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0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08화(10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08화
“성장 단계도 생겼어!”
헌터와 비헌터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레벨과 성장 단계를 통한 등급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레벨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등급을 올리는 것이었다. 헌터들에게도, 비헌터들에게도 존재하는 등급이 상승할수록 클래스 전용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성장 가능성이라고 불리는 일정 조건을 만족해 등급이 생성된다면 그때부터가 진정한 각성자로서의 자격이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지은에게는 그 무엇보다 자신에게도 드디어 성장 단계가 생성되어 등급을 올릴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등급이 생기다니?”
성장 단계가 생성되어 앞으로 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지은의 품에 웬일로 얌전히 안겨 있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품에서 쏘옥 빠져나간 까망이가 멀리 가지 않고 지은의 발치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한정 퀘스트의 대과제는 생각하지 않는 거냥?>
“대과제?”
<가장 처음으로 나왔던 한정 퀘스트의 주제가 뭐였는지 기억 안나는 거냐?>
까망이의 말에 지은은 그제야 한정 퀘스트 알림을 처음 받았던 때를 떠올렸다.
왜 잊고 있었을까. 한정 퀘스트는 처음부터 ‘따뜻한 식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성장하라…….”
<한정 퀘스트를 수령했다는 것 자체가 시스템이 준 시험의 일종인 거다. 그리고 주인은 시험을 통과한 거고.>
“시험을 통과한 거라고?”
<내면의 성장은 모든 각성자에게 가장 중요하다. 꺾이지 않는 주인의 의지를 표명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하하…….”
<전용 스킬 확인부터 해 봐라!>
까망이를 더 끌어안고 싶었지만, 새롭게 획득했다는 클래스 전용 스킬도 궁금했기에 지은은 하는 수 없이 스킬창에 새롭게 빛나는 스킬 목록을 확인했다.
[스킬 설명 : 방문 판매]– 하루에 한 번 원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어디든지 제한 없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 대상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에 한해 방문이 가능합니다.
“응?”
방문 판매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기능이 있는 줄 알았던 스킬의 설명은 단 두 줄로 끝나 있었다.
거기에 하루에 한 번만 사용 가능한 스킬이라니. 스킬 설명이 잘못된 줄 알고 천천히 다시 읽어 본 지은이 머리 위로 마치 물음표가 수십 개는 떠오른 얼굴을 하고 까망이에게 말했다.
“이게 뭐야?”
<……언젠간 쓸 일이 있지 않겠냥?>
까망이도 스킬 설명을 확인했는지 그런 지은의 얼굴과 마찬가지인 표정을 하고 지은을 바라보다 황급히 말을 돌렸다.
<다음 스킬을 확인해 보자냥.>
[스킬 설명 : 던전 안 내비게이션]– 던전 안 어느 장소든 찾아갈 수 있는 내비게이션입니다.
– 몬스터들로 꽉 막힌 던전 안에서 쾌적한 드라이브를 즐겨보세요!
– 최단 거리로 주행 가능한 지름길 시스템까지 탑재되어 있는 최신형 내비게이션입니다.
“와…….”
당장 아무런 쓸모가 없어 보이던 첫 번째 스킬인 [방문 판매]와는 달리 실용도가 엄청나게 높아 보이는 두 번째 스킬인 [던전 안 내비게이션]의 설명을 읽어 본 지은이 나지막이 감탄을 터트렸다.
“미쳤어…….”
스킬 설명에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는 던전 안 ‘어느 장소든’ 찾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라면, 개방되지 않은 던전의 입구를 편하게 찾아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거기에 최단 거리로 갈 수 있는 지름길 안내까지 탑재되어 있다는 말은 지은이 새로운 던전 개척에서 확실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던전에서 할 수 있는 게 하나 더 생겼어!’
좌절감에 빠졌던 것도 잠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계속해서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먹자마자 이렇게 엄청난 스킬을 보유하게 되다니.
