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1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15화(11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15화
빼곡하게 들어선 고층 건물들은 밤이 되니 저마다 빛을 내며 환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야경 감상에 특히 좋다는 서울 S호텔 전망대에서 흥미롭다는 듯 발아래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던 키드가 중얼거렸다.
“아름다운 광경이야. 그렇지 않아?”
낮에 봤던 옆 나라의 미세 먼지 폭탄에 시달리는 서울의 우중충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밤 풍경을 감상하며 키드가 내뱉은 말에 그의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말했다.
“평화롭군.”
“오랜만에 조국 땅을 밟은 소감이 어때? 너희 한국인들 이런 거 좋아하잖아.”
“…….”
“너무 지루해 보이지 않아? 성찬.”
성찬이라 불린 남자는 키드의 그런 말에도 묵묵부답으로 발아래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반응에 키드가 혀를 쯧, 하고 찼다.
마음 같아선 자신의 말에 바로바로 대답하지 않는 이 남자의 목을 당장이라도 꺾어 버리고 싶었지만, 이번 계획에서 자신 대신 손발이 되어 주고 있는 남자였다.
최성찬. 온건파인 이태백과의 싸움에서 밀려 미국으로 망명한 한국의 1세대 대표 랭커로서 한때 과격파의 수장이기도 했던 남자였다.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의 흔적은 모두 사라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했다. 키드가 입을 열었다.
“알아 온 건 어떻게 됐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더군.”
“그래? 의외군.”
“예전부터 권력의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았던 놈이거든.”
“그런 놈에게 배신당하지 않았나? 그런데 믿을 수 있어?”
“그 대단한 미국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네가 도와준다고 하는데, 이것저것 한참 머리로 자기 이익을 계산하고 있을 거다. 다만, 그쪽에서 너를 직접 만나고 싶어 하던데.”
“흠…….”
“만나 볼 텐가?”
“아니.”
“돕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한 건 키드, 네가 아니었나?”
당연히 만나 보겠다고 대답할 줄 알았던 키드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것에 성찬이 눈을 가늘게 떴다.
키드는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남자였다. 그런 성찬의 말에 씨익 웃어 보인 키드가 피고 있던 마력초를 비벼 끄고는 말했다.
“앞으로 재밌는 일들이 일어날 거야.”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거지?”
“이 지루한 일상에 활력소가 될 그런 일들이지.”
상식이 어긋난 세상에 인간은 놀랍도록 적응했다. 몬스터가 나타나 사람들을 해치고, 그런 몬스터들을 마법과 권능으로 사냥하는 헌터들의 존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금의 세상에서도.
“우리는 각성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존재야. 그런 우리들이 뭐 때문에 국가와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하지?”
“…….”
“그쪽이 직접 나를 찾아오게 될 거라고, 센터장에게 그렇게 전해.”
그렇게 말한 키드가 품속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물체를 꺼내 들었다.
커다란 알 모양의 물체를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끔찍한 기운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 성찬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그런 그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키드가 사랑스러운 연인을 보는 눈으로 알을 바라보다 입을 맞추며 중얼거렸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 * *
지옥주 훈련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지은은 던전 입장 5일 차가 되는 날 뼈저리게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몬스터를 불러들이는 도발 아이템인 ‘매혹의 향수’ 냄새가 가득 찬 던전 안에서, 지은은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참으며 곧 다가올 몬스터 떼에 대비하기 위해 설치해 둔 부비 트랩의 격발기를 고쳐 잡았다.
벌써 몇 번째일지 모를 몬스터 웨이브 대항 훈련에 지은은 이 미친 강도의 훈련을 반드시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헌터들이 왜 양성소와 예비군 훈련이라는 말만 들으면 몸서리를 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그나마 나았다. 애초에 이 멘토링 프로그램의 주된 목적은 신입 헌터들의 실전 감각을 늘리고 레벨 업을 시키는 것이었으니.
거기에 A조에는 남운이라는 괴물이 있었다. 검사 클래스의 모든 스킬 숙련도의 끝을 봤을지도 모른다는 그의 실력은 허풍이 아니었다.
