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3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34화(13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34화
조용히 출발한 차 안에서 조곤조곤 가슴속에 담아 왔던 이야기를 꺼내며 창밖을 바라보던 지은은, 자신의 말에 놀라 얼어붙은 이태서의 표정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균열에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확실한 보상과 지원을 파병의 대가로 제안…….”
“민지은 씨.”
별안간 갑자기 자신의 손목을 낚아채는 이태서의 손에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지은의 고개가 홱 하고 돌아갔다.
난데없이 손목을 잡힌 지은이 깜짝 놀라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와악!”
“미친놈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습니다.”
“갑자기 왜 이래요?!”
“마법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런 마법을 다루는 마법사는 보통 감이 좋습니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대부분 자신의 감을 온전히 믿죠.”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이 안 되는 건 아는데, 왜 계속 생각이 나는지…….”
갑자기 자신의 감을 자랑하는 이태서의 말에 당황했던 지은은, 문득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이태서의 손이 쉴 새 없이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개를 들은 지은은 이태서가 처음 보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말했다.
“이태서 씨, 당신.”
“…….”
“울어요?”
지은을 바라보는 이태서의 눈에 물기가 가득했다. 갑자기 왜 이런 표정을 짓는지 이유를 몰라 당황하던 지은이 이어지는 이태서의 말에 순간 몸을 흠칫 굳혔다.
“아직도…… 오므라이스 잘하십니까?”
“…….”
“그 이후로 나한텐 간단 말도 없이 휑하니 떠나 버린 게 미워서 먹어 본 적은 없는데.”
“이태서 씨…….”
“많이 그리워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비틀린 시간의 축을 통해 들어갔던 19년 전의 과거 속에서 만난 것이 지은이라 확신한 듯 이태서가 활짝 웃어 보였다.
아직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이태서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지은이 그의 손을 마주 잡으며 말했다.
“아빠처럼 훌륭한 마법사가 될 거라고 하더니.”
“…….”
“성격은 닮지 말지 그랬어요. 짓궂게 장난치고, 사람 떠보고 하는 거 그대로 닮아 가지고.”
“아버지도 나이 드시더니 짓궂은 면이 있으시긴 하죠.”
“어렸을 땐 귀여웠는데…….”
고개를 저으며 ‘진짜 귀여웠는데.’라며 아쉬워하는 지은의 모습에 이태서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못마땅하다는 듯 중얼거리던 지은이 말했다.
“오므라이스 잘하냐고 물어봤죠.”
“……네.”
“잘해요, 그것도 엄청. 그러니까 기대해도 좋아요.”
기대하라는 말에 잠시 멈칫했던 이태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잡고 있던 지은의 손목에서 손을 풀었다.
그 순간 지은은 상태창에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뜬 것을 확인했다.
[시스템 알림! 한정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어?’
[한정 퀘스트 : 성장하라!의 연계 퀘스트가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 완료 조건 : 이태서의 구원
‘퀘스트가 완료되었다고?’
정작 퀘스트의 조건인 이태서의 구원을 어느 시점에서 이뤄 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은 지은이 시스템창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야기를 하던 지은이 갑자기 말을 멈추자 이태서가 어떤 상황인지 대충 감을 잡고는 말했다.
“좋은 일이 있나 봅니다.”
“그러게요…… 좋은 일인데 어떻게 했는지 이해가 안 되긴 하지만요.”
퀘스트 완료 이후 보상에 대한 시스템 알림이 주르륵 떠올랐지만, 지은은 지금 보상에 집중할 정신이 없었다. 어떤 점에서 이태서가 구원을 받았다고 느꼈는지 알아내는 것이 먼저였다.
“이태서 씨, 당신. 숨기고 있는 거 있죠.”
“…….”
“거기에 제가 관련되어 있는 거 같은데.”
“저희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마 맞을 겁니다.”
철저하게 운전석과 구분되어 있는 넓은 리무진 안이었지만 이태서가 손가락을 튕겨 공간을 따로 분리해 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온전히 자신과 지은, 둘만의 비밀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신호였다.
“숨기고 있는 게 뭔지 알려 줄래요?”
“제 소울 마나가 두 개라는 사실은 저번에 말씀드렸죠.”
“네, 영혼이 두 개라고 표현하셨잖아요.”
“표현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영혼이 두 개인 마법사라고 자칭했던 것이, 정말로 이태서의 영혼이 두 개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었다는 설명을 듣던 지은이 조용히 말했다.
“어쩌다가 영혼이 두 개가 되었는데요?”
“제가 마법사로 각성하는데 두 번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의 개입이라면…….”
“쿨럭.”
입을 틀어막고 기침을 하던 이태서가 입에서 손을 뗐다.
“피! 이태서 씨, 설마!”
손바닥에 흥건하게 묻어 나온 붉은 피를 보자마자 인과율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 피를 토했던 남운을 떠올린 지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갑자기 왜 이태서가 피를 토하는 걸까. 남운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태서를 바라보던 지은이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이태서가 말한 두 번의 개입.
한 번은 확실히 과거의 시간대에서 지은이 개입했던 것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태백 헌터도 분명 이태서가 헌터가 될 거라는 말을 지은이 했기 때문에 마법사로 각성했다고 말했다.
‘미래에서 온 제가 장담하는데, 아드님은 정말 대단한 헌터가 될 거예요. 그러니 현재에 충실하게 임해 주세요.’
