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3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30화(13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30화
그의 말대로라면 아홉 번의 회귀 동안 단 한 번도 똑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회귀에 와서야 1회 차와 똑같은 시간과 장소에 발생한 것이 다름 아닌 1회 차의 ‘상위 균열’이라면?
지은은 그제야 남운이 처음 균열이 발생했을 때 혼자서 중얼거렸던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정말로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남운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
아홉 번을 회귀했는데 이제야 1회 차와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순 없었을 터였다.
“결정적으로, 지은 씨의 능력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능력이었습니다.”
“제 푸드 트럭이요?”
“네, 정해진 룰을 무시하는 능력은 제가 기억하기로 단 하나. 균열을 봉인했던 누군가의 능력을 제외하면 없었습니다. 그래서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
“가장 중요한 게 남았습니다. 창조의 대리자를 노리는 세력이 있습니다.”
“대리자를 노리는 세력이요?”
“1회 차의 대리자는…….”
말을 이어 가려던 남운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었다. 인과율의 허용 범위를 넘어선 말을 하려 했던 것이 분명했다. 고통스러워하는 남운을 보며 지은이 벌떡 일어나 다급하게 소리쳤다.
“괜찮아요? 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
“아니요…… 해야 합니다.”
“그러지 말아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어차피 마지막 기회입니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어깨를 잡고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은을 바라보던 남운의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당황한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급하게 엘릭서를 꺼내 드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찾았는데…… 당신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지은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제가 말씀드렸죠. 1회 차의 상위 균열과 저번의 그 상위 균열이 발생한 날짜와 장소가 똑같았다고.”
“……그건 왜요! 어차피 저인지, 하소연 씨인지 헷갈렸다고 했잖아요!”
“아뇨, 제가 지은 씨라고 단언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입니다.”
흘러내리는 피를 무심하게 손등으로 훔쳐 낸 남운이 자신에게 엘릭서를 건네는 지은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대리자가 균열을 본격적으로 봉인하기 시작한 게 바로 그날부터입니다.”
“그거랑 저랑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에요?”
“1회 차의 상위 균열에서 생존한 사람들의 명단 중에. 바로 당신이 있었으니까요. 유일한 생존자, 민지은 씨.”
“네?”
“당신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걸 저는 막아야 하고요.”
“저를 누군가가 노린다는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 * *
“하아…….”
한숨이 뿌연 입김이 되어 허공에 흩날렸다. 봄이 다가오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은 추운 날씨에 지은은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는지 힘들어하던 남운과 다음에 다시 만날 약속을 잡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운이 말한 1회 차의 상위 균열에서의 유일한 민간인 생존자가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린 지은은 지금 착잡한 심정이었다.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까망이는 분명 대리자의 직위는 계승된다고 했고, 자신이 직위를 계승받았냐는 물음에는 아니라고 답했다.
1회 차에서 지은은 상위 균열의 유일한 생존자였고, 남운은 그때부터 균열을 봉인하는 대리자가 등장했다고 했다.
이번 9회 차에 똑같이 발생한 상위 균열에서 자신이 균열을 봉인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행동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운은 더 이상 말을 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지은이 누군가에게 노려질 것이고, 그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해 주기까지 했다.
“1회 차에서 나는…….”
균열을 봉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신을 누군가가 노리고 있다.
인과율에 걸려 더 이상은 말을 하지 못했지만 그 누군가의 정체는 남운도 모르는 듯했다.
분명 남운이 말하길 1회 차의 지상은 던전화가 진행된 균열에 의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죽었던 거구나.”
부정하려 했지만, 모든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자신은 1회 차에서 죽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게 아니라면 균열에 의해 세계가 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대리자의 권능을 노리는 누군가에게 자신이 죽었지만, 대리자의 권능은 계승되지 않았다.
“계승자를 찾지 못했던 거야.”
그 상태에서 남운에 의해 회귀가 이뤄졌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에서는 가장 아귀가 들어맞는 추론이었다.
시간을 되돌렸으니 자신이 지난 시간대에서 죽었다고 해도 대리자의 권능의 최초 각성자는 자신이어야 했을 터였다. 계승된 적이 없다고 했던 권능이니까.
그런데도 지은은 어딘가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앞뒤가 맞아떨어지는 게 어딘가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애초에 남운이 말한 대로 지은이 균열을 봉인할 수 있는 대리자의 권능을 1회 차 상위 균열 때 각성했다면, 자신이 죽었다고 해도 시간이 되돌려졌기에 까망이가 자신과 계약하는 일은 당연히 일어나야 할 인과율의 법칙이었다.
“그런데, 아홉 번을 회귀하는 동안 한 번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다가 왜 이제 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었다. 처음과 지금을 제외하면 몇 번을 똑같이 회귀했는데, 균열을 봉인하는 대리자의 권능이 발현된 적이 없었다는 말이었다.
처음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균열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자신과는 다르게 이번 균열에선 그 누구도 죽지 않았다.
균열의 발생까지는 처음과 똑같다. 그 결과가 달라졌을 뿐.
같은 사건을 두고 결과가 확연히 달라진 지금.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던 지은이 바닥에 놓여 있는 작은 돌을 찼다. 살짝 건드렸는데 꽤 멀리 굴러가는 돌에 시선을 쫓던 지은은 걸음을 멈췄다.
검은색 구두 앞에 굴러 간 돌이 멈췄다. 그와 동시에 구두의 주인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은 지은이 인상을 찡그렸다.
