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2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19화(12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19화
주사위 결과 가장 낮은 숫자인 1이 나온 사람은 바로 지은이었다.
지은이 어김없이 발휘되는 다른 사람들보다 낮은 행운 스탯의 위력 앞에 속절없이 무릎을 꿇었다.
지은에 비해 활짝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하는 하소연과,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 하소연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네는 남운을 보며 네임드 몬스터와 A조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유라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 이번 지옥주 훈련 소감이 어땠나요.”
“수련과 실전은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누군가와 파티를 맺어서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좋은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남운의 평가였다.
A조에선 가장 몬스터를 상대한 경험이 많았던 그였다. 균열에 휘말려 각성했던 그는 레벨 1부터 자신의 전용 무기인 사인검으로 몬스터를 쓸어버린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진 천상계 랭커였지만, 균열 이후 5년 동안 던전 안에 들어왔던 적이 없었다.
대한제일검이라는 명예로운 수식어도 있었지만, 각성하자마자 랭킹 6위를 찍고도 던전에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고 틀어박혀 있는 그에겐 항상 따라붙는 ‘겁쟁이’라는 오명도 존재했다.
‘잠적한 남운, 랭킹 6위가 가진 두려움은 무엇인가?’
‘이해할 수 없는 로컬 랭킹 기준.’
그렇기에 남운이 5년 만에 처음으로 청명 길드에 입단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헌터 게시판은 불타올랐다.
드디어 랭킹 6위인 남운이 움직였다는 사실에 기대하는 사람이 반, 랭커도 아니라며 그를 비난하는 사람이 반이었다.
천상계 랭커로서의 도의적인 책임을 가득 짊어지고 있는 그의 솔직한 말에 지은과 하소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남운의 말에 하소연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민폐만 끼친 거 같은데…….”
사실상 A조가 이번 지옥주 훈련에서 몬스터를 빠르게 사냥할 수 있었던 건 남운의 신들린 검술 덕분이었다.
같은 레벨의 몬스터는 물론이고 레벨이 높은 몬스터, 하물며 방금 쓰러트린 네임드 몬스터까지 단칼에 목을 날려 버리는 그였다.
그런 남운의 움직임을 쫓아가지 못해 이미 처리한 몬스터를 공격하거나, 불기둥으로 오히려 남운의 진로를 방해하기도 했던 탓에, 네임드 몬스터를 막 처치했을 땐 환하게 웃던 하소연의 얼굴은 유라와 남운의 눈치를 살피느라 웃음이 싹 사라져 있었다.
청명 길드에 가입하기 전, 파티원들의 속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비슷한 실수를 하곤 했다. 하소연은 그 뒤로 ‘민폐 하급 정령사’라는 소문이 퍼져 파티에 가입하지 못하게 되어서 헌터의 꿈을 접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 하소연을 돌아보며 무표정을 유지한 채로 남운이 말했다.
“네임드의 목을 자르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 혼자서라면 완전히 네임드를 처치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건.”
“하소연 씨의 불의 정령이 공격하지 않았다면 재생이 계속 되었겠죠. 거기에 계속 땅속으로 도망치던 뱀을 묶은 민지은 씨의 그물 설치가 없었으면, 결국 마무리를 하지 못해 의미 없는 장기전 끝에 몬스터가 먼저 도망갔을 겁니다.”
“그래도 제 공격에 남운 씨가 다칠 뻔하기도 했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하소연 씨.”
그렇게 말한 남운이 처음으로 웃음을 보였다. 시종일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무표정을 유지하며 기계적으로 움직이던 검사의 웃음에 하소연이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우린 같은 파티원이니까요.”
“네…… 네!”
랭킹 6위의 천상계 헌터인 남운에게 진심으로 격려받은 하소연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같은 파티원이라는 그의 말이 주는 기쁨이 너무나 크게 다가왔는지, 감동한 표정의 하소연의 손을 꼭 잡으며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A조는 최종 합격입니다. 고생했어요.”
그런 A조의 훈훈한 모습을 보며 교관 역할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듯 모자를 벗은 유라가 당부의 말을 남겼다.
