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4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44화(14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44화
“맛있겠다…….”
부담스럽게 재료를 준비하는 내내 조리대 앞에 찰싹 붙어 있던 로즈윈은 지은이 소스를 만드는 것을 보며 엄지를 척하고 치켜올렸다. 어색하게 웃어 보인 지은이 피클과 할라피뇨를 잘게 다지기 시작했다.
탕! 탕! 탕!
도마 위에서 피클과 할라피뇨가 잘게 다져지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렸다. 잘 다져진 피클과 할라피뇨를 커다란 볼에 담고 마요네즈와 케찹, 머스터드소스까지 넣어 섞어 주니 햄버거 소스가 금세 완성되었다. 다음은 양파를 구울 차례였다.
“같이하자, 지은아.”
머리를 올려 묶은 유라가 조리대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토벌대에서 다져진 주방 보조 역할로 자연스럽게 손을 씻고 양파를 집어 드는 유라의 든든한 모습을 보며 지은이 활짝 웃음을 지었다.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하니 잘린 양파가 금세 수북하게 도마 위에 쌓여 갔다. 한 달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다는 30명의 펜타곤 길드원들은 물론이고 함께 온 일행들의 먹성을 생각해 볼 때, 인당 두 개는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열심히 양파를 썰은 지은이 커다란 프라이팬을 화구 위로 꺼내기 시작했다.
“먼저 살짝 볶으면 돼?”
“네! 소금 살살 뿌려서 볶으면 돼요!”
“알았어. 내가 볶을 테니 다른 거 준비해.”
푸드 트럭의 첫 아르바이트생답게 익숙하게 화구에 불을 올리고 양파를 볶으며 알려 준대로 소금을 가미하는 유라의 든든한 모습과 함께 지은은 숙련도 경험치가 쭉쭉 오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숙련도가 빠르게 상승합니다!]경험치 3배 부스터가 클래스 숙련도 경험치까지 빠짐없이 적용되는 덕분에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떠오르는 알림에 지은이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파티원이 암흑 기사단을 전멸시켰습니다!] [파티원이 원한 깊은 구울 무리를 전멸시켰습니다!] [파티원이 몬스터를 학살 중입니다!]거기에 가까운 거리에서 혼자 주변의 몬스터를 거의 학살하고 있는 듯한 남운의 활약까지 덧붙여졌다. 얼마나 몬스터를 많이 잡았으면 학살 중이라는 시스템 알림이 뜨는지 모를 정도였다.
[무리하고 있는 거 아니죠?] [전혀 아닙니다.]중간중간 파티 메시지로 남운의 상태를 체크해 봤지만, 대한제일검이라는 이명답게 전혀 문제없다는 대답이 메시지를 통해 전해져 왔다.
레벨 경험치와 숙련도 경험치를 동시에 세 배씩 받으며 지금 지은의 기분은 최고조로 좋아진 상태였다.
고기 망치를 이용해 소고기와 베이컨을 잘게 다지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유라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기분이 정말 좋을 때 자신도 모르게 요리를 하면서 리듬을 타며 살짝 춤을 추는 경향이 있었는데, 본인이 요리를 하면서 춤을 춘다는 건 지은만 모르는 사실이었다.
잘 다진 소고기와 베이컨을 섞고 소금과 후추로 양념을 한 뒤, 햄버거 패티 모양으로 동그랗게 말아 놓은 작업을 완료한 지은이 유라와 자리를 바꿨다.
무적 수건으로 팬을 깔끔하게 닦아 내고 버터를 둘러 빵을 구우니 금세 맛있는 냄새가 밖으로 퍼져 나갔다.
딱 맞는 타이밍에 이태서와 함께 펜타곤 길드원들이 푸드 트럭 안으로 도착했다. 공간 이동 마법을 통해서 도착한 장소에서 지은의 푸드 트럭을 발견한 미국 헌터들은 이내 향긋한 버터 냄새와 빵 냄새를 맡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무슨 냄새야?”
“저게 뭐야?”
“푸드 트럭?”
후각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에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했는지 30명의 헌터들이 우르르 지은의 푸드 트럭 앞으로 몰려들었다. 조리대 바로 앞까지 몰려든 헌터들의 모습에 들썩들썩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춤을 추던 지은이 놀라던 찰나였다.
“먼지 날립니다. 멀리 떨어져 주시길.”
