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1화(1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1화
“이게 꿈이 아니라니…….”
<현실 맞으니까 정신 차려라, 주인.>
통장이 아니라 텅장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였던 빈곤한 통장에 선명히 찍힌 891만 원을 확인한 지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각성한 이후 처음으로 자신이 일반인이 아닌 각성자가 되었다는 걸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크게 실감한 순간이었다.
“내가 진짜 각성자가 되긴 됐구나…….”
던전에 들어가서 샌드위치를 팔던 때보다 훨씬 더 현실감을 느낀 지은이 소파에 몸을 기댔다.
“일단 내일도 영업을 하러 던전으로 들어가야겠어.”
<좋은 생각이다냥. 랜덤으로 최대한 많은 던전을 가 보라냥. 지금까지 토벌된 층의 유명 던전을 모두 다 돌아보게 되면 그때 스킬 레벨을 올리면 된다냥.>
“그래, 그러니까 열심히 일해야지.”
시스템창을 띄워 자신의 상태를 쭉 훑어보던 지은이 인벤토리에 남아 있는 검은 돌을 발견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처음엔 이 돌을 받았지.”
주먹보다 큰 크기였는데, 이상하게 가벼워서 돌이 아닌 모형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상한 돌이었다.
[미지의 게이트석]–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세요.
“게이트석?”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라는 알림대로 정보 확인을 누른 지은의 눈앞에 아이템의 정보가 좌르륵 펼쳐졌다.
[미지의 게이트석]– 던전 내 지정된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게이트를 열 수 있는 돌.
– 최대 30명을 지정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 한 번 이상 가 본 장소에만 이동이 가능합니다.
“어?”
게이트석의 상세 설명을 확인한 지은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자신의 스킬 ‘바퀴가 가는 대로’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최대 30명을 지정해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 마음에 걸렸다.
이런 최고급 아이템을 길가의 돌멩이 주듯 건네다니.
누군가 그랬다.
돼지고기까지는 호의지만, 소고기부터는 꿍꿍이가 있다고.
“송주혁…… 그 사람에 대해 알아봐야겠어.”
악명 높은 4층에 혼자서 있었던 사람이다.
지은이 헌터와 던전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았다곤 했지만 던전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잘 알고 있었다.
던전의 균열을 막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던전은 5층까지밖에 개방되지 않았다.
5층의 보스도 아직 찾지 못한 상황에서 4층까지 들어와 사냥을 할 수 있는 헌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4층에 혼자서 들어와 있는 헌터가, 남들은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게이트석을 줬다?
“무슨 의도로 나한테 이 돌을 줬는지…… 알아야겠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은은 인터넷에 헌터 관련 글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헌터 게시판이라고 되어 있는 커뮤니티에 들어가 여러 글들을 무작위로 눌러 보던 지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현재 대한민국 헌터 길드들의 정보였다.
제목 : 주관적으로 줄 세워 본 현재 헌터 길드 랭킹 1~3위
1위 : 태백 길드.
현 로컬 랭킹 2위 월드 랭킹 5위의 이태백이 길드장으로 있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대 길드.
소속된 전투 계열 각성자만 해도 300명. 그중의 대다수가 A급 헌터인 1군의 전력은 현재 대한민국 최대의 토벌대임을 부정할 수 없음.
2위 : 아리아 길드.
1위로 선정한 태백 길드만큼의 대형 길드는 아니지만 소속된 각성자 전원이 힐러.
대한민국의 A급 힐러 거의 전부가 소속되어 있는 길드로 아리아 길드의 협조가 없으면 토벌대를 꾸리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
3위 : 청명 길드.
현 로컬 랭킹 1위 월드 랭킹 2위인 송주혁이 길드장으로 있으며, 그의 충실한 참모 로컬 랭킹 5위 김성진이 이끄는 소규모 정예 길드.
2년 전 던전 4층의 보스 [지옥의 바알]을 쓰러트린 대규모 4층 토벌전은 현시대 가장 큰 업적이 분명하다.
그 외에 다른 유명 길드들도 많지만 주관적으로 뽑아 본 길드 순위임. 태클 사절.
드르륵.
마우스 휠을 내리며 길드 정보를 읽어 가던 지은의 손이 3위 청명 길드의 설명 맨 앞줄을 확인하고는 멈칫했다.
현 로컬 랭킹 1위에 월드 랭킹 2위.
송주혁.
청명 길드 길드장.
“……대박.”
지은은 자신의 예상보다 더욱 어마어마한 사람이었던 송주혁에 대한 설명을 확인하고는 떨리는 손으로 게시판에 송주혁을 검색했다.
한국 1위
송주혁 스킬
송주혁 실물
청명 길드장
이름만 쳤음에도 끝없이 나오는 어마무시한 양의 정보들.
랭킹 1위의 존재감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쏟아지는 글들 속에서 지은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랭킹 1위에게 샌드위치 하나당 100만 원에 바가지 씌워 팔아먹은 레벨 1 비전투 계열 각성자.
지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내, 내일 당장 만나러 가야겠어!”
만나자.
만나서 잘못했다고 싹싹 빌면서 돈이라도 돌려주자.
물론 그 사람이 먼저 주긴 했지만 원래 약한 사람이 먼저 잘못했다고 빌고 들어가야 맞는 거다.
혹시 완전 바가지를 씌운 가게라고 랭킹 1위가 입이라도 뻥끗한다면 과연 앞으로 던전에서 장사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헌터 세계의 무시무시한 보복에 대해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던 지은을 현실 세계로 끌고 온 것은 핸드폰으로 걸려 온 전화 한 통이었다.
“여보세요?”
