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3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37화(13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37화
청와대 만찬이 끝난 지 벌써 사흘이 지났다. 당장이라도 파병을 떠날 것처럼 짐을 바리바리 쌌던 지은은 몇 번이고 확인했던 캐리어를 방구석에 방치하고는 사흘 동안 집에서 주구장창 요리만 하고 있었다.
속을 꽉꽉 채운 김밥을 말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지은이 벗어 놓은 파우치 안에서 고개를 내민 까망이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파병 간다더니?>
그동안 뜸했던 푸드 코너에 매일 정해진 시간에 꼬박꼬박 음식을 올린 덕분에 헌터 게시판은 축제 분위기였다. 일용한 양식을 획득한 헌터들의 인증글이 매일같이 업데이트 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며 지은은 오늘의 점심 메뉴인 참치김밥을 열심히 만드는 중이었다.
“먼저 약속을 지키면 바로 출발할 거야.”
파병을 가겠다곤 했지, 바로 떠난다고는 안 했다
균열에 목숨을 바친 사람들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확실하고 지속적인 보상을 요구했던 지은은 매일같이 정치 기사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법 개정을 약속한 대통령과 국회 의원들에게 지은이 제시한 기한은 고작 사흘이었다. 법을 고작 사흘 만에 뚝딱 만들어 낼 순 없다고 반발하는 국회 의원들에게 지은은 단호하게 말했다.
‘고작 사흘이라뇨. 20년이 지났어요.’
‘……’
‘처음 대균열이 발생한 지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는데, 아직도 그런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게 웃긴 거죠.’
국가에 대한 희생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목숨 바쳐 국가를 지켜 낸 사람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20년 동안 고작 한 달에 얼마 되지 않는 지원금을 주는 것이라면 누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칠까. 그럼에도 헌터들은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균열에 맞서 싸웠다.
자신들이 아니라면 누군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는다는 생각으로, 국가를 지켜 낸다는 사명감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던 국가라면 응당 그에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법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건 지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흘이라는 시간을 제시했던 건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 의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함이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방치했으니, 지금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길 바란다는 경고였던 셈이었다.
상위 균열 안에서 버티고 있을 미국의 헌터들과 민간인들도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었다.
당장 균열 안으로 들어갈 순 없다고 하더라도, 균열을 완벽하게 봉인한 일등 공신인 지은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미국의 헌터들과 민간인들은 희망을 가질 것이 분명했기에 결정한 파병이었다.
거기에 지금은 불확실했던 균열 내부로의 진입이 확실해진 상황이었다. 리모컨을 들어 TV를 켜니 때맞춰 지은이 기다리던 내용이 마침 뉴스 속보로 나오고 있었다.
[국회는 오늘 여·야 구분 없이 ‘국가 유공자 처우 개선 법안’에 대한 입법을 만장일치로 합의했습니다. 개선된 법안에 따르면 기존 국가 유공자 연금을 매 해마다 달라지는 물가를 반영해 100만원까지 늘리며, 최저 생계 보장 비용으로 다른 현행 복지법과 연계하여 소외된 국가 영웅들은 물론이고 그 가정까지 보상할 것을 약속했습니다.]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거기에 길드 연합에서도 재단을 만들어 희생된 헌터들의 가족들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지원을 약속하겠다는 발표까지 이어서 뉴스를 통해 나오고 있었다.
죽었거나 심하게 다쳐 불구가 된 헌터들은 물론이고, 남겨진 그 가족들까지 보듬을 수 있는 새로운 정책들은 물꼬가 트인 만큼 앞으로 절대로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었다. 관심이 사라지거나 말로만 하는 공약이 되어 버린다면 지은이 꾸준히 언급하면 될 일이었다.
뉴스를 확인하자마자 울리는 전화.
사흘 만에 어떻게 법을 만드냐며 말도 안 된다고 했던 청와대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어지간히 급했는지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뉴스를 보셨냐며 물어 오는 비서실장의 말에 지은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잘 봤어요. 언제 출발하면 될까요?”
