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0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05화(10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05화
결국 그날은 던전에 들어가지 못했다. 괜찮다며 고집을 피우는 지은에게 일단 치료부터 하자고 달래며 유라가 데려간 곳은 힐러들의 총 본관인 ‘아리아 길드’였다.
말로만 들었지, 높은 고층 빌딩들 사이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고풍스러운 느낌의 사찰 입구에 선 지은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와아…….”
그 어느 길드보다 던전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힐러들의 길드.
던전에서 부상당한 헌터들을 위해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한다는 신념을 담아 2대 길드장인 한그루 헌터가 강남의 노른자위 땅을 다른 길드에 양보하면서까지 이전한 아리아 길드의 본관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고풍스러운 한국적인 미가 흘러넘치는 것 같았다.
“길드 이름이 아리아인데, 본관 건물은 절이라니 웃기지 않아?”
아름다운 사찰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던 지은은 유라의 말에 푸흡! 하고 웃음을 터트려야 했다. 생각해 보니 길드 이름은 그 어느 길드보다 서양적이면서 본관은 그 어느 길드보다 한국적이라니.
아이러니한 것은 반대되는 이미지였지만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는 점이었다.
“급하다고 연락해 놓고 또 뒷담이나 하고 있네.”
유라의 길드 뒷담화를 듣고 웃고 있던 지은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곳에는 승복을 입은 채 한 손에는 비닐 봉투를 들고 짝다리를 짚은 남자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승복을 입은 것을 보고 처음엔 스님인가 싶었는데, 머리는 짧긴 했지만 투블럭으로 멋을 낸 듯했고, 귀에는 피어싱도 하고 있었다. 거기에 명품 브랜드의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는 남자가 손에 든 비닐 봉지를 가리키며 유라가 말했다.
“떡볶이?”
“예압. 너 온다길래 사 왔지.”
“오, 좋은데? 근데 너 밥 먹었다며.”
“떡볶이는 떡볶이지. 밥은 아니잖아.”
“잘 배운 스님이네.”
“스님…….”
외관을 보면 입고 있는 옷만 스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분방함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는 남자였다. 지은의 물음을 뒤로하고 유라가 이번에는 남자의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라식수술 한지 얼마 안 됐는데 그렇게 돌아다녀도 돼?”
“블루라이트 차단 선글라스라서 괜찮아.”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미X놈아.”
“……어쨌든 좋은 거 아니었냐?”
“진짜 미X놈. 새해도 됐는데 좀 변해 주면 안 되겠니?”
친근하게 욕을 하는 유라나, 그런 유라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남자를 보며 지은이 어색한 표정으로 유라에게 조용히 말했다.
“스님…… 맞죠?”
그런 지은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유라가 아닌 남자였다.
“아, 이분이 환자분?”
“환자요?”
“슬라임한테 많이 맞아서 상처가 심하다던…….”
“네?”
거기까지 들은 지은의 귀가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이 슬라임에게, 그것도 많이 맞았다고 들으니 여간 부끄러워지는 게 아니었다.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인 지은에게 남자가 성큼 다가왔다.
“슬라임이 아무리 만만하다곤 해도, 몬스터는 몬스터인데 왜 바로 치료를 안 했어요?”
“……어제까지는 포션을 바르면 바로바로 나았었는데요.”
“포션을 발랐는데 멍이 그렇게 심하다고요?”
지은의 말에 고개를 갸웃한 남자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멍이나 상처가 사라졌다가 다시 생기진 않았나요?”
“아, 오늘 아침에…….”
남자의 말에 지은은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온몸에 멍이 심하게 올라온 것이 떠올랐다. 그동안 포션을 바르면 바로바로 나았던 상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이 되자 더욱 심해진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졌던 멍은 물론이고 산성에 쓸렸던 피부도 한 번에 폭발하듯 다시 올라온 상처 부위는 아프다는 감각도 없어진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 상태를 보고 놀랐지만, 그래도 포션을 마시고 상처가 드러난 부위에 다시 바르니 또 언제 상처가 있었냐는 듯 다시 깨끗하게 사라졌었기에 심한 건 아닌 줄 알았다.