“서울 34허 1245 트럭 주인 되세요?”
“네, 맞는데요?”
“경비인데요! 이렇게 큰 트럭을 주차장에 대 놓으면 어떡합니까? 사고 나요! 빨리 트럭 좀 빼 주세요!”
“아! 예,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바로 내려갈게요.”
생각지도 않았던 트럭의 주차 문제로 현실로 돌아온 지은이 전화기 너머의 경비 아저씨에게 연신 고개를 꾸벅꾸벅 숙여 보이며 급하게 차 키를 챙기고 나섰다.
* * *
“우와, 엄청 혼났네.”
지하 주차장에 이런 대형 차종을 끌고 어떻게 들어온 거냐며 경비 아저씨에게 된통 혼난 지은이 아찔했던 방금 상황을 떠올리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곳엔 주차가 불가능하다며 화를 내는 경비 아저씨 덕에 결국 집에서 한참이나 먼 한강 공원 공용 주차장에 가야만 했다.
차에서 내린 지은의 어깨 위에 까망이가 자연스럽게 올라탔다.
“넌 도대체 언제 온 거야?”
<잊었냥? 내가 원래 트럭 주인이다냥.>
경비 아저씨에게 잔소리를 한참 듣고 운전석에 탔을 때, 데리고 나오지도 않은 까망이가 조수석 방석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는 걸 보고 지은은 깜짝 놀랐다.
그런 지은을 보며 까망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앞발을 그루밍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히든 정령이 아니라 트럭의 정령 같은데…….’
지은이 속으로 생각했지만 직접 이야기하면 까망이가 화를 낼 것 같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 바람 분다.”
여름이 거의 다 가고 가을이 훌쩍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선선한 강바람이 불어와 지은의 머리를 살짝살짝 헝클어 놓았다.
얼굴을 간지럽히는 머리를 가지런히 쓸어 넘긴 지은이 피식 웃으며 어깨에 올라타 있는 까망이를 두 손으로 들어 품에 끌어안았다.
<야옹.>
머리를 만져 주니 기분이 좋은 듯 품속에서 골골골 소리를 내는 까망이를 데리고 유료 주차장 사무실에서 1년 치 장기 주차권을 결제하고 나온 지은이 한쪽 팔을 하늘로 펼쳐 보였다.
“으아, 모르겠다!”
<갑자기 뭘 모르겠다는 거냥?>
“아까 집에선 송주혁 씨가 랭킹 1위였다는 걸 확인하고는 완전 패닉이었거든? 내가 진짜 헌터 세계에 발을 디뎠구나 하는 실감도 들고, 또…….”
<그리고?>
“스킬, 아이템, 레벨 업…… 난생처음으로 나하곤 관계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서 사실 조금 정신없었거든.”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인 지은이 까망이와 눈을 맞추고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경비 아저씨한테 10분을 넘게 설교를 듣다 보니까 완전 현실로 팍!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니까? 각성은 했지만 어차피 내가 전투 계열 헌터도 아니고.”
<…….>
“거기에 특이하게도 까망이 너를 만났잖아. 그리고 클래스도 남들이 들으면 웃기기만 할 푸드 트럭 사장님이라니. 마침 내가 푸드 트럭 대여 공모전에 당첨되고 나서 딱!”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냥?>
까망이의 질문에 지은이 씩 웃어 보였다.
“처음 마음가짐 그대로.”
그렇게 말하며 지은이 결심했다는 듯 한쪽 주먹을 꽈악 쥐어 보이고는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갑작스럽게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이 되었다곤 해도 어차피 다르게 생각할 것은 없다.
그저 평범한 푸드 트럭과는 다르게, 조금 특별한 던전 안의 푸드 트럭 사장님이 된 거니까.
“난 요리할 때가 가장 행복해. 그리고 누가 내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는 걸 보는 것도 좋아.”
<애옹.>
“그래서 어차피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그게 던전 안이라고 달라질 게 뭐가 있겠어. 던전 안에서 몬스터들하고 목숨을 걸고 부딪치는 헌터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일 수 있으면 된 거지.”
<그렇다고 공짜로 팔 거냥?>
“말도 안 돼. 세상에 공짜는 없어. 물론 난 재룟값이 공짜지만, 그건 갑자기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날 각성시켜 버린 대가라고 생각하고.”
<그래, 맞다옹.>
“그래서 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길 거야. 그래서 지금은 내일 과연 어디에서 장사를 할까 좀 기대가 되긴 해.”
던전 4층 같이 너무 깊게만 들어가지 않으면 손님을 만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터였다.
세상에 헌터는 많았다. 게다가 수시로 던전의 몬스터들을 잡아 혹시라도 생길 균열을 미리 방지하는 것이 길드들이 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복잡하게 생각 안 하려고! 난 그냥 던전 안 어디서든 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팔 거야.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걸?”
<그래, 주인이 유일하다냥.>
“진짜 진정한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이 되어야겠어.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뭘 만들어서 팔까?”
<주인이 자신 있는 걸로 하라냥.>
“사실 하나의 메뉴만 판매하는 건 좀 아쉽다? 샌드위치만 해도 그래 B.L.T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메뉴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잖아.”
<한 번에 여러 가지 메뉴를 하고 싶다는 말이냥?>
“그니까, 들어 봐봐! 굳이 하나의 메뉴만 정해서 영업을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식재료를 받아서 밥차처럼 운영하는 건 어떨까?”
선선한 밤바람이 불어오는 한적한 한강 공원.
까망이와 푸드 트럭 메뉴에 대해 한참을 속닥이며 걸어가는 지은의 얼굴에서 앞으로에 대한 걱정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