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4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40화(14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40화
“네놈이 왜 여기에…….”
균열이나 던전 개척 등엔 관심이 없고 헌터들이 특별한 존재로 대우 받기를 원하는 해방의 날개 길드의 수장인 키드의 등장에 가장 놀란 것은 제임스였다. 다국적 범죄 길드의 수장인 키드는 1급 범죄자였지만 그의 권능에 대해 알려진 것은 얼마 없었다.
“노아가 고생하고 있는데, 나도 2위의 의무를 다하러 왔지.”
제임스의 경악에 찬 의문에 씨익 웃어 보이며 화답한 키드가 멈췄던 발을 떼며 말했다.
“뒤쪽의 레이디는 처음 보는 분인데. 소개라도 해 주지 그래?”
키드가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그의 발밑에서 피가 진득하게 묻어 나왔다. 피로 물든 발자국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지은이 바로 옆에 서 있던 이태서에게 말했다.
“신경 쓰이는 사람이 저 사람이라고 했죠.”
“그렇습니다.”
“어떤 사이에요, 둘이?”
“좋지 않게 엮여 있는 놈이죠.”
“저랑 이태서 씨처럼요?”
“저흰 좋은 사이 아니었습니까?”
매정한 지은의 말에 이태서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어 보였다.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와 좋지 않게 엮여 있는 사이라면 키드라는 남자는 틀림없는 위험인물일 터였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던 지은과 키드의 눈이 마주쳤다.
바닥에 흥건한 핏물처럼 붉게 빛나는 키드의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던 지은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 굳이 부딪힐 필요가 없겠네요.”
“네?”
“원래 질이 안 좋은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할머니가.”
그렇게 말한 지은이 곧바로 스킬을 발동했다.
마음속으로 떠올린 계약으로 지정할 사람은 4명.
원래라면 제임스도 함께 균열로 데리고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불청객이 나타난 지금. 미국의 헌터는 미국의 헌터가 맡는 게 당연한 거다.
[스킬 : 열려라 신비의 문!이 발동됩니다.]마치 게이트석을 사용했을 때처럼 지은의 앞에 커다란 문이 나타났다. 일일이 계약을 수락할 필요도 없이 지은이 마음속으로 떠올리는 것만으로 계약 대상으로 지정된 일행들의 앞에 시스템창이 일제히 떠올랐다.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 신비의 문을 이용할 권한이 부여되었습니다.]“이게 무슨…….”
처음 보는 시스템 알림에 주혁과 유라, 남운과 이태서가 당황하는 사이, 멀리 보이는 상위 균열을 문의 대상으로 지정한 지은이 자신을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키드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처음 뵙는 사이는 맞지만, 저는 앞으로도 아는 척하고 싶진 않네요.”
“……허.”
여유롭게 손을 흔들며 지은이 또박또박 말하자 키드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어 보였다.
“이유는?”
“눈이 빨간 사람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요. 저흰 이만 가 볼게요.”
“저희요?”
“가다니? 어디로…….”
갑작스러운 지은의 말에 당황한 것은 키드만이 아니었다. 모두 갑자기 나타난 시스템창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지은이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중얼거리며 커다란 문을 망설임 없이 당기며 말했다.
“어디긴요. 균열 안이죠.”
지은의 손에 의해 벌컥 열린 신비의 문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눈을 잠깐 감았다 뜬 사이에 지은은 마치 단골 가게로 들어가는 것처럼 주저 없이 문안으로 향했다. 그제야 이게 지은의 스킬임을 깨달은 주혁이 급히 그녀의 뒤를 따라 문안으로 들어갔다.
“야! 같이 가!”
키드가 지은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 앞에 있던 유라가 그런 주혁을 다급하게 부르며 문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렇게 되자 지은이 대상으로 지정한 사람들 중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은 둘. 남운과 이태서였다.
가만히 팔짱을 끼고 지금 상황이 재미있는지 웃음을 참고 있는 이태서에게 남운이 조용히 말했다.
“귀찮으니 알아서 해결하고 오시길.”
