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1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17화(11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17화
치이이익!
듣기만 해도 행복 지수가 수직 상승할 것 같은 아름다운 소리가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
앞치마를 입은 채 신중한 표정으로 삼겹살의 한쪽 면이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뒤집는 유라의 모습을 조리대에서 다섯 걸음 떨어진 채 바라보고 있던 세 사람이 연신 입맛을 다셨다.
조리대에서 내려가라는 말을 ‘고생했으니 고기는 교관인 자신이 직접 구워 주겠다.’로 해석했던 지은은 알맞게 익은 삼겹살을 가위로 자르기 시작한 유라의 모습에 발을 동동 구르기까지 했다.
잘 익은 두툼한 삼겹살을 알맞게 잘라 낸 유라가 접시에 고기를 담는 집게질 한 번 한 번에 모두의 고개가 휙휙 돌아갔다.
꼬르륵!
5일 동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한 지금, 청각은 물론이고 후각과 시각까지 모두 철판 위의 삼겹살에 빼앗긴 A조였다.
잘 익은 고기를 접시에 담아내는 것이 끝이 아니었다.
‘역시 한유라……!’
곧바로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철판을 한 번 닦아 낸 뒤 새로운 고기를 올리는 유라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하소연이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갖가지 쌈 채소와 함께 구운 마늘과 쌈장, 그리고 지은이 고기를 먹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이나물과 파채까지 완벽하게 세팅을 마친 유라가 집게를 들어 잘 익은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었다.
“어때요?”
“환상적인 맛이야.”
“당연히 그렇겠죠? 언니, 저도 구울게요!”
“저희가 먹을 건 저희가 구울게요!”
“교관님도 고생하셨는데 혼자 드시지 마시고 저희랑 같이 드시죠.”
삼겹살을 굽는 과정 자체도 이미 식사였다.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익어 가는 고기를 자를 때의 기대감은 위장이 경건한 마음으로 삼겹살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에 충분한 준비 운동이나 마찬가지였다.
두툼한 고기를 두 점이나 넣은 큰 쌈을 입에 집어넣으려던 유라가 그런 세 사람의 말에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네?”
“여러분들이 이 삼겹살을 먹어도 된다고 제가 언제 말을 했습니까?”
“…….”
유라의 말에 숨 막히는 정적이 찾아왔다.
철판 위에서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숨을 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급격히 조용해진 세 사람을 바라보며 유라가 마저 쌈을 입에 집어넣고는 열심히 씹기 시작했다.
“회식 아니었…….”
“교관 재량이라고…….”
“지옥주 훈련은 일주일입니다. 여러분들은 그중 5일밖에 진행하지 않으셨고, 지옥주 훈련 기간 동안 교육생 여러분들은 처음 지급받은 물과 육포, 포션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드실 수 없습니다.”
“그런!”
유라의 말에 지은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분명히 A조의 성과가 너무나 좋아서 교관 재량으로 교관은 뭐든 할 수 있는 교육이라며 자신에게 제안했던 유라의 말을 떠올린 지은이 처음으로 유라에게 항의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관 재량으로 저에게 삼겹살을 부탁한 건 언니잖아요!”
“언니가 아니고 교관님.”
“교관님이었잖아요!”
“불침번 두 시간을 서 주는 대가로 내가 ‘부탁’한 거였고, 민지은 교육생은 그걸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았습니까?”
“저야 당연히 같이 먹는 회식인 줄 알았죠!”
“나는 단 한 번도 같이 먹는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분명히…….”
유라의 말에 2시간 전의 기억을 천천히 떠올린 지은의 얼굴이 점차 경악으로 물들었다.
분명 유라는 본인의 말대로 불침번을 서 주는 대신 자신에게 ‘부탁’을 했으며, 놀랍게도 많이도 아니고 5인분 정도라고 구체적으로 양을 제시까지 했다.
‘그러니까 삼겹살 정도는 내가 구워 먹고 싶어서.’
‘내가 구워 먹고 싶어서.’
‘내가.’
교관의 재량으로 교관 마음대로 자신이 삼겹살을 구워 먹고 싶다고 했었지, A조원들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자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유라의 말을 완전히 떠올린 지은은 다리에서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털썩 주저앉았다.
“악…… 악마!”
