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0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07화(10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07화
까망이의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지은이 당황한 듯 까망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동시에 확인 표시를 누른 시스템 알림창이 지은의 눈앞에 선연히 떠올랐다.
떠오른 시스템 알림창의 내용을 확인한 지은이 몸을 일으켜 침대맡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시스템 알림 : 한정 퀘스트 중도 하차 가능 알림.] [각성자의 현 상태와 비교했을 때, 난이도가 상향 조정된 퀘스트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한정 퀘스트의 중도 하차…….”
[따뜻한 식탁] 퀘스트는 완료했지만, 연계 퀘스트 때문에 아직 완료하지 못한 한정 퀘스트의 중도 하차가 가능하다는 알림이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지은이 손을 들어 시스템창을 주욱 내리기 시작했다. [한정 퀘스트 진행 상태를 확인 중입니다.] [한정 퀘스트 ‘따뜻한 식탁’ 완료!] [연계 퀘스트의 조건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연계 퀘스트 대상 ‘이태백’ 달성률 : 100퍼센트, 대상 ‘이태서’ 달성률 : 50퍼센트]여기까지는 지은이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비록 연계 퀘스트의 대상인 이태서에 대한 달성률이 50퍼센트라는 사실은 몰랐지만, 어떤 이유에서 50퍼센트의 달성률인지 알게 된다고 해도, 남은 50퍼센트를 채울 방법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연계 퀘스트를 어떻게 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퀘스트 중도 하차라니?
[현재 한정 퀘스트 진행률 66.666666퍼센트] [적정 레벨이 아닌 퀘스트입니다. 클리어를 포기하거나, 일시 보류 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포기하거나, 일시 보류 하시겠습니까? Y/N]“이게 무슨…….”
<하나 묻겠다, 주인.>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지은이 당황하던 것도 잠시,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까망이와 눈이 마주친 지은은 이어진 까망이의 질문에 고민에 빠져야 했다.
<이번 한정 퀘스트를 포기하고 다른 퀘스트를 기다려 보는 건 어떻게 생각하냥?>
“…….”
<주인의 레벨과 클래스에 비교해 보면 너무 위험 부담이 큰 퀘스트가 맞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이 힘들어 보인다.>
“그게 가능한 거야?”
헌터 게시판 그 어디에서도 한정 퀘스트의 중도 하차에 대한 내용은 본 기억이 없었다.
애초에 비전투 계열 각성자의 성장에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하는 한정 퀘스트를 포기하는 것도, 심지어 한정 퀘스트를 포기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이후로 다시 동일한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없었지만, 주인은 다르다.>
“내가 ‘히든’ 클래스라서?”
<…….>
“그래, 난 대단하신 히든 클래스였지.”
그렇게 내뱉은 지은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순수한 의미의 웃음이 아닌, 자조적인 기운을 띄고 있는 웃음이 한번 터지니 참을 수 없는 감정이 지은을 찾아왔다.
클리어할 방법이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퀘스트를 포기하라고 권유 받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확하게 뭐야?”
<현실을 보라는 이야기다. 아무래도 주인의 현 수준보단 월등히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니까.>
현실을 보라는 까망이의 말이 차갑게 지은의 가슴을 후벼 팠다.
그 현실에 치여서 지금 자신은 목숨을 잃을 뻔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괜히 안 되는 것에 도전하지 말고 도망치라고 권유하는 것 같아 지은이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렸다.
“내가 이 퀘스트를 클리어 할 수도 있잖아.”
<퀘스트를 클리어한다고 달라지는 게 뭐지?>
“뭐?”
<헌터도 아닌 네가, 던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다고 생각해?>
“그건……!”
까망이의 질문에 지은은 뭐라 대답을 하려 했지만, 좀처럼 입 밖으로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자 천천히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런 지은에게 까망이의 신랄한 비판이 계속해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던전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긴 있겠지.>
“…….”
<유일하게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능력? 사실 헌터들에게 던전 안에서 밥을 먹는다는 건 ‘필수’가 아니야. 던전 공략에 필요한 것은 포션과 엘릭서지. 타락한 정령들을 정화하는 일? 그것도 확실한 능력인가?>
“그건 내 능력이 아니잖아.”
타락한 정령들을 정화했던 건 자신의 능력이 아닌 창조의 권능이었다. 자신은 그 창조의 권능을 빌려 응용했을 뿐, 애초에 창조의 권능이 자신에게 오롯이 주어진 권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지은의 대답을 들은 까망이가 고개를 휙 돌리고는 차갑게 일갈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면 난 더더욱 이번 퀘스트를 포기하길 권유하겠다, 주인.>
“갑자기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내가 그동안 주인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것 같다. 창조의 권능을 가진 나조차도 타락한 정령들을 정화할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창조해 낸 주인을 보며 어쩌면 주인이라면 해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었거든.>
“……지금은 아니란 거야?”
<……그렇다.>
“왜? 내가 고작 슬라임 따위에도 맞아 죽을 뻔해서 한심하고 나약해 보였어? 나 같이 약하고 쓸모없는 사람이랑 계약했는지 후회라도 된다는 거야? 대답해!!”
어째서 까망이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머리로도, 감정적으로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죽을 뻔했던 자신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던 까망이는 계약 이후 처음으로 자신에게 매정한 말을 쏟아 내고 있었고, 그리고 그건 지금 병실에 누워 있는 자신에겐 너무나 가혹했다.
