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4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39화(14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39화
아무리 2급 균열이라고 해도 균열의 진행 방식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였다.
균열을 클리어하기 위해선 보스 몬스터를 반드시 처치해야 했다. 그러나 안으로 진입하기 전에는 보스 몬스터가 나와 있는지조차 알 수 없고, 보스가 바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기에 균열을 봉인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몰랐다.
어째서 랭킹 1위의 노아와 그 길드원들이 균열에 갇혔는지,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는데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설명을 들은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일주일의 지옥주 훈련도 정말 버티기 힘들었는데, 끊임없이 몬스터 웨이브가 반복되는 균열 속에서 한 달이라니.
“희생자도 있나요?”
“안타깝게도 그런 것 같습니다. 로컬 랭킹에 몇 번 변동이 있었습니다.”
“아…….”
로컬 랭킹의 변동 조건은 세 가지였다.
위대한 업적을 세웠거나, 저마다의 벽을 넘고 등급을 올렸거나, 누군가가 죽어 자동으로 변경됐거나.
월드 랭킹 1위가 포함된 미국의 1위 길드라 해도 한 달이나 균열 안에 갇혀 있었다면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로컬 랭킹이 바뀌었다는 말에, 지은은 균열의 문이 열리며 헌터 마켓은 물론 인벤토리까지 잠금되었던 아찔한 기억을 떠올리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만약 미국에 발생한 상위 균열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지금 균열 안에 갇힌 미국 헌터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 속에서 싸우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그동안 이렇게 잠잠할 수 있었지?’
거기까지 고려한 지은이 문득 생각했다.
무려 등급을 스스로 올린 균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상위 균열 발생지가 어디죠?”
“맨해튼입니다.”
“맨해튼…… 뉴욕이요?”
타임 스퀘어로 유명한 뉴욕의 심장부, 맨해튼은 뉴욕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곳이었다.
TV로만 보며 언젠가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곳이 상위 균열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었다는 말에 지은이 의아함을 내비치며 말했다.
“맨해튼에 균열이 발생한지 한 달이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 잠잠할 수가 있죠?”
한국은 물론이고 던전이 발생한 나라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제 뉴스는 균열의 발생이었다.
얼마나 큰 규모의 균열이 어느 나라에 발생했는지, 균열의 발생 주기는 몇 년인지 등 균열에 관한 소식에 모든 나라의 관심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은은 그 어디에서도 미국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어 보지 못했다.
외곽에서 발생한 균열이라 미국 정부가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아무리 언론을 통제한다고 해도 SNS까지 막을 수는 없는 법일 텐데, 전례 없는 위기에 빠졌다는 미국은 너무나 잠잠했다.
“마일리의 공간 왜곡 마법이군요.”
“공간 왜곡 마법이요?”
“미국의 로컬 랭킹 3위, 이태백 헌터와 마찬가지로 대현자의 칭호를 받은 랭커입니다. 그가 뉴욕 전체에 왜곡 마법을 씌운 거 같습니다.”
“그게 가능해요? 어떻게…….”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라는 건 표면적인 이유겠죠. 다른 나라에 미국의 상황을 숨기고 싶었을 테니까.”
“……백악관의 판단은 그렇습니다.”
“마일리는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겠군.”
맨해튼 전체에 공간 왜곡 마법을 펼쳤다면, 아무리 대현자의 칭호를 받은 마법사라고 해도 마법진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게 분명했다.
같은 공간 계열 마법사인 이태서의 말에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제가 여러분을 모시러 온 겁니다. 현재 미국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성의이니 이해해 주시길.”
랭킹 1위가 상위 균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이든, 상황을 숨기기 위해서이든 많은 랭커들이 전력에서 이탈한 지금 미국 랭킹 10위인 제임스가 한국에 온 것은 이런 이유였다.
그 이후로도 공항 도착 이후 이동 일정 등에 대해 제임스의 설명과 다른 일행들의 질문이 오고 갔다. 회의가 끝난 뒤, 최대한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는 주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지은이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였다.
최대한 빨리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지만 비행기 안의 시간은 그런 지은의 마음과는 다르게 너무나 정직하게만 흘러갔다.
* * *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비밀리에 입국한 한국의 랭커들이 공항에 입성했다.
“차에 왜곡 마법이 걸려 있군요.”
보안이 삼엄한 특별 구역에 미리 준비되어 있는 차에도 왜곡 마법이 걸려 있었다. 이태서의 말대로라면 왜곡 마법이 걸려 있는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선 같은 계열의 마법을 덧씌워야 한다고 했다.
“위험한 건 절대 아닙니다.”
제임스의 말대로 파병을 온 지원군에게 위해를 가할 이유가 전혀 없었고, 이태서도 어쩔 수 없는 절차라고 말했기에 일행은 나란히 차에 탑승했다.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도 왜곡 마법이 걸려 있는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검은 화면이었다.
“보안에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자존심 세우는 거 아니야?”
“몰릴 대로 몰린 모양이지.”
아무리 지원군이라고 하더라도 몰릴 대로 몰린 자국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지은은 지원군에게도 감추는 게 너무 많다며 불만을 표출하는 유라의 말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맨해튼으로 이동하는 동안 지은은 스킬창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자그마치 한 달 동안 유지된, 랭커들의 희생까지 나온 상위 균열에서 지난번처럼 마나 고갈로 인한 실수가 나와선 안 됐다.
“못 보던 아이템이군요.”
“아, 아이템이 아니고 전용 장비예요.”
