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3화(1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3화
그래도 아직 실망하기는 일렀다. 오늘의 영업은 이제 시작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사람이 없는 곳만 쏙쏙 골라서 올 것을 대비해서 영업시간을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로 쪼개서 최대한 오늘부터는 던전 안을 많이 돌아다닐 예정이었다.
지은은 곧바로 조리대로 복귀해 오늘의 메뉴인 소고기 미역국을 끓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건미역을 잘게 부숴 커다란 스테인리스 볼에 담았다. 오늘 몇 명의 손님을 받을지 모르니 일단 재료 준비는 많이 할수록 좋았다. 물을 부어 건미역을 한 봉지 가득 불리고 난 뒤, 커다란 식당용 육수통에 물을 가득 받았다.
“으, 무거워……!”
너무 많이 물을 받은 탓에 낑낑대며 가스레인지 위에 겨우 육수통을 올린 지은이 한숨을 한 번 후 내쉬고는 이내 육수를 내기 위해 준비한 거름망을 꺼내 들었다.
거름망 안에 멸치와 양파, 다시마를 넣고 거기에 커다란 무를 숨덩숨덩 썰어 가득 채웠다.
두툼한 소고기를 써서 고기육수를 내는 것이 아닌 국거리용 양지살을 사용할 예정이었기에 아무래도 멸치와 다시마가 들어간 깔끔한 육수가 필요했다.
퐁당!
국물 맛을 내줄 육수를 책임질 재료들이 육수통 안으로 들어갔다.
가스 불을 켜고 뚜껑을 닫아 육수를 끓일 준비까지 마치고 난 뒤 지은은 곧바로 빈 가스레인지 화구에 고기와 미역을 볶을 냄비를 올려 두었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소고기 미역국의 필수 재료 국거리용 소고기를 꺼냈다.
<주인, 고기가 엄청 크다냥.>
“그러게……. 이건 너무 큰데.”
두툼한 양지살을 보니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분명히 지은이 의도한 것은 국거리용으로 잘게 썰린 양지살이었는데 아무래도 ‘오늘의 추천 요리’는 무료로 최고급 재료를 주긴 하지만 자동으로 재료를 다듬어 주진 않는 듯했다. 마트에서 사 오는 것보다 더 많은 손길이 들어간다.
고기용 식칼을 꺼내 든 지은이 이내 두툼한 양지살을 빠르게 썰기 시작했다.
탁. 탁. 탁. 탁.
<오, 주인. 엄청 빠르다냥.>
구워 먹는 게 아닌 국거리용이기 때문에 더 많이, 잘게 썰어야 했다. 도마 위에서 지은의 칼질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고기에 붙어 있는 얇은 피막과 힘줄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써 가며 양지살을 세 덩이째 잘라 냈다. 지은이 어느새 도마 위에 수북이 쌓인 고기를 보고는 식칼을 내려놓았다.
키친타월을 꺼내 여러 장 뜯어 내고 방금 썬 고기를 톡톡 두드려 가며 핏물을 어느 정도 빼 주는 작업을 하는 데만 시간이 꽤 걸렸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네…….”
재료 준비만으로도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는 것을 느낀 지은은 앞으로는 스킬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을 사용하기 전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개점 시간을 설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샌드위치는 재료를 손질해 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만들어 판매하는데 시간적인 무리가 없었지만, 본격적인 요리를 즉석에서 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고작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의 영업시간이 재료를 다듬고 요리 준비를 하다가 다 끝난다면 그건 영업시간이 아니라 오픈 준비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장사를, 그것도 던전 안에서 하게 되다 보니 이렇게 생각도 못 했던 시행착오들이 발견된다.
한숨을 내쉰 지은이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던전 내부를 둘러보고는 중얼거렸다.
“이번 영업시간에는 손님이 없어서 다행이네…….”
만약 손님이 있었다면 꼼짝없이 재료 준비만 하다가 손님을 그냥 보내야 했을 수도 있었다.
<원래 그렇게 실수하면서 배워 가는 거 아니겠냥.>
까망이의 격려를 받으며, 지은이 시간을 힐끔 확인했다. 이내 볼 두 개에 고기를 소분해서 담고는 양조간장과 맛술, 소금, 후추를 차례대로 조리대에 꺼내 올려 두었다. 고기에 밑간을 하기 위함이었다.
