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4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41화(14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41화
까망이가 마치 파리 쫓듯 앞발을 저어 주혁에게 비키라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주인에게서 떨어져라.>
“……놀라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주혁이 지은의 어깨를 잡았던 양손을 천천히 내리고는 괜찮다며 손을 내젓는 지은에게서 조용히 한 걸음 물러섰다.
지은 역시 그냥 갑자기 주혁이 자신을 돌려세워서 놀랐을 뿐이지, 자신의 돌발 행동이 충분히 다른 일행들을 놀라게 했을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고는 말했다.
“정말 전 괜찮아요. 사실 아무 설명도 없이 스킬을 사용한 제 잘못이죠.”
뒤를 이어 따라 들어온 유라와 남운에게도 미리 말씀드리지 않아 미안하다며 고개를 꾸벅 숙이는 지은을 바라보던 주혁이 시선을 돌려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처음 지은을 뒤따라 들어왔을 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틀림없이 상위 균열 내부로 들어가는 스킬을 사용했다는 생각에 자칫 위험에 빠질까 서둘러 들어왔을 뿐이었다.
그런 지은의 뒤를 쫓아 들어온 곳에서 주혁이 마주한 것은 아무도 없는 공간에 혼자 서 있는 그녀의 뒷모습이었다.
그 뒷모습을 본 순간 주혁은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는 순간, 지은의 뒷모습에서 누군가의 뒷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지은은 저기에 서 있는데, 마치 다른 누군가의 뒷모습을 봤을 때처럼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아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지은의 양어깨를 단단히 잡고 있었다.
‘따뜻하다.’
주혁은 손을 통해 전해져 오는 지은의 체온을 느끼고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 순간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유라와 남운이 지은과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뭉개져 들려왔다.
자신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던 주혁은 손에 아직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를 놓치기 싫어 꽈악 주먹을 쥐었다.
“왜 가만히 서 있어?”
마지막으로 들어온 이태서가 그런 주혁을 보며 의아하다는 듯 어깨를 툭 치고는 말했다. 그제야 상념에서 벗어난 주혁은 환하게 웃고 있는 지은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왜 지은에게서 기억에도 없는 누군가의 처량한 얼굴이 겹쳐 보였을까.
“잠깐 착각을 해서…….”
“무슨 착각?”
이태서의 물음에도 주혁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저렇게 맑게 웃고 있는 얼굴이 감정이 모두 메마른 듯 변하는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자신이 막으면 될 뿐이었다.
* * *
지금 일행들이 들어온 장소가 상위 균열의 내부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이곳이 무려 한 달 동안 봉인되지 않아 균열의 내부가 너무나 크게 확장되었다는 것이었다.
무너져 내린 건물들의 잔해 속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다양한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벨이 올라 반경 130m의 넓은 안전 영역을 가지게 된 [이거 방탄 트럭이야!] 스킬 속에서 그런 몬스터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지은이 말했다.
“자, 그래서 지금 우리는 어디에 떨어진 걸까요?”
[열려라 신비의 문!]을 통해 들어오긴 했으나 여기가 어디쯤인지는 아무도 몰랐다.수많은 새끼 균열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들과 미국의 헌터들이 맞서 싸우고 있던 바깥과는 달리 상위 균열의 내부는 너무나 조용했다.
“일단 균열에 휘말린 헌터들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그렇습니다. 균열이 이 정도로 크기를 키웠다면 틀림없이 보스 몬스터가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상위 균열과 똑같군요. 헌터 마켓과 인벤토리가 잠겨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펜타곤 길드원들을 찾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주혁의 말에 남운이 맞장구를 쳤다. 남운의 말처럼 어딘가에 열려 있을 문을 통해 보스 몬스터가 이미 등장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나 조용한 균열 내부를 둘러보던 유라가 일행과 따로 떨어져 있는 이태서에게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이봐, 대마법사 씨. 공간 이동 같은 거라도 좀 써 보지 그래?”
“마법으로 뭐든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애초에 아무런 정보도 없는 필드에서 좌표를 어떻게 설정하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군.”
“그런 것 하나 못 하면서 대마법사?”
“그런 당연한 것 하나 생각하지 못하는 그쪽은 역시 육체 강화형?”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뇌도 근육으로 강화되었나?’라고 중얼거리는 이태서의 말에 울컥했는지 그에게 달려들려는 유라의 허리를 지은이 필사적으로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왜 둘이 싸우고 그래요!”
“저게 지금 도발을 하잖아! 가뜩이나 마음에 안 드는데!”
“유라 언니! 따지고 보면 언니가 먼저 도발했잖아요!”
“지금 저놈 편드는 거니, 지은아? 언닌 너무 슬퍼…….”
당황했는지 ‘아뇨! 전 무조건 언니 편이죠!’라고 말하면서도 양팔로 자신의 허리를 꽉 붙잡은 지은의 얼굴을 내려다본 유라는 금세 이태서를 머릿속에서 지운 듯 흐물흐물 얼굴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두 사람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이태서가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여튼 마음에 안 들어.”
“누가 할 소릴.”
아직도 으르렁대는 유라와 이태서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쪼그려 앉아 바닥에 지도를 그리고 있는 주혁과 남운의 모습이 들어왔다.
“스테이크집 간판이 있는 걸 보니 중심가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진 않은 곳 같은데…….”
“균열의 최초 시작 지점이 중심가라고 했으니, 장기전이 될수록 헌터들이 중심가에서 벗어났을 확률이 높습니다.”
