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2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24화(12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24화
“회귀라니…… 그게 무슨…….”
실패한 세상에서 자신을 찾기 위해 회귀를 해 왔다는 남운의 말에 지은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뭐라고 말하고 싶은데, 갑작스럽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남운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고 고장 나 버린 지은에게 남운이 환하게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죠.”
“……이봐요, 남운 씨!”
자신이 회귀자라는 폭탄 같은 말을 남기고 몬스터들에게 달려가는 남운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던 지은은 이내 자신의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둘러싸였다.
“헌터님! 괜찮으신가요!”
“헌터님! 살려 주세요!”
두려움에 떨며 남아 있던 사람들이 한그루를 데리고 돌아온 지은의 등장에 구세주라도 나타난 듯 매달려왔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요청에 남운의 뒷모습을 쫓는 대신 지은은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회귀자라니…….’
남운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것은 처음 균열이 발생했을 때 그가 중얼거렸던 말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고개를 갸웃하며 담담하게 중얼거렸던 남운의 말을 가까이에서 들었으니까.
‘지금 저희는 던전 안에 들어와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라는 말이에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거기에 자신이 지금까지 경험한 균열‘들’과는 다른 균열이라고 자신 있게말하던 남운의 태도는 분명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던 자신의 말을 그대로 돌려준, 레벨 업을 했다곤 했지만 아직 고작 20레벨의 자칭 회귀자가 고레벨의 몬스터를 가차 없이 베어 넘기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 스킬을 사용했다.
“지은 씨!”
상위 균열에 휘말려 시스템이 잠금 상태가 되어 버린 지금. 균열 안으로 들어갔던 지은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주혁이 다시 민간인 두 명과 함께 나타난 지은에게 성큼 다가서며 소리쳤다.
“괜찮으십니까? 안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마나가 고갈되고 스킬 재사용 시간이 생기는 페널티가 있었는데, 다행히 잘 해결됐어요.”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유라 언니는요?”
“지은 씨가 계시던 균열 내부뿐만 아니라 바깥에서도 시스템이 잠금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상위 균열을 중심으로 새로운 균열들이 증식하고 있는 상황이라…… 혹시 한그루 헌터가 균열 안으로 들어갔습니까?”
상위 균열을 중심으로 새끼 균열이라 불리는 새로운 균열들이 일어나 몬스터들이 지상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아리아 길드의 주관하에 서울 일대 전역에 회복 마법진을 전개하던 한그루가 갑작스럽게 균열 안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던 주혁의 물음에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한그루 헌터를 균열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어요.”
“역시 그런 일이 가능한 건 지은 씨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다리고 계셨던 건가요?”
“네.”
증식하고 있는 새끼 균열들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 순 없었지만, 랭킹 1위인 주혁의 압도적인 무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 뜻하는 것은 하나였다.
“저도 균열 안으로 데려가 주십시오, 지은 씨.”
* * *
민간인들을 데리고 균열 밖으로 나갔던 지은이 이번에 데려온 사람이 다름 아닌 주혁이라는 사실에 사람들의 입에서 이제 살았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존재 자체만으로 절망 속에 갇혀 있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는 랭킹 1위의 등장은 한그루의 버프를 받아 몬스터들에게 밀리지 않고 싸우고 있던 헌터들의 사기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지은 씨는 계속 사람들을 구출해 주십시오.”
“네!”
자신이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 전용 무기인 창을 소환한 주혁이 첫 번째 몬스터 웨이브의 네임드인 거대한 식물형 몬스터에게 있는 힘껏 창을 던졌다.
쐐애액!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주혁의 창의 기운을 느꼈는지 네임드 몬스터가 다급하게 넝쿨을 뒤집어쓰며 자기 방어에 들어갔지만 한 번 날아간 창을 막진 못했다.
퍼억!
자신의 등 뒤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눈앞의 적에겐 절망을 선사하는 주혁의 창이 단단한 껍질로 무장된 넝쿨을 그대로 관통했다.
그 뒤에 숨어 있던 몬스터의 몸을 꿰뚫는 소리와 함께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네임드 몬스터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손을 뻗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돌아온 창을 고쳐 잡고 앞으로 뛰어나가는 주혁을 향해 한그루의 버프가 집중되었다.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것은 헌터들의 일. 지은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자신의 방식대로 합류하기 위해 민간인 구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민간인까지 균열에 휘말렸던 124명을 균열 밖으로 빼내는데 성공한 지은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는 젊은 부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가치 있는 일을 성공했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 검은 기운으로 뒤덮인 장막을 바라보던 지은이 장막을 향해 손을 뻗었다.
“…….”
이 검은 장막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정령들에게 씌워져 있던 타락의 기운과는 확연히 다른 기운이 지은의 손이 닿는 대로 넘실대기 시작했다.
<아무거나 만지지 말아라, 주인.>
그런 지은의 손을 다급하게 쳐 내며 나타난 것은 바로 까망이었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까망이를 똑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지은이 말했다.
“왜 이제 왔어!”
<…….>
“내가 얼마나…….”
처음 균열에 휘말렸을 때부터 정신 교감을 통해 까망이를 끊임없이 불렀던 지은이었다.
자신이 있는 곳이라면 던전 안에서든 밖에서든 찾아올 수 있다던 까망이가 이번에는 간절한 부름에도 오지 않아서 마음속으로 얼마나 불안했는지.
그런 자신의 불안감을 틀림없이 전해 들었을 텐데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까망이가 드디어 나타나자 그제야 안도한 지은이 까망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런 지은의 품에 안긴 까망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상위 균열이라니, 이건 명백한 선전 포고다.>
“선전 포고?”
