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4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45화(14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45화
지은을 도와서 뒷정리를 하던 유라가 발끈하며 조리대 바깥으로 풀쩍 뛰어올라 노아의 앞에 서며 말했다.
“우리 길드원한테 지금 뭐 하자는 시추에이션이야?”
딱 맞춰서 햄버거 먹으러 오라는 파티 메시지를 받고 돌아온 남운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며 허리춤에 찬 검 손잡이를 잡으며 말했다.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이래서 노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랬는데. 기껏 먹을 거 주면서 챙겨 줬더니 하는 말이!”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면 진심으로 싸울 생각을 하셔야 할 겁니다, 노아.”
주혁까지 가세해 순식간에 세 명에게 둘러싸였음에도 노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직 지은만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떻습니까? 우리는 지은 씨를 마스터로 대우하고 원하시는 모든 것을 해 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마스터라뇨.”
“언제든 저희 미국에 소속된 길드의 헌터들을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헌터를 말합니다. 지금은 유일하게 저만 가지고 있는 권한이자 직책이죠.”
한 마디로 지은을 자신과 같은 위치로 대우해 주겠다는 뜻이었다.
월드 랭킹 1위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비전투 계열 각성자.
지금 당장은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겠지만 지은을 지지하는 게 노아라면 불가능한 일은 절대 아니었다.
자신의 제안에 관심을 보이는 듯한 지은의 모습에 노아가 씨익 웃음을 지었다.
부과 명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란 없다. 그런 건 관심 없다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그런 사람들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돈이 들어온다면 과연 어떨까?
한국의 랭커들이 다들 지은을 싸고도는 걸 보니 지은은 헌터가 아니란 확신이 들었다. 인구수 대비 랭커의 숫자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동방의 작은 나라.
헌터들의 수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상태에 헌터들의 자율성도 통제받는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훨씬 편할 것이라 생각해 내민 제안이었다.
“어떻습니까? 우리 길드에 오는 게.”
차가운 주혁과 유라의 시선을 무시하며 당연히 지은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 한 치의 의심 없이 노아가 악수를 청했다.
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지은이 싱긋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저는 청명 길드의 복지관리부 부장이라서요.”
“복지관리부?”
“꽤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상태라. 좋은 제안은 감사하지만 거절할게요.”
단호한 지은의 말에 노아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들은 게 정말로 거절을 뜻하는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는 표정을 지어 보인 노아가 말했다.
“정말인가?”
“네.”
“으음…….”
짧게 확 줄은 지은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한참을 이마에 손을 짚고 있던 노아가 마른세수를 하며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 모습을 보며 뭔가를 느꼈는지 로즈윈이 노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해해 줘. 얘가 살면서 거절을 처음 당해 봐서…….”
어딘가 모르게 다급해 보이는 로즈윈의 모습에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일단 조리대 정리를 마무리하기 위해 무적 수건을 펼친 순간이었다.
“신기하네.”
“네?”
“뭘 믿고 지금 내 제안을 거절한 거지?”
“X친…… 오빠 놈아, 정신 차려! 아, 난 몰라…….”
길드 영입 제안을 하면서 방금까지 웃고 있었던 노아의 표정이 일순간 차갑게 변했다.
툭 내뱉은 말에 로즈윈이 기겁을 하며 노아를 끌고 가려는 듯 안간힘을 썼지만, 노아는 서 있는 자리에 마치 뿌리를 내린 듯 꿈쩍하지 않았다. 그를 보며 주혁이 들고 있던 창을 겨누며 말했다.
“노아, 방금 발언은 무슨 의미입니까?”
“웃기잖아. 내 권한이 뭔지 분명 설명해 줬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뭘 믿고 내 제안을 거절한 거냐고.”
주혁의 말에도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어느새 자신의 뒤에 정렬해 있는 미국의 헌터들을 가리킨 노아가 씨익 웃어 보였다.