미리 대기하고 있던 주혁이 창을 길게 빼어들고 달려오는 헌터들을 가로막았다. 사람이 갑자기 많아지자 지은이 춤을 무의식적으로 멈춘 것이 아쉬웠는지, 유라와 눈빛을 교환한 주혁이 [에러 없는 카드 리더기]를 손에 들고는 말했다.
“아직 판매 준비가 덜 됐으니, 줄을 서시길.”
“진짜 먹을 수 있는 음식 맞는 거지?”
“정말이야! 난 미리 빵 하나 먹었어!”
“뭐! 로즈! 왜 너만 먼저 먹어!”
“빨리빨리 줄이나 서!”
“홀리…… 진짜 빵이잖아!”
맨 앞에 줄을 서 있던 로즈가 이미 빵을 하나 먹었다는 말에 미국 헌터들이 시끄럽게 떠들면서도 로즈의 뒤로 차례차례 줄을 섰다. 그 모습을 보며 지은이 잘 구워진 빵을 차곡차곡 쌓고는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치이이익-
잘 달궈진 철판에 동그란 모양의 패티가 철판 위에서 익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듣기만 해도 황홀해지는 소리에 패티가 익어 가며 풍기는 냄새. 거기에 빠르게 고기를 뒤집는, 눈을 사로잡는 현란한 손놀림까지.
빵만 먹었는데도 감격해 눈물을 흘린 로즈윈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패티를 보며 황홀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환상적이야…….”
패티가 다 익어 갈 때쯤 양파와 버터까지 더 추가해서 볶기 시작하자 줄을 서 있던 헌터들이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미치겠군…….”
“냄새가 너무 자극적이야!”
“냄새만으로도 맛있겠죠? 미리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가장 반응이 뜨거울 고기와 양파를 굽는 완벽한 타이밍에 고객의 결제를 유도하는 숙련된 알바생의 자세.
주혁 덕분에 추가로 올릴 베이컨을 빠르게 구워 내던 지은이 엄지를 척하고 올려 보였다.
이 모든 게 다 지은과 주혁의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 행동들이었다.
‘이번엔 조금…… 많이 비싸게 받을 거예요.’
‘갑자기요?’
‘외화를 벌어야죠! 달러예요, 달러라구요!’
환율을 생각해 봤을 때 비슷한 시장 가격으로 팔아도 환전을 하게 되면 무조건 이득을 본다.
헌터 마켓이 잠금된 지금, 일단 헌터 마켓 아이디를 카드 리더기에 등록해 두고 자동 결제만 올려 두면 됐기에 수금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얼마에 팔려고요?’
‘햄버거 하나당 35달러요.’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 그래도 잘 생각하셨습니다.’
‘한국에서 팔았으면 만 원 이상으론 안 받았을 텐데, 어차피 여긴 한국이 아니니까요.’
‘뭔가 미국에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습니까?’
‘노아라고 했던가요? 그 바람둥이라는 남자가 제 푸드 트럭을 괴상한 물체라고 모욕했어요.’
까망이에게 직접 커스텀 의뢰를 맡겨서 탄생한 푸드 전차였다. 지은의 취향이 모두 담겨 있는 푸드 전차는 솔직히 괴상한 물체가 맞았지만, 그래도 면전에서 자신이 열심히 튜닝한 차를 보며 ‘튜닝의 끝은 순정이거늘…….’ 하고 태클을 건 상황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마음에 난 상처는 어쩔 수 없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내 취향이 어때서?’ 하고 되묻고 있는 지은에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말을 해 줘야 할지 고민하던 주혁은 굳이 건드려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자는 유라의 귓속말에 결국 입을 다무는 것을 택했다.
표면적인 이유론 환율 차이를 고려해 최고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함이었지만, 아무튼 지극히 노아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으로 결정된 햄버거 가격은 콜라를 합쳐서 40달러였다.
지금까지의 영업 중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를 결정해 놓고 비싸다며 반발하면 어쩌지, 하는 지은의 걱정은 기우였다는 사실이 금방 드러났다.
최대 2세트까지 구매가 가능하다는 친절한 비즈니스용 영업 미소를 띠고 카드 리더기를 들이미는 주혁에게, 가격을 묻지도 않고 이미 빵에 소스를 바르고 패티와 양파, 베이컨을 올리고 체다치즈까지 토치로 녹여 주는 지은의 모습에 홀린 듯 미국 헌터들은 아이디를 입력하고 결제하기 바빴다.
