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1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10화(11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10화
‘세상에!’
떨리는 마음을 가득 안고 들어선 면접장.
긴장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세 명의 면접관 중 가운데에 앉아 있는 사람을 확인한 하소연은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압박감을 느껴야 했다.
“383번 지원자 하소연 씨 맞나요?”
“세상에…….”
‘미쳤다. 진짜 김성진!’
각종 매체에서만 봤던 우락부락한 근육이 각자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는 성진의 모습에 면접장 문을 열고 들어오던 하소연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앉으시죠.”
자기소개서와 지원 서류를 살펴보고 있는 성진의 모습을 바라보며 하소연이 방의 중앙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그런 하소연에게 성진이 말했다.
“불의 정령사시군요.”
“네! 그렇습니다!”
“등급은…… 하급이시고, 샐러맨더 최대 몇 마리까지 소환 가능하시죠?”
“어, 그러니까 토치, 터보, 이터…… 세 마리입니다!”
“토치, 터보, 이터? 그게 뭐죠?”
“아, 이름입니다! 불의 정령이라 토치, 터보, 라이터라고 제가 이름을 지어 줬…….”
“푸흡!”
진지한 표정으로 샐러맨더의 이름을 나열하는 하소연의 말에 성진의 오른쪽에 있던 다른 면접관이 웃음을 터트렸다. 머쓱한 표정으로 면접관을 바라보던 하소연은 이내 그런 면접관을 따라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은 점수를 딴 건가?’
그동안 하급 불의 정령사라는 이유로 길드 면접은커녕 매번서류 전형에서 탈락했기에 오늘 청명 길드의 면접이 처음인 하소연이었다.
웃음을 참는 다른 면접관들과 다르게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성진의 모습에 하소연은 아르바이트로 다져진 서비스직 미소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소환한 정령들을 구분할 수 있나요?”
“네?”
“토치, 터보, 이터. 좋은 이름입니다. 제가 궁금한 건 소환한 정령들이 누가 토치고, 누가 이터인지 구분이 가능하냐는 말이었습니다.”
“그건…….”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흐리는 하소연의 모습에 성진의 눈썹이 꿈틀댔다.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하급 정령사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쉰 성진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던 순간이었다.
“제가 괜한 질문을 한 것 같군요. 그럼 하소연 씨…….”
“소환한 정령을 구분 못 하는 정령사도 있나요?”
“네?”
다음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소개서의 뒷장을 넘기려던 성진의 손이 멈칫했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인 하소연이 그런 성진의 반응에 가슴을 쫙 펴고 말했다.
“제가 한 번에 정령을 뭐 100마리씩 소환하는 상급 정령사도 아니고, 고작 세 마리인걸요. 당연히 제 아이들은 다 구분 가능합니다.”
“정말인가요?”
“그럼요! 토치는 제 아이들 중에 가장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요. 터보는 소환되면 한 번도 쉬지 않고 제 주위를 맴돌아요. 이터는 조금 소심한 편인데 화력은 제일 강하고요!”
“아, 정령의 특징으로 구분한다는 말씀인가요?”
“아뇨! 물론 그냥 딱 봐도 알죠. 제 아이들이잖아요. 지금은 세 마리밖에 소환할 수 없지만, 나중에 레벨이 올라서 제가 100마리를 소환한다고 해도 전 다 구분할 수 있을 겁니다!”
절대 허언이 아니라는 듯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말하는 하소연의 모습에 성진이 보고 있던 하소연의 지원서를 덮고는 두 손을 모은 채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정령 소환을 한 번 보여 주실 수 있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무려 랭킹 5위의 랭커인 성진이 자신의 권능을 보여 달라고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정령술을 보여 달라고 하는 성진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하소연이 마나를 손에 끌어 올렸다.
오랜만에 정령 소환을 위해 마나를 불어넣자 자신들을 부르고 있는 것을 눈치챘는지 곧바로 붉은 기운이 하소연의 손에 깃들기 시작했다.