그리고 그런 지은의 반응에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들이 저 삼겹살을 먹을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은 하소연이 넋이 나간 얼굴로 구워지고 있는 삼겹살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꿈이야…….”
‘검사의 긍지를 고작 저런 유혹에 져서…….’라고 중얼거리는 남운의 반항적인 눈빛을 보며 그를 젓가락으로 가리킨 유라가 말했다.
“교관에게 반항하는 행동은 지옥주 훈련을 일주일 더 연장시킬 수 있습니다, 남운 교육생.”
“…….”
“자신 있으면 한판 뜨던지. 이참에 신입 랭커 기강 한 번 잡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지.”
“죄송합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교관인 유라의 말은 이번 훈련 간 절대적이었기에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그래도 고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삼겹살 회식 생각에 신이 났던 지은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명이나물에 삼겹살을 싸 먹기 시작한 유라의 모습에 심통이 났는지 주저앉은 채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왜 저희는 못 먹는 거예요?”
“환각 저항 훈련입니다.”
“…….”
“극한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바로 환각 속성의 몬스터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언니, 아니 교관님이 고기를 먹고 있는 게 정말…….”
“지은아, 쌈 한 번 싸 줄까?”
“네!”
억울했는지 그동안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계속해서 항변하는 지은에게 유라가 명이나물을 돌돌 말은 두툼한 삼겹살 두 점을 건네며 말하자 지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조리대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 지은에게 젓가락으로 고기를 건네려던 유라가 정색하고 말했다.
“이러면 탈락이라는 겁니다.”
“…….”
“돌아가.”
그렇게 A조는 유라의 먹방을 관람하면서 계속해서 유라가 던지는 달콤한 유혹을 버텨 내야 했다.
그 어떤 장애물 설치보다, 몬스터 몰이사냥보다 힘들었던 환각 마법 인내 훈련은 결국 유라가 마지막 고기 한 점까지 남김없이 먹고 나서야 끝이 났다.
“악마…….”
무적 수건으로 조리대와 철판을 정리한 지은이 유라를 흘겨보며 중얼거렸다.
자신은 천사 교관이라며 주장했던 유라는 그런 지은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오랜만에 포식한 배를 여유롭게 두들길 뿐이었다.
* * *
“충성!”
S호텔 전망대. 다급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센터의 신속 대응반 팀장 임규성이 민간인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폴리스 라인 테이프를 걷으며 신고 현장에 들어섰다.
“이게 뭐야?”
전망 좋은 넓은 호텔 전망대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 헌터로서의 기감이 먼저 반응했다. 라운지에 들어서기만 했을 뿐인데, 마치 던전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엄습해 오는 기운에 임규성이 얼굴을 찌푸렸다.
“기분 나쁘군.”
임규성의 말에 쪼그려 앉은 채 감식 활동을 하고 있던 감식반 팀장 조규한이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
“그렇죠? 저도 들어오자마자 느꼈는데.”
“감식 결과는?”
“아무것도 없어요.”
“뭐라고?”
센터 소속의 감식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감식반 팀장 조규한은 헌터가 아닌 비전투 계열 각성자였다.
그의 클래스는 [감별자].
저마다 다른 헌터들의 이능을 탐지하고 감별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은 여러 범죄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였다.
헌터에 의한 능력 범죄인지, 일반 범죄인지 감별하는데 필수적인 그의 능력 덕분에 각성한 지 3년 차인 30대의 젊은 나이에도 이미 센터 소속의 5급 공무원이 된 인재였다. 그런 조규한이 지금까지 밝혀내지 못한 이능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말 그대로예요. 느껴지는 이능이 전혀 없어요.”
“말도 안 돼. 이 기운이 이능이 아니라고?”
“저도 너무 이상해서 몇 번이고 다시 감식해 봤는데, 정말이에요.”
이능이 아니라고 단언하는 조규한의 말에 임규성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미약하게 바람에 날리는 커튼처럼 일렁이는 잔상에 손을 가져다 댔다.
사라락.
뭔가가 스치는 듯한 촉감이 손끝을 타고 확실하게 전해져 왔다.
“일단 주변 경계 강화하고. S호텔은 현 시간부로 영업 중지라고 전달해.”
“저…… 그게.”