“상황 판단이 이렇게 안 되나?”
노아의 의미심장한 말 한 마디에 행복한 얼굴로 햄버거를 먹던 펜타곤 길드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무기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무기를 겨누는 길드원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진 못했지만,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지은과 일행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나쁜데.”
“생각보다 더 X친놈이었네, 이거.”
“……지은 씨, 빠져나가십시오.”
정말로 기분이 나쁜 듯 인상을 찌푸리는 이태서.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고는 묵묵히 장갑을 착용하는 유라. 검을 뽑아 들고 지은의 앞을 막아선 남운까지.
갑작스럽게 일어난 대치 상황에 지은은 수건을 든 자세 그대로 얼어붙었다.
“마지막으로 경고합니다, 노아.”
전투태세를 갖춘 일행들의 앞으로 나선 주혁이 노아에게 창끝을 겨누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당신들을 도와주러 온 겁니다.”
“정당한 제안일 뿐이야. 강한 자가 원하는 것을 가진다. 우리 세계의 상식 아니었나?”
마지막 경고에도 빙긋 웃어 보이며 상식을 운운하는 노아의 방만한 태도에 창을 잡은 손에 힘을 준 주혁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노아?”
“뭐?”
“네가 지금 우리랑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지금껏 들어 본 적 없는 주혁의 반말을 들은 지은이 몸을 흠칫 떨었다. 그동안의 주혁과는 전혀 다른 기운을 풍기는 낮은 목소리가 마치 사냥감을 눈앞에 둔 맹수처럼 느껴졌다.
“너희가 이긴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반항하면 너희는 다 죽어.”
“…….”
“너희가 그렇게 지키려고 하는 저 여자까지 포함해서.”
자신을 가리키며 단언하는 노아의 모습에 지은은 머릿속에서 뭔가가 뚝 하고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한 달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을 미국 헌터들을 생각해서 어떤 음식을 만들어 줄지 고민했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진짜 마음에 안 드네요, 당신.”
“뭐?”
“내 트럭을 욕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한 번 해 보시던지?”
“지은 씨?”
광이 나도록 닦던 도마 위에 무적 수건을 패대기치며 말한 지은이 양팔을 걷어붙였다. 비전투 계열 각성자가 분명해 보이는 지은의 브레이크 없는 도발에 노아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하하하! 정말 마음에 들어. 저 정도는 되어야 데리고 있을 보람이 있지!”
“월드 랭킹 1위라고 그래서 기대했는데, 하는 짓은 뒷골목 양아치만도 못 하다니. 그렇게 힘만 믿고 살면 인생이 행복한가요?”
“더 해 봐, 더.”
“보아하니 여동생조차 포기한 인성 파탄자 같으신데. 그 성격이면 친구 하나 없을 테고. 좋게 좋게 이야기할 때 얌전히 도움을 받든지, 아니면 계속 여기에 갇혀 계시든지 둘 중에 하나 선택하실 기회를 드릴게요.”
더 해 보라며 도발하는 노아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속사포로 내뱉는 지은을 보며 전투태세를 갖췄던 일행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특히 유라는 얼마나 놀랐는지 주먹을 풀고 입까지 막고 놀란 상태였다.
“지은이가 흑화했어…….”
“저게 말로만 듣던 흑화 지은…….”
“누구야, 너! 지은이 몸에서 나가!”
노아를 도발하는 지은의 의도를 곰곰이 생각하던 주혁이 뭔가를 떠올렸는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난생처음으로 ‘인성이 터져서 친구가 없구나?’라는 폭언을 들은 노아의 표정은 여유로워 보였지만 꽉 쥔 주먹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거기에 주혁이 마치 지은의 말에 동의한 것처럼 타이밍 좋게 웃음을 터트리자 결국 참고 참던 노아의 화가 폭발했다.
“건방진 한국 놈들!”
