임을 잡는데 이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거운 장비를 입고 올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유라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근력을 빠르게 기르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달았던 중급 헌터 시절을 떠올리고는 말했다.
“지은아, 너 근력을 빠르게 올리려고 수련을 하는 거니?”
“수련이요?”
자신의 질문에 ‘그게 뭔가요?’하는 표정으로 되물어 오는 지은을 바라보던 유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무겁지 않아, 지은아?”
탱커들의 방어구 중에서도 가장 방어력이 높고 단단하지만 행동에 제약이 생길 정도로 무거워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선 입을 일이 없는 플레이트 아머를, 그것도 헬멧까지 모두 장착한 지은은 한걸음 한걸음을 떼는 것 자체도 힘들어 보였다.
“언니…… 저 발이 안 움직여요.”
던전에 입장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진 채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지은의 투구를 억지로 벗긴 유라는 땀에 흠뻑 젖은 지은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남은 방어구도 억지로 벗겨 내야 했다.
“왜 이런 방어구를 입었어? 이건 중갑 재질은 탱커 클래스 전용 방어구란 말이야.”
“사실은…….”
유라가 건넨 가벼운 가죽 재질의 보호대와 아대를 모두 착용하고 이제 좀 살겠다는 표정으로 지은이 대답했다.
“슬라임에게 데미지가 들어가질 않아서요.”
“…….”
“비헌터인 각성자에겐 공격력 스탯이 없잖아요?”
“아…… 공격력 스탯!”
헌터들에게만 존재하는 공격력 스탯은 해당 클래스에 맞는 무기를 착용하기만 해도 쑥쑥 성장하는데 반해, 비헌터들에겐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스탯이였다.
그것이 바로 헌터와 비헌터를 나누는 확연한 기준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유라가 씁쓸한 표정으로 지은을 바라보았다.
공격력 스탯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니, 무슨 무기를 착용하든 그저 주먹보다 사정거리가 조금 더 길어진 이점이 생겼을 뿐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비전투 계열 특성 보상으로 단일 대상에 일정한 타격 횟수를 모두 충족하면 몬스터를 쓰러트릴 수 있었는데, 그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몬스터의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타격 횟수를 충족하면 비헌터여도 몬스터를 잡을 수 있어요. 몬스터마다 일정 타격 횟수 충족 조건이 따로 있더라고요.”
그렇게 말하며 지은이 애써 웃음을 지었다. 슬라임보다 레벨이 높다고 해서 슬라임의 공격이 무효 처리 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방어구를 통해 절감시키긴 했지만, 난생처음으로 몬스터에게 공격당했을 때 느껴지던 생생한 고통. 그 고통을 이 악물고 참은 지 열흘이 지났다.
아무리 자신에 비해 레벨이 낮은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지난 열흘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공격을 당했으니, 몬스터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옆에서 슬라임과 자신의 치열한(?) 전투를 지켜보며 최선을 다해 지도해 주던 길드원들의 노력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지은아! 슬라임은 공격하기 전에 몸을 크게 낮추니까 그때 옆으로 피해야 해!’
‘옆? 옆이요? 오른쪽이요, 왼쪽이요?’
‘아무데나 상관없…… ‘
‘아! 아파!’
고작 슬라임의 몸통박치기 공격에도 옆으로 피하면 되는 것을 못 해서 몇 번을 두드려 맞았는지 모른다.
‘염산을 뿌릴 땐 동그랗게 모여드니까 흩어진 슬라임 조각들을 잘 봐야 해!’
‘슬라임 조각들?’
어찌어찌 공격이 명중하면 몸이 급격히 작아지며 슬라임이 죽어 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는 몸을 나눠서 피해를 최대한 분산시키는 슬라임의 패턴 중 하나였다.
물론 지은이 슬라임의 공략 방법을 모르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행동 패턴이나 공격 방법은 헌터 게시판에서 조금만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숙지’하기만 했지, 직접 몬스터와 맞서 싸우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패턴을 전부 알고 있었음에도 몸이 따라가지 않아 슬라임에게조차 여러 번 두드려 맞고 나니, 지은은 슬라임에 대한 공략법을 확실하게 깨달은 상태였지만, 동시에 슬라임에 대한 두려움도 그만큼 커진 상태였다.
“그래도 레벨 업을 해야 하니까요…… 맞아도 안 아프다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추운 날씨에도 땀에 푹 젖은 머리카락을 얼굴에서 떼어 내며 지은이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살짝 드러난 팔에 시퍼렇게 들어 있는 피멍을 발견한 유라가 그런 지은의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은아.”
“그래도 길드에서 마련해 준 방어구도 있는데…… 한심하죠?”
