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2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25화(12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25화
바짝 긴장했던 지은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는 이태서의 행동에 순간적으로 할말을 잊었다.
어디서 본 적이 있긴 있었다. 그게 알 수 없는 위험한 느낌을 계속해서 풍기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순수하고 귀엽던 19년 전의 이태서 어린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처음 봤을 때부터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말이 되질 않아서, 그분의 딸인가 싶기도 했는데 그것도 아닌 거 같고.”
‘세상에!’
비틀린 시간의 축에서 만났던 어린 이태서.
19년 전 과거의 시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이태백만 기억하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지은의 눈이 잘게 흔들렸다.
어린 나이라 잊어버릴 줄 알았는데, 이태서가 자신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하고 있었다는 말에 정신이 팔린 사이.
이태서가 지은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민 순간이었다.
찰싹!
찰진 소리와 함께 이태서의 고개가 돌아갔다.
지은은 품에 안고 있던 까망이가 이태서의 뺨을 때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악 소리를 내며 이태서의 뺨을 냥냥 펀치로 후려친 까망이가 말했다.
<보자보자 하니까, 건방진 놈.>
“……까망아?”
<은혜도 모르고, 더러운 냄새가 나는 놈과 어울리고 다니는 한량 같으니.>
이태서의 뺨을 후려친 것도 모자라 거침없이 말을 내뱉는 까망이의 격한 어조에 지은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물론 자신을 협박하듯 몰아붙이는 이태서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이태서를 자극해서 좋을 게 없었다.
기회를 봐서 스킬을 사용해 다시 균열 안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던 지은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까망이의 폭언에 황급히 까망이의 입을 막았다.
<감히 주인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서…… 읍읍!>
“저희 집 정령이 많이 놀랐나 봐요.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놔라! 주인! 직접 보니 얼마나 배은망덕한 놈인지 알겠다!>
까망이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이태서가 빨갛게 달아오른 볼을 감싸며 기가 막힌다는 듯 웃어 보였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은 그 살벌한 얼굴에 지은이 뭐라 변명 아닌 변명을 하려던 찰나였다.
“창조의 정령님, 내 어디가 배은망덕한 놈이라는 겁니까?”
“……뭐라고요?”
까망이를 가리키며 정확하게 창조의 정령이라 말하는 이태서의 말에 지은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경악에 빠졌다.
지금까지 까망이의 정체를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까망이가 창조의 정령이라 확신하는 이태서의 눈빛을 보며 지은이 말했다.
“어떻게…….”
“제 마나가 요동을 치는데 모를 리가요.”
그렇게 말하며 손바닥을 펼친 이태서의 손 위로 까망이와 똑같은 모양의 고양이가 나타났다.
순간 이태서도 자신이 모르는 창조의 정령과 계약을 했나 싶어 놀랐던 지은은 이태서의 손 위에 나타난 고양이가 주섬주섬 작은 플래카드를 꺼내 펼쳐 드는 것을 보았다.
[놀라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끼기기긱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까지 하는 고양이 인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지은이 푸흡!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이게…….”
도통 갈피를 못 잡겠는 이태서의 행동에 지은이 웃음을 멈추고는 이태서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그새 눈을 착하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태서의 모습이 진짜인지, 아니면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한 모습이 진짜인진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단 이태서가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걸 원한다는 사실은 알 것 같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사실 처음 민지은 씨의 능력을 전해 듣자마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태서가 잠깐 얼굴을 찡그렸다.
“당신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제가 믿지 못했던 기운과 비슷해서.”
“그게 무슨…….”
“오래전 어떤 어린아이가 있었습니다.”
“갑자기요?”
구연동화의 첫 문단 같은 도입부의 등장에 지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도대체 이 남자의 진짜 정체가 뭘까. 의심이 들기 시작한 지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마치 연극 대사를 읊는 배우 같은 목소리로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태서를 바라보았다.
“뛰어난 영웅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그 아버지를 시기한 무리들에 의해 동생과 어머니를 잃은 어린아이가 있었습니다.”
이태서가 말하는 어린아이가 바로 자신을 가리키는 것을 깨달은 지은이 자신도 모르게 흡! 하고 숨을 참았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태서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던 지은이었다.
한편으로 오늘 놀랄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며 또 얼마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올지 긴장하고 있는 지은의 모습에 이태서가 씨익 웃어 보였다.
“도입부는 어땠습니까?”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충분한 도입부였네요.”
“이미 제가 했던 거짓말을 알고 계실 테니, 제 이야기라는 건 아실 테고.”
모를 리가 없었다. 직접 과거에 가서 보고 왔으니까.
영웅이었지만 살아갈 이유를 잃고 복수에 매달렸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밑에서 상처를 받았지만, 제대로 그 상처를 보듬어 주는 존재가 없어 방치되었던 사랑이 필요했던 어린아이.
“뒷이야기가 궁금하셨다고 말씀하셨죠.”
“……궁금하네요.”
“궁금해하시니, 마음 같아선 이 자리에서 전부 말씀드리고 싶지만.”
그렇게 말한 이태서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주변을 끊임없이 돌고 있는 방송국 드론. 지은이 균열에 휘말린 민간인을 처음 구출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쭉 주변을 맴돌며 녹화를 하고 있던 드론이었다.
“아무래도 저희 둘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는 존재가 거슬려서요.”
“오붓한 시간은 절대 아니었는데요.”
“저는 그렇게 느꼈는데, 아니었습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실없는 웃음을 흘리던 이태서가 지은에게 손을 건넸다.
“제 연락, 피하지 말아 주시길.”
“……아직 이태서 헌터, 당신에게 가진 의문이 풀린 건 아닌데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영혼이 두 개인 마법사라.”
