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3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31화(13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31화
정치 싸움과 랭커들의 인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특히 엄청난 업적을 이룬 이태백이나 주혁 같은 경우에는 자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입맛대로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바로 이번에 지은에게 수여하는 무공 훈장이나, 만찬 같은 경우라면 표면적인 이유로 영웅을 대우하는 국가라는 확실한 명분마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정치판에 얼굴이 몇 번 팔렸던 주혁이 아무렇게 놓여 있는 훈장을 쓱 치우고는 말했다.
“거기에 이번엔 그동안 별로 힘을 쓰지 못하던 센터를 통해 길드를 직접 통제하려는 생각도 있는 거 같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이에요?”
센터는 국가 소속의 기관이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다른 길드들을 통제할 권한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처음 대균열이 발생했을 때부터 길드 연합이 탄생하기 전까지, 헌터들이 저지르는 범죄나 세력 싸움이 국가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던 시절.
국가에서 헌터들을 통제하겠다며 세운 센터는 단 한 번도 헌터 개개인이나 길드들과 기업의 알력 싸움에서 중재를 성공한 적이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지금은 그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네?”
“정부가 길드를 통제해야 한다는 소리는 꾸준히 나오는 정치적 이슈입니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인 관심사죠.”
확실히 주혁의 말대로였다.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길드나 헌터들 개개인의 차원에서 헌터로서의 의무를 자발적으로나, 사회 규범적으로나 따르고 있어서 표면적인 문제가 대두되지 않고 있는 건 한국이 유일했다.
물론 그렇게 된 것은 1차적으로 천상계 랭커들이 자발적으로 국가에 헌신하고 있기 때문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헌터들의 범죄는 길드 연합이 출범된 이후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 상태였다.
대한민국은 랭커들이 먼저 소리 높여 각성자 특별법을 주장한 유일한 나라였지만, 그래도 고질적인 문제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법 아래에 묶여 있다고 하지만, 결정적으로 과거 강경파들이 저지른 실수가 너무 크니까요.”
“아…….”
아무리 지금은 잘 유지되고 있다곤 하지만, 민간인들의 입장에선 헌터들은 동경과 감사의 대상이기도 하면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비전투 계열 각성자들은 몰라도 적어도 헌터들은 일반인의 범주에서 아득히 벗어난 절대적인 강자의 입장이었으니까.
“그래서 확실한 통제를 원하는 겁니다. 헌터들을 민간인들과 격리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이유죠.”
“그런 상황이라 정치적으로 헌터들을 이용하는 거군요. 표심을 얻으려고.”
“그래, 바로 그거야. 국민 정서가 그러니까.”
“아예 정치 쪽으로 돌아선 헌터들도 많지.”
유라와 성진도 주혁의 말에 덧붙여 설명해 준 덕에 길드와 정부 간의 기 싸움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한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지금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길드 연합이 있는데.”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는 느낌이라.”
“네?”
“상위 균열이 발생하기 전 이미 징조가 있었는데, 그걸 대한 그룹이 덮으려 했다는 폭로가 나왔어.”
지금까지 국가 이익과 안정적 운영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은 있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길드를 통제하기엔 길드 연합이 출범한 이후 헌터들이 일으키는 범죄율이 0퍼센트에 수렴하고 있었다.
‘뭐든 한 번만 터져라.’ 하고 벼르고 있는 정부 측에서 꺼낸 카드는 다름 아닌 이번 상위 균열이 발생한 ‘S’ 호텔이었다.
그렇게 말한 주혁이 리모컨을 들어 TV를 켜자마자 이번 사건을 고발한 센터 소속의 공무원이라 자신을 소개한 음성 변조된 목소리가 뉴스를 통해 나오고 있었다.
[국민 여러분의 알 권리를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한국 TV 이선영 기자입니다. ‘S’ 호텔에서 상위 균열이 발생하기 사흘 전에 이미 이상 현상이 발생했었다는 제보자분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단독 보도 드립니다.] [한국 TV 이선영 기자입니다. 상위 균열이 발생하기 사흘 전 이미 이상 현상이 있었고, 확실한 균열의 징조를 덮으려는 대한 그룹과 대한 길드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제보해 주셨는데 사실입니까? [네, 그런데 이거 비밀 보장되는 거 맞나요…….] [물론입니다. 음성 변조 처리되어 나갈 테니 신원이 공개될 염려는 안 하셔도 됩니다. 제보하신 내용에 의하면 이 이상 현상에 대해 센터 소속의 임규성 헌터가 청명 길드 소속의 임규한 헌터에게 제보를 하는 걸 들으셨다고…….] [아이, X팔! 그걸 그렇게 이야기하면 어떡합니까? 아, X됐네. 이거 편집해 주셔야 합니다. 아셨어요?]편집해 달라는 제보자의 부탁은 가차 없이 묵살한 자극적인 내용이 가득 담긴 뉴스 보도가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곧이어 이어지는 뉴스에선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어…… 부회장 아저씨.”
대한 그룹의 부회장인 정우현이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차에서 내리고 있는 모습이 TV에 나왔다.
주혁의 공식 팬 카페 응원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목에 걸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던 때와는 달리, 청문회 출석을 위해 청문회장으로 들어서는 정우현 부회장의 굳은 모습.
이상 현상이 발생했던 VIP 전망대에 대한 조사를 대한 그룹과 대한 길드가 1차적으로 차단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그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균열의 봉인과 함께 완전히 사라져 버린 S 호텔이 대한 그룹 산하의 계열사였기에 터져 나온 은폐 의혹에 대한 그룹 역시 휘청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청문회장에 등장한 사람은 대한 길드의 부길드장인 박무진이었다.
