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1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16화(11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16화
“지도 작성도 완료했습니다.”
“흠…….”
교관이자 평가관인 유라에게 지금까지 작성한 미로 던전의 지도를 검사받기 위해 공손하게 지도를 건네는 하소연의 두 손이 기대감에 떨리고 있었다.
‘제발, 휴식 시간을 조금이라도 주세요!’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은 레벨을 올리는 일이니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다. 파티에 제대로 받아 주지도 않던 처지에서 던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비싼 아이템들을 아낌없이 쓰면서 조성해 주는 스파르타식 교육은 어디서도 받을 수 없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처음 보는 아이템들을 직접 설치하고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따라서 합격과 불합격으로 나뉘는 철저한 평가였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몬스터를 잡는 것은 그 어떤 헌터라도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의 교육은 철저하게 길드의 ‘토벌대’가 되기 위한 교육이었다.
따라서 그 어떤 헌터보다 토벌의 경험이 많은 유라의 감독하에 모든 과정을 평가 받았는데, 유라는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철저한 FM 교관의 모습을 보여 줬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웠던 갈림길까지의 거리가 조금 다른데…….”
“어흑.”
그렇게 꼼꼼히 확인했지만, 지도에 표시한 갈림길과 이 공터의 거리 차이를 한눈에 잡아낸 유라가 좌절하는 하소연에게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지금까지 A조 여러분에게 뭐라고 했었죠?”
“던전에 들어가면 반드시 정찰을 통한 거점 확보가 필요합니다.”
“미개척 던전에 들어간 순간, 던전 보스를 처리하지 않으면 던전 밖으로 나갈 수 없죠. 보스를 처리하지 않고 한 번 입장한 던전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설령 던전 안에서 죽는다고 하더라도, 공식 토벌대가 아닌 이상 누가 던전 안에 들어가서 나오지 못하고 죽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조차 없다.
그렇게 던전은 알게 모르게 수많은 헌터들의 무덤이 되었다.
던전의 불확실성. 그것이 바로 랭커들조차 3층의 미개척 구역을 전부 확보하지 못한 이유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어떤 몬스터가 던전 안에 들어선 토벌대를 공격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죠. 거점을 확보하는 이유는 뭐라고 했죠, 남운 씨?”
“토벌전은 단기전이 아닌, 보스를 찾아서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장기전이 되었을때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럼 제가 지금 A조가 작성한 이 지도를 불합격 처리하는 이유는 뭘까요, 민지은 씨?”
“작은 차이가 토벌대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미로 동굴이라는 이름답게 수많은 갈림길과 막힌 공간이 나오는 던전 안에서 완벽한 지도를 작성하지 않는다면 자칫 몬스터 웨이브에 쫓겨 토벌대가 막다른 길로 몰릴 위험성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던전 지도를 작성하는 것은 실수가 나오면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던전 지도를 가리켜 유라는 맵이라는 표현을 썼다. 암흑으로 가득 찬 맵을 밝히는 작업은 던전 토벌에 있어서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몇 번을 강조했던 과제였다.
“기존 양성소 과정의 지옥주 훈련보다 더욱 빡빡한 일정으로 평가를 진행했으니 물론 지치고 피곤한 건 이해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이렇게 세세하고 정확하게 지도를 작성한 것이 신기할 정도로요. 거리 판단 미스 한 건 외에는 틀린 점이 없군요.”
“그 말씀은!”
“…….”
5일 동안 물과 육포만 먹으며 끊임없이 몰아치는 몬스터와의 전투. 그리고 쏟아지는 다양한 과제들을 모두 소화하면서 잠도 제대로 재우지 않았던 악마 교관 유라의 입에서 처음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떨어졌다.
그런 유라의 말에 드디어 제대로 된 휴식 시간이 부여되는가 싶어 모두의 시선이 유라의 얼굴로 향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제발!’
“휴식 두 시간을 부여하겠습니다.”
“만세!”
유라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인벤토리에 고이 모셔 둔 침낭을 꺼내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진 하소연이 곧바로 침낭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몬스터의 공격을 피할 때보다 빠른 움직임으로 침낭 안에 들어간 하소연은 그대로 기절하듯 잠들었다.
