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3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36화(13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36화
“잠깐만.”
청와대 만찬에 갔다 온다던 지은이 뜬금없이 한정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말에 까망이가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을 한 거냐며 재촉하는 까망이를 손을 들어 막은 지은이 방금 얻은 클래스 전용 스킬 설명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거 완전?”
[열려라 신비의 문!]으로 던전 어디든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문을 연다는 말을 곱씹어 보던 지은은 이 스킬이 게이트석의 상위 호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무려 최대 100명까지 문을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다니.
“균열 내부는 틀림없이 던전이었지.”
던전화가 진행되며 몬스터들이 쏟아져 들어오던 상위 균열. 처음 경험한 균열은 사실상 지은의 홈그라운드였다.
균열 내부가 던전과 다름없다는 것은, 편안하게 안전 영역을 펼쳐 몬스터를 가둬 놓고 잡아도 될 만큼 여유로운 경험치 수급 장소로 변했다는 말과 같았으니까.
물론 우연히 상위 균열이 발생한 장소에서 회식을 하고 있었기에 자유롭게 균열의 안과 밖을 오고 갈 수 있었던 거였다.
그 말은 지금까지는 지은이 직접 균열에 휘말리거나, 균열에 휘말린 사람 중에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면 상위 균열 내부로 들어갈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균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네?”
그런 걱정을 한 번에 날려 버릴 클래스 전용 스킬의 등장은 지금까지 생각만 하고 있었던 가정을 확신으로 바꿔 주는 계기가 되었다.
“내 클래스가 푸드 트럭 사장님만 있는 게 아닌 거 같아.”
<그게 무슨 소리냥?>
“대리자의 권능도 내 클래스인 게 틀림없어.”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딱 맞춰서 푸드 트럭 사장님과는 다소 거리가 먼 스킬이 무려 클래스 전용 스킬로 등장할 이유가 없었다.
그것도 마침 미국에 발생했다는 상위 균열 때문에 파병을 가야 하는 지금, 기다렸다는 듯 등장한 스킬.
마치 누군가가 미리 예상하고 만들어 놓은 길로 걸어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전용 장비도 마찬가지야.”
상위 균열에서 생각지 못했던 스킬의 반복 사용으로 인해 마나가 금세 동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기력과 마나가 무려 100% 증가하는 전용 장비. 회복력까지 동일한 수치로 증가하는 사기적인 아이템이었다.
이 정도라면 스킬을 반복해서 사용한다고 해도 마나가 쉽게 고갈되는 일은 없을 게 분명했다. 거기에 무엇이든 수납 가능한 공간 제한이 없는 만능 파우치라니.
잠시 고민하던 지은이 까망이에게 말했다.
“까망이 너, 요즘 정령계를 복구하느라 힘이 하나도 없다고 했지?”
<맞다.>
“내가 레벨이 낮아서 던전 안에서 푸드 트럭을 유지하는데 너의 마나를 끌어 쓰고 있어서 더 그런 거 아닐까?”
<그런 영향이 없다고 부정하진 않겠다. 아무래도 아직 주인의 레벨이 낮으니, 계약한 정령과 서로 마나를 공유하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푸드 트럭의 모든 효과는 지은의 스킬이기도 했지만, 까망이가 부여한 마법진이 있어야 유지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푸드 트럭 내에서 스킬을 사용했던 주혁과 성진이 진상 손님으로 분류되어 강제로 튕겨져 나갔던 것도 까망이가 자신의 고유 마법진에 다른 마나가 개입하는 것을 막아 둬서 생긴 일이라고 했으니까.
까망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지은이 인벤토리에 수령한 전용 장비인 [멀티 파우치]를 장착했다.
지퍼로도, 스냅 단추로도 이뤄져 있는 여러 개의 파우치를 하나씩 열어 보던 지은이 열어 놓은 파우치를 가리키며 까망이에게 말했다.
“실험 하나 해 볼까?”
<주인은 실험 정신이 투철하구나.>
파우치를 가리키는 지은의 의도가 무엇인지 깨달은 까망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틀림없이 저 안으로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폴짝 뛰어들어 지은의 품에 안긴 까망이가 궁시렁 대며 파우치 안으로 들어간 순간이었다.
파우치 안에 들어가자마자 까망이가 눈을 번쩍 뜨고는 지은을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에 지은은 자신의 실험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역시 회복이 되는 거지!”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냥?>
기력이 회복되는 게 확실한지 까망이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서도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지은을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까지는 내 전용 장비가 없었잖아.”
<이게 주인의 전용 장비라서 그렇다고?>
“그래! 나와 계약해서 마나를 같이 공유하는 사이니까, 클래스의 전용 장비의 효과를 같이 받을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모든 기력과 마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회복력까지 상승시켜 주는 아이템의 효과를 파우치 안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 같이 받을 수 있다니.
그것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옵션들까지 함께 공유되는 전용 장비의 사기성에 까망이가 감격한 듯 소리쳤다.
<이 상태라면 정령계를 복구하는 게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내가 위험하거나 뜻하지 않은 상황에 빠져도 너랑 같이 있을 수도 있을까?”
<문제없다. 지금까지는 던전에선 주인의 푸드 트럭을, 지상에선 주인의 집을 기준으로 내가 현신했지만, 앞으론 이 파우치를 현신 기준으로 변경하면 된다!>
까망이가 정령계에 머물다가 현신하는 장소는 지은이 스킬을 사용했을 때를 기준으론 푸드 트럭, 지상에 돌아왔을 때를 기준으로는 지은의 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던전 안에서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까망이는 지은의 부름이 있어도 현신하는 게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상 현상이나 마나 고갈로 인해 까망이와 떨어지는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었다. 눈을 감고 회복되는 마나를 느끼며 까망이가 기분이 좋은 듯 그릉 그릉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빨리 정령계를 복구했으면 좋겠네.”
