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3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32화(13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32화
“후! 하!”
결전의 날이 밝았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알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커튼을 걷고 창문 밖을 바라보던 지은이 크게 심호흡을 했다.
국빈급 대우를 하겠다는 공식 성명대로, 일정을 조정할 필요도 없이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점심 만찬 일정을 잡은 청와대에서 보낸 검은 리무진이 좁은 골목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신이 정말로 현시점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는 지은이었다.
“긴장되네.”
긴장할게 뭐가 있냐며 타박했던 까망이는 만약 위험한 일이 생긴다면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다는 말을 하고는 정령계로 떠났다. 대지와 빛의 정령왕이 아직 태어나지 않아 불안정한 정령계로 돌아간 까망이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대문이 열고 지은이 나오자마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수많은 기자들의 카메라에서 파파방! 하며 연신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손을 살짝 들어 얼굴을 가리려던 지은이 천천히 손을 내리고는 모두의 앞에 당당하게 섰다.
일정거리 이상 다가오지 못하도록 청와대의 경호원들은 물론이고, 경찰들까지 기자들을 막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기자들은 지은이 나오자마자 큰 목소리로 저마다 질문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한국일보 나대지 기자입니다! 평소 대한 길드와 청명 길드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 대한 길드의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사안보 전문지 김소연 기자입니다! 이번 무공 훈장수여 축하드리고요! 민지은 씨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담겨 있는 행보인지 궁금합니다!”
“부모님이 대균열 때 돌아가시고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자라신 걸로 아는데요! 민지은 씨,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헌터도 아닌 민지은 씨가 어떻게 상위 균열 봉인의 기여도 1위를 하신 건지 자세히 밝혀 주실 수 있나요!”
모든 질문을 무시하고 의전비서관의 안내에 따라 차에 탑승한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들의 질문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지금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지은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였다.
이미 밝혀진 던전 안에서 푸드 트럭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팔 수 있다는 사실과, 밝히진 않았지만 푸드 코너에 음식을 올릴 수 있는 능력.
그것만으로는 균열을 처치한 것도 아니고, 균열을 완전히 봉인한 능력이라고 보기엔 어폐가 있었다.
‘밝히지 마세요. 절대.’
자신이 상위 균열 봉인의 기여도 1위가 될 수 있었던 균열을 봉인하는 대리자의 능력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남운이 유일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공식적으로 균열을 봉인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히지 말라던 남운은 자신을 지키겠다고 했다.
자신을 노리는 세력이 있었다는 남운의 말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무슨 이유로 균열을 봉인할 수 있는 능력을 노린 걸까.
지은은 사실 자신의 능력을 노리는 것조차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누구도 가지지 못했던 능력이니 탐이 나는 것은 그렇다고쳐도, 창조의 대리자라는 직위가 계승되는 것은 까망이가 자신에게만 알려 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죽인 사람에게 계승되는 느낌은 절대 아니었다. 1회 차에서 세상이 망했을 때, 균열을 봉인하는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을 리 없었을 테니까.
정말로 세상을 망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 이상.
‘잠깐…….’
거기까지 생각하던 지은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균열을 봉인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거슬릴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
그 존재는 바로 ‘신’이었다.
“추우십니까?”
차에 탑승한 지은이 몸을 흠칫 떠는 모습에 기사가 말했다. 괜찮다며 고개를 젓는 지은에게 미소 지어 보인 기사가 히터의 세기를 조금 더 올리고는 부드럽게 차를 출발시켰다.
훈훈한 바람이 살짝 강해졌지만, 마침내 자신이 1회 차에서 왜 죽었는지 모든 것을 이해한 지금.
따뜻한 차 안의 공기를 따뜻하다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온몸에 오한이 드는 기분을 느꼈다.
* * *
“여기서 뵙는군요.”
청와대 본관 앞까지 들어온 차에서 내린 지은은 어딘지 모르게 반가움이 묻어 나오는 듯한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이태서 헌터?”
말끔한 정장 차림의 이태서가 자신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에 지은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회귀자에 이어 같은 편인지, 다른 편인지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골칫거리를 청와대에서 만날 줄이야.
“당신이 왜 여기서 나오는 거죠?”
머리를 질끈 부여잡는 지은을 바라보며 잠시 흐뭇하게 웃음을 짓던 이태서가 걸음을 옮기며 섭섭하다는 듯 말했다.
“너무 반갑지 않은 티를 내는 거 아닙니까?”
“만나서 반가운 사이까지는 아니라서요.”
“그러면 우리는 무슨 사이입니까?”
“……무슨 사이라고 할 정도가 되나요? 우리 사이가.”
뚜벅 뚜벅 걸어와 지은의 앞에 선 이태서가 피식 미소 지었다.
적어도 만나서 반가운 사이까지는 아니어도, 자신이 말했던 희망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희망을 가져 보겠다고 말하며 악수했던 지은은 이제 자신이 다가와도 뒷걸음질을 치지 않고 자신을 기다려 주고 있었다.
그런 지은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입매가 올라가려는 것을 간신히 억누르며 지은의 앞에 선 이태서가 말했다.
“오늘 청와대 만찬에 초대받은 건 민지은 씨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 태백 길드의 대표로 온 건가요?”
“그렇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던 제로 등급의 상위 균열을 아무런 피해자 없이 막아 낸 한국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비록 내부에선 이 상황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수많은 공방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적어도 다른 나라와 외교적인 부분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상위 균열을 봉인한 것도 그렇지만 새끼 균열에서조차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사실상 그동안의 세 번의 균열동안 뭉치지 않았던 헌터들의 통제가 연합 아래 모여 있는 길드들에 의해 훨씬 더 안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길드 연합이 만들어지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5년 전의 세 번째 균열이었다.