드드드드드!
몬스터들에게 도발을 거는 아이템인 ‘매혹의 향수’ 냄새가 던전 안에 퍼져 나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미로 동굴의 중심부까지 들어와 있는 지금. 사방이 뚫린 넓은 공터에서 몰려드는 몬스터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이번 웨이브 대항 훈련의 중점이었다.
“지금입니다.”
남운의 신호에 지은이 손에 들고 있던 부비 트랩의 격발기를 눌렀다.
스킬을 사용해 몬스터를 제압하는 게 불가능한 지은에게 가장 알맞은 전투는 바로 여러 함정 아이템들을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콰아아앙!
지은이 직접 설치했던 지뢰가 연이어 폭발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최대한 몬스터들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격발기를 눌렀기에, 가장 가까운 쪽부터 연이어 터지며 폭발한 지뢰는 공터를 향해 맹렬히 달려오고 있던 몬스터들을 가루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미로 박쥐 20마리를 처치했습니다!] [동굴 늑대 10마리를 처치했습니다!] [동굴 지네 15마리를 처치했습니다!]연이어 울리는 대량의 몬스터 처치 알림!
한 마리씩 때려잡던 때와는 달리 연금술을 이용한 토벌 전문 아이템의 힘에 지은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렇게 많은 경험치가 한 번에 들어올 때의 쾌감은 솔로 플레이에선 절대로 느끼지 못할 기분이였다.
지옥주 5일차, 지은은 15레벨이 되어 있었다.
아무리 적정 레벨의 던전이라고 하지만 이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레벨 업 속도였다.
“짜릿해…… 연금술.”
격렬한 폭발로 맨 앞에 달려오고 있던 몬스터들을 날려 보냈지만, 끝난 게 아니었다. 주변에 끊임없이 리젠되는 몬스터들을 다시 상대할 준비를 곧바로 해야 했다.
사방이 트여 있는 공간이었기에 곧바로 다른 쪽에서도 몬스터들이 공터로 들이닥쳤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건 지은 혼자가 아니었다.
귀여운 도마뱀 형상의 샐러맨더 세 마리가 일제히 뿜어낸 강렬한 불기둥이 땅에서 솟구쳐 올랐다. 그와 동시에 다른 방향에서 나타난 몬스터들을 향해 남운이 날려 보낸 검기가 몬스터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흐음…….”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관람하며 질겅질겅 육포를 먹고 있던 유라가 지은에게 말했다.
“지은아, 가르쳐 준 대로 해 봐.”
일대일 싸움이 아닌,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법은 아직 익숙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상태였다.
애초에 레벨 차이가 심하게 나지 않는 적정 레벨의 몬스터인 이상, 몬스터의 공격을 최대한 피하면서 공격한다면 헌터가 아닌 지은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장비들로 무장한 상태였기도 했다.
방어 스킬이 없다는 단점은 스킬 부여가 되어 있는 방어구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다. 애초에 지은에게 요구되는 것은 같은 파티원인 남운이나 하소연처럼 직접적으로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감각을 기르는 일이었다.
남운과 하소연이 서로 보조하며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는 동안, 그 공격에 휘말리지 않은 세 마리의 지네가 지은과 눈이 마주쳤다.
단단한 겉껍질로 무장하고 커다란 집게를 가진 데다 끊임없이 요동치는 수많은 다리가 시각적으로 주는 혐오감은 대단했다.
“후…….”
자신을 인식하자마자 곧바로 바닥을 빠른 속도로 기어 오기 시작한 지네들을 보며 지은이 프라이팬을 두 손으로 꼭 쥔 채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쇄애액!
진행 방향 그대로 지은이 있던 자리를 덮치는 집게 모양의 이빨.
공략을 충분히 교육받았기에 지네의 공격 패턴은 이미 지은의 머릿속에 있었다.
일단 방향을 설정하면 첫 공격은 반드시 직선으로 들어오는 지네의 공격을 옆으로 굴러 피한 지은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네의 몸통을 힘차게 올려 쳤다.
까아앙!
