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2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22화(12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22화
“푸드 트럭?”
“트럭 주위의 안전 영역에선 몬스터의 공격을 받지 않아요! 그러니까 모두 1층으로 모여 주세요!”
몬스터의 공격을 받지 않는 스킬이라는 지은의 설명에 푸드 트럭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던전과 동기화가 되어 가고 있는 균열 내부에서 스킬이 즉시 적용이 가능한 상태가 된 이상, 충분히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며 균열에 맞설 수 있었다.
‘문제는…… 이상 현상이야.’
이상 현상으로 인해 스킬이 사용되지 않았던 끔찍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등급 미정의 균열이 발생한 지금, 또다시 그런 이상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
“외부에서 지원을 기대하긴 힘들겠죠?”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있는 인원들로 균열을 막을 수 있을 확률은요?”
지은의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남운이 어렵게 내뱉은 말은 현 상황을 확실히 타개할 수 있다는 확신도, 감히 자신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랭커로서의 자존심도 담겨 있지 않았다.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저 또한 경험해 본 것이 아니기에.”
오직 현재 상황만을 가정한 사실. 그 사실을 입에 담는 남운의 말에 주변에 대한 길드 소속 헌터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 갔다.
3차 균열 당시 홀연히 등장해 가로막는 모든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던 남운조차 이 상황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말을 꺼내는 상황에서 지은이 입을 열었다.
“우리에게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있어요.”
“방법이 있다고요?”
“네, 일단 지금 호텔 내부의 민간인이 몇 명이나 되죠?”
“정확히 124명입니다.”
“124명…… 시간을 조금 벌어 줄 수 있어요?”
각성자도, 헌터도 아닌 민간인들의 구출이 가장 먼저 우선시 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지금처럼 꼼짝없이 균열에 갇힌 상황에서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냐는 지은의 물음에 남운이 말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까?”
“저분들을 제가 이 균열 밖으로 빼낼 수 있는 시간만 벌어 주시면 돼요.”
“방법이 있습니까?”
“네, 저에게 방법이 있어요. 균열 내부가 던전이 된 것이 맞다면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민간인들을 모두 대피시키겠다는 말에 지은을 바라보는 헌터들의 표정에서 ‘어떻게?’라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좀처럼 지은이 무슨 말을 하는지 믿지 못하는 헌터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것은 하소연이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라!”
“…….”
“양성소 출신 헌터들이라면 다들 기억하는 구호예요. 그리고 저희는 헌터고요. 불가능한 건 없어요. 가능하게 만들면 되는 거니까요!”
“하소연 씨의 말씀이 맞습니다.”
지은에게 동조하는 하소연과 남운의 말에 회의감에 빠져 있던 대한 길드의 헌터들도 이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자신들 또한 그 어떤 던전에서도 물러나지 않고 싸울 것을 맹세했던 헌터였기에.
“물론입니다! 가능하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요. 제가 한 번에 이동시킬 수 있는 건 두 명이 한계예요.”
지은이 떠올린 방법은 바로 숙련 레벨이 오르고 새롭게 얻게 된 아르바이트 고용 스킬이었다. 현재 지은이 한 번에 고용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은 고작 2명.
124명의 민간인을 균열 밖으로 이동시키려면 62번이나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지은이 던전 밖으로 나가게 되면 푸드 트럭과 함께 안전 영역이 사라지게 된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민간인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자신들의 목표임을 깨달은 헌터들이 저마다 굳은 표정으로 무기를 바로잡았다.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문이 열리기 전에 최대한 많은 구출을 부탁드립니다.”
“네, 바로 시작할게요.”
지은과 헌터들의 대화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던 사람들에게서 ‘살 수 있다.’라는 희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헌터들과 상의를 끝낸 지은이 몰려든 사람들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사람들이 지은의 앞에 다가와 한마음으로 소리쳤다.
“한 번에 두 명씩 나갈 수 있는 게 맞나요. 헌터님?”
“네, 그렇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가까이에 계신 분부터…….”
“어린아이와 노약자부터 내보내 주십시오! 헌터님!”
“신체 건강합니다! 각성자나 헌터는 아니어도 적어도 헌터님들의 지시에 따를 체력은 됩니다!”
“맞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위기의 순간, 자신들의 목숨부터 살려 달라고 비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살아날 희망이 생겼다는 사실에 어린아이와 노약자부터 먼저 구해 달라고 한마음으로 소리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외침에 지은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현재 지은이네 푸드 트럭 아르바이트생은 2명입니다.]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스킬을 계속 빠르게 사용해 균열 외부와 내부를 오고 가야 했다. 나가는 것은 이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어디로 나가야 이 사람들이 안전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던 지은은 자신의 일에 언제나 진심으로 응해 준 유라와 주혁을 떠올리고는 결심을 마쳤다.
[스킬 : 폐점 시간이 발동됩니다.]아르바이트생으로 지정한 어린 남매의 손을 꼭 잡은 채 지은이 푸드 트럭과 함께 균열 내부에서 모습을 감춘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등급 미정의 균열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남기고 사라진 지은의 모습. 어린 남매의 부모로 보이는 부부가 눈물과 함께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지은이 사라진 허공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아아…… 감사합니다!”
* * *
[균열 내부로 계속해서 진입을 시도하는 랭커들의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한민국에 발생한 4번째 균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균열입니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으니 더욱 속이 타들어 갑니다. 균열에 휘말린 사람들의 생존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잠시만요! 여러분들, 균열 장막 외부에 어떤 빛이 나타났습니다!] [어린아이들입니다! 어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구출한 사람의 모습이…… 지금 카메라에 잡히고 있는데요!]자신이 A조원들과 함께 S호텔로 회식을 하러 왔다는 사실은 이미 합류하기로 했던 유라가 알고 있었으니, 반드시 호텔 주변에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이동한 장소였다.