‘누나! 저는 아빠처럼 훌륭한 마법사가 될 거예요! 헌터가 아니라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모든 걸 만들어 낼 거예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처럼, 과거의 시간대에서 지은이 발설한 미래의 일.
그 일로 인해 이태서의 각성에 지은이 관여한 것이 되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발설하는 것을 막는 장치인 인과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 지금.
회귀자인 남운조차 엄격하게 통제하던 인과율을 생각하면, 이태서는 틀림없이 인과율의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말을 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은은 그런 인과율의 보복을 전혀 받지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지은이 설마 하는 심정으로 이태서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받아야 할 인과율의 보복을 당신이 받은 건가요?”
비틀린 시간의 축에서 있었던 일들이 고스란히 이태서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었다. 자신의 말을 부정하지 않는 이태서를 보며 지은이 얼굴을 감싸 쥐고 앓는 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진짜…… 내가 미안해요.”
“……왜 미안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영혼이 두 개로 나뉘었다면서요! 제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도 당신은 마법사로 각성했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당연하죠! 내가 쓸데없이 개입해서…… 미래의 일을 떠벌린 탓에 그 시간대에 남아 있던 당신이…….”
“쓸데없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네?”
“민지은 씨, 당신이 개입해 준 덕분에 나는 지금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살아 있는 겁니다.”
그렇게 말한 이태서가 양손을 펼쳐 보였다. 손바닥 위에 확연히 다른 색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하나는 백금색, 하나는 검은색.
백금색의 마나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태서의 본연의 마나,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백금색의 마나의 이면에 숨어 있던 바로 그 검은색 마나였다.
“타락의 기운…….”
검은색 마나를 확인한 지은의 중얼거림에 이태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고는 말했다.
“타락의 기운이라. 정말 그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마나군요.”
“마법사 중에 두 개의 소울 마나를 가진 건 이태서 씨밖에 없다고 알고 있어요.”
“어느 쪽일 거 같습니까.”
“네?”
“이 백금색과 검은색 중, 어느 게 지은 씨가 개입한 소울 마나라고 생각하시냐는 말입니다.”
인과율이 허용한 범위를 아득히 넘어섰는지 남운과 똑같이 고통을 참는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도 이태서가 애써 지은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지은이 고개를 저었다.
“더 말하지 마요.”
그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태서가 백금색으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든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바로 이쪽입니다.”
“…….”
“어린 시절의 제가 왜 마법사가 되고 싶어 했는지 기억하십니까?”
“기억해요…….”
‘저도 마법사가 되면 엄마와 태린이를 데려올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 낼 거예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처럼, 절대로 불가능한 일을 반드시 이뤄 내겠다던 어린 이태서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걸 당신이 이뤄 낼 수 있다고 말해 줬죠. 이 백금색 마나는 바로 당신에게 받은 선물입니다.”
“그렇다면 검은색 마나는 뭔가요?”
“검은색 마나는 어렸던 저의 욕심이 만들어 낸 타락의 증거죠.”
스스로 타락했다고 인정이라도 한 듯 이태서가 말을 이었다.
“제가 당신에게 받은 선물로 뭘 하려 했는지 아십니까?”
“…….”
“모든 것을 처음으로 돌리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떠나며 신신당부했던 부탁을 아버지는 잠시 외면했습니다.”
“설마 이태백 헌터님이 당신을 그대로 방치했나요?”
“아뇨,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저를 방치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바로 눈앞에 복수의 끝이 보이는데 그걸 포기하긴 힘드셨겠죠. 복수를 마무리하고 나서야 아버지는 저에게 많은 관심을 쏟으셨습니다. 지금까지 못받았던 사랑을 갑자기 몰아서 받았죠, 어린 나이에 그것이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런데 왜…….”
“문제는 당신이 그렇게 말을 하고 사라졌음에도, 당장 저를 돌봐 주지 않는 아버지를 이해하기엔 그 당시의 제가 너무 어렸다는 겁니다.”
“아…….”
“그래서 저는 당신이 선물해 준 이 백금색 마나로 절대 해서는 안 될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태서가 지은의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을 처음으로 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누군가와 계약을 했습니다.”
“설마…….”
그가 말하는 것이 누구인지 눈치챈 지은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창조의 대리자인 자신과 완벽한 대척점에 서 있는 단 하나의 존재이면서, 타락의 기운으로 정령들을 타락시킨 자.
“신과 계약을 했군요, 당신.”
“…….”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정령왕들을 타락시킨 타락의 기운이 어째서 던전 밖에서도 계속 눈에 띄었는지, 이태백도 주혁도 느끼지 못한 타락의 기운을 어떻게 자신만 느꼈는지. 모든 것이 아귀가 맞아 떨어졌다.
“당신이 신의 대리자였어.”
모든 것을 처음으로 돌리고 싶었던 상처받은 어린아이.
대마법사이지만 자신을 돌아봐 주지 않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자신을 챙겨 주길 원했던 아이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누군가를 소환했다. 창조의 기운이 가득 담긴 마나로 모든 것을 처음으로 돌려 이 세계를 재창조할 수 있길 바랐다.
그리고 아직 주인이 존재하지 않는 창조의 기운을 찾아낸 신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이태서를 자신의 대리자로 삼았다.
원하는 것을 이뤄 주겠다는 말로 어린 이태서를 꾀어 창조의 기운까지 손에 넣으려 했던 것이다.
“그래요. 내가 신의 대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