“하하하!”
그 모습을 보며 이태서가 웃음을 터트렸다. 던전 안에서 음식을 만들어 장사를 하는 푸드 트럭에 대해 말로만 들었지 진짜로 눈앞에서 보고 있으려니 신기한 광경이기 그지없었다.
미리 결제한 순서대로 큼직한 햄버거와 콜라를 두 개씩 받아드는 헌터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을 지은에게 하며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캄사합니다.”
“한국말을 할 줄 아세요?”
“나, 와이프 한국 사람. 그래서 한국말 조금 한다.”
“콜라라도 하나 더 드세요.”
“역시 한국인, 정 많다. 우리 와이프도 그랬다.”
한국말을 하면 서비스를 조금씩 더 추가해 주는 지은의 성향을 알아챈 헌터들이 아는 한국말을 총동원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끅끅대며 웃던 이태서가, 자신의 차례가 되어 자연스럽게 햄버거를 받기 위해 조리대 앞으로 걸어가려던 순간이었다.
“어디 가십니까.”
“……햄버거 먹고 싶은데, 나도.”
“결제하셔야죠?”
“우린 같은 아르바이트생 아니었어?”
“같은 아르바이트생이라니. 산업 스파이 취급 안 당하고 있는 게 다행인 줄 알아.”
“너희는 공짜로 먹잖아?”
정말로 억울한 듯 이태서가 한 손에 햄버거를 들고 먹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유라를 가리키며 항변했지만, 같은 길드가 아니란 이유로 기각되었다.
유라의 ‘꼬우면 너도 길드 이적하던가. 받아 주긴 할게.’라는 말에 울컥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길드를 옮길 순 없었기에 결국 80달러를 결제한 이태서였다.
“앞으로 가셔서 음식을 받으시면 됩니다, 고객님.”
결제를 하자마자 친절한 아르바이트생으로 다시 바뀌어 미소를 띠어 보이는 주혁의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일단 눈앞의 햄버거를 먹어 보고 싶은 욕구가 컸다.
햄버거를 한 입씩 베어 물은 주변의 헌터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며 자신도 배가 심하게 고파 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살아 있길 잘했어…….”
“지금 순간이 꿈이라면 절대 깨고 싶지 않아.”
길드원들의 현실 반응을 보며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은 노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마법적으로 분석을 해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진짜 음식이었는데, 길드원들의 말대로 맛까지 정말 최고였다.
순식간에 랭킹 1위의 체면도 잊고 햄버거 하나를 해치운 노아가 여동생인 로즈가 따 놓은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내 꺼를 먹어?”
“거기 놓지를 말든가. 잠깐만, 나중에 싸우자.”
눈 뜨고 콜라를 빼앗긴 로즈윈이 전투태세에 들어갔지만, 나중에 싸우자며 지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일어선 노아가 결심을 마쳤는지 조리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인당 두 개까지 판매 가능한데요?”
하나만 먹겠다는 손님은 없었기에 딱 사람 수에 맞게 만든 햄버거는 모두 팔린 상태였다.
지은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아쉽다고 생각하던 노아가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흔들더니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 중 가장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민지은 씨, 한국이 아니라 미국으로 오실 생각 있으십니까?”
“네?”
“지은 씨의 능력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입니다. 원하시는 모든 것을 드릴 테니 저희 길드로 와 주십시오.”
앞으로의 균열과의 싸움이 예전처럼 진행되지 않을 거란 생각을 이번 상위 균열에 갇힌 이후로 끊임없이 해 왔던 노아였다.
그런 상황에서 밖으로 나갈 수도, 안으로 들어올 수도 없는 이 균열 내부에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트럭의 존재만으로도 억만금을 지불할 가치는 충분했다.
물론 지은이 우겼던 것처럼 운전을 해서 X리 X터 정거장처럼 균열 벽으로 돌진해 들어오는 건 절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지은을 영입하는 것이 먼저이니 지은이 우겼던 내용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한 노아였다.
접근이 차단된 균열 내부와 외부를 이어 주는 역할뿐만 아니라, 인벤토리와 헌터 마켓이 잠겼을 때 가장 중요한 음식 공급책으로서의 역할.
사실상 배고픔에 아사 직전이던 모두를 살린 것은 지은이나 다름없었다.
“야 이…… 상도덕 안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