노아의 노성과 함께 발아래에 급격하게 마나가 모여들었다. 발끝으로 모인 마나가 순식간에 안전 영역의 내부로 뻗어 나가 거대한 마법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지정한 공간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의 마나를 통제하는, 노아의 전매특허인 [영역의 주인] 스킬의 발동.
마법이 전개되는 것과 동시에 안전 영역 내부에 지진과도 같은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갑작스러운 굉음에 모두가 놀란 사이, 눈앞의 흙먼지를 바람 마법으로 날려 보낸 이태서가 손을 휘적휘적 내저으며 말했다.
“어휴, 먼지. 마법사는 기관지가 중요한데.”
“커허억…….”
당연히 전개되어야 할 자신의 마법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을 노아가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깐 사이에 급격히 멀어진 일행들과의 거리감에 주위를 둘러볼 틈도 없이 누군가의 발길질에 노아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각성한 이래 처음으로 겪어 보는 몸의 고통이었다. 노아가 컥컥대며 숨을 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동안, 천천히 걸어간 주혁이 노아의 가슴팍을 강하게 발로 밟고는 창끝을 목에 겨누었다.
“신성한 푸드 트럭 앞에서 진상을 부리면 쓰나.”
그제야 노아는 자신이 마법을 사용한 것과 동시에 밀쳐지듯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는 것과, 자신이 물리적으로 직접 공격을 당했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노아가 애써 고개를 저으며 현실을 부정하듯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무슨 짓을 한 거야아아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가리켜 가장 완벽한 신의 안배라고 치켜세웠고,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의 마력을 강제하지 못한 적 없었다.
바닥에 쓰러져 누군가를 올려다본다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생경한 풍경이었다. 노아에겐 그것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미리 예상했다는 듯 튕겨져 날아간 노아를 걷어찬 것도 모자라, 가슴팍을 밟은 채 창끝을 노아의 목에 바짝 겨눈 주혁의 모습은 펜타곤 길드원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기 충분했다.
랭킹 1위의 노아가 바닥에 쓰러져 누군가에게 완벽히 제압된 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시스템 : 진상 손님은 안 받습니다!]– 스킬을 사용해 진상 손님의 낙인이 찍힌 상태입니다.
– 앞으로 24시간 동안 푸드 트럭 영역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너희 같은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마법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어리석게도.”
“크윽…….”
“움직이지 마. 선을 먼저 넘은 건 너라서 나도 선을 넘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니까.”
몸을 일으키려는 노아의 가슴팍을 더욱 강하게 지르밟은 주혁이 분노를 최대한 참으려는 듯 이를 악물고 말을 내뱉었다.
소울 마나가 저장되는 심장이 마나를 가득 실은 자신의 발아래에서 박동하는 것을 느끼며 주혁이 창끝을 노아의 목젖 바로 앞까지 들이밀었다.
바르작대며 주혁의 발아래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던 노아의 목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려 땅을 적시기 시작했다.
“너…….”
“여기서 랭킹 쟁탈전을 계속할 생각이 아니라면 패배를 인정해.”
“……나보고 패배를 인정하라고?”
“그게 아니면 넌 지금 여기서 죽어, 노아.”
패배를 인정하라는 주혁의 말에 노아가 안전 영역 안에 남아 있는 길드원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다 쓸어버려!”
어차피 한국의 랭커들이라 할지라도 30:4의 싸움.
무슨 장난인지 모르지만 어차피 자신의 마법 한 번이면 다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터였다.
주혁과 눈을 마주치며 움찔거리던 노아가 손에서 느껴지는 홧홧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손등을 뚫고 바닥에 그대로 꽂힌 남운의 검이 땅에 꽂힌 반동으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붉은 피가 솟구쳐 검날에 튀기는 장면을 감흥 없이 바라보던 주혁이 노아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선택해, 노아. 랭킹 쟁탈전에서 패해 죽을지, 아니면 너의 목숨을 걸고 언약을 걸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