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0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06화(10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06화
그런 지은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인 한그루가 펜을 들어 차트를 주르륵 작성하며 지은의 병명을 하나하나 읊어 나가기 시작했다.
“보자, 산성 중독, 무감각증, 쇄골 골절, 다한, 발열, 통증에 의한 쇼크, 내장 손상, 근육 파열…….”
“…….”
“잠을 자다가 죽었어도 차라리 편하게 죽었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네요.”
무심한 표정으로 지은의 병명을 주르륵 읊은 한그루가 환자 차트를 트레이에 휙 던지고는 의자를 끌어와 털썩 앉으며 말했다.
“하나 물어봅시다, 민지은 씨.”
“네?”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한 거죠? 누가 시켰나요? 죽고 싶었어요?”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면 왜 자살 시도나 다름없는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한 거죠? 궁금해서 그래요, 내가. 헌터 생활 10년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 봐서.”
그렇게 말하는 한그루의 얼굴은 무표정이었지만 말투에서는 ‘나 진짜 화났는데요.’가 절실히 느껴지고 있었기에 지은은 물론이고 유라와 주혁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슬라임이라도 몬스터는 몬스터에요.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자기 한 몸 바쳐 온몸으로 맞아가면서 때려잡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해 봤는데.”
“…….”
“랭킹 3위인 저도 못 하는 일을 하셨네요. 대단합니다. 이유가 뭐예요?”
“레벨을 올리고, 저도 던전에 계속 들어가고 싶어서요.”
“레벨을 올리고 던전에 들어가는 게 당신의 역할이라고 누가 그랬는데요?”
얘인가요? 아니면 얘? 하면서 주혁과 유라를 가리키는 한그루의 말에 지은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잘못한 일에 주혁과 유라가 지적을 받는 게 영 마음에 걸려 손사래를 치며 지은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제 잘못이에요. 길드분들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길드원의 잘못은 길드의 잘못이죠. 더군다나 당신이 헌터도 아닌 비전투 계열 각성자라면 더더욱 그걸 방치한 길드 간부들의 잘못입니다. 안 그래?”
“물론입니다. 저희 잘못이 맞습니다.”
안 그래도 지은이 심각한 상태라는 유라의 긴급 연락에 길드가 뒤집어졌었다. 그리고 지은의 목숨이 위험했던 이유가 던전에서 슬라임에게 맞으며 독성에 중독됐기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된 길드원들은 그제야 지은이 헌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무 생각 없이 지은 씨를 같은 선상에 두고 생각했던 저희 잘못이 맞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맞아, 아무도 네 몸 상태를 물어보지 않았어. 가장 기본적인 건데 그걸 놓치고 있었던 우리 잘못이야. 정말 미안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의 말을 전하는 주혁과 유라를 보며 지은이 손사래를 쳤지만 주혁과 유라는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쯧쯧, 혀를 찬 한그루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요즘 헌터계에서 가장 관심이 뜨거운 분을 이런 모습으로 뵐 줄은 저도 몰랐는데, 내 말 명심해요.”
“…….”
“민지은 씨, 당신은 헌터가 아닙니다. 다행히 목숨을 한 번 건졌으니 앞으로는 명심하고 살아요. 던전에 들어갈 거라면 적어도 공격 스킬이나, 방어 스킬을 얻고 완벽하게 숙달한 이후에 들어가란 소리입니다.”
“……네, 그렇게 할게요.”
한그루의 당부에 그렇게 대답한 지은이 아직도 고개를 숙인채 서 있는 유라와 주혁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과는 하실 필요 없어요. 제 잘못도 있으니까요.”
“지은 씨…….”
“지은아!”
“……그런데 지금은 저도 좀 혼자 있고 싶어요.”
지은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유라가 침통한 표정의 주혁을 이끌고 한그루와 함께 병실에서 퇴장했다.
드르륵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지은이 바늘이 꽂혀 있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싸 쥐고는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뭐야…….”
랭커들로 가득한 길드에서 던전에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면서 한 번도 받지 못한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을 받았다.
처음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에 부풀어 자신이 그들과 동일한 선상에 있다고 무의식 속에 생각해 왔다는 사실이 그제야 떠올랐다.
‘너와 다른 세상을 동경하지 말고 평범하게 살거라.’
할머니의 신신당부도 떠올랐다. TV에 나오는 헌터들의 활약을 볼 때마다 할머니가 하셨던 말씀을 언젠가부터 잊고 살았다.
처음 각성을 했을 때만 해도 던전에 들어가는 것조차 겁이 났던 것도 떠올랐다.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거 방탄 트럭이야!] 스킬도 4층의 이상 현상 앞에선 무용지물이 되었던 사실도 떠올랐다.
거기에 타락한 이그니스가 발동된 스킬조차 무용지물로 만들었을 때도 떠오르자 지은은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헌터도 아닌 자신이 위험으로 가득한 던전에 들어갈 생각을 했는지 일이 이지경이 되고 보니 더욱 처절하게 느껴졌다.
자신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운이 좋아도 너무 좋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티가 나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언제든 던전은 자신을 집어삼킬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은 지금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는 안도감을 느끼긴커녕 더욱 큰 좌절감에 사로잡혀야 했다.
“난…….”
