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1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13화(11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13화
헌터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숙련도를 따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지은에겐 존재했다. 최근 레벨 업에 열중하느라 던전 내 음식 판매에 집중하지 않았었는데, 지은에겐 푸드 코너라는 숙련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푸드 코너로 클래스 숙련도를…….”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에게 날아드는 미로 박쥐를 프라이팬으로 쳐 내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주혁은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지은을 두고 엄청난 몸치라고 칭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다른 길드원들의 말만 들었을 때는 지은을 지도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접한 지은은 습득력도 좋고 특히 몬스터와의 일대일에선 번뜩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뒤에서 날아드는 몬스터를 그렇게 쉽게 쳐 내다니, 정말 좋은 움직입니다.”
“어쩌다 보니까 된 거죠. 깜짝 놀라서 후려친 거에 맞은 거예요.”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 정확하게 맞췄는데요?”
정말 제대로 맞췄는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미로 박쥐는 [상태 이상 : 스턴]에 걸려 있는 상태였다. 그런 박쥐를 향해 망설임 없이 프라이팬을 다시 휘두른 지은이 으으, 하며 신음을 흘렸다.
“너무 타격감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몬스터를 상대할 땐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죠?”
“망설이지 말고 확실하게 막타까지 제대로 쳐라!”
“잘하셨습니다.”
벌써 몇 번째일지 모를 미로 박쥐 처치 알림을 들으며 어느덧 14레벨에 부쩍 가까워진 것을 느낀 지은이 자신의 경험치 창을 바라보다 말했다.
“그런데요.”
“네?”
“오늘 던전에 온 이유가 제 조원분들을 만나러 온 거 아니었나요?”
“네, 맞습니다.”
오늘이 바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신입 헌터들의 멘토링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것은 지은도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집합 장소로 가야겠거니, 했지만 아침 일찍부터 집 앞까지 찾아온 주혁과 함께 던전에 미리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지은이었다.
“그런데 왜 저는 지금 주혁 씨랑 둘이서 박쥐를 때려잡게 됐을까요?”
“그건 말이죠…….”
당연한 지은의 질문에 주혁이 피식 웃음 짓고는 말을 이으려던 순간이었다.
동굴 입구 쪽에서 환한 불빛과 함께 누군가가 몬스터와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린 지은의 눈에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유라의 모습이 들어왔다.
“지은아!”
“유라 언니?”
갑작스런 유라의 등장에 놀란 지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주혁에 이어서 멘토링의 멘토를 맡게 됐다던 유라는 등에 엄청난 크기의 배낭을 메고 있었다. 그 배낭이 왠지 모르게 불길하게 느껴져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언니? A조의 멘토라고 안 하셨어요?”
“맞아! 내가 A조 멘토인걸?”
“그런데 왜 여기에 있어요?”
그런 지은의 물음에 전속력으로 달려왔음에도 호흡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오히려 오랜만의 던전 나들이에 신났다는 듯 온몸에서 붉은 기운을 내뿜고 있는 유라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야 지은이 너도 A조니까.”
“네? 그럼 A조의 다른 헌터분들은 어디에…….”
“설명할 시간 없을걸?”
“그게 무슨…….”
드드드드드!
왠지 모르게 웃고 있는 유라의 모습이 으스스하게 느껴질 때쯤, 입구 쪽에서 큰소리와 함께 동굴 바닥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멀리서 뿌연 흙먼지가 계속해서 자신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에 당황한 지은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을 때였다.
“으아아아아!”
“하소연 씨, 소리 지르면 안 됩니다! 충분히 처치할 수 있는 몬스터들이에요!”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
“샐러맨더를 소환해서 몬스터들을 일단 분리하세요!”
뿌연 흙먼지의 맨 앞에서 ‘걸음아 나 살려라.’하며 전속력으로 뛰어 오고 있는 남자와 여자를 멍하니 바라보던 지은이, 그 뒤로 동굴의 몬스터들은 물론이고 1구역의 몬스터들까지 우르르 몰려오고 있는 엄청난 광경을 확인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끼야아아악!”