딱딱한 지네의 겉껍질이 지은의 공격에 금이 갔다. 공격 스킬이 전혀 없다곤 하지만, 고정 데미지를 주는 지은의 공격이 몬스터에게 먹히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각 몬스터들마다 존재하는 약점을 공격해 치명타를 계속해서 누적한다면 훨씬 쉽게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었다.
동굴 지네는 겉보기엔 딱딱한 겉껍질로 빈틈없이 둘러싸여 있는 것 같았지만, 옆구리와 배는 그렇지 않았다.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할 옆구리에 지은의 공격이 정확하게 치명타를 터트린 것인지 공격받은 지네가 길쭉한 몸을 뒤집은 채 기절했다.
공격이 제대로 들어갔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됐다. 곧바로 공격을 받지 않은 다른 지네 두 마리가 지은을 향해 일제히 독침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된 독침을 두꺼운 아대를 낀 팔로 막아 낸 지은이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지은이 내딛은 걸음걸음마다 아슬아슬하게 독침이 바닥에 꽂혔다.
계속해서 독침을 퍼붓는 지네들의 공격을 멈추기 위해선 빠르게 지네에게 가까이 붙어야 했다. 길쭉한 몸을 가지고 있는 지네는 자유로운 방향 전환이 불가능한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에, 몸을 일으켜 독침을 뱉어 내는 지네들의 사이로 지은이 힘차게 뛰어들었다.
갑작스러운 지은의 방향 전환에 당황했는지 가까이 붙어 있던 지네 두 마리의 몸이 얽혔다.
두 마리가 부딪혀 얽힌 탓에 공격이 잠시 멈춘 사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은이 무방비하게 드러나 있던 지네들의 배를 있는 힘껏 후려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껍질로 둘러싸여 있지 않은 지네들의 배를 때리자 물컹한 감각이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으!”
기분 나쁜 물컹한 감각에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난 지은이 더욱 프라이팬을 빠르게 휘둘렀다. 정확히 지네 한 마리당 세 대씩을 후려치자 약점을 공략당한 지네들은 이내 가루가 되어 터져 나갔다.
곧바로 시선을 돌려 제일 처음 기절해 있던 지네에게 달려가 커다란 집게가 달려 있는 머리통을 내리쳐 확실하게 막타를 치는 것까지 잊지 않은 지은이 헉헉, 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와…….”
그런 지은의 움직임에 유라가 자신도 모르게 앉아 있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이번 훈련 기간 동안 눈부신 성과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은 남운도 하소연도 아닌 바로 지은이었다.
슬라임 한 마리와도 목숨을 건 전투를 하던 지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확히 몬스터들의 공격 패턴을 파악하고 약점만을 골라서 공격하는 지은의 군더더기 없는 동작은 웬만한 초급 헌터들보다 훨씬 좋은 움직임이었다.
클래스적 한계는 방어구로 보강하면 충분했다. 몬스터와의 레벨 차이가 심하게 나지 않는 이상, 적어도 위험에 처했을 때 다른 길드원의 도움을 받을 때까지는 한 번에 목숨을 잃는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지은의 바람대로 앞으로도 토벌대에 합류했을 때 모두가 걱정하는 한 가지가 줄어드는 것이었다.
레벨 차이가 현격하게 나는 5층 이상의 던전에서 지은이 몬스터의 일격에 저항도 못 하고 목숨을 위협받는 경우가 가장 위험했다. 아무리 빈틈없이 지은을 지켜 준다고 해도 어떤 이상 현상이 발생해 지은의 목숨을 위협할지 몰랐기에, 지은이 몬스터의 공격을 이해하고 반격까지 하는 경지에 이른 지금.
“정말 잘했어! 지은아!”
감격한 유라가 교관 모자를 벗어 던지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지은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헌터가 아닌 지은을 힐긋힐긋 보고 있던 하소연과 남운 역시 마지막 몬스터를 일제히 처치하고는 지은의 곁으로 다가왔다.
“대단해! 정확하게 약점만 공격해서 몬스터를 상대하다니!”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들이었습니다. 혹시 무술을 수련한 적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