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3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38화(13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38화
지은이 창피했는지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를 바라보던 모두는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필사적으로 참아야 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웃기라도 한다면 10시간이 넘는 비행 동안 지은이 한 마디도 안 할 것 같았기에, 눈치를 보던 일행들 중 먼저 나선 것은 이태서였다.
“통역 마법을 걸어 드리겠습니다. 이제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어?”
분명 영어로 말을 한 것 같은데 들리는 것은 그리운 한국어였다.
의기소침하게 소파의 가장 구석 자리에 앉아 고개를 돌리고 있던 지은은 자신의 말을 제임스가 알아듣는 것을 보며 통역 마법의 위대함을 깨달았다.
“아, 이제야 살 것 같네요.”
“영어 성적이 안 좋으셨나 봅니다?”
“수능 맞춤형 교육의 폐해예요! 회화 시험을 안 보니까 이렇게 되는 거라구요!”
성적을 언급하는 이태서의 말에 울컥했는지 지은이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어디 가서 꿇리지 않을 점수였는데 고등학교 이후로 영어를 접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
그 와중에 영어식으로 성을 나중에 말하지 못해 자신의 이름을 민지은이 아닌 은민지로 알고 있을 제임스에게 지은이 단호하게 말했다.
“제임스? 다시 소개할게요. 제 성은 민, 이름은 지은이에요.”
“알고 있는데요? 그냥 저도 재미있어서 그렇게 부른 겁니다.”
“왓 더…….”
사실은 제임스까지 다 알면서 놀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지은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뒤에 이어질 말을 간신히 억누른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도시락 통들을 꺼내 탕! 소리가 나게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는 말했다.
“이런 사람들이 뭐가 좋다고 내가 잠도 안 자고 도시락을 쌌는지…….”
“…….”
“아~ 물론 전용기 기내식이 훨씬 맛있을 거란 건 알지만, 그래도 너무 이른 새벽이라 다들 배고플까 봐 열심히 만들었는데, 이건 필요 없겠죠?”
“지은아?”
“지은 씨?”
입술을 삐죽 내밀고 도시락 통을 다시 인벤토리에 넣으려는 듯 집어 드는 지은의 손 위로 네 명의 손이 겹쳐졌다.
“뭐예요?”
“어쩐지 피곤해 보인다 했는데, 잠도 안 주무시고 저희를 위해서 이렇게 도시락을…… 몸이 상하실까 걱정됩니다.”
“통역 마법은 매우 고난도 마법입니다. 유지하기만 해도 마나가 쭉쭉 빠져나가죠.”
“파병 전에 수련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배고파…… 지은아.”
“저는 아직 지은 씨의 요리를 맛본 적이 없습니다.”
지은의 손등 위로 손을 겹친 순서대로 주혁과 태서, 유라와 남운이 각자 한마디씩 거들었다.
힐끔힐끔 지은을 쳐다보며 눈치를 보고 있는 한국의 랭커들의 모습에 제임스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한국의 보스는 송주혁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고작 저 도시락이 뭐라고…….”
“고작?”
“눈치 챙겨, 제임스.”
“시대가 어느 시댄데 불이나 피워서 육포나 구워 먹는 미국인 아니랄까 봐.”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 아직 한 번도 지은 씨의 요리를 맛본 적이 없습니다.”
“What the f…….”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한국 랭커들에게 말로 몰매를 맞게 된 제임스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 제임스의 반응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네 명은 오직 도시락 통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들의 얼굴을 천천히 바라보던 지은이 도시락 통에서 손을 떼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에요. 같이 먹어요, 우리.”
“감사합니다!”
지은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한국 랭커들이 도시락 통을 싼 보의 매듭을 풀어내고 차곡차곡 쌓여 있는 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세팅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제임스도 흥미가 생겼는지, 고개를 쭉 빼고 테이블 위를 바라보았다.
“아, 이건 이태서 씨 거예요.”
많은 도시락 중 포스트잇을 붙여 놓은 도시락 통 하나를 지은이 이태서에게 건넸다. 도시락을 받아 든 이태서가 포스트잇에 써 있는 지은의 손 글씨를 확인하고는 몸을 굳혔다.
‘이태서 – 오므라이스’
“이건…….”
“먹어 봐요. 그 이후로 한 번도 못 먹었다면서요.”
무심하게 툭 던지듯 말하는 지은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이태서가 떨리는 손으로 도시락 통의 뚜껑을 열었다.
“예전의 그 맛이 날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요.”
곧바로 다른 길드원을 굳이 잘 챙겨 줄 이유가 없다며 견제하는 주혁과, 배고프다는 게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이미 큼직한 유부초밥을 입에 밀어 넣고 있는 유라.
처음으로 지은의 요리를 먹을 기회를 얻어 첫 시식을 무엇으로 할지 신중하게 고민하는 남운. 거기에 제임스에게 같이 먹자며 포크를 건네는 지은까지.
“하…….”
금세 맛있는 음식 앞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는 일행들 사이에서, 이태서는 도시락 뚜껑을 열은 자세 그대로 가만히 지은이 만들어 준 오므라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뚜껑을 열자마자 보이는 샛노란 계란.
거기에 별 모양으로 뿌려진 케첩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던 이태서가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들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탱글탱글한 찰기를 유지하고 있는 계란. 그리고 그 밑에 숨어 있던 소스에 잘 볶아진 밥까지 듬뿍 떠 입에 가져간 이태서가 천천히 오므라이스를 씹었다.
“어때요?”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이태서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던 지은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지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이태서는 도시락을 들고 빠르게 오므라이스를 먹기 시작했다.
“맛있나 보네.”
