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4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42화(14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42화
“와, 알아보기 편하네요!”
처음으로 사용해 보는 스킬인 [던전 안 내비게이션].
직접 운전 모드로 바꾸자마자 즉시 적용 가능 상태로 바뀐 스킬은 내비게이션이라는 이름 그대로 던전화가 된 균열 내부의 길이 선명하게 나와 있었다.
상위 균열이 발생한 곳이 도심 지역이었기에 잘 나 있는 도로를 타고 운전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럼 주인! 특별한 일이 있으면 또 불러라!>
트럭의 외형을 변경시키는데 마나를 꽤 썼는지 까망이가 하품을 하고는 다시 파우치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이게 마법이지…… 난 그동안 뭘…….”
뒤에서 이마를 부여잡고 중얼거리는 이태서를 무시하며 유라가 내비게이션 화면 안에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붉은색 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뭘까? 몬스터인가?”
“아마 그런 거 같습니다.”
내비게이션 화면에 표시된 뒤집어져 있는 화살표.(▼)
현재 트럭의 위치를 나타내는 화살표 표시와 함께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글바글 몰려들고 있는 붉은 점을 보아하니 틀림없이 몬스터를 가리키는 것이 분명했다.
“징그럽게 많네요.”
“파란색 점은 아무래도 우리 같은데.”
현재 위치를 가리키는 화살표 표시에 나타난 5개의 점을 보니 내비게이션은 사람과 몬스터를 구분까지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파란색 점이 사람을 가리키는 게 맞다는 전제하에 일단 트럭을 타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파란색 점을 확인하는 것으로 방향이 결정되었다.
안전 영역을 제외하고 주위를 가득 채운 붉은 점을 바라보며 지은이 엑셀을 누르던 발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럼 출발할게요.”
“네.”
앞 유리 너머 수많은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손을 푼 지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밀고 갈 보람이 있겠어요.”
“응?”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지은이 브레이크에서 드디어 발을 뗐다.
끼릭끼릭끼릭!
궤도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균열 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더 이상 푸드 트럭을 운전한다고 할 수 없을 듯한 이질적인 소리.
주행이 아니라 전진이라고 부르는 게 더욱 어울리는 소리에 유라가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예비군 훈련할 때 지나가던 전차 소리 같다.”
푸드 전차의 주행은 거침없었다. 앞을 막으려는 듯 밀려드는 몬스터들을 거침없이 깔아뭉개며 전진하며 지은은 생각할 것이 너무나 많아 스트레스를 받았던 지난날들의 모든 번뇌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지옥주를 버텼던 던전 안보다 훨씬 위험한 균열 내부는 대부분 도시 지역이었다.
그 말은 길이 좁고 꼬불꼬불한 던전보다 도로가 탁 트여 있는 균열 내부에서 지은의 직접 운전 스킬이 더욱 빛을 발한다는 소리였다.
[미노타우르스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 경험치 2000P
[쌍두 키메라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 경험치 2200P
레벨이 훨씬 높은 몬스터들을 밀어 버리며 전진하는 동시에 착실하게 들어오는 경험치!
거침없이 운전을 하던 지은의 머릿속에 경험치 3배 부스터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경험치 3배 부스터] – 남은 사용 횟수 : 10회–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 경험치 부스터.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경험치를 요구하는 대상에 적용됩니다.
– 1회 사용 시 유지 시간은 5시간입니다.
경험치 3배 부스터는 인벤토리에서 꺼내지 않아도 시스템창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경험치 3배 부스터의 남은 사용 횟수가 10회라는 건 정말 아까웠지만, 그래도 지은은 내비게이션에 새빨갛게 몰려들고 있는 점들을 확인하고는 결심을 굳혔다.
[경험치 3배 부스터를 사용합니다!]– 남은 사용 횟수 : 9회
-남은 유지 시간 : 5시간
[쌍두 키메라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 경험치 6600P
부스터를 사용하자마자 정확히 세 배로 껑충 뛰어오른 경험치에 지은은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건 덜컹거리는 뒷자리에서 안전 바를 꼭 잡은 채 아무 말이 없었던 남운도 마찬가지였다.