이태서의 말에 지은은 이태백과의 대화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마법의 근간인 소울 마나를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유일한 마법사가 바로 이태서였다. 소울 마나를 영혼이라고 표현하는 이태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지은이 말했다.
“영혼이 두 개인거랑 저에 대한 의문이 무슨 관계가 있죠?”
“두 개의 영혼이 민지은 씨를 두고 원하는 바가 다르니, 더 마음이 가는 쪽으로 움직여 보려 합니다.”
“마음이 가는 쪽이라면?”
“당신이 내가 찾던 사람이 맞을 거란 희망을 가져 보려 합니다.”
‘요리 마법사 누나랑 같이 있는 거면 좋아요!’
그렇게 말하는 이태서의 모습에서 환하게 웃음 짓던 어린 이태서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당장 마음에 걸리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지은은 짧은 고민 후 이태서가 건넨 손을 마주 잡았다.
지은이 자신의 악수 신청을 받아 줄 줄은 몰랐던지 이태서의 눈이 순간 조금이지만 크게 떠졌다.
“그럼 저도 이태서 씨가 말하는 그 희망, 가져 보도록 할게요.”
연락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이태서의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지은의 품에서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까망이가 말했다.
<위험할 수도 있는데 왜 수락한 거냐, 주인?>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던 어린애가 생각나서.”
<뭐?>
“케첩으로 하트를 그려 주던 것도 생각나고…… 나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렇게 말한 지은이 뒤를 돌아 검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장막을 바라보았다.
이태서의 마법에서 느껴졌던 ‘타락의 기운’과 같은 색으로 넘실대고 있는 균열의 장막.
같은 기운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태서에 대한 의심을 한 꺼풀 벗겨 내고 다시 보니 어딘가 모르게 다른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같은 편이었으면 좋겠네.”
그렇게 중얼거린 지은이 스킬을 사용했다. 시간이 꽤 지체됐으니 균열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일할 시간이었다.
* * *
[시스템 복구가 완료되었습니다!]갑작스러운 상위 균열의 등장에 잠금이 걸렸던 시스템의 복구가 완료되었다는 알림.
스킬 사용에 제한이 걸렸던 기존과 달리, 시스템이 복구되고나자 한그루의 버프를 받은 주혁과 남운의 창과 검 앞에 몬스터들이 다시 문 안으로 쫓기듯 도망치는 모습은 전율 그 자체였다.
물론 주혁과 남운의 무위가 몬스터들을 압도하는 것도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위 균열의 몬스터들을 랭커 세 명이서 압도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균열 안으로 복귀한 지은의 스킬 덕분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은 안전 영역 내에서도 스킬을 쓸 수 있어.’
사방이 뻥 뚫려 있는 넓은 던전 안이나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보스 토벌전과 다르게, 완전히 열리지 않은 문을 타고 넘어오는 몬스터들을 문으로 몰아넣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내가 했지만 진짜 주차 기가 막히게 했다.’
[강화된 1종 대형 면허] 스킬 레벨이 올라 트럭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된 지은이 균열 안으로 돌아오자마자 한 일은 안전 영역에 들어오지 못하는 몬스터들을 문 쪽으로 몰아넣은 것이었다.직접 운전대를 잡고 [이거 방탄 트럭이야!]와 함께 최대한 크기를 키운 트럭을 균열의 문 쪽으로 몰고 가 깔끔하게 주차해 버린 것이었다.
던전과는 비교조차 안 되는 호텔 1층 로비에 바글바글 몰려들었던 몬스터들이 지은 때문에 문 쪽으로 한데 뭉쳤다.
문을 통해서 몬스터는 계속 나오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미 나와 있던 몬스터들이 안전 영역을 뚫지 못하고 구석으로 점차 몰리자, 마치 명절 귀성길의 톨게이트처럼 극심한 정체 현상이 균열 내부에 발생했다.
앞으로는 가지 못하고, 뒤에서는 문을 통해 나오려는 새로운 몬스터들이 밀치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
안전 영역 안에서 스킬을 퍼붓는 주혁과 남운의 신나는 몬스터 사냥이 시작됐다.
지금껏 발생한 적 없었던 상위 균열답게 등장하는 몬스터의 레벨이 매우 높았다. A조의 메인 딜러 남운의 활약을 대한 길드의 헌터들, 그리고 하소연과 함께 안전 영역에 앉아 구경하면서 지은은 계속해서 울리는 시스템창의 알림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파티원이 사라세니아 10마리를 처치했습니다!] [파티원이 라플라스 10그루를 처치했습니다!] [파티원이 헌터킬러를 처치했습니다!]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지금 자신의 레벨로는 절대 엄두도 못 낼 고레벨 몬스터들이 제공하는 엄청난 경험치!
시스템이 복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험치 시스템도 복구되었기에, 지금 지은과 하소연은 남운이 쓰러트리는 모든 몬스터의 경험치를 나눠 받는 중이었다.
기여도에 따라 4:3:3으로 칼같이 분배되는 경험치!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해 보지 못하고 공격에 흠씬 두들겨 맞다가 금쪽같은 경험치를 선물하고 사라지는 몬스터들 덕분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레벨이 쭉쭉 오르기 시작했다.
적정 레벨 수준의 몬스터도 아니고, 최소 60레벨인 몬스터들이었기에 말 그대로 경험치 3배 이벤트를 남몰래 즐기고 있는 지은의 파티였다.
“사장님, 여기 아이스 믹스커피 한 잔 더 주문 가능합니까?”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균열보다 등급이 높은 균열이었지만, 필드가 던전화가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지고 있는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지은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향긋한 커피까지 팔았다.
그동안 소홀했던 ‘본업’인 푸드 트럭 사장님으로 변신한 지은이 커피 추가 주문에 영업용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물론이죠! 계산은 헌터 마켓 포인트로 도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