푸드 코너에 등록할 마지막 김밥까지 마무리한 지은이 전화를 끊고는 씨익 웃어 보였다.
남은 김밥 재료는 물론이고 새롭게 만들어야 할 음식이 아직 남아 있었다.
* * *
“지은 씨!”
파병을 간다고 이야기를 미리 해 놨었기에, 파병 멤버로 정해진 사람도 당연히 따로 있었다. 미국 측에서 이번 파병에 대해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은 아니었기에 출국은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이른 새벽, 검은 정장을 입은 정보 요원들의 철저한 통제 아래 공항에 입성한 지은을 발견한 주혁이 한걸음에 달려와 지은의 캐리어를 차에서 꺼내며 말했다.
“비행기 처음 타신다고 들었습니다.”
“……신발 벗고 타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장난치려는 거라면 이미 늦었어요.”
“아쉽네요.”
파병 같이 가실 분? 이라고 물어 봤을 뿐인데 불타올랐던 길드 내부 채팅에서 선발된 사람은 주혁이었다.
길드장의 권한으로 반박은 받지 않겠다는 횡포로 주혁은 파병 명단에 지은을 이어 2순위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해외로 나가는 것에 엄격한 검증이 필요한 랭커들이었기에 이번 파병에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은 최대 5명으로 한정되었다.
랭커 한 명 한 명이 국가의 전력이 되어 버린 지금. 아무리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랭커를 5명이나 파병을 보내는 건 전례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이번 파병으로 얻는 이득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말이었다. 왜 대통령은 물론이고 평소에 국회에서 이게 국회 의원들인지, 파이터들인지 모를 정도로 치열하게 싸워 대던 국회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지은이 요구한 법안을 통과시켰는지 알 만했다.
“다른 분들은요?”
“모든 수속을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태백 길드에서…….”
5명의 파병 명단을 완성한 건 지은이었다. 가장 먼저 길드에서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주혁을 제외한 지은의 선택을 받은 사람은 남운과 유라였다.
이번에도 자신은 내부에서 일이나 하라는 거냐며 반발했던 성진이었지만, 남은 한 자리는 반드시 데려가야 할 사람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저랑 민지은 씨는 아주 가까운 사이거든요.”
마지막 남은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이태서였다.
주혁의 말을 자르며 다가온 이태서가 윙크를 날리는 모습에 한숨을 내쉰 지은이 중얼거렸다.
“눈에 뭐 들어갔어요?”
“…….”
“가까운 사이는 무슨. 그쪽이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어서 꼭 가야겠다고 했잖아요.”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으니 반드시 자신도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했던 이태서였다. 결국 성진을 제치고 명단에 합류한 이태서가 아쉽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했다.
“가까운 사이 맞죠. 민지은 씨가 저를…….”
“와아악! 그만!”
알려져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이야기였다. 이태서가 사실상 자신의 적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면 주혁은 물론이고 남운과 유라까지 이태서를 공격할 것이 뻔했다.
소리를 지르며 공항으로 뛰어가는 지은의 뒷모습을 즐겁다는 듯 바라보던 이태서에게 주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겁니까?”
“꿍꿍이라니. 우리 가까운 사이 맞아.”
“……미국에 거슬리는 사람이 누굽니까?”
“있어. 나랑 조금 복잡하게 엮여 있는 쓰레기.”
“그런 쓰레기랑 복잡하게 엮여 있다면 이태서 씨도 쓰레기란 소리겠군요.”
“그게 그렇게 되나?”
좀처럼 다른 사람을 험담하지 않는 주혁이 면전에서 자신을 욕했음에도 즐겁다는 듯 웃어 보인 이태서가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몇 번 두드리고는 말했다.
“같은 양성소 동기끼리 너무 적대시하지말자고.”
“…….”
