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2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26화(12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26화
‘여름이니까~ 아이스커피.’
여름은 아니었지만, 아이스커피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머릿속에 재생되는 광고를 생각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린 지은이 주문받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기다란 유리컵에 믹스커피 두 개를 뜯어 탈탈 털어 넣었다.
뜨거운 물을 조금 담아 티스푼으로 휘휘 저어 충분히 녹여 준 뒤, 얼음을 가득 담고 거기에 차가운 물을 부어 주면 끝.
오랜만에 본업인 푸드 트럭 사장님으로 돌아간 지은은 쏟아지는 커피 주문과 함께 늘어나는 헌터 마켓 포인트 잔액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던전 안에서 만든 음식은 최대한 정가와 비슷하게 팔자.’ 주의인 지은이었지만, 유독 오늘은 힘든 하루였다.
지옥주 훈련을 버텨 내고 파티원들과 큰맘 먹고 회식을 왔건만, 고급 일식집의 코스 요리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던 지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화가 나 있던 상태였다.
거기에 하루 만에 주변 인물들이 저마다 대형 폭탄을 한가득 선물하기까지 했으니, 생각할 것이 너무 많은 상태로 과부하가 걸린 상태이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믹스커피 한 잔에 1만 포인트를 받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야.’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상태에서, 폭리를 취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고집을 처음으로 꺾으며 주문받은 커피를 만들던 지은이 퀘스트창을 열었다.
클래스 한정 퀘스트와 함께 레벨 업만 신경 썼던 터라 그동안 소외되던 업적 퀘스트 중 하나를 클릭한 지은이 중얼거렸다.
“프랜차이즈…….”
[업적 : 사업 확장]– 성공한 음식점의 대표적인 사업 확장! 분점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세요.
– 현재 사장님의 등급은 10등급입니다.
– 등급이 1단계가 되면 프랜차이즈 계약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고작 10단계인 등급을 1단계로 올리면 분점을 낼 수 있는 프랜차이즈 계약을 진행 가능하다는 퀘스트 설명에 지은은 본업에 대한 의지가 활활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갑작스러운 각성으로 던전 안에서밖에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이름을 건 프랜차이즈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프랜차이즈 계약을 진행하더라도 던전 안에서 분점을 내는 것밖에 할 수 없겠지만.
복잡한 지은의 생각을 뒤로하고, 지은이 만들어 준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마친 대한 길드의 헌터들까지 합세하자 문 밖으로 쏟아져 나왔던 몬스터들은 모두 정리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균열이 사라지진 않았다. 몬스터를 가둬 놓고 패는 방식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헌터들은 아직도 열려 있는 문으로 나오는 몬스터들을 여유롭게 기다리다가 처리하는 지경에까지 왔지만, 가장 중요한 균열의 문을 닫을 방법은 찾지 못한 상태였다.
“끝나질 않네요…….”
“이런 경우는 저희도 처음이라…….”
“보스는 언제 나오는 거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헌터들 중 대다수가 균열을 막아 낸 경험이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 균열의 이야기였다.
등장과 동시에 보스가 등장해 영역을 넓혔던 지금까지의 균열에 비해서 지금 상위 균열의 보스는 등장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장시간의 대치가 계속 이어지자 처음에는 손쉽게 균열을 막았다는 생각에 기뻐하던 사람들의 얼굴에서 의혹이 떠올랐다.
그런 와중에 지은이 떠올린 것은 정말 간단한 방법이었다.
“저 문을 강제로 닫아 보면 어떨까요?”
완전히 열리지 않은 균열의 문. 계속해서 문이 열려 있으니, 문을 통해서 몬스터가 나오는 게 아니겠냐는 지은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균열의 문을 강제로 닫는 시도를 해 본 적 없었던 사람들의 얼굴에서 ‘그게 가능한 건가?’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시도는 해 보는 게 어떨까.”
그리고 그런 지은의 의견에 찬성하고 나선 것은 바로 한그루였다.
