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2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20화(12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20화
“으으. 오랜만에 씻으니까 너무 상쾌하다.”
일주일 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기본적인 세안만 하느라 꼬질꼬질해졌던 몸을 깨끗하게 씻고 나오니 피로가 조금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상쾌하다며 기지개를 켜는 지은에게 주변 맛집 리스트가 정리된 핸드폰을 내밀며 하소연이 말했다.
“회식 장소로 어디가 좋을까요?”
유라가 환각 마법 대항 훈련이라며 삼겹살을 너무 맛있게 구워 먹은 탓인지, 골라 둔 대부분의 식당이 고깃집이었다.
물론 불판 위에서 구워지는 노릇노릇한 삼겹살이나 항정살도 너무나 끌렸지만, 지은에겐 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여기는 어때요?”
“헉, 너무 비싸지 않을까요?”
지은이 고른 회식 장소는 무려 S 호텔에 있는 고급 일식집이었다.
1인 기준 기본 15만 원이 넘어가는 고급 일식집을 선뜻 회식 장소로 제안하는 지은에게 하소연이 자신은 돈이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저는 아르바이트만 해 봐서, 이런데 한 번 가면 타격이 큰 데요!”
메뉴판에 적힌 가격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리는지 다른 데로 가자며 만류하는 하소연을 뒤로하고 일단 무조건 전화부터 해 보는 지은이었다.
사실 이런 고급 일식집에 미리 예약도 없이 당일에 입성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아쉬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식집에 전화한 지은은 놀랍게도 오늘 예약이 없다는 말을 듣고는 횡재한 기분에 핸드폰에 대고 소리를 높였다.
“4명! 좋은 방으로 부탁드려요!”
“히익! 진짜요?”
“제가 사는 거잖아요? 주사위로 내기한 거 아니었어요?”
“에이, 그건 그냥 주사위를 돌릴 때 흥미진진하려고 장난친 거였죠. 더치페이는 현대 사회의 기본이라고요!”
너무 고급지고 비싼 곳이라며 한사코 자신을 만류하는 하소연과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남운을 바라보던 지은이 씨익 웃어 보이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들며 말했다.
“제가 이래 보여도 직책이 부장이라서 돈이 좀 많아요.”
“세상에…….”
“사실 꼭 가 보고 싶지 않아요? 내부 인테리어만 봐도 비싸 보이는 정통 일식집! 저만 그런가? 안 그래요?”
“그래요…….”
“사실 던전에서 몬스터들을 상대로 제가 제일 한 게 없는 것 같아서 그래요. 버스 탔으니 버스비는 계산하게 해 주실래요?”
반짝.
지은이 들고 있는 카드에서 빛이 나는 듯한 환각을 본 하소연이 ‘그래도 너무 비싼데…….’라고 중얼거리자 더 이상 생각할 수 없게 곧바로 택시를 잡은 지은이 하소연의 팔을 이끌고 택시에 탑승하며 기사님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기사님! S 호텔로 가 주세요!”
반항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소연과 함께 뒷자리에 탑승한 지은이 의자에 완전히 앉는 것을 확인한 남운은 뒷좌석 문을 닫아 주고는 조수석에 탑승해 아무 말 없이 안전벨트를 맸다.
“와아…….”
대한 그룹 소재의 최고급 ‘S’ 호텔의 앞에서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택시의 문까지 열어 주는 도어맨의 위엄에 한 번 놀라고, 번쩍번쩍한 호텔의 분위기에 한 번 더 놀라며 결국 꾹 참고 있던 감탄사가 자신도 모르게 나온 하소연이 황급히 입을 막았다.
“죄송해요. 이런데 와 본 적이 없어서…….”
“저도예요.”
“저도.”
