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1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18화(11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18화
“5만 원 안 넘는데.”
“안 넘긴 뭐가 안 넘어. 뭐가 들었는진 몰라도 아주 상자가 무겁던데.”
“…….”
“나 정년퇴직 얼마 안 남은 거 몰라? 사고 치면 퇴직금은 물론이고 연금도 반토막 난다. 다음부터 그런 거 보내지 마라.”
“거 얼마 되지도 않는 퇴직금이랑 연금 받으면서 뭐 하고 살려 그래요?”
“공무원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마.”
“예전부터 고집은.”
피던 담배를 비벼 끈 임규성이 박무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공사 다망하신 부길드장께서 여기까진 뭐 하러 왔어? 선배 구르는 거 구경 왔어?”
“이상해서 와 본 거야, 나도.”
“뭐가.”
“저거. 선배도 보이잖아?”
박무진이 손으로 가리킨 것은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일렁거리고 있는 공간이었다.
아무런 이능도 탐지되지 않았다는 것은 센터도, 대한 길드에서도 확인한 확실한 사실이었다. 발을 들이는 순간 마치 던전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 나쁜 감각을 비롯해 확실한 이상 현상이 발생한 장소는 맞았다.
“탐지 스킬에 걸리지 않는 권능인가?”
“그럴 수도 있지. 일단 우리 길드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민간인들은 이 기운을 느끼지도, 그리고 저것을 보지도 못했다고 하던데.”
“흠…… 그럼 일단 이 전망대를 이용한 고객 명단은?”
“참나.”
“손에 들고 온 거 그거 아냐? 수사 협조 좀 해 봐.”
물어볼 줄 알았다는 듯 순순히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넘겨주는 박무진에게서 파일을 받아 든 임규성이 천천히 고객 명단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VIP고객 전용 전망대인 만큼 실명은 가려진 상태였지만, 적어도 모든 고객이 각성자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게 명시되어 있었다.
“각성자가 한 명도 없었다라…… 이게 정말이야?”
“내가 선배한테 뭐 하러 거짓말을 해?”
“모태 기업 자회사라고 편들어 주는 거 아니고?”
“그 정도로 썩진 않았어.”
“골치 아프네.”
틀림없이 어떤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맞는데, 어떤 이능도 감지되지 않을뿐더러 최근 일주일간 이곳을 이용한 사람 중 각성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더욱 마음에 걸렸다.
“대한 길드는 어떻게 움직일 건데?”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비밀로 하겠지. 알잖아. 이만한 호텔을 명확한 증거도 없이 영업 정지 때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
“대한 그룹 물어봤냐, 내가? 대한 길드는 어떻게 할 거냐고.”
임규성의 말에 박무진이 입을 다물었다. 대한 길드라고 하더라도 결국 모태 기업인 대한 그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순 없었다.
머리로는 박무진의 그런 반응을 이해했지만, 결국 그룹의 뜻을 따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침묵에 임규성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센터에선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담당인 대한 길드는 대한 그룹의 눈치를 보며 이 사건을 그냥 묻으려 한다라…….”
“언론에 정식적인 공표만 없을 뿐이지, 대한 길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어.”
“그래? 그럼 할 수 있는 게 없는 센터 소속은 이만 빠져 줘야 하나?”
최초 신고가 센터로 들어갔기에 센터 측의 출동을 막을 순 없었지만, 결국 대한 길드의 부길드장인 박무진이 직접 찾아온 이유는 ‘더 이상 대한 그룹의 일에 센터가 관여하지 마라.’라는 통보나 다름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던 임규성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이며 말했다.
“그래, 센터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센터는 빠져 줄게.”
“선배, 그런 의도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 알잖아.”
“근데, 무진아.”
한숨처럼 담배 연기를 내뱉은 임규성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이고는 말했다.
“센터 소속의 임규성은 너희 대한 길드가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하겠지. 근데 대한민국에서 사회생활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
“…….”
“혈연, 지연, 학연이야 X끼야. 그리고 내 동생이 좀 큰 길드에 들어가 있는 거 너도 알지?”
[임규한]말을 하면서 이미 전화를 걸었는지 통화 연결음과 함께 수신자의 이름이 핸드폰 화면에 떡하니 띄워져 있었다.