당장 떠오르는 스킬의 활용도만 해도 무궁무진했다. 거기에 레벨을 올리면서 액티브 스킬인 [강화된 1종 대형 면허]는 [던전 안 내비게이션] 스킬과 찰떡궁합이 분명했다.
던전 안에서 트럭으로 막힘없이 길을 뚫는 자신을 생각하며 행복감에 몸을 부르르 떠는 지은을 보며 까망이가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축하한다, 주인.>
새롭게 생긴 성장 단계와 클래스 전용 스킬도 확인했으니 이제는 아이템 창에 들어와 있는 [클래스 전용 유니크 아이템 뽑기권(1회)] 차례였다.
튜토리얼 보상 이후로 처음으로 뽑는 유니크 아이템 뽑기권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작은 상자와 열쇠가 함께 세트로 들어 있었다.
꿀꺽.
튜토리얼 보상으로 받았던 [때 묻지 않는 주방용 수건], 일명 ‘무적 수건’은 영업에 없어선 안 될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모든 더러운 부분을 처음처럼 깨끗한 모습 그대로 되돌린다.’라는 옵션을 통해 이그니스에게 둘러져 있던 ‘타락의 기운’을 정화까지 할 수 있었던 표현 그대로의 초대박 아이템이었다.
그런 무적 수건의 등급이 유니크였다. 거기에 튜토리얼 때와는 다르게 이번엔 무려 ‘클래스 전용’ 유니크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지은이 경건한 마음으로 침대 위에 상자를 올려놓았다.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상자에서 과연 어떤 아이템이 나올까.
떨리는 손으로 열쇠를 집어든 지은이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손에 든 열쇠를 상자의 열쇠 구멍에 넣고 돌렸다.
찰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상자에 걸려 있던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조용한 병실에 울려 퍼지고 상자가 열리며 환한 빛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클래스 전용 아이템 : ‘튼튼한 프라이팬’을 획득하셨습니다!] [아이템 설명 : 튼튼한 프라이팬 / 등급 : 유니크]– 상세 정보
내구도 : 무한 / 공격력 : +20 / 성장형 아이템입니다(0퍼센트)
– 무엇이든지 내리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라이팬. 아무리 봐도 요리용은 아닌 것 같다.
– 클래스 전용 아이템으로 각성자의 기력 수치에 영향을 받습니다.
– 사용 대상에게 각성자의 기력 수치의 10퍼센트의 고정 피해를 추가로 입힙니다.
“프라이팬…….”
외형은 일반 프라이팬과 전혀 다를 것이 없어 보였지만, 아이템 설명을 읽어 보던 지은은 요리용이 아니라는 설명과 함께 상세 정보에 나와 있는 공격력 +20 옵션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설레는 표정으로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지은이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이 없어지자 생각만큼 좋은 아이템을 얻지 못해 실망했다고 생각했는지 까망이가 애써 프라이팬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어…… 괜찮아 보이는 아이템이다, 주인. 요리용은 아니지만 다 쓸데가 있지 않겠냥?>
“공격력 20에…… 기력 수치 10퍼센트의 고정 피해 추가라면…….”
<주인?>
“다 죽여 버릴 거야, 슬라임놈들!”
울분에 찬 목소리로 프라이팬을 덥석 집어든 지은이 손에 꽂혀 있던 링거 바늘을 뽑아내고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마치 야구 배트를 휘두르듯 프라이팬을 힘차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스탯 확인!”
[각성자 : 민지은 (Lv.13)] [기본 스탯]– 기력 : 700 마나 : 680
– 힘 : 40 지능 : 55 민첩 : 50 행운 : 10 정신력 : 35
– 공격력 +20 (착용 장비에 클래스 전용 아이템이 있습니다. 영구적으로 특별 스탯을 획득했습니다!)
방어력은 아이템을 착용하면 당연히 올라갔지만, 헌터가 아니었기에 절대로 올라가지 않았던 공격력이 선명하게 스탯창에 나타난 것을 확인한 지은이 주먹을 꽉 쥐고는 환호했다.
