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4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43화(14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43화
“본고장의 푸드 트럭은 이렇게 생겼구나!”
뭔가 대단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말에 지은은 뭐라고 대답을 하려다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따지고 보면 던전 한정으로 푸드 트럭을 끌고 다니는 건 자신뿐이니 본고장의 푸드 트럭은 이렇게 생긴 게 맞았다.
“균열에 휘말린 다른 토벌대는 어디에 있습니까?”
“내 영역 안에 대피한 상태야. 하루에 몇 번씩 정찰을 다니고 있고.”
지정한 공간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아 지형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노아의 고유 스킬.
지속적으로 영역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마나를 소모하고 있는 탓에 아무리 랭킹 1위여도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마법사로서 지금 노아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공감한 이태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그렇게 피곤해 보였군. 포션이나 엘릭서는 다 쓴 건가?”
이태서의 말에 노아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내에서도 처음으로 발생한 상위 균열의 내부에서 인벤토리는 물론이고 헌터 마켓까지 잠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마나 포션이나 엘릭서를 미리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탓이었다.
“보스 몬스터를 잡고 균열을 봉인했으면 됐을 텐데?”
유라의 질문에 노아가 흠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말했다.
“보스 몬스터가 나오질 않아.”
“뭐?”
“말 그대로야. 보스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낼 생각을 하질 않고 있다고.”
노아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정도로 균열의 내부가 확장되었는데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니. 장기전으로 끌고 가 헌터들의 힘을 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문은 찾았나?”
“찾았지. 그리고 그 문을 부수기까지 했어.”
“그런데 왜 균열이 계속 확장되고 있는 거지?”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번 균열은 공간을 복제한다는 거야.”
“그 말은 설마…….”
노아의 말에 주변에서 계속해서 새롭게 생성되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던 일행의 얼굴에 경악이 퍼져 나갔다.
필드 전체에서 생성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몬스터들은 끊임없이 태어나고 있었다.
문을 통해서 몬스터가 나온다는 균열 내부의 구조상, 지금 가까운 거리에서도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난다는 것은 균열의 거의 모든 구역에 닿을 정도로 문의 영역이 커진 상태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진짜 문을 부수거나, 보스 몬스터를 잡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균열이 팽창한다는 소리군.”
“맞아. 그래서 처음으로 문이 발생한 장소를 찾아야 해. 그곳에 ‘진짜’가 있을 테니까.”
“문이 복제되고 있다…….”
처음으로 겪는 균열의 성질에 그제야 어째서 상위 랭커들이 모여 있음에도 상위 균열을 토벌하지 못했는지 깨달은 일행의 얼굴에 근심이 서렸다.
시간이 더 지나 토벌대가 버틸 힘을 완전히 상실하기 전에 끊임없이 가짜 문을 복제하는 진짜 문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최대한 전투를 미루고 보스전을 대비하고 있었어. 진짜 문을 찾기 위해서 조 단위로 정찰만 다녔던 것도 그런 이유야.”
“그러던 중에 너희를 만났고. 그런데 어떻게 이 안으로 들어온 거야?”
“맞아. 처음부터 물어보려 했는데.”
균열 안으로 증원이 들어올 수도 없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 꼼짝없이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던 상황.
한국의 헌터들이 어떻게 올 수 있었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노아와 로즈윈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남운의 뒷모습에 대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지은에게 쏠렸다.
“남운 씨, 밖에 몬스터들 잡을 수 있죠?”
“네, 그렇습니다.”
“제가 방금 전까지 트럭으로 몬스터를 잡았는데 남운 씨도 경험치 많이 올랐죠?”
단순히 많이 올랐다고 표현할 정도가 아니었다.
경험치 3배 부스터의 효과가 같이 적용되어 광란의 질주를 선보인 지은이 처치한 몬스터의 경험치를 남운도 고스란히 얻을 수 있었다.
그 덕에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무려 레벨 업까지 하게 된 남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많이 올랐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밖에서 몬스터 좀 잡아 줄 수 있어요?”
“네?”
“경험치 3배 부스터라는 아이템을 썼는데. 시간이 계속 줄어드는 게 너무 아깝잖아요!”
RPG 게임을 하며 경험치 두 배 이벤트에서 밥도 안 먹고 게임을 해 본 경험은 다들 있을 터였다.
게임 경험치 이벤트에도 밥도 안 먹고 플레이하기 일쑤인데 고레벨 몬스터가 주는 높은 경험치를, 그것도 세 배나 받을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
부스터 유지 시간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속으로 안타까워하던 지은은 이 자리에서 유일한 자신의 파티원인 남운을 유혹하는 중이었다.
지은의 말에 남운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말을 안 하고 있었을 뿐이지, 경험치가 실시간으로 세 배씩 들어오는데 이 기회를 놓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게 지은에게 설득된 남운이 검을 뽑아 들고는 일행의 반대편으로 저벅저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랏! 대한제일검! 너로 정했다!’
그런 남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던 지은은 뒤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무슨 할 말이라도…….”
키아아아악!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하는 몬스터의 비명 소리.
그제야 남운이 왜 검을 뽑아 들고 반대편으로 걸어갔는지 깨달은 유라가 감격한 채 입을 틀어막고는 중얼거렸다.
“지은이가…… 파티원을 적극적으로 부려 먹기 시작했어!”
“지금 이 상황에 레벨 업을 노리다니…….”
“지은 씨, 대단하시군요.”
칭찬인지 아닌지 애매한 칭찬들을 들은 지은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 보이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빨리 레벨 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만.”
* * *
“이 푸드 트럭을 타고 들어왔다고? 다른 스킬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네! 그렇…… 답니다?”
자세한 스킬 설명은 비밀로 하는 게 좋겠다며 주혁과의 짧은 작전 회의를 마친 지은이 선택한 것은 무작정 우기고 보기였다.