그리고 그런 지은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유라가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자! 지은아, 네 파티원들이야. 인사해!”
“인사할 상황이 전혀 아닌 거 같은데요!”
* * *
“후! 하! 후! 하!”
정령사로 보이는 여자가 간신히 소환한 샐러맨더 3마리가 뿜어낸 불의 장막이 거센 기세로 달려오던 몬스터들을 막아서는 동안, 여자가 동굴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채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여자에게 수통에 담긴 물을 건네며 지은이 말했다.
“물 좀 드시겠어요?”
“감사합니다…… 흐어어억.”
지은이 건넨 수통을 받아 든 여자가 단숨에 수통을 기울여 정신없이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사레가 걸렸는지 연신 켁켁 대는 모습은 지은이 보기에도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자! A조가 모두 모였네요. 남운 씨는 파티원을 잘 데리고 오셨고요.”
“……저에겐 몬스터를 상대하지 말라고 하시더니, 갑자기 광역 도발 스킬을 쓰고 그렇게 달려 나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유라에게 뭐라 더 말을 하려던 남자는 지은도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로컬 랭킹 6위인 남운이 신입 길드원으로 합류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런 남운과 같은 조가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지은이었다.
“A조가 다 모였다는 말은…….”
“이번 프로그램 과정을 함께할 같은 조원들끼리 인사부터 나누시는 건 어떨까요?”
지은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한 유라의 몸에 둘러진 붉은 기운이 해제되자마자 금방이라도 불기둥을 뚫고 넘어오려던 몬스터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뒤돌아 나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불기둥 안쪽으로 넘어왔던 몬스터까지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어 보인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하소연이라고 합니다! 클래스는 정령사, 속성은 보시다시피 불속성이에요!”
“남운입니다.”
“민지은이에요…….”
“그럼 통성명도 끝난 거 같으니, 이제 파티를 맺으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없으니 빨리 파티를 맺으라며 재촉하는 말에 지은이 이게 무슨 상황이냐며 열심히 시선을 보내 봤지만 유라는 철저하게 외면할 뿐이었다.
그 모습에 또 한 번 당황한 지은의 머리 위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파티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파티 정원 3명. 현재 파티원 남운(Lv.15), 하소연(Lv.15)] [파티 가입을 수락하시겠습니까? Y/N]처음으로 받아보는 파티 신청 알림이었다. 방금 통성명을 막 마친 남운과 하소연의 레벨이 옆에 표시되어 있었는데, 랭킹 6위인 남운이 고작 15레벨이라는 사실에 놀란 지은이 손을 들어 파티 가입을 수락했다.
“자! 그럼 A조원이 모두 모였으니, 이제 이번 프로그램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사전에 공지드린 내용은 다들 숙지하고 계시죠?”
파티를 맺은 A조원 지은, 남운, 소연을 바라보며 유라가 메고 있던 배낭을 내려놓고는 이내 배낭에서 이것저것 물품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유라가 배낭에서 꺼낸 물품들은 다름 아닌 물과 육포더미였다. 아무렇지 않게 유라의 앞에 줄 서서 한 사람분의 물과 육포를 받아드는 남운과 하소연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은이 말했다.
“공지한 내용이요?”
“이번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동안 스케줄을 다 비우라고 하셨…… 혹시 전달받지 못하셨나요?”
“아, 그러고 보니…….”
이번 멘토링 프로그램은 한 달간 이뤄진다고 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신입 헌터들은 당연히 모든 스케줄에 참석할 의무가 있었기에 개인 스케줄을 모두 비우라는 공지를 받았었다.
그리고 그건 이번 기수에 길드에 입단하진 않았지만, 프로그램에 함께 참석하게 될 지은 역시 받았던 공지 사항이었다.
그 사실을 떠올리긴 했지만, 지은은 지금 눈앞에서 왜 족히 일주일분은 되는 물과 육포를 유라가 나눠 주고 있는지 생각하다가 불길한 예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마…….”