양을 고려해서 양조간장 6스푼과 맛술 6스푼을 잇따라 두 개로 나눠 놓은 고기들에 부었다. 지은이 후추와 소금을 적당량 뿌리고는 비닐장갑을 끼고 고기를 주무르며 양념을 고루 입혔다.
“후……. 드디어 다 됐다.”
고기가 꽤 많은 탓에 중간중간 간장과 맛술을 추가해 가면서 밑간을 완료하고 나니 고기에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눈에 보였다.
거기까지 완료하고 나자 냄비에 불려 둔 미역이 부들부들하게 풀어졌다.
미역들을 손으로 건져 내고 싱크대에서 물기를 쭉 짜냈다. 미역에 물기가 너무 많으면 간이 싱거워졌기에, 적당히 물기를 빼준 미역들을 마지막으로 탈탈 털어 내고 따로 빼둔 채에 올려두었다.
육수통에 가득 담은 육수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은 소리다.
“노래 좋다, 까망아.”
<주인이 좋아할 줄 알았다냥.>
거기에 말하지 않아도 까망이가 틀어 놓은 잔잔한 음악이 어우러지니 지은은 기분이 좋아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참기름을 둘러놓은 냄비가 은은하게 달궈졌을 때쯤 밑간을 한 고기를 냄비에 쏟아붓고 볶았다.
치이이익!
잘게 썰어 둔 고기가 빠르게 익어 간다.
냄비 밑바닥에 눌어붙어 타지 않게끔 나무 주걱으로 휘휘 저어가며 많은 고기를 골고루 익히는 데 집중해야 했다. 고기는 완벽하게 익히지 않고 미디움으로 겉면이 갈색이 될 때 정도까지만 볶아 주면 됐다. 속까지 다 익혀 버리면 최고급 양지살의 맛있는 육즙이 국물에 배어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고기가 갈색이 되자 곧바로 물기를 빼놓은 미역을 냄비에 잇따라 투하했다.
“으으. 너무 많다.”
조금만 뒤집어 주는 게 늦어도 고기가 타거나 미역이 눌어붙을 위험이 있었기에 지은의 마음이 급해졌다.
고기와 어우러져 볶아지며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미역은 숨이 죽어 부들부들하게 펴질 때까지 볶아 줘야 했다.
냄비 위에서 주걱으로 열심히 고기와 미역을 볶는 지은의 팔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육수를 끓인 지 4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화력 좋은 가스레인지 위에서 팔팔팔 끓은 육수를 양푼으로 떠낸 지은이 접시에 육수를 조금 담아 호로록 마시곤 고개를 끄덕였다.
“음, 맛있다!”
역시 화력이 세니까 금방 육수가 배어 나온 듯했다. 조금 더 끓이고 싶었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 소고기 미역국은 오래 끓이면 오래 끓일수록 맛이 좋으니까.
커다란 냄비에 반절 넘게 담긴 미역과 고기가 충분히 잠길 만큼 육수를 부어 주고 이내 약불에서 중불의 경계 정도로 불을 조절한 지은이 냄비 뚜껑을 닫았다.
<벌써 설거지다냥?>
“응, 나중에 왕창 쌓이기 전에 미리미리 해 두는 게 마음 편해.”
무적 수건을 꺼내든 지은이 이내 주방 세제로 씻은 식기류들을 다시 한번 깨끗하게 닦아 냈다.
무적 수건이 아무리 더러운 물건도 광이 나게 해 준다고 해도 직접 수세미로 씻고 물기를 닦아 내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으니까.
대신 가스레인지나 싱크대는 너무나 쉽게 닦아졌다. 그것만으로도 일이 두 배는 줄어든 느낌이라 지은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밥을 지어야지.”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은 쌀이었다. 고기에서 미리 예상했었지만 30kg짜리 대형 쌀가마니가 툭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던 지은이 애초에 바닥에 쌀을 꺼내 놨기에 다행히 조리대 위에 무거운 쌀가마니가 그대로 올라오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흡!”
큰 소리와 함께 무거운 쌀가마니를 간신히 세우는 데 성공한 지은이 허리를 쭉 폈다. 아직 21살밖에 안 됐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허리를 아프게 하다니.
‘스킬 레벨이 올라가면 재료도 알아서 소분해서 주려나?’
그런 생각도 잠시. 쌀가마니를 가위로 자른 지은이 솥에 쌀을 가득 퍼 올려 담았다.
목표는 밥솥에 밥을 가득 채워 놓는 것.
중간 정도 쌀을 담아낸 지은이 싱크대에 솥을 두 개 올려 두고 찬물을 틀어 쌀을 씻기 시작했다.