“…….”
키드에게 한 번 시선을 준 남운이 이태서에게 귀찮은 것은 알아서 처리하라는 듯 키드를 가리키며 말하고는 유라를 따라서 문안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귀찮은 것 취급을 받은 키드가 황당하다는 듯 이태서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본 이태서가 공간 마법을 걸어 제임스를 분리시켰다.
“오랜만이야, 태서. 하도 움직이질 않길래 내가 직접 움직여 봤는데 어때?”
“저 균열은 네 짓일 테고. 한국의 일도 네 짓인가?”
“내가 한국에서 일을 벌였는데 네가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못 믿겠으면 확인해 보든지.”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키드의 말에 이태서가 손을 들어 올렸다. 이태서의 손과 키드의 손에 이어진 검은 사슬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태서가 주먹을 말아 쥐어 검은 사슬을 당기자 키드의 몸이 힘없이 끌려왔다.
“선을 넘지마, 키드.”
“……선을 넘은 건 너 같은데. 열쇠를 찾아 놓고 왜 열쇠와 붙어 있는 거지? 마치 보호라도 하듯 말이야.”
“…….”
“방금 그 여자, 열쇠잖아? 맞지? 나한테 넘겨.”
“난 협조만 한다고 했지, 너희와 뜻을 같이한다고는 단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어.”
“어차피 너나 나나 그분의 뜻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 아니었나? 왜 이제 와서 인형 주제에 자아를 찾은 것처럼 행동하는 거지?”
“인형이라…… 그래,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 그런데 그건 알아 둬, 키드.”
“크윽……!”
손과 손에 연결되어 있던 사슬이 이태서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사슬에 묶인 손이 저절로 움직여 자신의 목을 조르려는 것을 이를 악물고 버텨 내는 키드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런 키드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태서가 말을 이었다.
“같은 인형끼리도.”
“……너, 이 새끼!”
“등급이 있지. 난 네가 진심으로 모시는 그분이 가장 원하는 걸 가지고 있거든.”
“열쇠도 나타난 마당에, 언제까지 그분의 총애를 받을 거라 생각하나?”
“적어도 원하는 것을 가져다 바치지도 못하는 너보다는 아직 내가 더 쓸모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결국 검은 사슬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목을 조르는 키드를 이태서가 차가운 미소를 띠며 바라보았다. 이태서가 손을 내리자 키드의 목을 조르던 검은 사슬이 스르르 사라졌다.
켁켁 거리며 기침을 내뱉는 키드에게 천천히 다가간 이태서가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악!”
마나를 듬뿍 담은 이태서의 발길질에 키드가 종아리를 부여잡으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런 키드의 머리 위에 발을 올리고 살짝 풀린 구두끈을 천천히 묶으며 이태서가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만히 있어.”
“너, 이 새끼…….”
“아무것도 하려 하지 말고, 가만히.”
“후회하게 될 거다, 이태서.”
“전형적인 악당의 대사군. 너무 진부해서 이젠 나오지도 않는데, 오랜만에 들으니 클래식한 맛이 있어.”
“이익……!”
“내가 아직 건재한 이상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키드. 네가 그렇게 모시는 신과 나는 주종 관계가 아니라, 계약을 한 동업자 사이거든. 비록 내가 사기를 좀 당하긴 했지만.”
“뭐?”
“내가 왜 너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잘 생각해 봐. 네가 무슨 일을 꾸미든 신은 네 편을 들어 주지 않을 거야, 키드.”
느긋하게 말하며 구두끈을 다 묶은 이태서가 공간 마법을 해제했다.
사라졌던 이태서와 키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무릎 꿇은 키드의 머리를 밟고 있는 이태서를 보며 제임스가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저 미친 광대를 어떻게…….”
“그럼 나도 이만. 금방 끝날 테니 준비하시길, 제임스.”
“금방 끝난다니…… 뭐가…….”
알 수 없는 말을 마친 이태서가 발을 슬쩍 밀자 키드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굴욕적인 상황에도 온몸이 묶인 것처럼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못하는 키드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던 제임스가 이태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넘실대는 검은 기운이 하늘에 닿아 있는 상위 균열.