지금까지 없었던 방식의 균열이니, 균열을 정리하는 것도 지금까지의 방법과는 다르지 않겠냐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지은의 의견을 한그루까지 지지하고 나서자 균열에 휘말려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처해 있던 대한 길드 소속 헌터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닫아 보죠!”
이제 문을 통해서 나오는 몬스터는 없었다. 문을 직접 닫아 보기로 마음먹은 헌터들이 모두 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문을 닫죠?”
“저기에 손을 넣어야 하나?”
“…….”
문을 닫기로 결정한 것까진 좋았는데, 문을 닫으려면 몬스터가 나오던 균열 너머로 손을 뻗어서 당겨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 문제였다.
[당기세요] 팻말을 그렇게 붙여 놔도 밀고 들어가는 인간들과는 다르게 몬스터들은 친절하게 문을 당겨서 열었는지, 기분 나쁜 검은 기운이 넘실대는 너머에 열린 채로 고정되어 있는 문손잡이를 보며 모두가 고민에 빠졌다.“그냥 기다렸다가 보스 몬스터가 나오면 처치하는 게 어떨까요? 균열 안쪽으로 손을 뻗기가 좀…….”
“균열이 계속 진행된다면 새끼 균열들도 계속 생성될 겁니다.”
하소연의 의견에 남운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남운의 말대로 바깥에는 이미 수많은 새끼 균열이 생성되어 몬스터가 지상에 쏟아지고 있었다.
남운의 말에 한그루도, 주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결국 눈앞의 문을 어떻게든 닫아야 이 상황을 끝낼 수 있다는 말이었다.
모두가 고민에 빠진 상황. 안전 영역 안쪽에서 그런 상황을 지켜보며 지은의 품에 안겨 있던 까망이가 지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
“응?”
<여기서 문을 닫을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주인밖에 없다.>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까망이를 따라 덩달아 작은 목소리로 까망이에게 속삭이는 지은이었다.
문을 닫으면 되지 않겠냐고 의견을 냈긴 했는데, 자신이 직접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보지 못했기에 깜짝 놀란 지은이 말했다.
“내가 어떻게 문을 닫아?”
<너는 나의 대리자니까.>
“…….”
<우리 정령들은 이 세계를 지탱하는 존재들이고, 그런 정령들을 만들어 낸 게 바로 나라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그럼 그런 너와 계약한 내가 너의 대리자라는 말이야?”
<주인은 이 세계의 대리자로 권한을 행사할 자격이 충분하다.>
그렇게 말하는 까망이는 지은이 저 균열의 문을 닫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오늘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 너무나 많았다. 힘들었던 지옥주 훈련을 마치고, 회식 중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상위 균열에 휘말리고, 사기급 능력을 가지고 있던 파티원에게서 자신이 회귀자라는 믿기지 않는 고백을 듣고, 어딘가 꺼림칙하던 이태서와 손을 잡기까지 했다.
‘이 세계의 대리자.’
자칭 회귀자인 남운이 자신을 가리켜 내뱉은 말이었다. 그 말을 까망이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정한 적이 없었다. 회귀자가 존재하는 게 가능한 일이냐는 자신의 질문에도 잘 모른다고 회피했던 까망이는 상위 균열을 가리켜 틀림없는 선전 포고라고 했다.
“내가 까망이 너의 대리자라면, 신의 대리자는 누구인데?”
<그건 모른다. 원래 대리자의 직위는 계승되니까.>
“그 말은 나도 직위를 계승받았다는 소리야?”
<……아니.>
한참 말이 없던 까망이가 지은의 질문을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계승된다는 대리자의 직위를 자신에게 처음으로 부여했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인 까망이의 말에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머릿속에 오늘 일어난 일들을 제대로 정리하지도 못했다. 까망이에게 공증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대리자에 대한 주제는 잠시 미뤄 두더라도, 일단 문 앞에서 꾸역꾸역 나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는 저 회귀자와의 이야기가 먼저였다.