빠득빠득 소리와 함께 윗부분은 물론이고 아래까지 손을 넣어 뒤집어 골고루 쌀을 씻어 내고 쌀뜨물을 미리 체를 받쳐 준 다른 냄비에 붓는다. 쌀뜨물은 반드시 쓸 데가 있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따로 보관할 예정이었다.
쌀을 씻어 내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 뒤 보온밥통에 솥을 집어넣고 취사 버튼을 눌렀다.
“취사를 시작합니다.”
익숙한 소리가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사이에 중약불에 몽근하게 끓여지고 있던 미역국의 뚜껑을 열어보니 미역이 부드럽게 익고 고기에서 육즙과 기름이 나와 동동 떠다니며 잘 끓여졌다.
이제 국물의 간을 할 때였다.
한국인의 국물 요리에 필수적인 국간장과 멸치액젓, 그리고 소금까지 꺼내든 지은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이내 숟가락을 쓰지 않고 간장과 멸치액젓을 각각 냄비에 부었다.
‘간 맞추는 거야 내 전문이지.’
한식의 대가였던 외할머니가 해 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간은 느낌적으로 때려 맞춰서 하는 것이제. 누가 일일이 계산하고 맛을 내나?’
물론 할머니는 요리를 해 온 경력이 지은이 살아온 시간의 세 배는 되셨으니 그 정도야 눈감고도 하셨지만 어린 나이에 지은은 요리를 배우면서 숱한 실패를 맛봤었다.
어떤 건 너무 짜고, 어떤 건 너무 싱겁고.
그때마다 할머니가 양념을 붓는 각도와 시간까지 전부 노트에 적어 가면서 요리에 적용한 결과, 지금 지은은 제법 할머니의 흉내를 낼 정도가 되었다.
멸치 액젓이 들어간 국물은 감칠맛을 내 준다. 거기에 국간장만으로는 살짝 텁텁한 국물 맛을 소금을 조금 넣어 잡아 주면, 완벽한 미역국 간이 완성된다.
넣은 양념이 쉬이 배어들도록 국자로 휘휘 저어가며 조금 더 끓인 미역국을 접시에 담아낸 지은이 국물을 호록 입 안으로 가져갔다.
부들부들하게 잘 풀린 미역과 함께 참기름으로 볶아 낸 소고기 역시 부드러웠다. 그러면서도 건더기를 씹는 맛도 살아 있었다. 소고기에서 나온 육즙이 한데 어우러진 국물은 진하고 깊은 맛이 났다.
“으음, 맛있어.”
완벽한 미역국이었다.
이 정도면 미역국은 이제 더 손볼 것이 없었다. 미역이 너무 잘게 풀어질 것을 대비해서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냄비를 제일 끝쪽 화구로 옮겨 두었다.
밑간을 하고 남은 양지살과 미역을 냉장고에 넣은 지은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까망이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미역국 먹어 볼래?”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왜 안 물어보나 했다냥.>
지은의 권유에 엎드려서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고 있던 까망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소고기 미역국이야.”
작은 밥그릇에 완성된 미역국을 담은 지은이 계산대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까망이의 앞에 숟가락과 함께 국그릇을 내려놓았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곧바로 숟가락을 앞발로 쥐어 잡고 국물을 떠서 몇 번 호호 불은 까망이가 입으로 숟가락을 옮겼다.
고양이의 모습을 한 까망이가 숟가락을 써서 국물을 불어먹는 웃긴 광경을 보면서도, 지은은 내심 조마조마하며 은근히도 아니고 대놓고 미식가 기질이 있는 까망이의 평가를 기다렸다.
“어때? 어떤데?”
<…….>
말없이 이번엔 국물과 함께 미역과 고기를 같이 떠서 한입 크게 넣어 우물거린 까망이가 이내 꿀꺽 삼키고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좀처럼 말이 없이 눈을 감고 있는 까망이를 바라보며 지은이 넌지시 물었다.
“……간이 좀 덜 됐나? 아님 고기가 덜 익었어?”
긴장된 순간, 이내 까망이가 양발을 척 들어 엄지발가락을 치켜 올렸다.
<환상적인 맛이다냥! 굳, 굳, 굳이다냥!>
“예쓰!”
까다로운 까망이의 입맛까지 사로잡았으니, 미역국에 대한 걱정은 이제 없어도 좋았다.
다음으로 해야 할 요리는 제육볶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