중간중간 부여되는 휴식 시간마다 쪽잠을 청했던 하소연과 지은과는 달리 그 시간에도 명상과 검술 훈련을 하던 남운도 슬슬 한계였는지, 늘 하던 명상 자세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지만 이내 고개를 꾸벅이며 졸기 시작했다.
그런 A조원들의 모습을 보며 지은도 쏟아지는 졸음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바쁘게 몸을 움직여 바닥에 깔개를 깔기 시작했다. 두 시간이라는 황금 같은 휴식 시간을 1분이라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지은에게 유라가 얼굴에 사악한 미소를 띠고 다가왔다.
침낭까지 제대로 깔고 누울 준비를 마쳤던 지은은 자신에게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유라의 얼굴을 보고는 눈을 감은 채로 입을 열었다.
“언니, 왜요?”
“지은아, 일어나.”
“네?”
“불침번 서야지.”
“…….”
유라의 말에 지은이 눈을 번쩍 뜨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꿈나라로 간 듯 코까지 드르렁드르렁 골고 있는 침낭 속의 하소연과, 명상을 하던 자세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정신을 잃은 남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는 것도 훈련의 일부라던 유라의 당부가 그제야 떠올랐다.
휴식을 취할 시간이 있다면 맨땅에서라도 빠르게 잠들어야 했는데, 처음으로 주어진 두 시간의 달콤한 휴식에 조금이라도 편하게 자려고 깔개를 깔고 침낭 정리를 했던 방금 전의 자신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
“으으으으…….”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감싸 쥐고 괴로워하는 지은에게 유라가 달콤한 제안을 꺼냈다.
“불침번 언니가 서 줄게.”
“네? 진짜요?”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두 시간의 휴식 중 40분을 불침번으로 날리기엔 너무나 싫었던 지은은 유라의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제안도 아니고 불침번을 대신 서 주겠다는 유라의 말을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던 지은은 유라가 꺼낸 부탁의 내용을 듣고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지은이 너는 네 능력으로 던전 안에서도 음식을 조달할 수 있잖아? 삼겹살 어때? 많이는 아니고 한 5인분쯤?”
“삼겹살을요?”
조심스레 꺼낸 유라의 제안은 다름 아닌 지은의 [오늘의 추천 요리!] 스킬을 통해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이었다.
그동안 먹을 거라고는 육포와 물밖에 없었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삼겹살 회식을 제안하는 듯한 유라의 발언에 지은은 잠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휘둥그레 눈을 떴다.
“지옥주 훈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요?”
“그래, 곧 있으면 6일차인데 그동안 A조의 성과가 너무나 좋기도 하고. 애초에 이 교육은 교관 재량으로 뭐든 할 수 있는 교육이라.”
“회식이라니, 세상에…….”
“다들 고생했고, 그러니까 삼겹살 정도는 내가 구워 먹고 싶어서. 안 될까?”
“안 될 이유가 없죠!”
자신의 제안에 무척이나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짓는 지은에게 삼겹살 제공을 약속받은 유라가 씨익 웃었다. 유라가 지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럼 자. 언니가 2시간 불침번 다 서 줄게.”
유라의 속삭임이 수면 마법이라도 된 것처럼 행복한 얼굴로 지은이 눈을 감았다.
지은까지 완전히 눈을 감고 완벽한 취침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유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고는 스킬을 사용했다.
레벨 차이가 현격하게 나는 던전 안에서 자신의 스킬인 ‘기운 개방’을 뚫고 이 주위로 접근할 수 있는 몬스터는 없었다.
사실상 불침번도 필요하지 않은 안전지대나 다름없던 공터 안에서 굳이 불침번을 자처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자신의 계획도 모르고 세상 행복한 얼굴로 잠이 든 지은을 내려다보며 유라가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회식을 시켜 준단 말은 안 했는데…….”
아마 정상적인 판단을 할 상태였다면, 아니, 조금이라도 덜 피곤한 상태였다면 자신의 말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충분히 눈치챘을 지은이었다.