“내 동생이 청명 길드에 있어서 말이야. 아, 오랜만에 전화하는 건데 체면 안 살게.”
최근 성공한 5층 토벌대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동생을 거론하는 임규성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제야 임규성의 동생인 임규한의 이름을 떠올린 박무진이 얼굴을 와락 구겼다.
“센터로 할 일이 없으면 센터가 가장 잘하는 거 해야지.”
“……일 키우지 마.”
“길드끼리 싸움 붙이는 거, 그거 하나는 내가 또 기가 막히게 잘하잖아.”
이내 전화가 연결되었는지 ‘어 인마, 형이다.’라고 통화를 시작한 임규성이 이만 가 보라는 듯 뒤돌아서서 손을 휘휘 저었다. 임규성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박무진이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를 떴다.
“어, 돈 빌려 달라는 거 아니고. 어머니 건강하시다. 보고 싶어 하시니까 길드 일 바빠도 종종 본가에 들리고 그래. 다름이 아니라, 제보 하나 하려고.”
* * *
“이상 현상이요?”
청명 길드 소속 랭커인 임규한 헌터의 S호텔 VIP 전망대에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전해 들은 것은 성진이었다.
길드장인 주혁이 현재 신입 헌터들을 격려하고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던전 안에 들어가 있는 지금, 길드의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건 부길드장인 성진의 일이었다.
“정보의 출처는 어떻게 됩니까?”
“우리 형한테 전화가 왔어. S 호텔에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고.”
“아, 센터의 임규성 헌터.”
“대한 길드 측은 대한 그룹의 눈치를 보느라 길드 자체 조사로 끝낼 예정이었던 것 같은데, 나도 자세한 내용을 들어 보니 뭔가 찜찜해서.”
“공론화를 통해 다른 길드들도 이번 이상 현상에 개입하는 그림으로 길드 연합에서 문제를 거론해 주길 원하시는 것 같군요.”
“센터에서 길드를 압박할 순 없을 테니. 애초에 체급 차이가 나도 너무 나니까. 이건 형한테서 받은 이상 현상 관련 조사 파일.”
“대단하시군요. 정작 센터는 대기업의 눈치만 볼 텐데.”
임규한 헌터의 형인 임규성은 헌터 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 만난 안면 있는 랭커였다. 정년이 가까운 나이에도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형사 기질이 있는 헌터였다.
원래 각성하기 전에는 정말로 형사였다고 하는데, 현장에 답이 있다는 그의 철학대로 직접 눈으로 확인한 사실에 있어선 그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을 남자였다.
센터장의 자격이 충분한 랭커였지만, 권력을 보고 공무원 한 거 아니라던 임규성 헌터의 말을 떠올리던 성진이 이상 현상에 대한 특이점이 나열되어 있는 서류를 진지한 눈으로 보며 대답했다.
“길드 연합 회의가 조만간 잡혀 있기도 하고,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동안 전례 없었던 이상 현상이니, 적어도 대한 길드의 뜻대로 조용히 넘어가진 않을 거라 전해 주세요.”
“알겠어. 형의 오지랖일수도 있는데, 그래도 우리 형이 형사 시절 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았거든.”
임규한 헌터가 부길드장실에서 나간 뒤, 건네받은 서류를 다시 살펴보는 성진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헌터로서 이런 이상 반응이 나타났을 때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균열의 징조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모기업의 눈치를 보는 대한 길드라고 하더라도 명백한 균열의 징조를 고작 호텔의 대외적 이미지를 위해 묻으려고 드는 멍청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었다.
“이상 현상…… 그리고 균열이라.”
마지막 3차 균열로부터 5년의 세월이 지났다.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출범한 길드 연합은 3차 균열 발생 직후 초기 대응이 너무나 늦었다는 여론의 비난 속에서 탄생했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일에는 앞다퉈 달려왔던 랭커들이 먼저 나서는 대신 균열의 등급을 파악하기 위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던 사이에 불필요한 희생자가 너무 많이 발생했다.
책임 소재를 돌릴 곳이 필요했던 정부와 언론에선 당연히 집요하게 길드들을 물고 늘어졌다. 현장에 직접 나오지도 않았던 국회 의원들이 하나같이 목소리를 높여 정부의 통제에 길드들이 따라야만 한다며 공식 청문회를 주장하던 시절이었다.
