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1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14화(11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14화
기합으로 가볍게 실시했던 정면 베기 100회 이후로 잠깐 서로 제대로 인사할 시간은 줘야 하지 않겠냐는 주혁의 말에 간신히 마련된 A조 조원들만의 시간.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있는 하소연과 남운에게 다가가려던 지은이 자신을 부르는 주혁의 손짓을 보고 그의 곁에 다가가 앉았다.
“왜 불렀어요?”
“지은 씨의 질문에 대답을 해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질문이요?”
“왜 둘이서 박쥐를 때려잡고 있냐는 지은 씨의 질문이요.”
그제야 유라의 깜짝 등장에 잠시 잊고 있었던 주혁과의 대화를 떠올린 지은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맞아, 왜 저랑 같이 던전에 들어온 거예요?”
“그야 이 A조가 이번 신입 헌터들 중 가장 유망한 인재들이 모인 조이기 때문이죠.”
“아, 남운…….”
고작 레벨 15인 로컬 랭킹 6위 남운.
랭킹이 무슨 기준으로 산출되는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레벨로만 판단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진 헌터라는 뜻이 분명했다. 유라는 물론이고 자신과 함께 있던 주혁에게도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는 것으로 서로 인사를 나눴던 남운이었다.
“남운 헌터뿐만 아니라 하소연 씨도 마찬가집니다.”
“하소연 씨도요?”
“정령사인 그녀의 속성이 뭔지 보셨지 않습니까?”
“아!”
중급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들이 매우 적은 이유는 당연했다. 각 속성의 정령왕들이 온전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토벌당한 빛과 대지의 정령왕, 타락의 기운에 물들어 있을 물, 바람, 어둠의 정령왕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불의 정령왕이였다.
다른 속성의 정령사라면 몰라도 지금 시점에서 하소연의 속성을 굳이 집어서 이야기하는 데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5층에서 지은이 정화한 이그니스가 상급 정령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면, 불의 정령사들은 다시 한번 상급 정령과 계약을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급 정령사이지만, 정령과의 친화도는 중급 정령사보다 훨씬 높은 게 분명합니다. 자신이 소환한 정령과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교감까지 자유롭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어…… 계약한 정령과는 그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지은 씨와 계약한 민까망 씨는 예외로 치고요.”
“아하.”
“그런 이유로 A조에 눈도장을 찍어 주러 올 필요가 있었습니다.”
“막 입사한 신입 사원을 직접 보러 오신 회장님 느낌이군요.”
주혁의 말에 지은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장이자 로컬 랭킹 1위인 주혁은 그 존재만으로도 A조의 신입 헌터인 하소연과 남운에게 어떤 식으로든 자극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었다.
“어휴, 그럼 저는 유망한 동기들 사이에 낀 낙하산인가요?”
“낙하산이라…….”
지은의 투정 아닌 투정에 주혁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게 그렇게 되나요?’라고 중얼거렸다. 그 탓에 내심 심술이 난 지은이 입을 삐죽였다.
누누이 가장 대단한 각성자라고 치켜세워 줄 땐 언제고, 이젠 낙하산 취급이라니?
“진짜 낙하산이었어요, 저?”
“제가 회장님이라고 한다면, 지은 씨는 제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신입 사원인 셈이죠.”
“네?”
“그래서 직접 잘 부탁한다고 압박을 넣으러 온 겁니다. 제가 말한 A조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
“지은 씨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주혁의 얼굴은 매우 진지했다. 그런 주혁의 얼굴을 보고서야 그의 진심을 깨달은 지은이 멋쩍은 듯 큼큼하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주혁이 ‘정말입니다. 지은 씨보다 중요한 신입은 없어요.’라고 덧붙인 탓에 더욱 부끄러워진 지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제 유능한 동기들과 친목을 좀 다지러 갈게요.”
연신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는 하소연과 대놓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남운의 시선을 더 이상 못 본 척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통성명만 간신히 한 상태였기 때문에, 본격적인 파티 사냥을 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서로에 대해 알아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 * *
“지옥주라니! 지옥주라니!”
“지옥주가 도대체 뭐길래 그러세요?”
둥글게 둘러앉아 있는 와중에 고개를 연신 저으며 ‘이건 꿈이야!’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하소연은 지은의 질문을 신경 쓸 틈이 없어 보였다. 지은의 물음에 남운이 한숨을 내쉬고는 대신 대답했다.
“지옥주는 양성소 과정의 마지막 던전 실습을 말합니다.”
“던전 실습이요?”
“지금처럼 전문 교관들의 감독하에 이뤄지는 마지막 평가인데…….”
거기까지 말한 남운도 씁쓸하다는 듯 와락 얼굴을 구겼다.
하소연이나 남운의 반응에서 지옥주가 얼마나 끔찍한 과정인지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정도였지만, 이어지는 남운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일주일간 지금처럼 훈련 기수들끼리 조를 짜서 던전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일주일이요?”
이름도 끔찍한 지옥주. 거기에 지금 두 사람의 반응이 PTSD라도 찾아온 것처럼 너무나 리얼했기에 얼마나 힘든 과정일지 두려웠던 지은은 이내 지난 한 달 동안 이어졌던 토벌전을 떠올리고는 말했다.
“일주일이라면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지옥주가 지옥주라 불리는 이유가 있어요.”
그런 지은의 반응에 드디어 자신이 마주한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주먹을 불끈 쥔 하소연이 남운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지옥주 기간에는 기본적으로 물과 육포밖에 먹지 못해요!”
“으엑.”
던전 안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배가 고파 오기 마련이었다. 지은만 하더라도 지금 던전에 들어온 지 반나절이 지난 시점이었다. 몸을 움직여 계속해서 몬스터를 사냥하다 보니 평소 끼니를 잘 챙겨 먹지 않던 지은조차 배가 고파 오기 시작했는데, 먹을 것이 물과 육포밖에 없다는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그게 다가 아니에요.”