정신없이 오므라이스를 떠먹는 모습에 지은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생각해 보니 마지막 인사도 못 하고 왔었다. 비틀린 시간의 축에서 일어났던 일을 떠올리면, 어린 이태서가 자신을 계속 기다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지은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오므라이스를 먹지 않았다는 이태서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새벽같이 출발하는 파병에 대비해 낮에 일찍 자고 일어나 느지막이 도시락을 쌌던 지은은 가장 마지막으로 오므라이스를 만들었다.
순식간에 도시락 통을 깨끗하게 비워 낸 이태서가 자신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던 지은과 눈을 마주치고는 창피했는지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이태서의 입가가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한 지은도 부러 더 말하지 않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토벌대에서 지은의 요리에 길들여진 주혁과 유라는 그렇다 치고, 오늘 처음 지은의 음식을 먹은 남운과 제임스까지 열정적으로 식사를 한 덕에 넉넉하게 싸 왔던 음식들이 금세 동이 났다.
“제임스? 원래 한식 좋아해요?”
특히 가장 의외였던 건 제임스였다.
포크를 쥐었을 뿐인데 과연 미국의 천상계 랭커답게 한국의 랭커들 사이에서도 자신 몫의 음식을 쟁취해 낸 제임스는 심지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쑤시개로 이빨을 쑤시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지은은 ‘혹시 부모님이 한국인이신가요?’라고 물어봐도 되나 고민했다.
“오, 예. 물론이죠. 저 원래 각성 전에는 주한 미군이었어요.”
각성 전에는 미군 장교였다는 제임스는 한국에서 5년을 있었다고 했다.
지은은 그렇게 안 보이지만 실은 제임스가 40대라는 것과, 순대국밥과 곱창전골에 소주를 좋아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드실 줄 아시네요.”
“명예 한국인이라 불러도 될 정도죠.”
자신을 명예 한국인이라 지칭한 제임스가 씨익 웃어 보이고는 박수를 쳐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제임스의 얼굴이 곧바로 진지하게 바뀌었다. 동맹국 헌터들끼리의 친목회는 끝났고, 일 이야기로 넘어가자 지은이 귀를 쫑긋 열었다.
“인사가 늦었지만 미국을 대표해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 미국은 각성의 시대가 시작된 이후로 가장 큰 위기에 처한 상황입니다.”
“가장 큰 위기라니…….”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발생한 던전과 균열. 그리고 각성자의 등장.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헌터가 가장 강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미국을 대표하는 헌터들은 대부분 1세대로 경험과 연륜이 넘치고 레벨이 높았다.
더욱 새롭고 강한 능력을 가진 2세대와 3세대 각성자의 수는 비슷했지만, 압도적으로 1세대의 각성자 수가 부족한 유일한 나라.
대균열은 한국의 1세대의 각성자들이 제대로 자신의 힘을 자각하기도 전에 가능성을 앗아 갔다.
균열이라는 재앙에 속절없이 당했던 한국과는 달리, 다른 나라들은 한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많은 제도를 정착시켰다. 한국에 길드 연합이 출범하기 전까지 균열에서 가장 피해가 적었던 나라는 헌터 종주국이라고 표현되는 미국이었다.
“이번에 한국에 등장한 상위 균열과 미국의 상위 균열은 발생 양상이 처음부터 달랐습니다. 처음에 발생했던 균열은 틀림없는 2급이었습니다.”
“2급이라…… 설마 이미 발생한 균열의 등급이 오르기라도 한 겁니까?”
“바로 그겁니다.”
주혁의 설마 하는 추측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위 균열의 출현도 모자라서 2급이었던 균열이 스스로 등급을 올렸다는 말에 모두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니…….”
지금껏 그 어느 나라에서도 한 번 발생한 균열의 등급이 상향 조정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은 지은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2급의 균열이 상위 균열로 상향되었다면, 미국이 지금 직면한 문제는 2급 균열을 토벌하러 들어갔던 토벌대가 귀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
“균열에 들어간 토벌대의 전력은 어떻게 됩니까?”
“펜타곤 길드입니다.”
“설마…….”
모든 균열엔 새끼 균열이 존재한다. 본체가 사라지기 전까지 넓은 범위에 랜덤하게 생기는 새끼 균열.
쏟아지는 몬스터들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본체 균열에 많은 토벌대가 들어가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모든 나라의 토벌 방식이었다.
반대로 1급 이상의 균열은 너무나 위험했기에 랭커들만으로 구성된 특수 토벌대가 치밀한 전략과 회의를 거쳐 진입했다.
다만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했기에, 토벌에 실패할 때를 대비해서 모든 전력이 들어가진 않는다.
모든 전력을 쏟아부었는데 균열에서 한 번에 랭커들을 잃는다면, 다음을 기약할 미래도 사라지는 것이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항상 균열 토벌은 최악을 상정한 뒤 가장 적합한 토벌대를 구성해 투입했다.
이번 2급 균열을 빠르게 정리하기 위해 들어간 길드는 미국의 1위 길드인 펜타곤이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이 헌터 종주국이라는 자존심까지 내려놓고 한국에 극비로 지원을 요청한 이유는, 펜타곤 길드장이자 미국의 기둥이라 불리는 미국 로컬 랭킹 1위, 월드 랭킹 1위의 단 한 사람 때문이었다.
“노아가 상위 균열에 갇혔군요.”
“……그렇습니다.”
“얼마나 되었습니까?”
헌터들의 위상이 국가의 위상이 된 지금, 미국이 헌터 종주국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노아가 월드 랭킹 1위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노아가 2등급 균열에 들어갔다가 갇히게 되었으니 미국으로선 마냥 자존심만 내세울 순 없었다.
주혁의 질문에 크게 한숨을 내쉰 제임스가 참담한 심정을 담아 말했다.
“균열이 발생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