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2화(1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2화
기절했다.
정말 그것 말고는 뭐라 달리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본의 아니게 저녁 무렵 산책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온 지은은 따뜻한 물로 오래 샤워를 하고 잠깐 침대에 누웠다가 그대로 기절했다.
200인분의 재료 손질, 트럭 조리대 청소에 분리수거, 무적 수건을 얻어 기쁜 마음으로 한 시간이나 부엌 청소를 하기까지.
거기에 난생처음 던전에 들어가 몸도, 마음도 긴장했었던 탓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까망이를 안은 채 산책까지 했으니 거의 코드를 뽑아 버린 컴퓨터처럼 픽 정신을 잃고 단잠에 빠졌던 지은이 눈을 뜬 것은 해가 중천에 떠오른 늦은 아침이었다.
<주인, 죽었냥? 일어나라냥!>
“5분만…… 아니 10분만…….”
<한 시간 전부터 똑같은 얘기다냥!>
거의 점심이 다 되어 가는 시간.
침대에서 같이 잠을 청했던 까망이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얼굴에 앞발을 올려 두고 요란하게 깨우지 않았으면 더 잠을 잤을 지은이 눈을 힘겹게 떴다.
깜빡깜빡.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긴 했는데 정신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하아아암…….”
잠시 꿈나라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데 시간을 할애한 지은이 이내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바닥에 발을 디디고 일어섰다.
“와…… 기절해 버렸네.”
<사람 맞냥? 어떻게 그렇게 오래 잠을 잘 수가 있는 거냥?>
“운동 부족, 운동 부족.”
<체력이 부족하면 운동을 해라냥.>
“운동하고 있잖아?”
지은의 말에 까망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고갯짓이 마치 ‘네가 무슨 운동을 하는데?’ 하고 묻고 있는 거 같아 양치질을 하기 위해 칫솔에 치약을 쭉 짠 지은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숨쉬기 운동.”
<…….>
“나처럼 열심히 숨 쉬는 사람도 없을걸?”
<……말을 말자냥.>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오려던 까망이를 칫솔을 입에 문 채 두 손으로 들어 화장실 문 앞에 내려 두고는 문을 닫으며 지은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나 씻을 거야. 들어오지 마. 털 많이 날려.”
칫솔을 입에 문 채 화장실로 들어간 지은이 양치질을 하다 거울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으음…… 오늘 메뉴는 뭘로 하지?”
한참을 생각해 봤지만 메뉴를 정하질 못했다. 물론 어떤 음식이든 다 가능하겠지만 아무래도 중요한 건 음식의 양이었다.
“잔뜩 준비했는데 어제처럼 아무도 없는 곳에 이동하면 결국 다 사라지잖아.”
자고 일어났을 때 지은은 어제저녁까지는 분명 남아 있던 인벤토리의 샌드위치 재료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라곤 했지만 200인분의 재료를 손질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빵에 버터를 발라 구워 먹으려 했던 지은은 텅 비어 버린 인벤토리창을 보고는 매우 당황했다.
재료뿐만이 아니고 미리 만들어 인벤토리에 넣어 둔 샌드위치까지 모두 다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오늘의 추천 요리 설명에 적힌 그날그날 식재료가 제공된다는 게 이런 뜻이었구나…….”
몇 시가 기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날짜가 바뀌면 그날 언제 재료를 제공받았든 사라진다는 소리일 터였다.
지은이야 뭐 딱히 식사를 시간에 맞춰서 하지 않아 상관없었지만 배고프다고 자신을 깨운 까망이까지 굶길 수는 없었다.
일단 집 앞에 있는 빵집에 들린 지은이 가게에서 산 우유와 빵을 까망이의 앞에 내려놓고 말했다.
“결제 방식도 정해야 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던전 안에 지갑을 들고 오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어제만 해도 개당 100만 원을 하는 금화를 받은 이유가 다 현금이나 카드가 없어서 발생한 일이다.
그런 지은의 고민에 빠진 독백에 뭐가 대수냐는 듯 피자 빵을 들어 올리며 한 입 크게 베어 문 까망이가 우물대며 말했다.
<헌터 마켓 포인트로 결제를 하면 되는 거 아니냥?>
“헌터 마켓 포인트?”
<어제 확인한 거 아니였냥?>
까망이의 말에 급하게 헌터 마켓 창을 띄운 지은이 상단에 적혀 있는 포인트를 확인했다.