몬스터가 계속해서 쏟아지는 문의 특성상, 처음 나왔던 몬스터를 한 번에 토벌하지 못했다면 몬스터는 끊임없이 증식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벤토리와 헌터 마켓이 잠긴 상위 균열의 내부에선 아무리 랭킹 1위가 포함된 미국의 정예 길드원들이라고 해도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문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들과의 영역 싸움에서 밀려 점차 후퇴했을 거란 남운의 추측은 타당했다. 주혁도 그 점을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창대를 이용해 그린 커다란 원의 끝 지점에 동그라미를 치고는 말했다.
“균열 내부 영역의 가장 끝 지점까지 몰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망자도 나왔다고 했으니,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할 테고요.”
“운이 없다면 저 징그러운 놈들을 뚫고 모든 필드를 돌아야 할 수도 있겠군요.”
[이거 방탄 트럭이야!] 스킬로 인해 안전 영역 밖으로 모조리 튕겨 나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 버린 몬스터들이 우글우글 밀려드는 광경은 그리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그런 두 사람의 고민을 듣고 있던 지은이 파우치에 넣어 둔 차 키를 꺼내 들며 말했다.
“다 밀고 가 버리면 되죠.”
“……네?”
“아무리 지은 씨의 방탄 트럭이라도 몬스터들과 레벨차이가 너무 많이…… 아니? 아닌가? 가능할지도?”
스킬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남운과 달리 네오 평야에서 광란의 질주를 했던 지은의 모습을 떠올린 주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도 모르게 핸들이 고장 난 트럭처럼 직진밖에 모르던 지은의 기억이 떠오른 탓이었다.
그래도 네오 평야와는 수준이 다른 고레벨의 몬스터들을 트럭으로 과연 밀고 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자문자답하는 주혁의 모습을 바라보던 지은이 차 키를 손가락에 걸고 휘휘 돌리며 말했다.
“저 스킬 레벨 많이 올렸거든요. 그리고 까망이도 여기 있으니까요.”
<나 불렀어, 주인?>
자신을 찾는 지은의 목소리에 파우치 안에서 회복 중이던 까망이가 고개를 쑤욱 내밀었다.
그런 까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지은이 트럭을 가리키며 특별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다 됐다, 주인.>
지은의 특별 주문 이후 까망이의 손에 의해 탄생한 트럭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냈다.
도저히 트럭이라고 부를 수 없는 모습으로 개조된 푸드 트럭을 바라보던 일행들이 저마다의 감상을 짧게 내뱉었다.
“이건…….”
“장갑차?”
“워후…….”
“이런 게 트럭?”
<마나가 많이 회복되어서 힘을 좀 써 봤는데. 어때, 주인?>
까망이가 뿌듯하다는 듯 가슴을 쭉 펴고 일어나 허리에 손을 짚었다. 까망이를 번쩍 들어 올린 지은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완벽하게 자신의 의도대로 커스텀 된 방탄 트럭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완벽해…….”
무너진 건물의 잔해는 물론이고 달려드는 몬스터들까지 깔아뭉개고 전진할 수 있게 무한궤도로 변한 바퀴. 거기에 던전 2층에서 선보였던 불도저 같은 장갑판은 물론이고 포크레인 삽까지 따로 달려 있는 트럭 앞부분.
운전석과 조수석뿐이라 두 명밖에 타지 못했던 좌석은 5인용으로 바뀌었다. 거기에 마치 오픈카처럼 개방이 가능한 천장까지.
황홀하다는 듯 개조된 트럭을 쓰다듬으며 이곳저곳을 확인하는 지은의 모습에 나머지 일행들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서로 눈을 마주친 네 명의 헌터들은 더 이상 저걸 푸드 트럭이라 부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모두 가슴속에 묻어 두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다.
“다들 타세요! 빨리 가요, 우리!”
“X드 맥X가 떠오르는 비주얼인데.”
“전 왠지 걸어가고 싶어졌습니다.”
“비행 마법으로 따라가면 안 될까?”
“…….”
운전석 문을 벌컥 열고 직접 운전 모드로 바꾸어 시동을 킨 지은이 뒷자리를 가리키며 타라고 손짓했다. 저마다의 감상을 이야기하며 트럭으로 걸어간 일행들이 떨리는 마음으로 푸드 전차에 탑승했다.
조수석에 탑승하며 다행히 안전벨트라는 기본적인 생명 장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마음속으로 안도한 주혁이 서둘러 안전벨트를 착용하며 말했다.
“그런데 어느 방향으로 가실 겁니까?”
“얘가 알려 주는 방향대로요.”
“네?”
브레이크를 밟은 채로 엑셀을 밟으며 RPM을 끌어올리던 지은이 주혁의 당연한 질문에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내비게이션이었다.
황당하다는 듯 뭐라 말을 하려던 주혁은 지은이 내비게이션의 전원을 켜자 액정 패널에 떠오르는 문구를 확인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스킬 : 던전 안 내비게이션의 설정을 시작합니다.]– 던전 안 어느 장소든 찾아갈 수 있는 내비게이션입니다.
– 내비게이션의 업데이트를 진행 중입니다.
– 업데이트 완료!
도대체 무슨 스킬인지 궁금해 뒷좌석에 앉아 있던 유라와 남운은 물론이고, 이태서까지 운전석과 조수석 의자를 부여잡은 채 바짝 모여들어 내비게이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업데이트가 완료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떠오른 것은 ‘맨해튼 상위 균열’이라 명명된 균열 내부의 3D 지도였다.
“……X친.”
유라에게 좌표도 모르는데 어떻게 공간 이동을 하냐며 대답했던 이태서의 입에서 단말마의 육두문자가 튀어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