언제나 그랬지만 좋은 예감은 항상 빗나가고 슬픈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 와중에 유라는 어디서 났는지 붉은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낀 완벽한 교관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A조 멘토이자 교관으로서 여러분들과 함께 신입 헌터 교육을 담당하게 된 한유라입니다.”
“언니…… 설마요. 아니죠?”
평소라면 자신의 말을 절대 무시하지 않았을 유라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며 지은이 다급히 고개를 돌려 주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새 유라와 마찬가지로 붉은 모자를 눌러쓰고 지은의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하고 있는 주혁을 발견한 지은이 이어지는 유라의 말에 허탈하게 웃음을 지었다.
“지옥주 훈련에 입소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옥주?”
“A조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일주일 동안 던전에서 나가실 수 없습니다.”
“하하…….”
딱딱하게 변한 유라의 말투와 그 내용에 이 상황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유라와 주혁을 바라보는 지은만큼이나, 유라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깨달은 하소연과 남운의 얼굴도 와락 구겨졌다.
“양…… 양성소 지옥주!”
“예비군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이게 무슨.”
양성소 출신인 헌터들답게 지옥주 입소라는 말에 몸을 부르르 떠는 하소연과 남운을 보며, 지옥주가 뭔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일주일간 육포와 물만 먹으며 던전에서 사냥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 지은이 살며시 손을 들고 말했다.
“식사는 물하고 육포밖에 못 먹는 건가요?”
“히익! 민지은 씨, 뭐 하는 거예요!”
순수한 질문이었는데, 패기롭게 손을 번쩍 들고 유라에게 질문을 하는 지은의 모습에 당황한 하소연이 급하게 지은의 손을 잡아 내리고는 말했다.
“지은 씨! 양성소 수료 안 했어요?”
“아, 저는 헌터가 아니라서요.”
“네? 그게 무슨?”
헌터가 아니라는 지은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뭐라 더 말을 하려던 하소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라가 버럭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누가 교관 앞에서 떠듭니까, 교육생!”
“죄송합니다!”
“개인 전용 무기 꺼내고 정면 베기 100회 실시합니다!”
처음 보는 유라의 모습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지은과 달리, 유라의 호통이 떨어지자마자 반사적으로 인벤토리에서 스태프를 꺼내 들어 검처럼 잡은 하소연은 물론이고 검집에서 검을 빼내 든 남운까지 기합과 함께 정면 베기를 시작하는 모습에 당황한 지은은 자신의 전용 무기인 프라이팬을 양손으로 고쳐 잡아야 했다.
“빨리빨리 안 하고 뭐 합니까, 민지은 교육생!”
“네! 죄송합니다!”
“소리가 작다!”
“죄송합니다!”
얼떨결에 프라이팬으로 정면 베기 100회를 실시하게 된 지은의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라는 표정을 보며 행여나 눈이 마주칠까 아예 고개를 돌린 주혁이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지은 씨.”
꼭 자신이 지은의 조를 맡겠다고 고집을 부렸던 유라였다. 지난번 슬라임 독에 지은이 중독되었던 사건 이후로 그동안 지은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유라의 말이 떠올랐다.
‘지은이가 그렇게 안 봤는데, 악바리 근성도 있는 것 같아.’
‘그거랑 교관을 꼭 네가 맡아야 한다는 네 주장이랑 무슨 상관이야?’
‘지은이는 헌터가 아니야. 그런데 시키면 다 하는 악바리 근성이 있어. 앞으로의 토벌전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이기도 해. 그러니까 헌터의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철저한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아.’
‘어떻게?’
‘이번 멘토링 기간 동안 내가 지은이를 헌터로 만들어 보이겠어.’
그렇다고각 조별 교관들에게 일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이렇게 양성소 심화 버전으로 짜 올 줄은 전혀 몰랐던 주혁이였다.
프라이팬을 휘두르는 지은을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유라를 바라보며 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야 했다.
‘그거 맞아, 한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