<주인 덕분에 이제 충분하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거다냥.>
“좋은 소식이라면?”
<빛의 정령왕과 대지의 정령왕을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겠지.>
“빛의 정령과 대지의 정령들도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거 맞지?”
<물론이다. 다만 정령왕은 정해졌다고 해서 곧바로 태어나는 존재가 아니다. 모든 정령들에겐 각 속성에 맞는 정령계가 존재하니 그 정령계도 만들어야 한다.>
“아, 그러면 일단 정령왕들이 정해지는 게 가장 큰 우선순위겠구나.”
<그렇다. 정령왕이 새롭게 정해진 후에 해당 속성의 정령계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건 정령왕들의 일이다.>
창조의 정령인 까망이의 역할은 소멸되어 버린 정령왕들을 새로이 찾아 임명하는 일. 그 일을 마친 후에 새롭게 임명된 정령왕들이 각자의 정령계를 구축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불의 정령왕인 이그니스를 비롯해 빛의 정령왕도, 대지의 정령왕도 당초 까망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인간과 계약을 맺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점이었다.
<좋은 건 좋은 거고, 일단 어떻게 한정 퀘스트를 완료하게 된 거냥?>
“아, 그게 말하자면 좀 긴데.”
<흠…….>
까망이는 지은에게 자초지종을 듣고는 한숨을 내쉬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남운의 이야기부터 이태서의 이야기까지 전부 이야기했지만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던 까망이는 무언가를 고뇌하는 듯 입을 꾹 다문 채 자신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지은이 답답했는지 까망이를 번쩍 들어 올리고는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이태서씨가 신의 대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아니, 나도 몰랐다.>
“남운 씨에게 세계수의 가지를 준 건 까망이 너 맞지?”
<내 기억 속엔 없는 일이다.>
“모르는 게 왜 이렇게 많아? 1회 차의 기억이 하나도 떠오르는 게 없어?”
창조의 정령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 같았던 남운이었다. 세계수의 가지를 직접 준 것이 까망이가 아니라도 남운과 분명 접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작 까망이는 지은이 하는 말마다 모르겠다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럼 가장 중요한 문제야. 내가 너의 대리자가 된 이후 다른 사람에게 대리자의 권한을 계승한 적은 있었어?”
<아니, 그런 적은 없다. 내 유일한 대리자는 주인이다.>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들었는지 지은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책상에 놓여 있던 노트와 펜을 집어 들었다.
던전 공략법은 물론이고 틈틈이 자율 판매에서 선보이고 싶었던 음식들의 레시피를 적어 놓은 지은의 노트였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새로운 장을 펴며 지은이 침대에 털썩 누웠다. 펜을 들고 뭔가를 적어 내려가는 모습을 지은의 곁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까망이가 말했다.
<1회 차의 기억 떠올리기 프로젝트?>
“이태서 씨가 신의 대리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나름대로 생각을 좀 해 봤어.”
<……뭘 생각해 봤는데?>
“일단 한정 퀘스트의 내용부터 말이 안 되는 거였어.”
다른 클래스의 한정 퀘스트와는 전혀 다른 솔로 퀘스트. 퀘스트가 발생했던 레벨도 터무니없이 낮았다.
거기에 비전투 계열의 다른 각성자들과는 다르게 각성한 클래스의 실력 향상이나, 아이템 등을 연성하거나, 스킬을 부여하는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퀘스트.
지정된 사람도 이태백 헌터와 이태서였다. 한 명은 모든 마법을 통달한 대현자, 다른 한 명은 공간을 다루는 대마법사라니.
처음 퀘스트를 받았을 때는 이해할 수 없는 대상들이었지만, 어째 주변 인물들이 하나같이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하자 새로운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까망이 네 말대로, 내가 너의 유일한 대리자라면.”
<…….>
“1회 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떠올려야 해.”
지금 이 상황이 누군가가 완성했던 퍼즐을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맞춰 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답을 알려 주는 것처럼 하나씩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밝혀지는 것이 그냥 단순한 우연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들기 시작한 의심이었다.
“1회 차에도 내가 너의 대리자였다면, 세상이 망하는 것을 보고만 있었을 리 없어. 내가 되었든, 네가 되었든.”
<그랬겠지.>
“그러니까, 너의 능력으로 내가 뭘 생각했는지 알아내야 해.”
청명 길드를 포함해서 자신과 인연이 된 모든 사람들의 관계성을 알아내고, 기억을 되찾아야 한다.
물론 1회 차에 별다른 방도 없이 그냥 막연히 시간을 돌렸을 수도 있지만, 이런 능력을 가지고 후일을 도모할 안배를 남기지 않았을 리 없었다.
“일단 과거는 달라졌어.”
상위 균열이 발생했던 날 유일한 생존자는 지은뿐이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무런 희생자 없이 상위 균열을 완벽히 봉인했으니, 그날을 기점으로 과거는 달라졌고 이제부터는 바뀔 미래를 그려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해야 했다.
“일단 파병부터 가야지.”
<파병?>
갑자기 파병을 거론하는 지은의 말에 까망이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지은이 씨익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이렇게 좋은 전용 스킬이 생겼는데, 사용 후기는 남겨 줘야 하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