[남은 포인트 : 0]현재 지은의 포인트는 0포인트.
어제 891만 원을 벌었을 땐 분명 891만 포인트가 있었다.
“아, 이 포인트가 현금이었지.”
<헌터 마켓 포인트는 던전 안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냥. 미리 준비를 해 간다고 해도 포션이 떨어지거나 무기가 파괴된다거나, 방어구가 헤질 수 있는데, 미리 포인트만 충전해 놓으면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냥.>
“그렇구나…… 완전 게임하는 거 같네.”
<결제는 주인이 가지고 있는 카드 리더기로 하면 된다냥.>
‘에러 없는 카드 리더기’를 인벤토리에서 꺼낸 지은이 여느 카드 리더기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결제 버튼을 눌러보았다.
결제 방식이 ‘카드’와 ‘마켓 포인트’로 확실히 나누어져 있었다.
사용 방법이야 일반 카드 리더기와 다를 것이 없었다. 일반 카드 결제라면 결제할 금액을 입력하고 결제 방식을 누르고 카드를 긁는 것.
그리고 헌터 마켓 포인트라면 마켓 포인트 양도를 누르고 헌터 마켓에 등록한 ID를 입력하면 되는 간단한 방식이었다.
<주인도 혹시 모르니 헌터 마켓 ID를 등록해 둬라냥. 물건을 ID 등록을 해야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냥.>
“내가 헌터 마켓에서 살 게 있을까?”
<그렇긴 하지만 혹시 모르는 거 아니겠냥.>
까망이의 말대로 헌터 마켓에 ID를 등록하는 건 굉장히 쉬웠다.
그냥 일반적인 인터넷 홈페이지 로그인하듯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설정하면 되었기에 금세 아이디까지 등록을 마친 지은이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모카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카드 리더기 사용법도 제대로 알았으니까 이제 영업을 하러 가 볼까?”
<던전에 들어가는 거 무서워하지 않았냥?>
“솔직히 아직 조금 무서운데, 그래도 손님한테 음식을 팔 생각을 하면 재밌어.”
<천성 장사꾼이었다냥.>
장사꾼처럼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는 요리를 하고 판매를 하는 일련의 과정에 뿌듯함을 느끼는 거였지만.
커다란 가방에 냄비 몇 개를 더 들고 텅텅 비어 있는 보온밥통까지 하나 더 챙기며 지은이 까망이에게 말했다.
“차로 먼저 가 있어. 금방 택시 타고 갈게.”
<레벨을 빨리 올려야…… 알겠다냥.>
뭔가 말을 해주려던 까망이가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모습을 감췄다. 곧바로 트럭으로 이동한 듯했다.
“좋아, 나도 슬슬 가 볼까!”
이미 간단하게 밥을 먹으면서 오늘 무엇을 요리할지 정한 지은이 상당한 무게의 가방을 집어 들고 한 손에 밥솥까지 챙긴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그래서 오늘은 뭘 팔 거냥?>
택시에서 내려 한강 공용 주차장에 낑낑대며 가방과 밥솥을 들고 온 지은이 트럭 조리대 지붕을 열고 헥헥 대는 것을 계산기 옆 지정 방석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까망이가 말했다.
“아직 다 가져온 거 아닌데?”
<……또 뭘 가져와야 하는데?>
“가져온 게 아니고 사러 가야지. 누구 덕에 돈도 많이 벌었는데. 운전해서 갈 거니까 조수석에 타 있어.”
가져온 냄비와 그릇들을 빠르게 조리대 안쪽 선반 안에 차곡차곡 쌓았다. 외로이 있던 보온밥통 옆에 가져온 밥통까지 하나 더 내려놓은 지은이 활짝 웃었다.
<주인, 뭐 하는 거다냥?>
“어차피 던전 안에서 안전 영역이 반경 5m나 되잖아.”
<그게 어때서?>
“테이블이랑 의자 사러 가자.”
<뭐?>
어제 까망이와 저녁 산책을 하면서 계속 구상했던 것.
기존에 각성 전에 푸드 트럭을 할 때는 철저히 테이크아웃만을 염두에 뒀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거 방탄 트럭이야 스킬을 이용한다면, 안전 영역 안에서 손님들이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서 편하게 식사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고민한 결과, 안 될 게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첫날 기적의 매출을 올린 덕에 돈도 넉넉하겠다. 테이블과 의자를 사서 안전 영역 안에 펼치기만 하면 푸드 트럭 겸 야외 매장이 바로 완성될 터였다.