“그럼 나도 저쪽으로 가 볼게.”
오직 자신만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말에, 일단 문을 당겨 보는 것이라도 시도하기 위해 지은이 트럭에 시동을 걸러 뛰어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까망이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너는 원하지 않았을 텐데.>
익숙한 지은의 뒷모습을 눈에 담으며 쓸쓸하게 내뱉은 말이 허공에 흩어져 갔다.
최대한 문과 가까이 트럭을 몰아 도착한 지은이 트럭의 시동을 끄고 운전석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지은이 트럭을 운전해 안전 영역을 옮겨 왔기에, 던전화된 필드 안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 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몬스터들은 이제 문을 통과해서 밖으로 나올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완전히 입구를 막아 버린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서도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주혁과 남운이 곧바로 지은의 곁에 찰싹 달라붙었다.
“위험합니다, 지은 씨.”
“위험합니다, 지은 씨.”
지은은 자신의 양옆에 달라붙은 두 명의 남자가 똑같은 말을 내뱉자 푸흡!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왼쪽에서도 오른쪽에서도 똑같이 진지한 얼굴로 주변을 경계하는 주혁과 남운의 든든한 호위를 받으며 지은이 균열의 문 앞에 섰다.
‘안전 영역은 확실해.’
문이 열린 틈새를 통해 보이는 것은 마치 파도가 치듯 일렁이는 무형의 공간이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텅 빈 공간에서 지은은 [이거 방탄 트럭이야!]의 안전 영역을 나타내는 붉은 선이 문 안쪽에까지 펼쳐져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지은 씨!”
그제야 지은의 행동의 의미를 깨달은 주혁이 다급하게 그녀의 손을 잡아챘다.
놀란 주혁의 표정을 보며 지은이 괜찮다는 듯 다른 손으로 자신을 잡은 주혁의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
“저기 안전 영역 보이죠.”
“…….”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에도 좀처럼 지은의 손을 놓을 생각이 없는지 주혁이 뭐라 말을 덧붙이며 앞을 막아서려던 순간. 남운이 그런 주혁을 저지했다.
갑작스럽게 사이에 끼어드는 남운의 행동에 주혁이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무슨 짓입니까? 남운 헌터.”
“괜찮다고 하시잖아요.”
“…….”
“그러니 두고 보시죠. 무슨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면 됩니다, 우린.”
“지은 씨? 이게 무슨…….”
자신을 사이에 두고 주혁과 남운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은은 너무 대놓고 자신을 특별 취급하는 남운의 행동에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자칭 회귀자 아니랄까 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은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회귀자는 직진밖에 모르는 것 같았다.
대놓고 지은의 행동의 결과를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하는 남운과, 그런 남운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주혁의 사이에서 쏙 빠져나온 지은이 균열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은은 지금 자신의 머릿속에 울리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따라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닫을 수 있어.’
조금밖에 열리지 않은 문 틈새로 지은의 손이 쑥하고 들어갔다.
마치 물속에 손을 집어넣은 듯한 기묘한 감각과 함께 뭔가가 자신의 몸을 끌어당기는 기분을 느끼며 팔을 더 뻗은 지은의 손에 문의 손잡이가 잡혔다.
“됐…….”
손잡이를 잡았을 뿐인데 힘을 주기도 전에 스르르 문이 당겨져 왔다. 당겨진 문이 곧바로 쿵! 소리와 함께 맞물리며 닫혔다.
문단속은 철저히 하는 주의인 지은이 문을 닫은 것뿐만 아니라 걸쇠까지 착실하게 걸고 나자 곧바로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상위 균열을 봉인하시겠습니까? Y/N]‘봉인이라니?’
자신에게만 시스템 알림이 떠오른 것인지 주변은 고요했다. 이 시스템 알림은 직접 문을 닫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순간, 지은은 자신에게 속삭이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번에는 끝까지 인간들의 편에 설 텐가? 어리석은 대리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