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4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46화(14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46화
“크윽…….”
“고통스럽지 않나?”
월드 랭킹 1위.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던 노아였다. 말도 안 되는 능력뿐만 아니라 월드 랭킹 1위라는 위명 앞에 그 누구도 자신에게 도전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였기에 처음으로 온몸으로 전해져 오는 고통 앞에서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각성한 이래 단 한 번도 고통을 느낀 적 없을 만큼 강력한 존재였던 노아는, 고통이 무엇인지 실감하고 나서야 자신에게 겨누어진 창이 언제든 목을 꿰뚫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약속해. 이 시간 이후로 우리를 어떤 방식으로든 절대 건들지 않겠다고.”
“약속…… 하지.”
“너의 목숨을 걸어.”
“약속한다! 약속한다고!”
“내가 금제를 걸면 되겠군.”
힘겹게 내뱉은 패배 선언에 기다렸다는 듯 이태서가 이동 마법을 사용해 노아의 곁으로 다가왔다.
무력한 자신을 그저 지켜만 보는 길드원들을 금방이라도 찢어 죽일 것처럼 바라보던 노아가 자신의 가슴을 짚는 이태서의 손길을 느끼고는 이를 악문 채 눈을 감았다.
죄를 저지른 헌터나 각성자의 마나에 절대 풀 수 없는 제약을 거는 금제 마법.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노아를 확인한 이태서가 주혁의 창끝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손가락이 살짝 스친 것만으로도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무심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피를 잠시 바라보던 이태서가 노아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자신의 피를 흘려 넣으며 말했다.
“소울 마나에 대상자의 목숨을 걸고 금제를 행한다.”
사아아-
노아와 주혁, 그리고 이태서를 중심으로 금제 마법진이 바닥에 선명히 그려지기 시작했다.
대상자는 노아. 금제 마법을 거는 주체는 이태서.
금제를 강제할 주혁의 ‘언령’이 더해지자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던 노아의 피가 이태서의 마법진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비겁한 놈들…… 무슨 술수를 쓴 거지?”
금제가 마치 자물쇠처럼 걸리는 것을 느끼며 이마를 짚은 노아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이제 자신은 주혁이 제시한 언령대로 그 어떤 수단으로도 한국의 랭커들을 강제할 수 없었다.
“노아, 네가 진 이유는 두 가지.”
“…….”
“하나는 네가 우리의 푸드 트럭에서 진상 짓을 했다는 것.”
“하…….”
“하나는 네가 푸드 트럭 아르바이트생이 아니었다는 것.”
“X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는지 노아가 몸을 일으키며 거세게 욕을 내뱉었다. 주혁이 설명한 이유를 노아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금제 마법을 갈무리한 이태서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이래서 취직을 잘해야 한다니까.”
갑자기 무슨 아르바이트생이냐며 설명을 요구했지만, 눈앞에 가득한 몬스터들을 밀고 갈 기대에 부풀었던 지은에게 무시당했던 때가 떠올라 이태서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이태서를 울분에 찬 눈으로 째려보던 노아를 향해 로즈윈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정신 좀 차렸냐! 이 X친 오빠 X끼야?”
* * *
진상 손님으로 낙인찍힌 노아는 자신의 손등을 관통한 검을 어쩌지도 못하고 있었다. 각성한 이래 누군가에게 맞아 본 적도 없는데 검에 손이 꿰뚫린 지금, 노아는 고통을 참아 내는 것조차 힘겨워하고 있었다.
“……안 아프게 검을 뽑을 순 없을까?”
“그런 건 있을 수 없어.”
단호한 로즈윈의 말에 모든 걸 포기한 듯 펜타곤 길드의 힐러를 손짓으로 불렀다. 그런 노아와 로즈윈을 바라보던 유라가 중얼거렸다.
“자, 그럼 이제 어쩐다…….”