균열의 범위를 벗어나면서도 S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마음속으로 떠올리고 이동해 온 지은이 주혁과 유라의 이름을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주혁 씨이이이이! 유라 언니이이이!!”
“지은아?”
“지은 씨!”
반드시 호텔 주변에 와 있을 거란 자신의 생각대로 가까운 곳에서 주혁과 유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걸음에 땅을 박차고 날아와 지은의 앞에 선 주혁과 유라가 놀란 얼굴로 지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균열에 휘말린 게 아니었습니까? 어떻게…….”
“지금부터 계속 사람들을 구출해 올 거예요. 설명할 시간 없어요!”
균열에 꼼짝없이 휘말렸을 지은이 남매의 손을 잡고 어떻게 나타난 것인지는 모르지만, 다시 사람들을 구출해 온다는 지은의 말에 빠르게 상황을 유추한 주혁과 유라가 어린 남매의 손을 넘겨받았다.
“계속 여기로 올게요!”
다행히도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주혁과 유라를 만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지은이 스킬 [주인 마음대로]를 사용했다.
대상 장소는 S호텔의 1층 로비. 스킬 레벨을 올린 덕분에 한 번 이상 방문한 던전 내부의 어떤 장소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작은 빛무리와 함께 민간인 두 명의 손을 잡고 나타난 지은의 모습을 담기 위해 방송국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집중을 받게 되었지만, 지은은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최선을 다해 수행할 뿐이었다.
[시청자 여러분, 믿어지십니까! 균열에 휘말렸던 사람들이 구출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던 균열의 장막을 자유롭게 오가며 사람들이 극적으로 구조되고 있는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아으윽…….”
짧은 시간에 벌써 절반의 인원을 구출한 지은은 순간 강하게 찾아온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각성한 직후 손님을 받겠다는 일념으로 수없이 많은 던전에 들어갔을 때조차 최소 30분은 마나를 회복할 시간을 가졌는데, 지금은 초 단위로 스킬을 쓰고 있었다.
레벨이 올라 스탯이 상승해 최대 마나와 함께 마나 회복력도 높아진 상태였지만, [주인 마음대로]는 패시브 스킬임과 동시에 엄연한 고유 스킬이었다.
문이 열리기 전 최대한 많은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10초 단위로 스킬을 쓰고 있던 지은이 머리를 누군가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쓰러졌다.
“헌터님!”
“괜찮으세요? 헌터님들! 여기 헌터님이 쓰러지셨어요!”
“지은 씨!”
쓰러진 지은에게 다급하게 몰려드는 사람들. 마나의 한계치까지 아낌없이 쏟아 내 스킬을 사용하던 지은의 마나가 다 떨어진 것을 알아챈 헌터들이 다급하게 인벤토리에서 마나 포션을 꺼내려던 순간이었다.
[시스템 알림 : 던전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균열 내부의 필드가 변형됩니다.] [균열의 문이 개방되었습니다!] [균열 등급 : 제로. 상위 균열의 첫 등장을 알립니다.]시스템 알림과 함께 절망은 너무나 빠르게 찾아왔다.
기존의 균열 등급은 모두 1등급. 최초의 균열인 대균열조차 1+등급의 균열이었는데, 등급이 표시되지 않는 제로 등급의 ‘상위’ 균열의 등장에 헌터들의 얼굴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 갔다.
“아아…….”
드드드드드드드!
동기화가 완료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변형되어 가기 시작하는 필드. 순식간에 가루가 되며 사라져 가는 건물의 벽들.
그 가운데에 커다란 지옥의 문이 땅 밑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지옥의 문을 연상시켰다고 하는 대균열 당시 던전의 문처럼. 보고만 있어도 온몸에서 경고를 보내오는 저릿한 기운과 함께 커다란 소리를 내며 떠오른 상위 균열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안 돼…….”
[스킬 사용 범위를 넘은 상태입니다!] [치명적인 마나 고갈로 스킬 사용에 제한이 걸립니다!] [스킬 : ‘주인 마음대로’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10분입니다.] [스킬 :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10분입니다.]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흐릿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지은이 힘겹게 중얼거렸다.
아직 구해 내야 할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데. 마나가 고갈된 상태인 지은이 팔을 땅에 딛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포션…… 포션을!”
[상위 균열의 등장에 모든 시스템이 정지됩니다.] [오류 발생! 헌터 마켓과 인벤토리가 잠금 상태가 되었습니다!]그런 지은의 외침을 듣고 있었던 것처럼, 더욱 절망적인 시스템 알림창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잠금 상태가 되어 버린 헌터 마켓과 인벤토리.
이런 상황을 그동안 전혀 겪어 보지 못했던 헌터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미리 장착하고 있던 무기와 방어구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아이템을 구매할 수도, 사용할 수도 없게 된 절망적인 상황.
패닉에 빠진 사람들의 틈으로 지은의 간절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10분만…… 10분만요!”
“…….”
“10분만 버텨 주세요, 제발! 밖에서 도움을 청할 사람들을 데려올게요! 딱 한 번만 스킬을 사용할 시간을 벌어 주세요!”
제발.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새된 소리였지만, 그 어떤 목소리보다 강렬한 기원을 담은 지은의 목소리가 헌터들은 물론이고 아직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그런 지은의 간절함 덕분일까. 헌터들이 열리기 시작한 문을 바라보며 일제히 무기를 고쳐 들기 시작했다.
“10분. 모든 것을 걸고 10분 동안 웨이브를 막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