“까망아, 대박이지. 그치, 응?”
<…….>
“완전 감성 충만.”
<…….>
“던전 안의 포장마차 수준 아니야?”
그리고 지은은 결정하는 데 오래 걸릴 뿐이지, 막상 하고자 마음먹은 것이 있으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선택적 행동파였다.
조리대 정리를 마친 지은이 바로 지붕을 닫고 운전석에 올라타 거침없이 시동을 걸었다.
지금 지은은 자신이 생각한 야외 매장에 잔뜩 신이 난 상태였다.
“가자!”
<주, 주인! 너무 밟는다냥!>
“뭐라고? 까망아, 안 들려!”
<안전 운전! 안전 운전!>
30분 거리를 10분 만에 돌파한 지은이 기분 좋게 매장에 도착했다.
웬만한 물건은 다 있다는 잡화 매장에서 적당한 높이의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을 10세트나 샀다.
이제 적어도 10테이블을 운영 할 수 있는 준비가 모두 끝난 거였다. 물론 그걸 차에 혼자서 싣느라 고생은 꽤 했지만.
“오늘의 메뉴는 소고기 미역국이랑 제육볶음 정식이야.”
야외 매장까지 선정했으니 굳이 메뉴를 샌드위치나 주먹밥 같은 간편 메뉴로 설정할 필요가 없었다.
제육볶음이나 미역국을 포장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던전 안에서 고생하는 헌터들에게 꼭 따뜻한 국과 고기반찬, 밥을 팔고 싶었다.
[스킬(패시브) :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이 발동합니다!] [스킬 : 바퀴가 가는 대로(Lv.1)가 발동합니다!]인벤토리에 들어온 소고기 미역국과 제육볶음 재료들과 여러 밑반찬 재료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지은이 두 손을 꼭 모으고 중얼거렸다.
“제발 손님이 많이 있는 곳으로 가기를.”
잠시 후 잡화 매장 주차장에서 지은의 소망을 담은 푸드 트럭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 * *
두 번째로 들어온 던전은 다행히 4층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은의 바람대로 사람이 많은 1~2층도 아니었다.
어제보다는 한 층 아래인 3층 던전.
3층 던전까지는 그래도 중견 길드들도 많이 파티를 맺어 들어오는 곳이었다.
“그나마 다행……이 아니네.”
지은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인터넷 게시판을 확인하고 또 확인해서 지금까지 개척된 던전의 이름을 모두 적은 수첩 그 어디에도 이 던전의 이름은 없었다.
3층의 미개척 지역, [만독의 늪지대].
레벨이 올라 강해진 트럭에서 나온 빛이 비춘 곳에 기분 나쁘게 끓어오르고 있는 보라색 늪지대가 보였다.
새카맣게 변한 갈대가 음침하게 흔들리는 던전.
“하, 하하…… 한강 공원이랑 비슷하다, 그치 까망아?”
<정신 차려라, 주인. 완전 다르다냥.>
“그, 그래도 잘 찾아보면 비슷한 점도 있을 거야……!”
비주얼을 빼고 생각하면 한강 공원에서 장사를 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사 왔던 테이블을 안전 영역 내에 펼치는 지은의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까망아…….”
<왜 그러냐, 주인.>
“바퀴가 가는 대로 이 스킬, 미개척 지역만 골라서 가는 거 아니야?”
<그건 아니다냥. 어제 갔던 4층 던전은 개척이 된 던전이었다냥. 거기까지 올 사람이 적었던 것 뿐이다냥.>
“그럼 그냥 내가 운이 없는 거네!”
오늘도 손님 맞기는 영 글렀다며 테이블 10개를 모두 펼친 지은이 의자를 옮기다 말고 털썩 의자에 주저앉아 소리쳤다.
운이 없는 거네……! 거네……! 네……!
지은의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깜깜한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
하필 던전에 들어와도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맵 전체가 어두컴컴한 곳이다.
가뜩이나 외진 곳으로 온 것도 서러운데 환경까지 어제랑 똑같은 밤 필드라니.
한동안 아무도 없는 것이 확실한 던전 안에 지은의 투정 섞인 목소리가 메아리쳐 울려 퍼졌다.
“던전 안에서 장사하기 서러워 죽겠네!!”
<시끄럽다,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