교관 재량으로 교관은 뭐든지 가능한 지옥주의 가장 큰 시련을 과연 지은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이 된 유라가 약해지려는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중얼거렸다.
“다 지은이 너를 위한 거야.”
아리아 길드 중환자실에서 퇴원했을 때, 앞으로 열심히 레벨 업을 하겠다며 다짐했던 지은은 마음가짐은 물론이고 자신들 같은 헌터처럼 훈련하겠다고 했다.
버틸 수 있겠냐는 유라와 주혁의 말에도 반드시 버텨서 다음 정령왕을 정화하겠다던 지은의 다짐이 다시 떠올랐지만, 그래도 자칫 지은에게 미움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유라가 동굴 벽에 등을 기댔다.
* * *
5일 만에 두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정신없이 잠을 자고 일어난 지은은 그래도 기력과 마나가 조금이지만 확실하게 회복된 상태창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정신은 너무 피곤한데, 몸은 쌩쌩해진 기분이에요.”
“잠을 자는 게 그래서 가장 중요해. 충분한 숙면은 포션을 마시는 것보다 좋거든.”
지금까지 중 가장 긴 휴식이었지만 고작 두 시간이었다. 한 번 자고 나니 부족한 잠이 쏟아졌지만 몸 상태는 첫날을 제외하고는 제일 좋았다.
그것이 너무나 억울해서 침낭 속에서 몸을 좀처럼 일으키지 않으려 하는 지은의 손을 잡고 유라가 웃으며 말했다.
“일어나.”
“넵.”
남운은 자신이 명상 중에 잠이 들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는 상태였고 하소연은 ‘엄마, 5분만 더…….’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두 사람도 유라가 조용히 꺼내 든 ‘매혹의 향수’를 보고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회식은 언제 하면 될까요?”
잠들기 전 유라가 꺼냈던 달콤한 제안.
얼핏 기억나는 꿈속에서조차 상추와 깻잎, 그리고 구운 마늘과 함께 파채까지 야무지게 올리고 노릇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쌈장에 찍어 완성된 쌈을 크게 한 입 먹었던 기억이 떠올라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짭조름한 육포를 물에 넣고 끓여서 고깃국으로 만들어 먹으면 좀 괜찮을까 생각까지 했던 지옥 같은 5일이었다.
회식이라는 말에 지은이 푸드 트럭 사장님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은 하소연이 ‘회식?’이라 중얼거리며 자기도 모르게 무릎걸음으로 지은에게 다가왔다.
“회식은 아닌데…… 일단 지금 바로 시작할까?”
그리고 회식은 아니지만 지금 바로 시작하자는 유라의 말에 지은은 망설이지 않고 오랜만에 스킬을 사용했다.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을 사용해 푸드 트럭을 직접 소환한 지은이 이내 [오늘의 추천 요리] 스킬을 사용했다.유라가 말했던 삼겹살은 물론이고, 각종 쌈 채소와 마늘, 그리고 완성된 파채까지 턱턱 조리대 위로 쏟아 놓는 모습을 보며 하소연은 물론이고 남운까지 홀린 듯 푸드 트럭 앞으로 모여들었다.
“던전 안 푸드 트럭이라니…….”
하소연은 이미 한 번 줄을 서서 참치김치볶음밥을 사 먹은 경험이 있어 그리 놀라지 않았지만, 남운은 너무 피곤해서 지금 꿈을 꾸는 건지 자신의 볼을 힘껏 잡아당겨 보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선홍색으로 빛나는 두툼한 삼겹살의 모습은 배고픔에 찌든 위장을 요동치게 하기 충분했다.
“바로 구울까요!”
“바로 구우시죠!”
“저도 그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삼겹살 앞에서 대동단결.
지난 5일 동안 이어진 그 어떤 훈련 때보다 한마음으로 단결된 A조의 간절한 외침을 가만히 듣고 있던 유라가 트럭 조리대에 올라가 지은에게 말했다.
“지은아.”
“네! 저 삼겹살 진짜 맛있게 구울 수 있어요!”
“내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