퐁! 퐁! 퐁!
불의 정령왕이던 이그니스의 몸에서 새롭게 태어나던 샐러맨더들처럼 일제히 모습을 드러낸 샐러맨더 세 마리가 면접장 안에 나타났다.
하급이라 할지라도 엄연한 불의 정령.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후끈한 열기가 면접장 안을 금세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토치! 터보, 이터! 화력을 줄여. 지금은 일하러 불러낸 거 아니야.”
오랜만에 불러 줬다는 사실에 기뻤는지 연신 자신의 주위를 빙글빙글 맴도는 작은 도마뱀 형태의 귀여운 불의 정령 샐러맨더 세 마리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며 하소연이 즐거운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이 면접장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멋쩍은 표정으로 성진을 바라보았다.
“얘가 토치, 얘는 터보, 얘는 이터입니다!”
“정말이었군요.”
하소연이 자신들의 이름을 부르는 순서에 맞춰 기분 좋은 갸르릉 소리와 함께 작은 불꽃을 뿜어내는 샐러맨더들을 보며 성진이 씨익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하소연 씨.”
“네!”
“2차 면접 합격…… 아니, 최종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밖으로 나가셔서 저희 직원의 안내에 따라 주시면 됩니다.”
“네에!?”
면접장에 들어와 자신이 한 일이라곤 토치, 터보, 이터 세 마리의 정령을 불러내고 이름을 불러 준 일밖에 없는데, 2차 면접은 물론이고 3차 역량 평가까지 건너뛰고 최종 합격을 통보하는 성진의 말에 하소연의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최종 합격 축하드립니다. 자세한 연봉 협상 일자는 추후 개별적으로 공지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제가 정말 청명 길드에 합격을 했다고요?”
“네, 혹시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뇨! 그럴 리가요!”
믿기지 않았다. 양성소 수료 이후 1년 동안 3대 길드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 아래의 중소 길드들에 무수히 지원했지만 한 번도 서류 합격의 문턱도 넘어 보지 못했던 하소연이었다. 자신이 청명 길드에 합격했다는 사실에 감격한 하소연이 연신 고개를 꾸벅 숙이며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 보셔도 좋습니다.”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성진에게 마치 하인처럼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연신 꾸벅 숙여 보이며 뒷걸음질로 면접장을 빠져나가던 하소연의 뒤로 성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하소연 씨!”
“네? 네!”
“여기 자기소개서 특기란에 적힌 내용…… 한 치의 거짓도 없겠죠?”
갑자기 특기를 물어보는 성진의 말에 별다른 특기가 없는 하소연이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자신이 무엇을 써 놨는지 떠올리고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어떻게 구우면 삼겹살이 특별히 맛있을지, 하소연 씨의 특기. 기대해 보겠습니다.”
내세울 것이 없어 서류 면접에서 당연히 떨어질 거라 생각했던 하소연이 특기란에 적어 뒀던 것은 다름 아닌 ‘삼겹살 누구보다 맛있게 굽기’였다.
“이리로 오실게요.”
합격자를 안내하는 직원의 설명과 함께 최종 합격자들 중 신입 헌터들이 모이는 곳인 대강당으로 이동하던 하소연은 아직도 자신에게 일어난 이 행운이 정말 꿈은 아닌지 수없이 자신의 뺨을 꼬집으며 확인해야 했다.
꼬집을 때마다 확실히 전해지는 고통은 정말로 자신이 청명 길드에 최종 합격을 했다는 사실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아픈지도 모르겠어!’
남들은 양성소 수료 전부터 이미 수많은 길드들로부터 컨택이 온다고 했는데, 자신은 준수한 성적이었음에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던 비참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지금까지의 모든 시련이 다 청명 길드에 합격하기 위한 발판이었다니!
‘엄마! 나 정규직 먹었어!’
대한민국 빅3 길드. 그중에서도 5층 토벌의 주역인 청명 길드에 합격했다.
