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3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29화(13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29화
지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회귀를 한 번 했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데 9번이나 회귀를 했다는 말에 놀란 지은의 앞에 남운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게 뭐예요?”
“세계수의 가지입니다.”
“세계수요?”
거창한 이름에 비하면 볼품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작고 얇은 나뭇가지였다. 작은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초록색 나뭇잎 한 장과 9장의 검게 변한 나뭇잎을 바라보던 지은에게 남운이 설명을 이어 갔다.
“이 세계수의 가지는 10개의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잎 한 장당 한 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템이죠. 시간을 되돌리고 나면 이렇게 검게 잎이 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네, 지금까지 9번의 시간을 되돌렸고 저는 9번을 회귀했습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검게 변한 9개의 이파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초록색 잎을 바라보며 지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로 세계수의 능력을 통해 회귀를 한 게 맞다면 남운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마지막 하나 남아 있는 이파리를 바라보던 지은이 말했다.
“그럼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남아 있는 거 아닌가요?”
“아뇨,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어째서요? 시간을 되돌려야 잎이 검게 변한다면, 아직 기회가 한 번 남은거잖아요.”
“잎이 모두 검게 변하기 전에 이 세계수를 다시 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 그럼 세계수는 어디에 심어야 하는데요?”
“마지막 던전입니다.”
“뭐라고요!”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만지작거리던 지은이 남운의 말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세계수를 심어야 하는 장소가 마지막 던전이라는 남운의 말이 믿겨지지 않았다.
과연 던전의 끝이 어디일지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 지금, 세계수를 마지막 던전에 심어야 한다는 남운의 이야기는 너무나 막연했다.
놀라서 벌떡 일어난 지은과는 달리, 지은이 떨어트린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집어 들어 인벤토리에 저장한 남운은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이었다. 그런 남운을 바라보던 지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던전의 끝이 몇 층인지 알고 있어요?”
“네, 그렇습니다.”
“던전에 끝이 존재한다는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세계수의 가지도 그곳에서 얻었고요. 문제는, 어디에 심어야 하는지도 알고 있지만, 문제는 9번을 회귀해 온 지금. 그 장소가 아직도 존재하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저는 처음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곳을 신의 제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곳에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이 세계수를 발견했을 땐 완전히 무너진 우리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한 신의 안배라고 생각했죠.”
“그럴 리가요!”
세계수의 회귀 능력을 가리켜 신의 안배라고 생각했다는 남운의 말에 지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신의 안배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오히려 신은 정령들을 봉인하고, 인간들로 하여금 정령들을 모두 죽이게 만들어 까망이의 창조의 권능을 빼앗아 인간계를 재창조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 명백한 적이었다.
지은의 격한 반응에 남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신의 안배라고 생각했다고. 9번을 회귀해 오면서, 사실 이건 신의 안배 따위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은이 긴장감 어린 표정으로 남운을 바라보았다.
“단 한 번도, 회귀 전의 일이 똑같이 반복된 적은 없었습니다.”
“…….”
“처음 회귀했을 땐 제가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정말로 제가 한 것이 회귀가 맞다면, 이미 일어난 일을 막는 건 쉽진 않겠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운의 말대로였다. 지은 본인도 자신이 회귀를 했다면 당연히 일어났던 일들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을 것이 분명했다.
어렵겠지만 다른 헌터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속이는 일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미래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 혈안이 되었을 것이었다.
“저는 그렇게 과거에 일어났던 균열을 막기 위해서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완벽하게 대비했다고 생각했을 때 정작그 시간대에 반드시 일어나야 할 균열은 일어나지 않았죠.”
“……설마.”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모든 랭커들을 끌어모았던 탓에 갑작스러운 균열의 발생은 엄청난 피해를 불러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남운의 얼굴은 이미 지나온 과거임에도 그 당시의 참담함을 떠올린 듯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가 더 말하지 않은 뒷이야기는 지은으로서도 충분히 유추가 가능한 내용이었다.
모든 랭커들을 이전 시간대에서 균열이 발생했던 장소로 모았던 남운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왔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에 갑자기 등장한 그의 존재에 대한 의심까지도.
그런 비난과 의심 속에서 그는 8번을 더 회귀했다.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채로 수많은 비극들을 막지 못하고 눈앞에서 바라보거나, 휘말렸을 때의 심정이 어땠을지 지은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쥐 죽은 듯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숨을 쉬는 소리조차 거슬릴 정도의 정적 속에서 이야기의 화제를 돌리기 위해 말을 먼저 꺼낸 것은 지은이었다.
“그러면 남운 씨가 알고 있는 던전의 끝은 몇 층이었나요?”
던전은 신이 여섯 속성의 정령왕들을 봉인한 장소였다.
빛의 정령왕과 대지의 정령왕은 이미 토벌되었고, 불의 정령왕인 이그니스는 정화했으니 남은 속성은 세 개.
바람, 물, 어둠의 정령왕을 반드시 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지금, 던전의 끝이 몇 층인지만 알아내도 엄청난 단서가 될 것이 분명했다.
아홉 번이나 회귀했다는 남운이 던전의 끝을 알고 있다면 틀림없이 각 속성의 정령왕들을 만났을 터였다.