대균열보다 위력은 낮았지만, 헌터들을 통제할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던 것이 피해를 초기에 막지 못한 문제점으로 대두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길드 연합의 완벽한 통제로 새끼 균열이 발생하는 장소에 미리 대다수의 헌터들이 대기하고 있었던 만큼 길드 연합의 빠른 대처를 치하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균열을 봉인한 지은과 함께 연합의 대표 길드중 하나인 태백 길드의 실질적인 길드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태서가 대표로 만찬에 참석하게 된 것이었다.
“균열에 무슨 짓을 하셨길래 기여도 1위가 되셨는지 물어봐도 됩니까?”
“물어보는 건 이태서 헌터의 자유고, 거기에 대답하지 않을 자유는 저에게 있죠.”
“매정하시군요.”
“저에게 무슨 희망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설명해 줄 생각이 있으면 대답해 드릴 수도 있고요.”
“아직 저도 확실한 건 아니라서요.”
“매정하시네요.”
자신의 말을 똑같이 돌려주는 지은의 말에 이태서가 웃음을 터트리고는 지은에게 가까이 다가와 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뭐예요?”
“연기 자신 있습니까?”
“연기요?”
갑자기 연기에 자신이 있냐고 물어보는 이태서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었다. 지은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라는 눈빛으로 이태서를 바라보았다.
그런 지은의 눈빛을 확인한 이태서가 곤란하다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조금 있다가 제가 연기를 할 텐데, 거기에 맞장구만 좀 쳐주시면 됩니다.”
“무슨 연기를 하려고…… 저 그런 거 잘 못하는데요?”
“제가 윙크를 한 번 하면 연기가 시작됐다는 신호이니 알아서 맞춰 주시면 됩니다.”
그럼 그렇게 알겠습니다. 하고 합의되지 않은 즉석 연기를 혼자 결정해 버린 이태서에게 못한다고 이야기를 하려던 순간. 지은은 곧이어 다가오는 관계자들을 가리키며 입술에 검지를 대고 쉿, 소리를 내는 이태서 때문에 말을 멈춰야 했다.
찰칵찰칵!
장소가 집 앞이 아닌 청와대인 만큼 시끄러운 기자들의 외침은 없었지만, 만찬장에 들어서는 지은과 이태서의 뒤를 쫓아오는 셔터 소리.
만찬 이후에 기자 회견도 잡혀 있었기에 공식 허가를 받고 들어온 기자들의 얼굴을 쓱 훑은 지은의 뒤로 만찬장의 문이 닫혔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성인이 되고 난 뒤 곧바로 열렸던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이 찍었던 대통령을 이렇게 눈앞에서 만나게 될 줄은 그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대통령이 직접 걸어와 악수를 청하는 모습에 긴장되었지만, 옆에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이태서를 보니 뭔가 욱하는 심정이 떠올랐다.
‘그 조그맣던 애가 이렇게 크다니.’
왠지 모르게 미워하고 싶은데 미워할 수 없는 느낌을 주는 이태서였다.
잔뜩 긴장한 자신과는 다르게 대통령과 웃으며 악수한 이태서가 뻣뻣하게 악수를 마친 자신을 바라보며 피식 비웃는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질 정도라니.
이쯤 되면 자신을 만난 적 있냐는 이태서에게 허심탄회하게 ‘예전에 내가 너에게 오므라이스를 만들어 줬던 착한 요리 마법사 누나다.’라고 밝혀도 좋지 않을까 싶었지만, 대견한 건 대견한 거고 지금의 이태서는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뺀질이였다.
미간을 찡그리며 자신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는 지은의 행동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이태서가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며 ‘민지은 님’이라는 팻말로 지정된 자리에 앉은 지은은 마음 편하게 만찬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만찬은 훌륭했다. 정갈한 반찬들과 함께 나온 식사에 집중해 대통령이나 국회 의원들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깔끔하게 식사를 비워 낸 지은이 티슈로 입가를 닦았다.
대한 길드를 거론하며 길드 연합에 대해 압박을 줄 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저 줄을 대려는 듯 저자세로 나오는 국회 의원들이 그런 지은을 보며 말했다.
“식사가 입에 맞으셨나봅니다.”
“네…… 뭐.”
“사실 저는 이렇게 국민 영웅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서 잠이 안 오더군요.”
“아, 그러셨군요…….”
“이 자리에 계신 민지은 헌터님과, 이태서 헌터님 덕분에 우리나라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당색을 떠나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이런 헌터분들이 계시니 대한민국의 앞날이 참 밝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허허. 안 그렇습니까, 대통령님?”
“물론이지요.”
어떻게든 자신들 쪽으로 회유를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대통령과 여야의 국회 의원들까지 나서서 자신과 이태서를 치켜올려 주는 모습에 지은이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어떻게든 정치판에 이름난 헌터들을 끼워 자신들의 지지율을 올리려는 그동안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게, 그 어떤 정치적 현안도 이야기하지 않는 모습에 이태서가 물컵을 내려놓고는 피식 웃음 지으며 말했다.
“의외군요. 국회 의원님들과 대통령님께 이렇게 진심 어린 감사를 받을 줄은 몰랐는데.”
“그게 무슨…….”
“여, 야가 이렇게 한마음 한뜻으로 저희를 띄워 주시는 것을 보니.”
“…….”
“뭔가 공통적으로 바라는 게 있으신가 봅니다.”
이태서의 말에 허허, 웃음 짓던 국회 의원들은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찾아온 정적에 이태서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편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그래서 원하시는 게 뭡니까?”
“이태서 헌터, 뭔가 오해가 있는 듯한데. 원하는 게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게 없으시단 말씀은 저희 두 사람에게 제공해 주신 좋은 밥에 무공 훈장만 받고 돌아가도 아쉬울 게 없단 말씀이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