고급 일식집은 요리 구성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던 지은이었다. 한식이나 양식의 플레이팅엔 자신이 있었지만, 일식은 학원에서 배운 것을 제외하면 거의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푸드 코너는 물론이고, 자율 판매에서도 일식은 섣불리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싱싱한 최고급 재료를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는 스킬이 있었다. 고급 일식집 같은 분위기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어떤 메뉴 구성으로 시도하면 좋을지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생각만 하고 있던 찰나에 회식은 좋은 기회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호텔 내부에 사람이 별로 없네요? 너무 고급 호텔이라 그런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최고급 호텔이라는 이름값 때문에 호캉스로도 인기가 많은 호텔로 알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오늘은 영 손님이 적은 느낌이었다.
와 본 적은 없었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최고의 호텔에서 이렇게 한산한 분위기가 느껴질 리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은 지은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실례합니다, 손님.”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지은의 일행을 붙잡은 것은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직원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실례가 안 된다면 손님분들 중 각성자나 헌터가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왜죠? 각성자나 헌터는 호텔 이용이 금지되어 있나요?”
“그럴 리가요! 그저 통상적인 확인 절차입니다. 오해를 안겨 드려서 죄송합니다.”
자신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는 직원에게 황급히 하소연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죄송하실 거 없어요. 저랑 이쪽은 헌터…….”
“남운입니다.”
자신과 남운을 번갈아 가리키며 헌터라고 소개하려던 하소연은 대뜸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남운의 행동에 당황해야 했다.
남운의 이름을 들은 직원은 그의 얼굴을 그제야 제대로 확인하고는 순간 몸을 움찔하며 놀란 듯 했지만, 이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와 본업을 이행하기 시작했다.
“신원이 확실하신 남운 헌터님과 일행분들이라면 문제없습니다. 시간을 끌어서 죄송합니다.”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직원을 보며 지은이 고개를 갸웃하고 말했다.
“헌터나 각성자인지 왜 확인을 하는 걸까요?”
“잘 모르겠는데, 일단 방금 그 직원도 일반 직원이 아닌 헌터가 분명합니다.”
“네?”
“틀림없이 검을 수련한 손이었습니다. 기척을 숨기고 접근할 줄 아는 걸 보니 헌터가 맞을 겁니다.”
남운이 확신에 찬 강한 어투로 조용히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엔 지금 이 로비 내의 대부분이 헌터 같습니다.”
“그런 게 느껴져요?”
“기를 수련하다 보면 느껴집니다. 일반인과 헌터는 기운의 크기가 크게 차이가 나거든요.”
남운의 설명을 듣고 나니 왠지 정말로 그렇게 느껴졌다. 두 명씩 무리 지어 다니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지은은 호텔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예약 시간이 다 되었기에 1층에 멈춰 있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예약했었는데요. 민지은이에요.”
“네, 민지은 님. 네 분 예약으로 하셨는데 세 분 맞으실까요?”
“아, 한 명은 조금 늦게 올 거예요.”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느와르 영화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검사들이 이용할 것 같은 정통 일식 인테리어에 감탄하며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 방은 영화에서 봤던 그대로였다.
“사실 일식도 제대로 도전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 전에 제대로 된 코스 요리를 한 번 경험하고 싶었는데 운이 좋았네요. 너무 기대돼요.”
지은이 던전 안에서 푸드 트럭을 운영할 수 있는 각성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하소연은 물론이고, 이번 지옥주 훈련간 알게 된 남운도 지은의 말에 참아 왔던 질문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요리는 직접 다 하시는 거예요?”
“네, 물론이죠!”
“참치김치볶음밥도 정말 환상적이었는데, 일식도 판매할 예정이에요?”
“사실, 그런 전문적인 요리는 아무래도 푸드 트럭이라 조금 힘든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뭔가 적용할 수 있을 만한 요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와 보고 싶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파티를 하면서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은의 푸드 트럭 스킬을 보기만 했지, 지은이 만든 음식을 맛보진 못한 남운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신입 헌터 연수가 끝나고도 우리 계속 파티 할 거죠?”
“당연하죠!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인데요!”
“물론입니다. 동기 사랑 나라 사랑입니다.”
누가 전문 양성소 과정을 수료한 헌터들 아니랄까봐 똑같이 말하는 하소연과 남운을 보며 푸스스 웃어 보인 지은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파티원에겐 특별히 자율 판매에서 무상으로 요리를 제공해 드릴게요.”