각 속성의 정령왕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던전 토벌을 준비할 수 있었다.
잔뜩 기대에 부풀은 지은의 얼굴을 바라보던 남운이 고개를 저었다. 당장이라도 이야기를 해 줄 것처럼 말을 꺼냈던 남운이 고개를 젓자 조급한 마음에 지은이 대답을 채근하기 시작했다.
“대답해 주세요, 남운 씨!”
“던전의 끝이 몇 층이냐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대답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던전은 층으로 나눠진 것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이해할 수 없는 남운의 말에 지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분명히 1층부터 5층까지 엄연하게 층으로 구분되어 있는 던전이 사실 층으로 나눠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지은의 앞에서 무표정으로 있던 남운이 갑자기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쿨럭!”
“세상에! 괜찮아요?”
연신 기침을 하던 남운이 곧이어 기침을 멈추고 입을 가렸던 손을 뗐을 때, 그의 손바닥이 붉은 피로 가득 물들어 있는 것을 확인한 지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급하게 가방에서 물티슈와 휴지를 꺼낸 지은이 피로 새빨갛게 물든 남운의 손을 망설임 없이 잡아끌었다.
“저는 괜찮……!”
그렇게 말하며 잡힌 손을 빼내려는 남운의 말을 지은이 칼같이 자르며 소리쳤다.
“괜찮긴 뭐가 괜찮다는 거예요!”
“…….”
“가만히 있어요. 갑자기 눈앞에서 피를 토하는 사람을 보게 된 제 심정도 생각해 줘요.”
얼마나 피를 많이 토했는지, 손바닥은 물론이고 입술에도 붉은 피가 가득 묻어 있는 남운의 얼굴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지은이 손을 바삐 놀려 피를 닦아 내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피를…… 혹시 회귀를 하면서 수명도 깎인 거예요? 그런 건 아니죠?”
“네?”
“흔한 클리셰잖아요. 목숨을 바쳐서 누군가와 계약하고 시간을 되돌리는 거.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해 줘요.”
진지한 지은의 얼굴을 보며 잡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입가를 훔치던 남운이 푸흡!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은 진지하게 말한 거라며 버럭 소리를 지른 지은에게 남운이 웃음을 멈추고는 말했다.
“그런 거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이 세계에 대한 정의감이 투철한 사람도 아니고요.”
“그럼 왜…….”
“아까 말씀드린 인과율의 허용 범위를 넘었나 봅니다.”
인과율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회귀자에게 적용되는 규칙 같은 것인 것 같았다. 이미 지난 과거에 일어난 일을 모두 알고 있는 회귀자라면 과거에 일어났었던 일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언제부터 넘었어요?”
“9번 회귀했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부터입니다.”
“…….”
남운의 말대로라면 한참 전부터 이미 인과율의 허용 범위를 아득히 넘어 있던 상태라는 뜻이었다.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던 남운조차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찡그리는 모습에 지은이 피를 닦아 낸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말했다.
“……이 세계에 정의감이 투철하지 않다는 사람 맞나요?”
“지금까지 제가 회귀했다는 사실을 밝힌 적이 없어서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알아 봐야 했습니다.”
“그런 걸로 실험하지 마세요. 기껏 9번이나 회귀했는데, 어이없게 죽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명심하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힌트를 최대한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만! 그만 말해요!”
목숨을 걸고 실험하지 말라는 질책에도 마지막까지 자신의 말이 진실임을 밝히려는 듯 힌트를 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남운의 손등을 찰싹 때린 지은이 이내 생각에 잠겼다.
“던전이 층으로 나눠진 게 아니라면 지금까지의 던전 토벌은 뭘까요.”
“…….”
“남은 정령왕들은 어디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던전에 입장할 때마다 시스템에 의해 ‘몇 층’의 ‘무슨 던전’인지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던전의 비밀을 파헤쳐야 한다니. 지은이 앓는 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에 남운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던전의 비밀은 어차피 차차 알게 되실 겁니다.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네?”
던전의 비밀을 풀어내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 남운의 말에 지은이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신의 직접적인 개입이나 마찬가지인 던전보다 중요한 문제가 뭐가 있을까.
“제가 어떻게 지은 씨가 창조의 대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아홉 번을 회귀한 동안 저랑 만난 적이 있었던 거 아니에요?”
“아뇨, 제가 처음엔 하소연 씨인 줄 알았다고 말했었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남운은 지은이 균열을 봉인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회귀자임을 밝혔다. 어떻게 지은이 창조의 정령과 계약한 대리자라는 사실을 알았는지는 말한 적이 없었다.
“사실 지은 씨를 처음 봤을 때에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대리자의 능력은 제가 겪은 세상에서 딱 한 번 존재했거든요.”
“네? 그게 무슨…….”
“가장 처음, 그러니까 처음 이 세계가 무너지기 전.”
“…….”
“그때에도 균열의 봉인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그 말은…….”
“1회 차. 창조의 대리자는 그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다시 등장한 적 없었다는 말입니다.”
“그럴 리가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지은 씨와 휘말렸던 상위 균열.”
“설마…….”
“1회 차에서의 상위 균열의 첫 등장과 날짜도, 시간도, 장소도 똑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