미국 헌터들과 합심해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고 봉인을 닫을 예정이었지만, 노아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건 유라뿐만이 아니었다. 지은도 노아가 괘씸한 건 마찬가지였는지 연신 투덜거리며 조리대 내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기껏 열심히 햄버거까지 만들어 줬는데(물론 조금 비싸게 팔긴 했지만) 비싸다고 항의하는 수준이 한참 선을 넘은 상태였다. 철판을 모두 닦아 낸 지은이 신경질적으로 무적 수건을 탈탈 털어 내고는 파우치에 넣었다.
‘그래도 균열을 봉인하긴 해야 할 텐데…….’
일단 한 달 동안이나 굶었을 미국 헌터들에게 요리를 해 주고, 그 틈에 [열려라 신비의 문!] 스킬을 사용해 직접 균열을 봉인하려 했었던 지은이었다.
그렇지만 뜻하지 않은 노아의 진상 짓으로 인해 당초 생각했던 계획이 애매해진 지금.
시간은 지나가고 있는데 별다른 뚜렷한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조리대 내부에 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지은이 레시피 노트를 꺼내 들었다.
오늘 만든 수제 버거 레시피를 간단하게 적기 위해 노트의 첫 장을 펼치자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
지은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꽃 한 송이였다.
5층 토벌대에 참여했을 때 주혁에게 받은 루체 꽃이었다. 어느 날을 기점으로 빠르게 시드는 게 아쉬워 책갈피로 만들었는데, 코팅해 둔 꽃에서 은은하게 빛이 나는 모습에 지은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미 시든 꽃에서 빛이 날 리가 없었다. 믿을 수 없어 눈을 몇 번 깜빡이자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던 꽃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착각했나?”
꽃갈피를 들어 올린 지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리대 천장의 빛에 코팅지가 반사되어서 그렇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아쉽다는 듯 아무런 빛도 나지 않는 꽃갈피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지은이 파우치에 꽃갈피를 집어넣었다. 그런 그녀에게 남운이 말했다.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애매하긴 합니다만, 몬스터 사냥을 좀 더 하고 올까요?”
“네?”
“경험치 부스터가 있지 않습니까?”
“아! 맞다!”
지금도 경험치 부스터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이 부랴부랴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경험치 3배 부스터가 적용 중입니다.] [남은 사용 시간 : 2시간 13분]벌써 5시간의 지속 시간 중 절반이 날아간 상태였다. 몸서리치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라고 남운을 보내기엔 눈치가 보였다. 지은이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아쉽지만 빨리 균열을 봉인하는 게 낫겠어요.”
남운은 지은이 균열을 봉인할 수 있는 창조의 대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태서도 자신의 정체를 알고는 있지만, 균열을 봉인할 수 있다는 것은 모르는 상태였다.
어색한 사이가 되어 버린 미국 헌터들을 힐끔 바라보던 지은이 남운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빨리 균열을 봉인하고 나가죠.”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까?”
균열을 봉인하기 위해 필요한 자물쇠는 이미 사 온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명색이 균열을 봉인하는 자물쇠인데, 플라스틱 뒤집개는 좀 모양새가 살지 않는 것 같아 그냥 큼직한 자라목 자물쇠를 준비한 지은이었다.
지은이 멀티 파우치 안에 챙겼던 자물쇠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역할을 맡겨 주라는 듯 가만히 서 있는 남운을 바라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냥 시선만 조금 돌려 주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균열의 ‘진짜’ 문을 찾지 못했다는 문제는 지은에게 해당 사항이 없었다. 몬스터를 때려잡는 것은 벅차지만, 균열 안에서만큼은 지은은 사기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열려라 신비의 문!] 스킬로 숨겨져 있는 문으로 곧바로 이동한 다음, 균열을 봉인하고 빠르게 미국 땅을 뜬다!’가 지은이 세운 계획이었다.