“지상으로 복귀하는 대로, 가장 먼저 A조 여러분들은 길드 병원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병원이요? 저희 아무도 안 다쳤는데요?”
“그런 줄 알았는데 심각하게 위험했던 경우를 최근에 직접 봐서요. 던전에 들어갔다 나오면 기본적인 건강 검진은 필수입니다.”
“윽…….”
지은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하는 유라의 말이 가슴에 날아와 꽂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청명 길드가 그저 그런 길드도 아니고, 당연히 길드원을 위한 모든 케어를 해 주는 곳인데 그런 케어 시스템이 있다는 것조차 망각하고 있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지은 본인이었다.
“꼭 건강 검진을 제대로 받고 길드에 샤워 시설도 있으니 여독을 풀고 회식을 즐기세요. 다음 일정은 사흘 뒤입니다.”
그렇게 당부하며 내려놨던 배낭을 짊어진 유라에게 다가간 지은이 유라를 흘겨보며 말했다.
“언니…….”
“……아흐으, 더는 못 참겠다! 미안해, 지은아!”
자신의 팔을 잡아 오는 지은을 애써 외면하려던 유라가 지은을 와락 끌어안았다. 심통이 난 듯 보이는 지은의 얼굴을 보고도 더 이상 교관으로서의 카리스마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유라가 지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미안해, 지은아. 언니가 심했지?”
“네?”
“그래도 다 널 위한 거였어! 매정하게 대했다고 언니한테 매정하게 굴면 언니는 너무 슬플 거 같아!”
“우읍. 언니 숨 막혀요!”
지은을 꽉 끌어안으며 그동안 엄하게 교육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유라가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말을 해 보려고 해도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다다다 말을 쏟아 내는 유라의 모습에 결국 지은은 웃음을 터트렸다.
“많이 서운했어?”
“네! 많이 서운했어요!”
“교육 방침상 어쩔 수가 없었…….”
“언니가 회식하러 같이 가자고 안 해서 서운했다고요!”
“어?”
지은의 말에 유라가 깜짝 놀라며 끌어안았던 지은과 떨어졌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유라의 얼굴을 바라보며 지은이 씨익 미소 짓고는 말했다.
“언니도 A조거든요?”
“나는 교관인데…… 악마 교관.”
“그동안 너무 천사여서 이 정도 타락은 아무런 영향이 없어요. 그러니까 언니도 회식 같이 가실 거죠?”
“맞아요! 저 한유라 헌터님 찐팬이란 말이에요!”
“저도 같은 A조라고 생각합니다.”
끼어들 타이밍을 눈치 보던 하소연이 손을 번쩍 들며 그런 지은의 말에 곧바로 긍정을 표시했다. 거기에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라를 바라보며 말한 남운까지.
같은 조원들의 지지를 발판 삼아 지은이 다시 유라에게 채근하듯 말했다.
“회식…… 같이 갈 거죠?”
“물론이지!”
교관이었던 유라까지 회식에 참가하는 것이 결정되고 난 뒤,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 던전을 가로지르는 A조의 얼굴은 일주일 만에 던전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과 함께 드디어 밖에 나가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가끔씩 진행 방향에서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가뿐하게 처리하며 경쾌한 발자국 소리를 남기고 A조의 지옥주 훈련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 * *
“민지은 부장님, 검사 끝나셨어요.”
“으헉. 저 안 잤어요.”
“이상 없는 거 맞죠?”
“네, 정상입니다.”
길드에 복귀해 일행이 바로 들어선 곳은 병원이었다. A조보다 먼저 지옥주 훈련을 마쳤는지 피곤한 얼굴로 정밀 검진을 받고 있는 신입 헌터들은 다들 고된 일정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검사를 받는 시간 동안에도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건 지은도 마찬가지였다. 지옥주 훈련이 끝났다는 유라의 말에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막상 던전에서 나온 뒤 미리 준비된 복귀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한 번도 깨지 않고 잠을 잤던 지은이었다.
길드의 부장 직함을 맡고 있는 지은은 다른 조원들과는 다르게 길드 임원 전용의 병동에서 따로 검사를 받아야 했다. 지은을 부장님으로 부르는 길드원들의 모습에 하소연이 ‘부장님이라니!’라며 놀라고는 ‘길드의 숨은 실세였어요?’하고 물어 오는 통에 지은은 매우 당황해야 했다.