포션도 일반 포션이 아닌 중급 포션이었고, 지금까지 몬스터에게 당한 타박상이 포션으로 치료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기에 유라와 약속했던 던전으로 향했던 지은이었다.
그런 지은의 설명을 들은 남자의 표정이 더욱 심각해지더니 지은의 손등을 향해 시선을 옮기다 뭔가를 발견한 듯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좀 봅시다.”
지은을 진지한 눈으로 유심히 관찰하던 남자가 지은의 손을 살짝 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손등에는 방금 전까지도 없었던 멍이 시퍼렇게 올라와 있었다. 손등에 자신도 몰랐던 멍이 생겨난 모습을 보며 지은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아픈가요?”
보기만 해도 아파 보였던 것과는 달리 남자가 엄지손가락으로 멍을 꾹꾹 누르는데도 아프기는커녕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지은이 눈을 반사적으로 감았다가 천천히 뜨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정말 안 아프다고요? 이렇게 세게 누르는데?”
손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누르고 있는데 전혀 아프지 않은 듯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지은을 기가 차다는 듯 바라보던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빨리 들어와요!”
“세상에…… 지은아!”
지은의 상태를 남자와 함께 살핀 유라도 심각하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빠르게 눈앞에서 사라진 남자를 따라 지은을 들쳐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은이 옮겨진 곳은 아리아 길드 내부의 중증 치료실이었다. 힐러들의 길드이자, 헌터들의 병원이기도 한 아리아 길드답게 흰색 가운을 입고 돌아다니는 길드 내 상주 의사들과 힐러들이 손에 포션과 엘릭서를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병원 침대와 똑같은 침대에 얌전히 눕혀진 지은의 주위로 우르르 들어온 힐러들과 의사들이 장비를 가져와 세팅을 하는 동안, 밖에서 진지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유라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심각한 거야?”
“심각하지. 슬라임 독에 제대로 중독된 상태인 거 같은데. 자세한 건 제대로 검사를 해 봐야 나올 거 같아.”
“슬라임이 독이 있는 몬스터도 아닌데 중독이라니?”
“모든 몬스터의 공격엔 독성이 있어. 저 사람, 헌터도 아니라며. 기본적으로 몬스터에 대한 내성이 높은 헌터들한테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갈 수 있는 얕은 독성이 저런 비전투 계열 각성자나 일반인에게 누적되면…….”
자신의 몸 상태가 심각하다는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제야 지은은 자신이 모르고 있던 헌터들의 세계에 자신이 안일한 마음으로 상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반적인 비전투 계열 각성자들이라면 특별한 일이 아니고선 던전 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레벨이 몬스터보다 높다고 해도 제대로 된 공격 스킬이나 방어 스킬도 전무한 그들이 던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조금 따끔할 거예요.”
병원에서 의례적으로 의사들이 주사를 놓기 전에 하는 말이 귓가에 들려와 반사적으로 눈을 꼭 감았던 지은은 긴장한 것과는 다르게 정말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기에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러나 자신의 팔에 꽂혀 있는 커다란 주사 바늘을 통해 검은 피가 쭈욱 쭈욱 뽑히고 있는 모습에 크게 놀라야 했다.
“아…….”
“금방 끝나요. 아프시겠지만 조금만 참으세요!”
방금 조금 따끔할 거라고 했던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지은이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돌리자 피를 다 뽑았는지 주사기를 천천히 빼낸 의사가 말했다.
“잘 참으셨어요. 엘릭서 주사 놓을게요.”
“아아악!”
중급 포션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성능을 보이는 엘릭서가 주사 바늘을 통해 들어오자 순간 지은은 온몸에 느껴지기 시작한 고통 때문에 몸부림을 치며 비명을 질렀다.