“그럼 또 뭔가 있나요?”
“이 기간 동안엔 잠도 제대로 재우지 않는다고요!”
“세상에…….”
물과 육포만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것은 기존의 헌터들도 다들 해 오던 일이었다.
던전 안에 들어와서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헌터인 이상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지만, 잠을 못 자는 것은 이야기가 달랐다.
“일주일 동안 잠을 안 재운다고요? 에이, 설마…….”
“쪽잠밖에 자지 못할 겁니다. 그것도 10분 이상 눈을 붙이려고 하면 귀신같이 교관들이 나타나서 깨우곤 했죠.”
잠을 안 자고 어떻게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까. 거짓말인 줄 알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두 사람의 얼굴에선 조금의 거짓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지옥주를 처음으로 도입한 게 바로 한유라 헌터예요.”
“…….”
“악마…… 전설의 악마 교관!”
양성소 교육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교관이 바로 유라였다니.
유라의 정체가 양성소에 전설로 내려오는 악마 교관이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지은이 고개를 돌렸다.
자신들과 멀찍이 떨어져 앉아 주혁과 뭐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유라는 붉은 모자와 교관 완장이 정말로 잘 어울렸다.
“민지은 씨?”
“네?”
“아까 헌터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정말입니까?”
“맞아! 헌터가 아니라는 게 무슨 소리예요?”
“아…… 그게요.”
지옥주에 대한 설명에서 넘어가 자신의 클래스에 대한 주제가 나오자 지은이 곤란한 듯 말을 줄였다.
같은 파티가 되긴 했지만, 이 두 사람은 자신과는 다른 엄연한 헌터였다.
각 조별 평가도 함께 이뤄질 이번 멘토링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은 것은 당연했기에, 헌터가 아닌 자신이 방해가 된다고 여길지도 몰라 지은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말씀드린 대로 저는 헌터가 아니에요.”
“아아! 기억났다!”
지은이 뭐라 더 말을 하기도 전에 손뼉을 치며 말을 싹둑 자른 하소연이 지은을 가리키며 남운에게 말했다.
“푸드 트럭 사장님! 세상에, 남운 씨!”
“저를 아세요?”
“알죠! 저 참김볶파예요!”
“참김볶파요?”
자신을 참김볶파라고 말한 하소연의 말에 지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참치김치볶음밥이라면 토벌전 하루 전에 던전에서 자율 판매를 했을 때 만들었던 메뉴였다. 거기까지 떠올린 지은도 이내 손뼉을 치고는 말했다.
“그때 거기에 계셨구나!”
“네! 저 33번 손님이었어요! 유령 나무의 숲에서!”
생각지도 못한 스몰토크 주제에 어색하던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하게 바뀌었다.
유령 나무의 숲에서 참치김치볶음밥을 팔았던 날, 거기에 있었던 손님들 중 한 명이 자신이었다고 말하는 하소연의 이야기엔 지은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낯이 익더라니! 저 그때 아무도 파티에 안 받아 줘서 혼자 레벨 10짜리 몬스터나 잡고 있었거든요.”
“세상에, 혼자서요? 정령사는 혼자 사냥하기 정말 힘들다고 하던데.”
“그쵸. 게다가 아무래도 저 같은 하급 정령사는 다들 파티에 받아 주는 걸 꺼려해서요. 혼자서 15레벨까지 올리기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 중요한 게 이게 아니지! 저 근데 정말 그날 참김볶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한 기쁜 일이 있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고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에 지은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집에서 만들어 먹었는데 도통 그 맛이 안 난다며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려 달라는 하소연의 부탁에 자세한 요리 레시피를 설명해 주는 지은 사이에서, 남운은 그저 두 명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흠…….’
분명 지은에 대해서 이야기를 먼저 꺼낸 건 자신이었는데 뜻밖에도 구면이었던 걸로 판명된 두 사람의 수다가 정신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남운은 자신도 대화에 끼워 달라고는 차마 말을 할 수 없었기에 그냥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조원들끼리 친목은 좀 다졌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네!”
“……저는 아직 조금 어색합니다만.”
22살과 23살. 거기에 공식적으로 빠른 년생인 하소연은 학교를 빨리 갔을 뿐이지 사실상 지은과 동갑이나 다름없었기에 두 사람은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금방 말을 놓고 친구가 되었지만, 그런 두 사람과는 달리 대화에 도통 끼어들지 못했던 남운의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그런데 저기 저분은 정말로…….”
유라와 같은 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서 있는 주혁을 가리키며 하소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송주혁 씨 맞나요?”
반짝반짝 눈을 빛내고 있는 하소연의 말에 뭐라 대답을 하려다가 유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자신을 A조 멘토라고 소개했을 때에도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던가.
헌터 게시판에서 랭커들을 덕질하던 하소연은 유라의 팬 카페 1기로 가입했다고 할 만큼의 진성 랭커 덕후였다.
특히 주혁과 유라, 그리고 성진에 대한 하소연의 덕심은 아무리 지옥주에 입소하게 되었다고 해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하소연에게 모자를 벗고 싱긋 웃어 보인 주혁이 유라의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꺄아악!”
“사인 필요하십니까?”
“네! 정말 필요해요! 필요하고 말고요!”
정말 감격했는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르는 하소연이었다.
그런 소연의 옆에 있다가 귀가 먹먹해진 기분을 느낀 지은과 남운이 말없이 손을 들어 한쪽 귀를 막았다.
왠지 모르게 처음으로 맺은 파티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거란 생각을 하며 지은이 어색하게 주혁과 눈을 마주치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