업계 최고의 대우는 물론이고 이제 ‘아직도 취직 못 했어?’라며 단톡방에서 자신을 무시하던 양성소 동기들이나, 옆집 현지네 아주머니에게 번번이 딸을 두고 겨루는 듀얼에서 패배하고 돌아오는 어머니에게 그 누구보다 당당한 딸이 되었다는 사실에 하소연은 흥겨운 콧노래를 부르며 아무도 없는 합격자 복도를 잔망스러운 스텝을 밟으며 걸어갔다.
“복권이라도 사야 하나?”
거기에 동경하던 랭커 중의 랭커 김성진이 주관하는 면접에서 자신이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은 하소연은 날아갈 것만큼 황홀한 기분에 취해 있었다.
매일같이 천상계 랭커들의 팬 카페에 가입해 덕질하던 팬으로서 천상계 랭커를 직접 눈으로 봤는데, 심지어 그 앞에서 자신의 정령술을 선보이기까지 했으니 성공한 덕후라 불릴 자격이 충분했다.
“아얏!”
행복함에 도취되어 멍하니 걸어가던 하소연은 벽에 이마를 부딪힌 것 같은 고통을 느끼고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픈 이마를 부여잡고 앞을 바라보니, 그제야 자신이 부딪힌 게 벽이 아니라 어떤 남자의 등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하소연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다른데 정신이 팔려서…….”
“괜찮습니다.”
고개를 숙였던 하소연은 괜찮다고 말하며 뒤를 돌아보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고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의 이 남자는……
5년 전 홀연히 나타난, 검을 잡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존경을 표하는 모든 검사들의 이상이자 지향점.
각성의 시대가 열리고 새롭게 피어난 수많은 권능 속에서도 유일하게 권능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순수한 무도(武道)의 길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헌터.
부여된 권능이 아닌 스스로 개척한 자신의 경지만으로 권능을 앞세운 검사들보다 가장 높은 정점에 선 남자.
레벨 업을 중요시하는 다른 헌터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문파에 틀어박힌 채 ‘검의 끝을 보겠다.’라며 순수한 검의 길에 정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천상계 랭커로, 검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젊은 문파의 주인.
대대로 검의 정점에 선 자에게 수여된다는 보검 ‘사인검’의 주인이자 그 어떤 길드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홀로 존재하는 자.
대한제일검(大韓第一劍)이자.
공식 랭킹 6위.
“남운…….”
평생 살면서 직접 마주칠 것이라곤 생각해 본 적 없는 규격 외의 강자들을 오늘 두 명이나 직접 보게 된 하소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세상에…… 계 탔다! 계 탔다고!’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고 충격에 빠진 듯 몸을 부르르 떠는 하소연의 목에 걸린 합격자 명찰을 확인한 운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같은 합격자시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네? 같은 합격자요?”
“대강당으로 가시던 길입니까?”
“네…….”
“잘됐군요.”
그렇게 말한 남운이 자신의 파란 명찰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도 ‘신입’ 헌터라서요.”
“네에에에에!?”
“그리고 마침 잘됐습니다.”
자신이 하소연과 똑같은 신입 헌터라며 말을 꺼낸 남운이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한참을 주저하다 말했다.
“산속에만 살아서 이런 건물에 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데, 대강당으로 가시는 길이라면 같이 가 주실 수 있겠습니까?”
“…….”
“길치는 아닙니다만, 제가 제대로 설명을 못 들어서.”
그렇게 변명하듯 말하는 남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하소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남자…….’
대한제일검이자 종합 랭킹 6위에 빛나는 천상계 헌터 남운.
‘엄청 심각한 길치구나!’
순박한 시골 청년의 모습을 한껏 뽐내며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이 남자는 자신은 아니라고 했지만, 옆으로 봐도 앞으로 봐도 사방팔방으로 봐도 빼도 박도 못 할 정도로 심각한 길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