곁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높았다. 일반 헌터라면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랭킹 1위의 주혁과 5위의 성진. 그리고 30위지만 자신이 원하는 수준이 아니라며 랭킹 갱신을 미루고 있는 유라를 포함한 나운과 새봄, 수영, 형준과 준형 등, 수많은 길드원들의 이름과 얼굴이 지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가장 최근에 만났던 이태서와 이태백. 거기에 오늘 처음으로 만난 한그루까지. 다들 자신이 히든 클래스인 푸드 트럭 사장님으로 각성하지 않았다면 쳐다도 보지 못했을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현 대한민국의 영웅들로 존경받고 있는 그런 사람들.
“나도 모르게…….”
동경했다.
자신들의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그들과 어울리면서 마음속으로 ‘나도 이런 대단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 라고 생각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충실감에서 오는 착각 속에서 지은은 자신이 그들을 동경하고,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깨닫고 난 뒤에 찾아오는 것은 잔혹한 현실이었다. 모른 척하고 있었지만, 깨닫게 되니 이보다 더 처참할 순 없었다.
“관심조차 가지지 말았어야 했던 건가?”
할머니의 말씀대로 그렇게.
평범하게 헌터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인정하고 살았어야 했다.
비전투 계열로 각성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던전에서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그 기대감 때문에 바라선 안 될 자리를 바란 것이었다.
각성을 했을 때, 시스템은 던전에 들어가는 것을 강요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건 창조의 정령인 까망이도 마찬가지였다. 시스템은 튜토리얼을 진행할 것이냐고 여러 번 물어봤을 뿐이었고, 까망이는 처음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외에는 철저하게 말을 아끼며 비협조적으로 굴었다.
그건 더 깊이 들어가기 전에 포기하는 법을 지은이 깨달을 수 있도록 까망이가 기회를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포기한 자신을 까망이는 언제든 떠날 수 있었을 터였다.
“한심해…….”
털썩.
얼굴을 감싸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힘없이 양팔을 늘어트리고 감았던 눈을 뜨며 천장을 공허한 눈으로 바라보던 지은의 시야가 뿌옇게 변해 가기 시작했다.
“아, 눈물도 나오네.”
얼마 만에 나오는 눈물인지 몰랐다.
한 번 차오른 눈물은 지은의 속도 모르고 속절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더욱더 거세게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렇게 지은은 한참을 소리 죽여 울어야 했다.
띠링! 띠링!!
얼마나 울었을까, 이제는 눈물이 다 말라 버린 듯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손바닥으로 따가운 눈을 누르던 지은은 시스템 알림창이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좀처럼 눈을 가리고 있던 손바닥을 치울 생각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중이었다.
그런 지은의 손바닥 위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 따뜻한 온기와 함께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 까망이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이 감고 있던 눈을 뜬 순간이었다.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몰랐지만, 자신이 서럽게 울고 있었던 것을 처음부터 보고 있었는지 축 처진 까망이의 표정이 눈물에 젖은 시야 틈으로 보였다. 앞발로 부드럽게 지은의 볼을 만지던 까망이가 마른 눈물 자국을 혀로 부드럽게 핥기 시작했다.
“……언제 왔어?”
<주인이 이렇게 서럽게 우는데, 모를 수가 없지 않냥…….>
지은의 품으로 파고든 까망이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지은에게 말을 걸었다.
<눈이 퉁퉁 부었다냥.>
“……한심하지?”
<한심한 건 잘 모르겠다. 인간의 감정을 모두 느끼기엔 우린 감정이 풍부한 존재가 아니라서.>
그렇게 말한 까망이가 몸을 살짝 일으켜 지은과 눈을 마주쳐왔다.
깜빡, 깜빡 느리게 눈을 깜빡이는 까망이를 따라 너무 많이 운 탓에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따라서 깜빡이는 지은에게 까망이가 말했다.
<주인, 얼굴 진짜 못생겨졌다.>
“그치, 나도 거울을 보기가 두려워.”
<그래도 지금 주인 얼굴이 지금껏 봤던 얼굴 중 제일 보기 좋다냥.>
못생겨졌다고 방금 말해 놓고, 또 지금까지 중 가장 보기 좋다고 말하는 까망이에게 지은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진짜 못생겨졌다며.”
<못생긴 건 맞는데, 그래도 여태껏 가장 진솔한 주인의 얼굴을 본 것 같아서.>
“…….”
<나는 보기 좋다.>
“그게 뭐야.”
그런 까망이의 말에 지은이 푸스스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많이 울어서 목소리가 뚝뚝 끊기고 있었지만, 감정에 북받쳤던 방금 전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편안해진 목소리를 확인한 까망이가 조심스럽게 지은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시스템 알림이 온 것 같은데, 확인 안 할 거냥?>
“아, 시스템 알림…….”
한참 전부터 확인하지 않은 시스템 알림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지만 지은은 지금 당장 시스템 알림을 확인하기가 꺼려졌다.
“지금은 좀…… 그러네.”
손을 내저으며 거절 의사를 밝히고는 상태창에 떠 있는 시스템 알림 메시지를 닫으려는 지은의 손을 까망이가 슬쩍 힘을 주어 밀었다.
정확한 타이밍에 까망이가 손을 건든 탓에 힘을 거의 주지 않았던 지은의 손이 힘없이 밀려 누른 것은 알림 닫음 표시가 아닌 확인 표시였다.
“까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