“세상에.”
방금 지은의 말을 다른 헌터들이 듣는다면 얼마나 부러워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요즘 지은이 레벨 업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율 판매를 뚝 끊었던 탓에, 던전 안에서 푸드 트럭을 만나길 소망하는 텐트족들은 번번이 오늘도 허탕을 쳤다며 울분에 찬 글을 게시판에 남기곤 했다.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너 다시 돌아와 주라.] [우리 던전으로 가자.]지은이 청명 길드 소속이라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문제는 어디서 지은이 장사를 할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리 자율 판매를 하는 던전을 공지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헌터들이 지은의 푸드 트럭을 만나기 위해 모여들지 상상이 되지 않을 인기였다.
물론 우연한 기회에 만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헌터 게시판에 푸드 트럭 만남 기원 글은 매우 잦은 빈도로 등장하는 인기 소재였다.
“그런데 정말 손님이 한 팀도 없나 봐요.”
아무리 방으로 구분된 프라이빗한 고급 일식집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손님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리 없는데, 예약을 하려면 최소 세 달은 기다려야 한다는 리뷰와는 달리 가게 안은 너무나 조용했다.
“운이 좋은가 봐요. 오늘 원래 쉬는 날이었다던지?”
“그렇겠죠? 아, 그런데요. 남운 씨가 공격을 할 때…….”
몬스터를 사냥하던 이야기로 대화 주제가 넘어가자 호텔 분위기에 대한 주제는 금새 잊혔다. 상대하는 몬스터의 숫자나, 개체에 대한 이야기로 서로 생각을 공유하는 것은 지금껏 세 사람 모두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즐거운 일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노크 소리와 함께 등장한 코스 요리의 첫 번째 음식은 진하게 우려낸 녹차와 보는 것만으로도 탱글탱글한 식감이 전해져 오는 찐 전복이 와사비와 함께 담겨 나왔다. 거기에 부들부들한 게살이 가득 들어간 게살죽까지.
직원이 나가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바쁜 지은과 하소연을 보며 숟가락으로 게살죽을 떠먹으려던 남운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눈치를 보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본격적인 코스 요리의 시작이 될 음식이 나오자 몬스터가 어떻고, 대형이 어떻고 말을 하던 일행의 대화가 뚝 끊겼다.
고소한 냄새가 풍겨 오는 게살죽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머금은 지은이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들부들한 게살의 맛에 감동한 듯 말했다.
“세상에, 너무 맛있다…….”
일주일 동안 물과 육포, 그리고 끔찍한 맛의 포션만 먹다가 입에 넣은 게살죽은 천상의 맛이었다.
조금밖에 나오지 않은 게살죽을 깔끔하게 비워 낸 지은과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인 하소연과 남운이 젓가락을 들어 찐 전복 한 점 위에 와사비를 덜어 내고는 곧바로 입으로 가져갔다.
“어쩜 이렇게 탱글탱글하면서도 고소하죠?”
쪄냈음에도 탱글탱글한 식감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전복과 생와사비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거기에 진하게 우려낸 따뜻한 녹차까지 한 모금 머금으니 다음 요리가 너무 기대된 지은은 오매불망 닫힌 문을 바라보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두 번째 요리가 뒤를 이어 등장했다.
두 번째 코스 요리는 회였다. 도미와 광어, 참치 뱃살과 청어로 구성된 정갈한 회가 그릇에 보기 좋게 플레이팅 되어 사케 한 잔씩과 함께 곁들여 등장했다.
살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 같은 회를 보며 지은이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런 플레이팅 하나하나가 다 어디서 배우지 못할 요리 지식들이었다.
신난 마음에 도미 회를 한 점 집어 와사비를 적당히 푼 간장에 콕콕 찍어 입에 가져가려던 순간이었다.
드드드드!
“꺄아악!”
갑자기 급격하게 진동하는 건물 내부.
만족스러운 얼굴로 회를 음미하던 남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균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