자신을 뒤따라오던 유라의 품에 안겨 강제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지은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이태서가 말을 이었다.
“쓰레기지만 적어도 재활용되는 쓰레기는 되어 보려고. 그래서 가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
“믿어 보겠습니다.”
“거참, 쌀쌀하기는. 그냥 믿어. 난 애초에 민지은, 저 사람이 관련된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운명이거든.”
“그게 무슨 말입니까?”
“너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서 하는 말이야. 우린 아군이라는 뜻이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며 먼저 걸어가는 이태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주혁이 지은의 캐리어를 끌며 뒤따라 공항으로 들어섰다.
부정하려 했지만, 처음 만났을 때 이후로 지은이 관련된 일이라면 마음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던 주혁이 중얼거렸다.
“아군이라…….”
* * *
위풍당당한 모습의 전용기. 대한민국 국기가 그려져 있는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며 지은은 처음 타 본 비행기의 모습에 감탄했다.
“와…… 호텔 같아요.”
보안 등급이 가장 높은 대통령 전용기를 선뜻 내줄 정도로 정부는 이번 파병에 진심이었다. 전용기를 타고 미국에 입국하면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국빈 대우를 받으며 상위 균열이 발생한 장소로 안내받을 예정이었다.
보는 것만으로 편안해 보이는 널찍한 소파와 침대를 보며 감탄하고 있는 지은의 뒤를 이어 이번 파병 멤버들인 주혁과 이태서, 남운과 유라까지 모두 전용기에 오르자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낸 남자가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의 랭커분들.”
“오, 제임스. 오랜만이야? 들어와 있었다는 랭커가 너였어?”
아는 사이인 듯 반갑게 유라와 주혁, 그리고 이태서와 남운까지 번갈아 가며 반갑게 인사를 나눈 미국의 로컬 랭킹 3위 랭커인 제임스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상황이 좋지 않거든.”
미국의 천상계 랭커인 제임스의 심각한 말에 넓은 소파에 앉으며 주혁이 말했다.
“그 정도로 심각해? 우리나라에 발생한 균열과 양상이 같아?”
“애초에 진입조차 불가능하니, 본체 균열이 점점 커지고 있어. 도대체 어떻게 균열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던 거야?”
“균열은 얼마나 커졌지?”
제임스와 아는 사이로 보이는 모두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지은은 일단 소파에 앉자마자 승무원으로 위장하고 있는 국가 정보국의 요원들이 가져다 준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이야기에 끼어들고 싶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통역 좀!’
국제 활동이 많은 랭커들이니만큼 영어로 자유자재로 대화하고 있는 일행들 중에서 유일하게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고 있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지은은 앉은 자세 그대로 찻잔을 들고 여유로운 척하고 있었지만 자신만 소외된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최대한 아는 영어 단어를 캐치하며 대화의 흐름이라도 파악해 보려고 하던 지은은 어느새 자리에 앉은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려 애쓰며 말했다.
“어…… 헬로우 제임스? 마이 네임 이스 민지은.”
“나이스 투 미츄, 민지.”
“음…… 나이스 투 미츄 투, 제임스. 캔 유 스피크 코리안?”
“…….”
“아임 네이티브 코리언, 아이 캔 스피크 잉글리쉬, 벗 쏘 리를…… 플리스 스피크 코리안…….”
주입식 교육의 폐해!
분명 중학교, 고등학교 6년 동안 매일같이 공부했던 영어였다. 성적이 나빴던 것도 아니었지만 대한민국 교육의 폐해가 여기에서 절실히 드러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영어를 사용할 일이 전혀 없었던 지은이었기에 오랜만에 입 밖에 꺼낸 영어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삽시간에 홍당무처럼 붉어진 얼굴을 하고 어색한 영어로 제임스에게 한국말을 할 줄 아냐고 물어본 지은이 주위를 둘러보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여기 아직 한국이에요. 왜 다들 영어를 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