<후회하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주인이잖아.>
“뭐?”
<방금 전까지 다른 헌터들과 너를 비교하며 각성한 것을 후회하던 건 내가 아니라 주인이잖아! 그러니까 말해 주는 거다! 포기하면 편하다고!>
직접적으로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포기에 대해서 언급한 까망이 때문에 지은의 몸이 바짝 굳었다.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직접 까망이에게 ‘포기하면 편하다.’라고 듣고 나니 지은은 깊은 고민에 빠져야 했다.
‘포기하면 편하다고…….’
자신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 헌터들과는 같은 선상에 설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오늘 절실히 깨달았다.
무력감에 자신도 모르게 휩싸인 지금. 포기하면 편하다는 까망이의 말은 정말 너무나 달콤한 유혹처럼 지은에게 다가왔다. 한 번 들기 시작한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늘어지며 지은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시스템조차 현재 자신의 상태보다 난이도도 상향 조정된 한정 퀘스트라고 하지 않았나?
까망이의 말처럼 내가 한정 퀘스트를 어찌어찌 클리어한다고 해도 내가 던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뭐지?
레벨 업을 할 방법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지금 내가 5층 이후의 던전에 따라갈 수 있는 걸까?
한그루의 매정한 말도, 유라와 주혁이 아무 변명도 없이 죄송하다며 사과했던 것도, 포기하면 편하다는 까망이의 말도 결국은 부정할 수 없는 하나의 진실을 알려 주기 위함이었다.
‘레벨을 올리고 던전에 들어가는 게 당신의 역할이라고 누가 그랬는데요?’
‘아무 생각 없이 지은 씨를 저희와 같은 선상에 두고 생각했던 저희 잘못이 맞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자신이 어떻게 발버둥 친다고 해도, 저 사람들과 같은 선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절망적인 사실이 뼈아프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주인.>
그런 지은의 속마음을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까망이가 지은에게 말했다.
<포기할 거냐, 주인?>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포기를 권유하는 까망이 역시 지은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그런 까망이를 지그시 내려다본 지은이 잠시 고개를 푹 숙이더니, 별안간 큰 목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하! 하하하!”
<주인?>
“아,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네. 종신 계약한 사이에 또 날 시험하려 하지 마.”
한참을 고개를 푹 숙인 채 크게 웃던 지은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방금 전까지의 침울한 표정을 짓던 지은은 없었다.
한참을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찬 얼굴로 지은이 까망이에게 말했다.
“포기하면 편하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
“머릿속에서 치울 수 있으니까 당장은 편하겠지. 그런데 내가 앞으로 이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더 많은 시련에 부딪힐까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포기한 내가 다음 시련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겠더라고.”
지은이 까망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이면 어때?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난 길드의 헌터들이랑은 달라.”
<허어…….>
“후회하냐고 물었지?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오늘도 후회 중이였어. 다만 나는 왜 헌터도 아닌데 바보같이 헌터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을까? 하고 후회했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는 지은의 목소리는 처음엔 떨리고 있었지만, 하고 싶었던 말을 하기 시작한 덕분에 점차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자신이 길드의 헌터들과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인 상태가 된 지은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거였어.”
<그럼 포기하지 않을 거냥?>
“다른 방법을 찾을 거야. 절대 포기하지 않겠어.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겠지.”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지은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까망이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축하한다, 주인.>
“응?”
[한정 퀘스트 : 성장하라! 진행에 각성자의 현 상태가 반영되었습니다.]– 각성자의 내면이 한 단계 성장했습니다!
“이게 무슨…….”
주먹을 꽉 쥐고 있던 자세 그대로 갑자기 환하게 떠오른 시스템 알림창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은에게 까망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
[특수 조건 달성! 각성자에게 걸려 있던 성장 한계선이 해금됩니다!] [성장 단계 – 1단계]<사고친 거 같다, 주인.>
[히든 클래스 전용 스킬이 해금되었습니다!] [새로운 클래스 전용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NEW!] [방문 판매]
– [NEW!] [던전 안 내비게이션] [새로운 클래스 전용 유니크 아이템 뽑기권(1회)가 지급되었습니다!]
성장 한계선이 해금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클래스 전용 스킬을 획득했다는 알림이 연속해서 떠올랐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떠오르는 알림을 확인하는 지은에게 까망이가 기다렸다는 듯 지은의 무릎 위로 발라당 드러누우며 참을 수 없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이 포기한다고 할까봐 얼마나 가슴 떨렸는지.>
“……너, 정말 나를 또 시험한 거야?”
<아니, 시험한 게 아니다. 난 주인이랑 종신 계약한 정령이니까 주인이 계속 힘들어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까망이의 눈빛이 사뭇 진지했다.
<이번엔 정말로 주인이 힘들어 보였거든.>
“…….”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해 줘서 고맙다, 주인. 물론 주인이 포기한다고 했어도 난 주인의 결정을 존중했을 거다. 주인이 정말로 모든 걸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방법을 찾아냈을 테니까. 난 그렇게 믿는다.>
“민까망…….”
자신을 믿는다는 까망이의 말에 지은이 까망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고민하던 모든 것이 까망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빈틈없이 꽉 끌어안은 까망이의 몸은 정말이지 너무나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