<비열한 신 같으니. 주인, 이번엔 정말 위험했다. 나도, 시스템도 신이 대리자를 앞세워 균열을 지상에 불러낼 줄은 몰랐다.>
“대리자…….”
대리자를 언급하는 까망이의 말에 남운의 목소리가 떠오른 지은이 중얼거렸다.
실패한 세계에서 회귀했다던 남운이 자신을 대리자라고 불렀던 것이 떠오른 지은이 말했다.
“대리자가 뭐야?”
<…….>
아까 본인이 회귀자라는 사람을 만났거든? 근데 그 사람이 나보고 대리자라고 그러는 거야.”
이상하지? 라며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까망이의 반응을 살펴보려던 지은은, 까망이가 아무 말 없이 자신에게서 시선을 피하자 한숨을 내쉬었다.
남운이 회귀한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대리자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투명한 반응이라니.
두 주제 중 어떤 것을 숨기는 것인지 확실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회귀인지, 대리자에 대한 설명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생각을 정리한 지은이 다시 한번 까망이를 슬쩍 떠보기 시작했다.
“회귀라니. 그런 게 가능하겠어?”
<……나는 잘 모른다.>
회귀 쪽은 정말로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맞는 듯했다. 거짓말을 할 때면 시선을 은근슬쩍 피하는 성향이 있던 까망이가 자신과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말을 했다는 것은, 적어도 회귀라는 주제에 대해선 까망이도 잘 모른다는 듯이었다.
“뭐 마법도 쓰고 던전에도 들어가는 세상인데. 회귀자 정도는 있을 법 하긴 하네. 그럼 내가 누구의 대리자라는 걸까?”
움찔거리며 반응하는 까망이의 모습이 귀엽다. 말을 돌리면 될 것을, 그래도 자신의 질문이라고 차마 외면하지는 못하는 까망이의 모습에 지은이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 내고는 말했다.
“창조의 대리자?”
<……말을 안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주인, 그게 그러니까…….>
“창조의 대리자가 뭡니까.”
갑자기 들려온 낯익은 목소리에 지은은 물론이고 까망이조차 놀라 펄쩍 뛰었다.
등 뒤에서 들려온 오랜만에 듣는 남자의 목소리에 지은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마음속으로 제발 아니길 간절히 빌었지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태서와 눈이 마주친 지은이 혼신의 힘을 다해 포커페이스를 유지해 보이고는 말했다.
“이태서 씨, 오랜만이네요.”
“네, 도통 제 연락을 받아 주시질 않으셨죠.”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도움을 드릴 방법이 떠오르질 않아서요.”
“그렇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뭔가를 골몰히 생각하는 듯한 이태서를 보며 까망이가 유독 털을 쭈뼛 세우고 긴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긴장을 넘어서 강한 경계심을 보이던 까망이가 직접 교감을 통해 위험을 알려왔다.
<주인, 느낌이 좋지 않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태백 헌터와의 만남 이후, 이태서가 이태백 헌터에게 환각 마법을 걸었던 것이 맞았고 자신에게 두 번의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은은 그동안 끈질기게 연락해 오는 이태서를 피하고 있었다.
이태서의 환각 마법에 당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법을 방치했던 이태백에게서 피어오르던 강한 ‘타락의 기운’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 있던 주혁도, 본인인 이태백도 몰랐지만 그날 지은은 분명 타락의 기운을 봤다. 그리고 그 기분 나쁜 기운을 직접 느끼기까지 했다.
지은은 이태서의 마법이 깨져 나가며 타락의 기운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었기에 이태서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사모님의 유품도 다시 이태백 헌터께 돌려 드렸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
“지난번에는 몰랐는데. 민지은 씨, 정령사였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지은의 품에 안겨 있는 까망이를 바라보는 이태서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다.
찰나였지만 그 눈빛을 읽어 낸 지은이 까망이를 이태서의 시선에서 가리기 위해 품에 더 꽈악 끌어안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지은에게 이태서가 한 걸음 다가왔다.
이태서가 한 걸음 다가오면 지은이 한 걸음 물러선다.
명백하게 자신을 피하는 지은의 태도가 거슬린다는 듯 혀를 쯧, 하고 찬 이태서가 말했다.
“왜 저를 피하시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요.”
“제가 지은 씨에게 거짓말을 해서 그렇습니까?”
“!!”
“아버지를 직접 찾아갈 줄은 몰랐는데, 그것도 송주혁과 함께.”
그렇게 말하는 이태서의 의도를 짐작하려 머리를 굴려 봤지만, 좀처럼 떠오르는 것이 없었던 지은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지막 민간인을 구해 내고 주변에 머물러 있던 경찰들도 이미 모두 철수한 상황.
곳곳에서 증식하기 시작한 새끼 균열들을 상대하러 헌터들도 뿔뿔이 흩어진 탓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이태서와 지은 둘뿐이었다.
계속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태서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뒷걸음질 치던 지은은 자신의 등이 균열의 장막에 닿고서야 제자리에 멈춰 섰다.
넘실대는 검은 기운이 마치 이태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지은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다가오지 마세요!”
“…….”
“이태서 헌터. 당신, 정체가 뭐예요?”
“……제 정체는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그건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 말인데.”
다가오지 말라는 외침에도 멈출 생각 없이 지은의 바로 코앞에 멈춰 선 이태서가 지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민지은 씨.”
“…….”
“우리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