아무리 미국인이라고 해도 전 세계 공통으로 적용되는 초면인 사람과의 어색한 대화를 이어 가긴 힘들 거라는 주혁의 조언대로, ‘일단 우기고 보자!’ 전략은 멋지게 들어맞았다.
‘내가 트럭 주인이요!’라며 대놓고 ‘트럭 타고 들어왔습니다!’라고 우기는 지은의 말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도 노아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좋은 트럭이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뭘 숨기고 있는 거야?”
구시렁거리면서도 초면인 지은에게 직접적으로 따지지는 못하는 미국 남매의 소심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둘 다 헐리우드 배우들 뺨치게 생겼으면서 낯을 가리는 남매의 모습에 지은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아야 했다.
여기서 웃으면 꼼짝없이 자신의 스킬을 고해바쳐야 했기 때문에 지은이 애써 평범한 목소리로 로즈윈에게 말을 걸었다.
“푸드 트럭을 알아요?”
“아, 미국에도 푸드 트럭 많아. 특히 한국식 핫도그 파는 푸드 트럭이 요즘 좀 많아졌거든.”
“와! 한국식 핫도그요?”
“겉에는 튀긴 감자가 많이 붙어 있고 안에는 치즈와 소시지가 들어가 있는데, 케첩이랑 설탕을 뿌려 먹으면 맛있더라고.”
“알죠, 알죠! 그거 진짜 맛있는데!”
열렬히 반응하는 지은의 모습에 로즈윈도 흥미가 돋았는지 어색하게 낯을 가리던 모습을 집어던지고 푸드 트럭에서 파는 음식에 대한 주제를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다.
“우리 길드 앞에도 수제 버거를 파는 푸드 트럭이 있었거든? 진짜 맛있었는데.”
“이~ 렇게 큰 사이즈의 수제 버거였나요?”
“응! 진짜 맛있었는데 이젠 없어.”
로즈윈이 아쉽다는 듯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 있는 로즈윈과 노아가 한 달 동안 균열 안에서 처절하게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린 지은이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들었다.
“배고프지 않아요?”
“고파…… 너무 고파. 먹을 걸 이야기해서 그런지 더 배고파졌어.”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는 로즈윈의 모습을 바라보던 지은이 스마트 키를 눌러 트럭의 직접 운전 모드를 해제했다.
곧바로 영업 모드로 변하는 푸드 트럭의 모습에 놀란 로즈윈이 눈을 번쩍 뜨고는 말했다.
“왓 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변신하는 푸드 트럭에 흥미가 생겼는지 조리대로 달려가는 로즈윈의 뒷모습을 보며 노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배고파 죽겠는데 왜 먹을 거 이야기를…….”
“배고프시죠? 햄버거는 어떠세요?”
자신에게도 배고프냐고 묻는 지은의 의도를 전혀 모르겠다는 듯 노아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
한 달 동안 포션으로 연명해 왔는데 그마저도 다 떨어져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햄버거는 어떠냐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내며 노아가 말했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 푸드 트럭에 음식이라도 실어 왔나?”
“네.”
“뭐?”
“영역에 계신다는 토벌대원들이 총 몇 명인가요?”
“잠깐……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던전이나 다름없는 이 균열 안에서 어떻게 음식을 실어 올 수가 있다는 거지?”
“음…… 이태서 씨? 여기로는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죠?”
“그렇지? 이제 아는 장소가 되었으니까.”
“그러면 같이 다녀와요. 미국 헌터분들을 다 데려오세요.”
자신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조리대로 걸어가며 머리를 질끈 묶는 지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노아가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저게 무슨 소리야, 주혁?”
“무슨 소리긴. 우리 히든카드께서 한국식 복지를 너희 미국 헌터들에게 베풀어 주신다는 소리지.”
“……한국식 복지?”
“갓 만든 햄버거를 맛보려면 빨리 다녀오는 게 좋을걸?”
“나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궁금하니까 빨리 다녀오지.”
유라까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며 지은의 뒤를 따라 걸어가고, 거기에 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재촉하는 이태서까지.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노아가 이태서를 대상으로 지정하고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노아가 이태서와 함께 사라진 것을 확인한 지은이 조리대 선반에서 앞치마를 꺼내 입고는 [오늘의 추천 요리] 스킬을 사용했다.
요리 준비를 하는 지은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던 로즈윈은 이내 지은이 조리대 위에 햄버거 재료들을 턱턱 쏟아 내기 시작하자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소리를 질렀다.
“끼야아아악!”
“깜짝이야!”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지 제대로 설명해 주길 바라! 난 지금 내 눈을 믿을 수 없어졌어!”
미국 드라마식 리액션을 뽐내는 찰진 반응에 뿌듯해진 지은이 햄버거 빵 하나를 로즈윈에게 건네며 말했다.
“먹어 볼래요?”
로즈윈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은이 건넨 햄버거 빵을 받아 들었다.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햄버거 빵을 조심스레 만지다가 이내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는 털썩 주저앉았다.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진 로즈윈의 모습에 당황한 지은이 조리대 바깥으로 몸을 쭉 빼고는 소리쳤다.
“왜 그래요? 로즈윈!”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털썩 주저앉은 로즈윈이 햄버거 빵을 한입 크게 베어 물고는 눈을 크게 떴다.
“X친! 진짜 빵이잖아…….”
“…….”
“진짜 빵이야…… 빵이라고…….”
한 달 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본 로즈윈의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울먹이면서도 한입, 한입 쉬지 않고 빵을 베어 무는 로즈윈의 모습에 가슴이 찡해진 지은이 크게 소리쳤다.
“금방 햄버거 만들어 줄게요! 울지 마요, 로즈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