“나도 혼자서 제대로 된 레벨 업을 할 수 있어!”
공격력 스탯이 그동안 전혀 표시되지 않았기에 어떤 무기를 사용해도 슬라임을 맨손으로 때려잡는 것이나 다름없었던 지난 열흘 동안의 설움이 씻은 듯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기본적인 공격력 스탯이 없으니 체력 50의 슬라임을 말 그대로 순수한 타격만으로 때려잡았던 처참했던 지난 열흘.
주먹이든, 발이든 손에든 방패든, 검이든 타격 1회당 데미지 1로 표기되는 순수 타격 횟수 충족으로밖에 쓰러트리지 못했던 슬라임을 이제는 단순 계산으로도 기본 공격력 20은 물론이고 총 기력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고정 피해까지 더해 70의 추가 공격력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든 프라이팬을 휘둘러 슬라임을 때리기만 하면 무려 90이라는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물론 몬스터별로 지니고 있는 기본 공격 방어력을 감안하면 90의 데미지가 온전히 들어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체력 50의 슬라임이라면 한 대만으로도 부서진 젤리 덩어리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똑똑똑.
“반드시 복수한다!!”
<…….>
말은 안 했지만, 던전 안의 몬스터들 중에서도 가장 최약체인 슬라임에게 얻어맞고 다른 헌터들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약한 독성에 중독되어 죽을 뻔했다는 사실이 꽤 마음의 상처로 남았는지, 슬라임들에 대한 울분을 프라이팬을 힘껏 휘두르는 지은을 바라보던 까망이가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드르륵!
닫혀 있던 병실 문이 열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진정한 의미의 슬라임 학살자가 될 생각에 잔뜩 흥분한 지은은 몰랐지만, 나가 있었던 주혁과 유라가 상의 끝에 지은을 너무 혼자 오래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돌아왔던 것이었다.
노크를 해 봤지만, 들어오라는 대답 없이 지은의 격양된 목소리만이 어렴풋하게 들리고 있었기에 마음이 조급해진 주혁과 유라가 참지 못하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고.
“지은 씨……!”
“지은아!”
“딱 기다려라, 슬라임들아! 모두 죽여 버릴 테다!”
혼자서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을 지은을 다급하게 말리려 들어왔던 주혁과 유라는 마치 타석에 들어선 홈런 타자처럼 프라이팬을 휘두르고 있는 지은과 눈이 그대로 마주치고는 얼어붙었다.
“…….”
“…….”
“…….”
병실 안에 고요한 적막이 맴돌았다.
프라이팬을 휘두른 자세 그대로 얼어붙은 지은도, 지은이 슬라임들을 모두 죽여 버리겠다며 소리를 치는 것을 들은 유라와 주혁도, 어색한 표정으로 각자 시선을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돌려 병실 천장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었다.
<하아…….>
“크흠…….”
사람 3명이 말을 하지 않으니,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정령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만 조용한 병실에 울려 퍼졌다.
까망이의 그 한숨 소리에 유라가 먼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지은에게 말했다.
“우리 지은이…… 슬라임에게 복수하고 싶었구나.”
유라가 먼저 꺼낸 말에 주혁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뻣뻣하게 굳어 있는 지은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곧바로 맞장구를 쳐 왔다.
“받은 것은 당연히 갚아 줘야죠. 지은 씨, 성장하셨습니다.”
“…….”
“각성자로서 지은 씨가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아 기쁘군요.”
그리고 그런 주혁의 말에 까망이가 푸흡!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안 그래도 ‘성장하라!’라는 한정 퀘스트의 대과제의 조건 중 내면의 성장을 달성했던 지은이었다. 주혁이 의도한 것은 당연히 아니었겠지만, 실제로 성장한 것이 맞았기에 지은의 얼굴이 빠르게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소망을 담아 고개를 숙인 지은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를 간신히 쥐어짜 내 중얼거렸다.
“제발 아무것도 못 보고, 못 들은 척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