지은이 균열을 어떻게 봉인하는지 확실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균열을 봉인하기 위해선 비밀번호를 설정한 자물쇠를 채워야 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좋을 것이 없었다.
‘비밀번호는 원래 본인만 알고 있어야지!’
개인 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첫걸음은 바로 보안 의식을 함양하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지은은 이번에야말로 다른 사람들에게 균열을 봉인하는 방법을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은에게 신호를 받은 남운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고민하는 듯 머리를 긁적이다가 텅 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시선을 돌릴 땐 역시 도발만 한 게 없죠.”
“네?”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남운이 허공에 손을 뻗었다.
“으아아아악!”
남운이 손을 뻗자마자 노아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휘리릭-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날아와 남운의 손에 안착한 것은 다름 아닌 노아의 손을 꿰뚫었던 사인검이었다.
붉은 피가 검신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에 지은이 눈을 질끈 감았다.
고통스러워하는 노아에게 회복 마법을 걸기 위해 다가갔던 펜타곤 길드의 힐러가 눈을 부릅뜨고 남운을 노려보았다.
갑자기 검을 회수해 버린 탓에 피가 솟구치는 손을 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노아의 비명이 균열 안에 울려 퍼졌다.
“이게 무슨 짓이야!”
로즈윈이 정말로 당황한 듯 남운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남운의 돌발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미국 헌터들뿐만 아니라 지은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움찔하는 미국 헌터들에게 남운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해 보니 도발은 그쪽이 먼저 했는데, 우리가 이대로 넘어가면 너무 손해인 것 같아서.”
행동은 많이 과격했을지라도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엄연히 청명 길드에 소속된 지은을 권능까지 사용하며 자신의 길드로 끌어들이려 했던 쪽은 노아였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랭커들과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던 노아의 말과 행동은 랭커 대 랭커의 문제만이 아닌 국가 간의 분쟁이 될 위험도 있었던 명백한 국제 규정 위반이었다.
“일단 치료부터 하시길.”
사태를 관망하던 주혁이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펜타곤 길드의 힐러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
마나 소울에 금제 마법을 걸었기에 노아는 일행들에게 손 하나 댈 수 없는 상태였다. 비단 이곳 균열 안에서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여기 있는 일행들이 먼저 노아의 목숨을 노린다고 해도 노아는 반항할 방법이 없었다.
자신들의 최고 전력이 한국의 랭커들에게 목숨을 저당 잡힌 지금, 펜타곤 길드원들은 이미 전의를 모두 상실한 상태였다.
괴로운 듯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신음하고 있는 노아에게 힐러가 회복 마법을 거는 것을 골치 아픈 표정으로 내려다보던 로즈윈이 말했다.
“그래서 뭘 원하는데?”
“펜타곤 길드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심적으로 많이 놀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정신적 피해 보상.”
“…….”
가장 애매한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남운의 말에 로즈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둘러서 말하긴 했지만, 대놓고 칼을 든 채 ‘돈 내놔.’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지 한숨을 내쉰 로즈윈이 말했다.
“얼마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네. 이번에 새로 재단을 하나 세웠거든, 우리가.”
“넌 또 뭐야?”
“나도 여기 있었던 일행 중 한 명이니 충분히 손해 배상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보는데?”
‘안 그래?’라며 끼어드는 이태서까지.
생각해 보니 여기엔 펜타곤 길드와 청명 길드만 엮여 있는 게 아니었다. 태백 길드의 부길드장인 이태서까지 협상 테이블에 난입하자, 회복 마법을 받고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노아가 거칠게 욕설을 내뱉고는 이어서 말했다.
“달라는 대로 다 줄 테니 협조해라.”
막대한 보상금 덕분에 길드의 재정 담당인 성진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필 모습을 생각하니, 유라의 얼굴에서도 슬슬 웃음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웃음기를 억누르며 유라가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작에 그렇게 나오셨어야지. 그러게 왜 도와주러 온 사람들을 협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