“왜.”
“S호텔 측에서 공식 영장 가져온 거 아니면 영업 방해로 신고하겠다고…….”
“하, X친놈들.”
아무리 이능이 탐지되지 않는다고 해도, 틀림없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 장소였다. 라운지를 이용하던 VIP 손님들이 다들 정신을 잃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이 상황에서 호텔 측은 영업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겠다는 통보를 해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정신이 아니군.”
“어쩌죠?”
“뭘 어쩌긴 어째! 공식 영장 발부 신청 넣어야지!”
대한 그룹 산하의 국내 최고의 호텔인 이곳에서 고작 센터 소속의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거기에 이미 대응반이 도착하기도 전에 대한 길드에서 따로 조사팀이 나와 건드리면 안 될 현장을 들쑤신 지 오래였다.
“언론은?”
“잠잠합니다.”
“기사까지 철저하게 막아 두셨군. 이래서 개같이 굴러도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낫다고 하더니.”
최고급 호텔이니만큼 이용하는 고객들도 평범한 중산층은 아니었을 텐데, 그런 손님들을 전부 대한 그룹과 대한 길드에서 케어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발 빠른 대기업의 대처에 방금까지 일렁거리던 허공을 바라보던 임규성이 버럭 소리쳤다.
“그럼 최초 사건 발생했던 CCTV 영상이라도 확보해!”
“그것도 호텔 내규상 VIP 전용 프라이빗 라운지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너 어디 편이야? 너 대한 길드 가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더니, 그럼 이 라운지 이용 고객 명단 리스트라도 확보를 하든지! 적어도 어제 호탤 투숙객 명단이라도 확보하든지!”
“죄송합니다!”
“우리 권한이 뭣도 없는 거 누가 몰라서 그래? 그럼 가지고 있는 권한 내에서 뭐라도 빨리빨리 확보하려고 움직여야 할 거 아니야!”
답답한 소리만 늘어놓는 후배들의 말에 결국 꾹꾹 참아왔던 공무원의 설움이 폭발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길드에 가입하지 않고 사사로운 이득과 명예보단 국가에 헌신하는 것을 더욱 가치 있게 생각했던 시절이 그에게도 있었다.
어지롭고 혼란스러웠던 시절, 범죄를 저지르는 헌터들을 잡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데 젊음을 모두 바쳤다.
20년이 지나고 난 뒤에도 나이가 들었음에도 계속해서 자처해서 이런 현장직을 구르게 될 줄은 몰랐지만, 적어도 높은 자리에 앉아 책상 놀음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던 임규성이였다.
완전히 사라져 버린 센터의 위상은 센터를 대표하는 헌터, 다시 말해 랭커가 오직 임규성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뜻이 맞아 함께했었던 랭커들도 길드를 직접 창설하거나, 길드에 가입해 떠난 뒤 센터의 유일한 랭커가 된 지금. 간신히 20위를 유지하고 있는 1세대 랭커의 이름을 보고 센터에 가입하는 헌터는 없었다.
그저 국가 소속의 공무원이 주는 최고의 이점인 안정성과, 불확실한 던전 토벌을 이행할 담력은 없으면서 길드에 소속되길 바라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하는 곳이 바로 센터의 현 위상이었다.
“빨리빨리 안 움직이고 뭐 해!”
버럭 소리를 지르는 임규성의 분노를 못 이긴 후배들이 샅샅이 흩어져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사라졌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꺼내 물던 임규성의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입니다, 선배님.”
“……재수 없는 놈.”
대한 그룹 소속의 대기업 길드. 대한 길드의 부길드장인 박무진이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명품인 것이 태가 나는 말끔한 정장과 손목에 찬 고급 시계까지. 같은 1세대 헌터로 한때 누구보다 정의감을 불태우던 헌터이자 좋은 후배.
“라운지에서 흡연은 금지입니다.”
“거 좀. CCTV도 없다며.”
“새해 선물은 왜 되돌려 보냈습니까?”
“선물? 아, 제주도산 한라봉인가 뭔가 하던 그 박스?”
“네, 선배를 생각하는 후배의 마음이었는데.”
“후배의 마음은 무슨. 야 인마, 나 공무원이야. 5만원 원 이상 선물 받으면 안 되는 거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