가까이 다가와서 보니 그제야 그동안 옷에 가려져 있던 지은의 몸 상태가 보였다.
온몸에 가득한 멍 자국과 슬라임의 체액에 섞여 있는 산성 때문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울긋불긋한 팔이 눈에 들어왔다.
가려져 있던 무수한 상처를 확인한 유라가 ‘하.’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만신창이가 된 지은의 모습에 유라는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뭐 한 거야? 다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그동안 지은과 함께 던전에 들어가 지도해 준 길드원들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지금까지 지은과 함께 들어왔던 길드원들은 지은을 위해서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지은에게 사냥 방식을 전수해 주려 애썼을 것이다. 오늘 유라도 지금 지은의 상태를 직접 알아채기 전까지는 여느 길드원들과 다름없이 몬스터 상대법에 대해 자신의 지식을 전수하려 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미안해, 지은아.”
“…….”
“언니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자신을 바라보는 지은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유라는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가 너를…… 같은 헌터로 대했어.”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지은이 같은 헌터였다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식들이었을 거다. 고레벨의 랭커들이 앞다퉈 자신의 노하우들을 일대일로 전수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문제는 지은은 헌터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죽하면 슬라임들의 공격에 당해 온몸에 멍과 화상 자국이 가득할까. 자신들과는 다르게 일정한 타격 횟수를 충족해야만 몬스터를 쓰러트릴 수 있다는 압도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가진 지은은 각성한 지 이제 두 달이 갓 넘은 초보자였다.
애초에 자신들처럼 헌터로 각성하자마자 몬스터를 상대할 스킬도, 몬스터를 상대할 공격력 스탯도 보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잊고 있었다.
양성소에서 전문적으로 몬스터를 상대할 방법도 배운 적 없었다. 선배 헌터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처음부터 던전에 들어가 몬스터와 싸우는 것이 당연하던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출발선에 서 있었던 지은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헌터로 각성한 이상, 도태되어 남겨진 헌터에게 주어지는 것은 허무한 죽음뿐이었다. 그래서 모든 헌터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지은과 같은 비전투 계열 각성자들이나 일반인들에겐 당연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도 지은은 남들이 보면 답답할 정도로 묵묵하게 자신이 목표로 한 레벨 업, 그리고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했던 거였다.
그런 지은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것은 처음으로 몬스터를 상대하는 ‘두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게 하는 일이었지, 몬스터를 직접 사냥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라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팠겠다…….”
지은이 무게도 이기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중갑 방어구를 입은 이유가 ‘슬라임에게 맞으니 아파서.’라고 대답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고작 슬라임인데?’라고 생각했던 유라가 자신을 자책했다.
유라가 여러 곳에 붉게 멍든 지은의 팔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대견하네.”
“언니…….”
그 누구도 가 보지 못했던 5층에 들어가기 전, 모두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음에도 각성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던 지은은 도리어 당당하게 모두에게 말했었다.
‘던전에 묶인 운명을 가진 사람들이잖아요, 헌터들은.’
‘그러니까 그 운명을 함께 짊어지기로 결심했거든요. 저도 저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서포트할 거예요.’
한 치의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였던 표정이 떠오른 유라가 지은을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
“어휴…… 멍청아! 말이라도 해 줬어야지!”
천천히 등을 토닥이는 유라의 손길에 조금씩 지은의 몸의 떨림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직접 던전에 들어와 몬스터를 상대해 보기 전까진 거창하게 세운 목표대로 길드원들과 함께 어디든지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경험한 던전은 처음부터 지은의 그런 의지를 한풀 한풀 꺾어 가고 있었다.
처음으로 몬스터를 일대일로 상대하고, 자신보다 레벨이 낮아 경험치도 제대로 획득할 수 없는 저렙 몬스터에게 맞아 가면서 난생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맞는 고통을 깨달은 지은이 고통을 두려워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어제는 한 대도 안 맞고 슬라임을 5마리나 잡았거든요.”
“정말? 대단한데!”
“대신 계속 공격을 피하는 거에만 집중해서 그런지 금방 체력이 다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애초에 맞으면서 싸워 보려고 했는데…….”
슬라임이라 할지라도 공격을 당하면 몸에는 고통이 온다. 방어구는 사용자의 기력이 깎여 나가는 것은 방지해 주지만, 그 고통까지 온전히 흡수시키진 않았다. 그래서 지은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오늘 입고 온 탱커 전용의 전신 방어구였다.
클래스 특수 효과를 받을 순 없었지만, 방어구가 슬라임이 준 데미지를 흡수할 수 있다면 맞으면서 때려잡는 다소 무식한 방법도 먹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이론상으론 완벽했다.
대신 방어구가 너무너무 무거웠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