책임을 회피하고 사리사욕을 챙기는 헌터 집단이라는 오명은, 주혁에 의해 창설된 길드 연합이 앞으로 가장 우선시할 이념을 균열 방지 및 균열 진압이라 공표한 이후론 줄어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선거철에 주요 이슈로 다뤄지는 것이 바로 정부의 통제하에 길드들이 들어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올해는 정치적으로 굵직한 이슈가 많은 해였다.
국회 의원 선거부터, 부임 2년이 되어가는 대통령의 국외 순방, 미국에서 열리는 던전 관련 학회와 국가 대표 랭커들의 교류까지.
헌터들이 정치적으로 엮일 일이 많은 상황에서 균열의 징조가 될 수도 있는 이상 현상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으면 길드 연합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여론의 지탄을 받을 수 있었다.
“부길드장님, 대한 길드 박무진 헌터로부터의 연락입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모르고 있을 대한 길드가 아니었다.
센터의 임규성 헌터를 통해 청명 길드에 이상 현상이 전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테니 곧바로 전화를 해 온 것이 분명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성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수화기를 들었다.
* * *
기존의 네임드 몬스터가 모두 죽고 나면,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던전에 존재하는 몬스터 개체 중 랜덤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네임드 몬스터.
이곳 미로 동굴에 새롭게 탄생한 네임드 몬스터는 이번 교육을 위해 조사했던 청명 길드의 정보원의 말에 따르면 지하 동굴 뱀, 동굴 큰 지네, 동굴 붉은 날개 박쥐로 총 세 마리였다.
그중 25레벨로 가장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하 동굴 뱀을 찾는 일은 너무나 힘들었다.
네임드 몬스터답게 동굴 뱀의 영역 가장 깊숙한 곳에서 꼬박 하루를 ‘매혹의 향수’를 통해 유혹하고, 땅을 파헤치고 나서야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 동굴 뱀들의 무리들을 이끌고 네임드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몇 번이나 치명적인 공격을 받고 도망치던 뱀의 머리를 다섯 번째 베어 내는 남운의 검 끝에서 붉은 피가 튀어 올랐다.
화르륵!
검에 베이자마자 다시 재생하기 위해 꿈틀대는 뱀의 머리를 향해 하소연이 소환한 샐러맨더들이 일제히 불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몇 번을 베어 내도 계속해서 재생하는 머리 탓에 예상보다 길어진 싸움 끝, 뱀의 머리를 불로 지지면 재생을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지은의 말에 실험한 다섯 번째 시도.
위협을 받으면 땅 밑으로 숨어 버리는 동굴 뱀을 다시 추적한 끝에 찾아온 황금 같은 기회였다.
콰과광!
목이 잘리자마자 또다시 땅 밑으로 숨으려던 네임드의 배 밑에서 일제히 강한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그와 동시에 지은이 네임드의 시선을 피해 주변에 깔아 둔 포박 철 그물이 일제히 분사되며 도망치려는 뱀의 몸을 단단하게 묶었다.
“으아아아! 끝이다!”
“플래그 세우지 마요!”
꽁꽁 묶인 뱀이 남운의 검에 의해 조각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불에 구워져 재생되지 못한 네임드, 지하 동굴 뱀이 그렇게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경쾌한 시스템 알림이 파티창에 떠올랐다.
[미로 동굴의 네임드 몬스터 지하 동굴 뱀을 처치했습니다!] [지하 동굴 뱀의 재생하는 세포 조직을 획득하셨습니다! 주사위를 돌리시겠습니까? Y/N]파티를 맺고 있으니 드랍되는 아이템은 주사위 시스템을 통해 높은 숫자가 나온 사람이 습득하는 구조였다.
물론 다른 파티원이 주사위를 돌리지 않고 습득을 포기한다면 혼자 아이템을 얻을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주사위 결과 꼴등이 지옥주 훈련 종료 후 회식 내기를 했기 때문에 지은과 남운, 하소연은 서로를 빤히 바라보다 YES를 클릭했다.
차라락.
주사위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승자의 기쁨에 찬 환호성과 함께 패자의 절규가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