‘경험치가 갑자기 왜…….’
아직 파티를 해제하지 않았고, 파티원 중 한 명인 하소연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지은이 몬스터를 차로 쳐서 처치할 때마다 6:4로 분배되는 경험치의 혜택을 누리는 중이었다.
갑자기 3배로 훌쩍 뛴 경험치가 들어오는 것에 놀란 남운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이를 악문 채 핸들을 돌리는 처음 보는 지은의 모습에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기를 선택했다.
‘방해하지 말자…….’
광란의 질주가 이어진 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 내비게이션엔 아직도 붉은 점들만 가득했다. 이쯤 되니 방향을 잘못 든 게 아닐까 하는 유라의 말이 사실인 듯싶었다.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것보다는 건물 잔해들을 가로질러 가는 게 어떠냐는 이태서의 말에 핸들을 꺾으려던 지은을 제지한 것은 주혁이었다.
“잠시만요! 지은 씨!”
다급한 주혁의 말에 지은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릭 대던 궤도 소리가 멈추자 은은한 시동 소리만이 아무도 없는 공간 안에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주혁이 자신을 저지한 이유를 묻기 위해 지은이 고개를 돌렸다. 가만히 내비게이션을 바라보고 있는 주혁의 모습에 시선을 내비게이션으로 향한 순간이었다.
“파란 점!”
지은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내비게이션으로 모여들었다.
틀림없는 파란 점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다섯 명의 일행을 제외하고, 한 시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두 개의 파란 점이 내비게이션에 확실하게 떠올라 있었다.
가만히 멈춰 있던 파란 점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지은이 말했다.
“아무래도 이쪽으로 오고 있는 거 같은데요?”
“지은 씨는 나오지 마세요.”
지은의 말에 모두가 문을 열고 트럭에서 내렸다.
창을 소환한 주혁과 검을 뽑아 든 남운, 건틀릿을 장착하는 유라와 다르게 이태서가 다시 조수석으로 탑승하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왜 다시 타요?”
“마법사는 함부로 바깥에 나서는 거 아니거든요.”
“트럭 안에서 마법을 쓰려고요?”
절대 안 될 말이었다. 유리창 다 깨 먹을 일 있냐며 타박하는 지은의 말에 결국 투덜대며 이태서가 차에서 내린 순간이었다.
쩌저저적!
땅을 가르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자욱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트럭 주변으로 몰려들었던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솟아오르는 지면에 휩쓸렸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며 가루가 되어 터져 나가는 몬스터들을 보며 주혁이 중얼거렸다.
“노아…….”
자신의 영역을 설정해 필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영역화 각성자이자, 월드 랭킹 1위인 노아가 높이 솟아오른 토성에 걸터앉아 턱을 괴고 일행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멀리서 전차 소리가 들려서 와 봤더니.”
“…….”
“오랜만이야, 주혁?”
높은 토성에서 훌쩍 뛰어내린 노아의 뒤로 또 한 명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아의 영역화 마법을 극대화시켜 주는 마력 증폭 계열 능력자이자, 노아의 여동생인 로즈윈이었다.
“날 구해 주러 온 거야?”
“그런 건 아니었는데.”
친한 사이인 듯 반갑게 인사하는 것도 모자라서 주혁에게 달려가 안기려는 로즈윈을 제지한 것은 노아였다.
여동생의 뒷덜미를 덜컥 잡아챈 노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가만히 좀 있어, 로즈. 쪽팔리니까.”
“오빤 왜 내 연애를 통제하려 그래? 오랜만에 만났는데 허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잖아!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전혀. 오히려 불쌍한 건 주혁 쪽이지. 벌써 몇 번째 거절당해 놓고 만날 때마다 그렇게 들러붙으려 하면 주혁이 얼마나 난처하겠어.”