“누구시죠?”
좁은 집 앞 골목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검은색 세단에 기대서있던 남자가 그런 지은을 기다렸다는 듯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민지은 씨.”
“누구시냐고요.”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터라 지은이 자신에게 목례를 해 보이는 남자에게 날카롭게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호위 팀?’
길드 소속의 호위 팀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기자들을 막기 위해 집 주변에 배치된 호위 팀은 지은의 집 앞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그런 호위 팀이 리무진을 둘러싸고 있었음에도 이 남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말은, 평소라면 당연히 진작에 쫓아냈을 의도하지 않은 방문자를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말이었다.
“급하게 연락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전화는 받지 않으시더군요.”
“전화요?”
“메시지도 남겨 놨는데, 확인 못 하셨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나왔습니다.”
“청와대요?”
남자의 말에 그제야 가방에 넣어 둔 핸드폰을 꺼낸 지은이 부재중 전화 두 건과 함께 남겨져 있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동안 워낙 많은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메시지로 날아온 탓에 알림 확인만 하고 내용은 전혀 보지 않았는데.
[안녕하십니까, 청와대 비서실입니다. 급하게 연락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국가 1급 재난을 훌륭하게 막아 내신 공로를 인정해 청와대에서 민지은 씨의 무공 훈장 수여와 함께 만찬 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연락드립니다. 적당한 시간을 말씀해 주시면 찾아뵙고 절차와 일정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대충 알림만 끄고 넘겼던 무수한 문자 메시지들 중,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는 청와대 비서실에서 날아온 연락.
그제야 기사로 났던 청와대 만찬 초대 및 최고 등급의 무공 훈장 수여 등의 국빈급 대우를 떠올린 지은의 입이 놀라서 크게 벌어졌다.
“진짜 청와대에서 오셨다고요!”
“네.”
주변을 둘러보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친 지은의 말을 호위 팀의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스팸 문자인 줄 알았는데 정말로 청와대 비서실에서 문자가 온 것이었다. 자신이 대통령 직속 비서실의 연락을 가뿐하게 무시했었다는 사실에 놀란 지은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청와대에서 저를 어쩐 일로…….”
“국가의 영웅을 대우하기 위한 일입니다, 민지은 씨.”
“제가요?”
“대통령 각하께서 민지은 씨를 만나 뵙길 학수고대하고 계십니다.”
지은이 연락을 받지 않자 길드를 거치는 공식 절차도 뒤로하고 직접 찾아왔다며 남자가 건넨 명함에는 선명한 정부 공인 무궁화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거기에 직접 자신을 찾아온 남자는 무려 청와대 비서실장의 직속인 의전 비서관이었다.
“…….”
어안이 벙벙해진 지은을 뒤로하고 편하게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인 남자가 차를 타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정말로 자신이 청와대 만찬에 초대되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아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굳어 버린 지은에게 호위 팀의 윤혜민 헌터가 다가왔다.
“진짜…… 청와대…….”
“저희도 청와대에서 직접 지은 씨를 찾아올 줄은 몰라서요. 일단 길드에 보고하긴 했어요.”
위이잉.
이 엄청난 빅뉴스에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길드의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부길드장인 성진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진동하는 핸드폰을 바라보던 지은이 통화 버튼을 떨리는 손가락으로 눌러 전화를 받자마자 소리쳤다.
“청와대래요, 청와대! 대통령이요!”
* * *
남운과의 대화 이후 안 그래도 복잡해진 머릿속이 이젠 심란해지기까지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타자인 이태서를 만날 계획도 세우려고 했는데 갑자기 불쑥 등장한 국가의 개입에 지은은 지금 굉장히 어지러운 상태였다.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지은은 오랜만에 길드에 출근해 길드장실로 들어섰다. 지은의 얼굴이 핼쑥해져 있는 모습을 보며 주혁과 유라, 성진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국민 영웅께 박수.”
짝짝짝.
상위 균열 봉인 이후 정말 오랜만에 출근한 자신을 향해 삼인방이 얼굴에 가득 미소를 띤 채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에 지은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장난치지 마요, 다들…….”
청와대로부터의 다이렉트 연락을 스팸인 줄 알고 무시했던 것도 모자라 이젠 직접 찾아오게 하다니.
자신이 국민 영웅 취급 받고 있다는 사실은 쏟아지는 기사와 뉴스, 그리고 헌터 게시판의 반응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직접 청와대 만찬에 초대되니 지은은 떨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할 상태가 되었다.
그런 지은과는 다르게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길드장실 한편에 장식되어 있는 각종 훈장과 공로패들을 가리키며 성진이 말했다.
“청와대가 뭐 별거라고 그렇게 얼굴이 죽을상이 되어 있어?”
“별거죠!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그건 뭐예요?”
“아, 별거 아닙니다. 4층을 토벌하고 대통령에게 직접 받은 훈장입니다.”
“이런 걸 이렇게 테이블 위에 방치해 놔도 돼요?”
지은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 모습을 보며 주혁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여기서 청와대 만찬에 초대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은 지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는 그럼 그냥 다녀오면 되는 건가요?”
“그냥 정치적 쇼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겁니다.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청와대의 반응이 늦은 거 같아 조금 놀랐거든요.”
“이미 생각하고 계셨어요?”
“국회 의원 선거가 얼마 안남은 시점에서 지은 씨의 활약은 충분히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좋은 패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