마나 고갈을 막아 줄 전용 장비인 멀티 파우치를 허리에 장착하는 지은의 모습에 관심을 가진 건 남운이었다.
아이템이 아니라 전용 장비라는 말에 남운이 놀랐는지 파우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전용 장비라니, 얻기 힘든 장비를 얻으셨군요.”
“한정 퀘스트를 완료하고 보상으로 받았어요.”
다른 비전투 계열과는 다르게 솔로로 진행된다던 지은의 한정 퀘스트는 길드의 간부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던 지은이 난도가 높은 솔로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말을 들은 유라가 ‘역시 우리 지은이!’라고 외치며 엄지를 척 하고 치켜들었다.
“전용 장비들은 정말 운이 좋지 않고서는 얻기 힘듭니다. 운이 좋으셨군요.”
“제가…… 운이 좋다고요?”
운이 좋지 않고선 얻기 힘들다는 전용 장비를 칭찬하던 남운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울컥한 지은이 파우치를 꽈악 부여잡았다.
지옥주 기간 동안 프라이팬으로 몬스터를 때려잡기도 하고, 다양한 장애물들과 폭발물을 설치한 지은의 손에는 굳은살이 점차 자라나고 있었다.
“…….”
그리고 지은의 행운 스탯이 절망적인 수치를 자랑한다는 사실을 모르던 남운은 왠지 모르게 건드려선 안 될 것을 건드린 것 같은 본능적인 느낌에 그녀의 눈을 살며시 피했다.
파우치를 꽉 잡은 지은의 손에 언뜻 힘줄까지 돋아나는 것을 보며 남운이 애써 말을 돌렸다.
“운도 필요하지만 역시 노력도 중요하죠. 저만 해도 제 검을 매일같이 닦고…….”
“지은이의 노력의 산물이지, 암.”
“역시 절 알아주는 건 유라 언니뿐이에요.”
자신의 변명 아닌 변명을 깔끔히 무시하는 모습에 남운은 다시는 지은에게 운이 좋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운과 관련해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남운이 멋쩍은 듯 헛기침을 했다.
“도착했습니다.”
도착했다는 말과 함께 창문을 가리고 있던 마법이 해제되었다.
그제야 창문 밖으로 감춰져 있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기운과 함께 일렁이는 검은 기둥이었다.
“세상에…….”
차에서 내려서 보니 더욱 거리감이 느껴졌다.
하늘과 땅을 뒤덮은 검은 기운.
그리고 그 검은 기운을 양분 삼아 계속해서 생성되는 새끼 균열들.
맨해튼의 높은 건물들 위에 커다란 비행형 몬스터가 둥지를 틀고 앉아 있는 광경은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아포칼립스 그 자체였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몬스터들과 치열한 전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듯 검은 기운으로 뒤덮인 하늘에서 마법이 쏟아졌다. 거대한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넓은 도시 전역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대균열 때도 이랬다는 거군요.”
완벽하게 던전과 동기화가 되어 버린 필드에서 지은은 던전용으로 사용 설명이 바뀐 스킬들을 확인했다.
한국에 발생했던 상위 균열 때와 마찬가지로 던전화가 되었는지 이곳에서도 모든 스킬이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럼 제임스, 미국은 우리가 어디까지 해 주길 원하고 있는지 알려 주시죠.”
“…….”
“상위 균열을 봉인한다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여도 랭킹이 미국 전역에 알려질 텐데.”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가장 큰 목표는 상위 균열의 봉인과 생존한 펜타곤 길드원들의 무사 귀환입니다.”
“그럴 리가. 거짓말하는 거 다 티 나요, 제임스.”
“……혼신의 힘을 다해서 도와주시길 부탁드리고 있는 겁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1위인 노아와 그를 수장으로 하는 길드 전체가 부재중인 지금. 이 참혹한 현장의 총책임자는 제임스였다.
미국 정부는 당연히 한국의 랭커들이 미국 내에서 발생한 상위 균열의 토벌 기여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원하지 않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장에 나오지도 않고 탁상공론을 일삼는 정치인들의 욕망일 뿐이다.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며 간절한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부탁하는 제임스의 모습에 지은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바로 상위 균열로 진입하는 게 어떨…….”
콰과광!
그리고 그 순간.
일행이 위치한 장소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아슬아슬하게 반파되어 있던 빌딩이 무너져 내렸다.
주변 일대의 모든 건물이 몬스터들의 둥지가 되었는지 건물이 무너지며 발생한 충격에 그동안 보이지 않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튀어나왔다.
“으윽…….”
일행들이 대처할 틈도 없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도로 위로 모습을 드러낸 수많은 몬스터들의 발밑에서 순식간에 수백, 수천 개의 가시가 튀어나왔다.
몬스터들의 몸을 꿰뚫고 높이 치솟은 가시가 몬스터들의 피로 붉게 물들어 가는 끔찍한 광경을 뒤로하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제가 좀 늦었군요.”
처음 듣는 목소리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감각에 지은은 그늘에 가려진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그런 지은의 앞으로 주혁과 남운, 이태서가 목소리의 주인에게서 마치 그녀를 가리려는 듯 동시에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위험한 자입니다, 지은 씨.”
“…….”
“신경 쓰이는 놈이 하나 있다고 했죠? 그게 바로 저놈이라.”
저마다의 무기를 소환하며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습에 일행 쪽으로 다가오던 남자의 발소리가 뚝, 하고 멈췄다.
“오랜만이야, 한국의 랭커들.”
“……로스웰 키드.”
“누굴 그렇게 꽁꽁 감추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