그러면서도 주혁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노아의 얼굴이 ‘감히 네 주제에 내 동생을 까?’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국의 남매도 K-남매와 마찬가지로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면서도 ‘내 동생은 까도 나만 깔 수 있다.’ 마인드는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실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라가 달라도 세상 사는 거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차에서 내린 지은은 이어지는 미국 남매의 말에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는 지는? 한유라 앞이라고 몸 배배 꼬고 있으면서.”
“입 안 닥쳐?”
“그냥 평범하게 등장해도 되는데 귀찮게 높은데서 뛰어내리게 만들어 놓고는. 하여튼 허세는 알아줘야 해. 그치, 유라?”
“뭐 내 타입은 아니긴 해.”
“그치? 우리 오빠 정말 별로거든.”
“어머, 어머.”
그동안 주혁과 유라는 연애의 연자는커녕 오직 던전 공략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몰랐는데, 바다 건너 미국 땅에서 주혁은 월드 랭킹 1위인 노아의 여동생인 로즈윈에게 열렬한 대시를 받고 있었다.
게다가 로즈의 오빠인 노아는 유라를 짝사랑하는 듯한 이 오묘한 분위기에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고는 생각했다.
‘이 맛은!’
아는 맛이 맛있는 맛이라고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 주혁과 유라의 연애사의 한 장면을 훔쳐보는 듯한 상황에 감격한 지은은 마치 로맨스 드라마 열혈 시청자가 된 기분이었다.
‘맛있다!’
유라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노아를 보며 지은은 인생 처음으로 주변 사람들의 연애사를 관람하는데 빠져들고 있었다.
입을 틀어막을 정도로 상황에 푹 빠져 버린 그녀가 이내 참고 있던 웃음을 작게 터트렸다.
작게 새어 나온 웃음소리에 지은과 시선이 마주친 노아가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쟨 누구야?”
“아, 저는…….”
그제야 상념에서 벗어난 지은이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내리고는 헤실헤실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가까이에서 말을 하기 위해 지은이 트럭 앞으로 걸음을 옮기던 찰나.
그 앞을 가로막은 것은 다름 아닌 주혁이었다.
“……알아서 뭐 하게?”
“주혁 씨?”
“도움을 주러 온 사람에게 건방지게 삿대질이라니. 이래서 유교도 모르는 미국인들이란.”
“이태서 씨?”
“피차 서로 처음 보는 사이에 존대는 해 주시길.”
“남운 씨?”
노아와 지은의 사이에 순식간에 벽이 세워졌다.
1차로 세워진 벽을 보며 당황하던 찰나. 진지한 얼굴로 다가온 유라가 지은에게 귓속말을 하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지은아, 혹시 금발 좋아하니?”
“네?”
“노아 쟤가 곱상하게 생겨서 인기가 많긴 한데. 쟤, 여자 많아.”
“…….”
“그냥 많은 수준이 아니라 엄청 많아.”
“전혀 알고 싶지 않던 정보인데요?”
“그러니까 첫 연애 상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거지. 첫 연애라면 모름지기 너만을 바라봐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언니?”
갑자기 등장한 노아와 로즈윈이 각각 유라와 주혁과 얽혀 있다는 사실에 놀랐을 뿐이라는 설명을 들은 일행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반대로 유라에게서 노아의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정보를 입수한 지은은 여전히 유라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는 노아를 향한 눈이 차갑게 바뀌었다.
“민지은이에요. 이 푸드 트럭의 주인이기도 하고요.”
“푸드 트럭? 이 괴상한 물체의 정체가 푸드 트럭이라고?”
“…….”
물론 조금 개조하긴 했지만, 자신의 푸드 트럭을 괴상한 물체로 지칭하는 말에 지은의 마음속에서 노아에 대한 호감도가 뭉텅이로 깎여 나갔다.
그런 사실을 모른 채 멀찍이 떨어져 푸드 전차를 관람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는 노아와 달리, 푸드 트럭이라는 말에 눈을 크게 뜬 로즈윈이 지은의 손을 덥석 잡고는 말했다.
“한국식 푸드 트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