저 균열이 금방 끝날 거라고 단언하는 이태서의 말이 사실일까.
바닥에 쓰러진 키드와, 그런 키드는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문을 통해 들어가는 이태서의 뒷모습을 본 제임스가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태서가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저절로 닫히는 문을 보며 제임스가 성호를 그으며 중얼거렸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그런 제임스의 기도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쓰러져 있던 키드가 별안간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 신의 가호라! 맞는 말이야! 신의 가호가 함께할 것이다!”
“……미친 건가? 이봐, 키드…….”
“미친 건 너희겠지.”
푸욱!
가슴께에서 느껴지는 격렬한 고통에 제임스의 얼굴이 경악에 물들었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돌려 제임스가 자신의 그림자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검은 가시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듯 제임스가 눈을 크게 뜨고 뭔가를 말하려 했다. 그러나 목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핏물 때문인지 고통에 찬 신음만이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으어어…….”
“감히 나도 받지 못하는 그분의 가호를 바란다니.”
“키, 드…… 이게 무슨…….”
가시에 심장이 관통당한 채 공중에 매달린 제임스의 목을 키드가 부여잡았다.
키드가 울컥울컥 검붉은 피가 솟구치는 제임스에 가슴에 귀를 대고는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생명이 꺼져 가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아름다워.”
“…….”
“이런, 벌써 죽다니. 주인을 닮아 흡수하기도 애매한 능력인데. 괜히 죽였나.”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눈을 부릅뜬 채 죽어 버린 제임스에게서 가시를 회수하자 그의 몸이 차가운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 모습을 아무런 감흥 없는 눈으로 바라보던 키드가 주인을 잃은 그림자에 손을 뻗었다.
키드의 손길에 바닥에 고꾸라진 제임스의 그림자가 주인과 분리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형태를 갖추었다.
화풀이나 다름없이 계획에 없었던 그림자를 수집한 키드가 피식 웃음을 짓더니 이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그림자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스킬 : 그림자 포식이 발동됩니다.]떠오르는 시스템 알림을 보며 제임스의 그림자를 마지막 한 점까지 모두 뜯어 먹은 키드가 만족스럽다는 듯 입가를 훔치고는 몸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네가 숨기고 있는 그 열쇠의 그림자를 먹는다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태서…….”
* * *
[던전화가 완료된 균열의 내부에 입장했습니다.]‘정말 균열 안으로 들어왔어.’
지은은 자신이 문을 열고 들어온 장소가 균열의 내부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푸드 트럭을 소환했다.
모든 균열 내부가 동일하게 던전화가 진행된다면 이곳 역시 지은의 무대나 마찬가지였다.
푸드 트럭을 소환하자마자 안전 영역이 형성되었다. 건물의 잔해들로 폐허가 되어 버린 균열 내부. 그 잔해 사이에서 자신을 노리고 숨어 있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강제 추방되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지은이 주변을 둘러보다 중얼거렸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제대로 문을 개방하지도 못하고 봉인되었던 S 호텔의 상위 균열과는 다르게, 지금 이곳의 문은 이미 개방된 것이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짙은 타락의 기운이 느껴질 리 없었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검은 기운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지은이 질색하는 사이,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온 주혁이 트럭 앞에 여유롭게 서 있는 지은을 돌려세우며 소리쳤다.
“지은 씨! 이게 무슨 짓입니까!”
“네?”
“아무리 지은 씨의 능력이 대단하다곤 하지만! 이렇게 혼자 들어갔다가 혹시라도 몬스터들에게 곧바로 공격당하면 어쩌시려고 이런 위험한 일을…….”
<흠! 흠!>
다급한 목소리로 행여나 다친 곳이 있는지 지은을 요리조리 둘러보던 주혁이 익숙한 까망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시선을 내렸다.
멀티 파우치 안에서 쏘옥 고개를 내민 까망이가 그런 주혁을 보고는 앞발을 내저으며 말했다.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