“균열 후의 여파가 엄청나네요.”
“저희 길드도 엮여서 들어갈 뻔했습니다.”
“네? 왜요?”
“임규성 헌터의 제보를 받은 게 저희 길드니까요.”
“아…….”
“그나마 지금 저희 길드 소속인 지은 씨가 균열을 완벽하게 봉인했고,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기에 표적이 대한 그룹과 대한 길드로 모인 겁니다.”
상위 균열이 봉인된 지 벌써 보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자칭 회귀자와 의심스러운 자, 두 명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던 지은은 바깥의 정세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든 좋지 않은 예감에 몸을 흠칫 떨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요.”
“네, 지은 씨.”
“제가 청와대 만찬에 초대받았잖아요? 균열을 봉인한 국민 영웅이라는 이름으로요.”
“그렇지,”
“더 말해 봐, 지은아.”
이미 자신이 길드장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정치적인 이야기를 자신에게 해 주는 삼인방이 뭔가 의도한 게 있을 거라고는 충분히 생각하고 있던 상태였다.
굳이 TV까지 틀어 가며 이런 상황임을 자신에게 알려 주고 설명한 데에는 어떤 걸 말해 주고 싶어 하는 게 분명했다.
자신들이 의도한 대로의 대답을 원하는지 더 말해 보라며 채근하는 삼인방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던 지은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느 쪽이든 저를 이용해서 뭔가를 시도하려 들지 않을까요?”
“뭔가를 시도하려 든다는 게 예를 들면?”
“대한 그룹과 대한 길드가 국가 1급 재난인 균열을 은폐하려 들었다는 걸 빌미로 삼아서, 정부가 길드는 물론이고 그룹 산하의 길드들까지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든가…….”
“…….”
“그 주장에 저를 앞세워 선전을 하려 한다는, 그런 끔찍한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아니겠죠?”
제발 아니라고 말해 주길 바라는 듯 지은이 주혁의 얼굴을 빤히 응시하며 말했다. 왠지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청와대다. 대통령 직속의 비서실에서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직접 컨택을 해 온 것이었다.
일반 균열도 아니고 등급 제로의 상위 균열을 완벽히 봉인한 덕분에 사망자가 0명이라는 기적을 일으킨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 채 청와대 만찬에 참석해 현 상황에 대한 질문에 뭐라고 대답이라도 한다면?
무슨 말을 하든 전국이 시끄러워지게 될 것은 분명했다.
제발 아니라고, 맘 편하게 가서 맛있는 만찬과 함께 훈장만 받고 오면 될 거라고 말해 달라는 기대를 담은 지은의 눈빛을 주혁이 외면하며 말했다.
“처음 뵀을 때보단 많이 성장하셨네요.”
“……그 말씀은.”
“지금 지은 씨는 정치판에 등장한 핵폭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어느 쪽이든 자기들 진영으로 회유만 하면 국민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강력한 핵폭탄.”
“…….”
“그게 바로 지금 지은 씨라는 소리입니다.”
그제야 주혁의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지금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의 의미를 깨달은 지은이 뻣뻣하게 몸을 굳혔다.
정부와 대기업은 물론이고 그 산하의 길드, 거기에 길드 연합까지 엮여 있는 엄청난 정치적 사안에 꼼짝없이 휘말리게 된 균열의 봉인 기여도 1위.
“제가 뭐라고 말을 해야, 길드 연합 쪽에 도움이…….”
그 사실을 알려 주기 위해 자신을 부른 것이라고 생각한 지은이 뭐라고 더 말을 하려는 것을 삼인방이 일제히 손을 들어 저지했다.
“왜 우리 의견을 물어보는 거야, 지은아?”
“그야 전 청명 길드 소속이니까요.”
“길드 연합을 세운 건 우리 길드가 맞지만, 그렇다고 명백한 대한 그룹과 대한 길드의 잘못을 네가 감싸라는 말을 할 줄 알았어, 우리가?”
“네?”
“상위 균열을 봉인할 때, 지은이 네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
“저도 같이 있긴 했지만, 지은 씨가 균열의 문손잡이에 손을 뻗은 것까지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지은 씨의 능력으로 추론해 봤을 때, 지은 씨가 균열의 봉인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만 짐작하고 있었을 뿐이죠.”
이어지는 성진과 주혁의 말에 지은이 뭔가를 깨달은 듯 아,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확실히 균열의 문에 자물쇠를 채울 때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오직 지은뿐이었다. 자신이 직접적으로 균열에 자물쇠를 채워 봉인할 수 있는 창조의 대리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 자리에 지은 혼자였다.
“그렇게 말을 하는 거 보니까, 아마 지은이 너의 정령하고 또 무슨 엄청난 일을 저지른 거 같긴 한데.”
“…….”
“어차피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너를 우리 입장에서 이용할 사람들로 보여?”
그렇게 느꼈으면 조금 슬프다며 우는 연기를 해 보이는 유라는 물론이고 성진도 주혁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제야 지은은 주혁과 성진, 그리고 유라가 자신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그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줬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그럴 의도는 전혀 아니었는데, 최대한 길드에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알고 있습니다.”
“알아.”
“아는데?”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진심으로 대해 주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세 명의 든든한 눈빛을 마주하며 지은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국민 영웅님.”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상식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처음 이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그렇게 살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거든요, 저희는.”
강한 힘을 가졌음에도 그 누구보다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으로 똘똘 뭉친 삼인방이었다.
국민의 성원을 받기도, 비난을 받기도 하면서 정치에 이용당하더라도 오직 법과 사회적 규범과 안정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길드 연합의 주축들을 보며 지은이 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는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이 너무 부셔서 그런데 다들 좀 떨어져 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