“리커버리!”
“리포즈!”
온몸에 감각이 다시 돌아오는 느낌과 함께 찾아온 격렬한 고통에 지은이 몸부림치자 대기하고 있던 힐러가 급하게 회복 마법과 함께 수면 마법을 사용했다.
지은의 고통 어린 비명 소리에 놀라 들어온 유라가 그런 지은의 손을 다급하게 잡으며 말했다.
“지은아!”
“으윽, 어, 언니……!”
수면 마법의 효과가 들기 시작했는지 지은은 점차 줄어드는 고통 속에서 천천히 자신의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색색거리는 숨을 내쉬며 깊은 잠에 빠진 지은을 바라보며 유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아…… 진짜 너란 애는…… 너를 어쩌면 좋을까.”
* * *
“으음…….”
“지은 씨!”
“지은아!”
꼬박 하루가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지은이 천천히 눈을 떴다.
새하얀 천장을 바라보던 지은이 깨어나며 낸 소리에 오매불망 옆에 앉아 밤을 꼬박 지새운 유라와 주혁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가까이 다가왔다.
“아, 주혁 씨, 유라 언니…….”
“이게 지금 무슨…… 웃음이 나옵니까?”
푸스스 웃음을 지어 보이는 지은을 향해 주혁이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주혁의 심정이 이해된다는 듯 유라가 지은의 이마에 손을 짚어 열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온몸에 그렇게 멍이 가득했는데 고작 포션만 바른 게 말이 돼? 지은아, 진짜 어쩌려고 그랬어.”
“지은 씨, 과장이 아니라 정말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아…… 죄송해요.”
처음 보는 주혁의 화난 얼굴과 목소리에 지은이 무심결에 사과하자 주혁이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마른세수를 연거푸 하며 중얼거렸다.
“여기서 왜 지은 씨가 사과를 하는 겁니까…….”
“그래요. 사과를 할 사람들은 잘난 청명 길드 사람들이지. 그쪽이 아닌데요, 민지은 씨.”
그런 주혁의 중얼거림에 신랄한 비판으로 맞장구치며 들어온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익숙했다.
병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트레이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어제 아리아 길드 앞에서 만났던 남자였다.
“랭커라는 놈들이 제일 문제야. 항상 자기 기준에서밖에 생각들을 안 하지.”
“……오랜만입니다, 한그루 헌터.”
“본인들 개구리알일 시절은 생각도 못 하고, 저 레벨 헌터들을 그렇게 굴려 대더니 이제는 비전투 계열 각성자까지 던전에서 레벨 업을 시켜?”
“…….”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당신 죽을 뻔했던 거 맞아요. 그러니까 산재 신청 확실하게 하세요, 민지은 씨.”
신랄한 말투만큼 차가운 시선을 주혁에게 보내며 밀고 들어온 트레이에 가득한 약병에서 약을 꺼내 먹기 편하도록 가루를 내는 한그루의 손에서 새하얀 빛이 은은하게 새어 나왔다.
“한그루…… 아리아 길드 길드장님?”
분명 주혁이 부른 남자의 이름은 한그루였다. 죽지만 않았다면 숨을 붙여 준다는 기적의 영약 엘릭서를 만들어 내고 전투계열이 아닌 힐러임에도 그 업적과 명성으로 로컬 랭킹 3위에 랭크되어 있는, 대한민국이 아닌 전 세계에서 ‘성자’로 받들어지는 최고위 힐러.
“네, 제가 한그루인데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민지은 씨 상태가 더 중요하니까 잠시 입 좀 벌려 보실까요?”
“아! 네!”
한그루의 말에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입을 벌리자 곧바로 가루약이 지은의 입에 부어졌다. 물 없이 입에 넣은 순간 곧바로 사라진 가루약이 선사하는 극렬한 쓴맛에 지은은 와락 얼굴을 구겨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