거기에 남운도 당황한 지은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부장님을 몰라 봬서 죄송했습니다.’라고 고개를 꾸벅 숙인 탓에 지은은 두 사람의 반응이 장난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검진 이후에 보자며 조원들과 떨어진 상태였다.
오랜만에 직함으로 불리니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독성 중독 여부를 판단하는 정밀 검사를 받던 도중 고개를 꾸벅이며 졸고 있던 지은이 눈을 번쩍 뜨며 뭐라 뭐라 중얼거렸다.
그런 지은의 검사 결과를 몇 번이나 꼼꼼히 확인한 유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모든 수치가 정상이네. 그런데 회식할 수 있겠어?”
“회식해야죠!”
반드시 회식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지은이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벌대원들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던전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조원들과의 회식을 꼭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거기에 처음으로 맺은 파티였으니 그 각별함은 더 크게 다가왔다.
“언니는 안 갈 거예요?”
“나는 바로 가기엔 조금 일 처리를 해야 할 게 있어서. 너희 성적이랑 훈련 결과 보고서도 대충 시안은 만들어야지.”
“아…… 언니, 너무 모범적인 임원 같아요. 부하 직원들 힘들게 할 상사.”
“한유라 이사님, 검진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자신의 검진도 뒤로 미루고 지은의 검진 내내 딱 달라붙어 있던 유라가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의사의 말에 아쉬워하는 지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말했다.
“오래 걸리는 일 아니야. 어디서 회식할 건지 연락만 남겨 놔. 금방 합류할게.”
“네!”
검진실로 들어가는 유라를 배웅하고 지은은 샤워실에서 말끔하게 씻고 로비로 나왔다. 지은의 눈에 10개조로 나뉘어 1층과 2층의 던전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신입 길드원들을 끝까지 격려하고 마지막 팀과 함께 복귀했던 주혁이 들어왔다.
벽에 기대서 서 있던 주혁이 지은을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지은 씨, 고생하셨습니다.”
“어쩜 피곤한 기색이 하나도 안 보이네요?”
“저야 뭐 던전에 단련된 몸이니까요. 검진 결과는 어때요?”
“아무 문제없대요.”
“다행이군요. 그래도 공식 일정 전까진 푹 쉬시는 게 좋을 겁니다.”
“오늘 A조 회식까지가 공식 일정이라서요. 내일부턴 푹 쉴 거예요.”
“회식이요?”
A조의 회식이라는 말에 주혁이 반응했다. A조의 교관이자 멘토였던 유라도 참석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재잘재잘 떠들며 기지개를 켜는 지은의 모습에 주혁이 피식 미소 지었다.
“마음 같아선 저도 참석하고 싶지만, 일이 좀 밀려 있네요.”
“회장님이 오시면 저희가 마음껏 회포를 풀지 못해요.”
“……너무 단칼에 거절하시는 거 아닙니까?”
주혁의 투정 아닌 투정에 지은이 웃음을 터트렸다.
“다음에 집에 초대할게요.”
“그거 정말 기대되는군요.”
“그런데 무슨 일이 그렇게 많아요? 길드 연합 회의 관련일인가?”
“네, 곧 올해의 첫 연합 회의가 있을 예정이라. 그것 말고도 또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습니다. 성진이가 일단 먼저 조치한 일이긴 한데, 관련해서 토벌대 팀장급 회의도 해야 하고요.”
“토벌에 관련된 일이에요?”
토벌대의 팀장급이 참석하는 회의라면 사실상 길드의 간판 랭커들의 회의였다. 다음 토벌 일정을 벌써 잡은 것인지 궁금해진 지은의 질문에 주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닙니다.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어서, 확실해지면 지은 씨에게도 꼭 알려 드리겠습니다.”
“네, 저도 필요한 회의라면 부담 갖지 마시고 불러 주세요.”
“물론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파티원들과 약속했던 로비로 나오니 이미 검진을 끝냈는지 지은을 기다리고 있던 남운과 하소연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지은을 반겼다.
“그럼 저는 이만 회식하러 가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