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4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47화(14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47화
결국 노아에게서 합당한 배상을 약속받은 일행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미국에서 뜻밖의 수확을 거둘 수 있었던 것에는 지은의 역할이 가장 컸다. 흑화 모드로 노아를 도발해 안전 영역 바깥으로 추방시켜 버린 지은의 활약이 없었다면 노아를 이렇게 쉽게 제압할 순 없었을 터였다.
“지은 씨?”
그런데 당연히 조리대에 있을 줄 알았던 지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해 푸드 트럭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지은의 이름을 부르던 주혁이 조리대 안쪽까지 들어왔지만,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설마.”
지은이 균열의 문으로 다가간 이후 사라졌던 것을 떠올린 주혁이 고개를 돌려 남운을 바라보았다. 이미 그녀가 사라질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검을 닦고 있던 남운과 시선이 마주친 주혁이 조리대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남운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온 주혁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 모습에도 남운은 차분히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남운…… 당신.”
“…….”
“지은 씨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습니까?”
“그건 저도 모릅니다.”
고개를 젓는 남운의 말에 주혁이 덥석 그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갑작스러운 주혁의 행동에 놀란 유라가 황급히 둘 사이를 갈라놓으며 소리쳤다.
“갑자기 둘은 또 왜 그래!”
“지난번에 짚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상위 균열에서 문으로 다가서려는 지은을 위험하다며 저지했던 주혁이었고, 그런 주혁을 막아섰던 것은 남운이었다. 그 이후 지은이 사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위 균열이 봉인되었다.
마치 지은이 균열을 봉인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행동했던 남운.
방금도 과하다 싶을 정도의 도발로 모두의 시선이 남운에게 쏠린 사이, 지은이 또다시 사라졌다.
“말 돌리지 말고 제대로 대답하시길. 남운 헌터, 당신. 지은 씨와 원래 알던 사이입니까?”
“아니요.”
“지은 씨의 권능을 원래부터 알고 있었습니까?”
“…….”
대답을 하지 못하는 남운을 보며 주혁이 뭐라 말을 덧붙이려던 순간이었다.
“아으윽…….”
갑작스럽게 뒤에서 선명하게 들려오는 신음 소리.
틀림없는 지은의 목소리였다. 고통에 찬 신음 소리에 주혁이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푸드 트럭 앞에 생성된 문.
천천히 열리는 문틈 사이, 지은이 옆구리를 감싼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주혁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떠졌다.
“지…… 지은아!”
털썩.
바닥에 쓰러진 지은은 미동조차 없었다.
비명을 지르며 뛰어가는 유라와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단숨에 마법을 써 날아온 이태서가 이빨로 엘릭서의 마개를 뽑아내는 장면 하나하나가 천천히 주혁의 눈에 들어왔다.
“지은 씨……?”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발을 힘겹게 떼어 지은에게 다가간 주혁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 흥건하게 배어 나오는 검붉은 피를 손으로 쓸어 낸 주혁이 차마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들어 쓰러진 지은을 바라보았다.
무언가에 옆구리를 관통당했는지 붉은 피가 끊임없이 그녀의 몸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이게…… 이게 무슨!”
다급하게 관통 부위에 엘릭서를 붓는 이태서, 눈물을 머금고 지은을 부르며 정신을 차리라고 소리치는 유라, 펜타곤 길드의 힐러를 데려와 회복 마법을 부탁하는 남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푸드 트럭 주위에서 주혁의 시선이 향한 곳은 천천히 닫히고 있는 문이었다.
퍼억!
주혁의 창이 천천히 닫히던 문틈에 날아가 바닥에 정확히 꽂혔다. 창이 반동에 부르르 몸을 떨며 완전히 닫히려던 문을 막아 주는 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주혁이 저벅저벅 문 앞으로 걸어가 섰다.
“……젠장.”
닫히지 않은 문 안쪽. 바닥에 길게 이어진 선명한 핏자국을 보며 주혁이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문손잡이에 묻어 있는 선명한 지은의 손자국을 쓸어내리던 주혁이 바닥에 꽂아 둔 창을 뽑아 들고는 문을 벌컥 열었다.
[시스템 알림 : 허가받지 않은 존재로 규정되어 문 안쪽으로 진입이 불가능합니다!]문이 완전히 닫히는 선을 기준으로 정확히 한 걸음을 떼려던 주혁의 몸이 보이지 않는 결계에 튕겨지듯 뒤로 쭈욱 밀려났다. 떠오르는 시스템창을 확인한 주혁이 다시 문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움직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시스템 알림 : 허가받지 않은 존재로 규정되어…….]* * *
“프라이팬도 챙겼고.”
인벤토리가 잠긴 지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전용 무기인 프라이팬까지 착실하게 허리춤에 매단 지은이 후! 하고 심호흡을 뱉었다.
이미 이 상위 균열 내부로 들어왔을 때부터 생각해 둔 균열의 봉인 방법이 따로 있었다.
사실 균열을 봉인하는 것은 지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지금처럼 균열의 문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지은에게는 던전 안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는 스킬인 [열려라 신비의 문!]이 있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스킬이었기에 문을 열 장소를 따로 물색할 필요도 없었다.
그럼에도 지은이 상위 균열 내부를 푸드 전차로 몰며 돌아다닌 이유는 딱 하나였다.
한 달 가까이 굶었을 미국 헌터들이 불쌍했다. 2급 균열의 보스 토벌전을 생각하고 들어왔을 미국 헌터들이 상위 균열에 갇혀 한 달 동안이나 버티고 있었을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실제로 포션이나 엘릭서 등으로 버티고 있던 미국 헌터들은 지은이 만들어 준 햄버거를 보고 모두 감동했다.
감자튀김도 없는 기본적인 햄버거와 콜라 세트를 무려 40달러에 팔았기에 양심에 조금 찔리긴 했지만, 그래도 원래 내수 시장을 보호하고 외수 시장에서 이익을 많이 봐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거기에 뜻하지 않게 맛본 경험치 3배 부스터를 통한 레벨 업은 신세계였다. 솔직히 지금 노아가 먼저 이상한 짓을 하지만 않았어도 남운에게 몬스터 사냥을 일임하고 자신은 여기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팔았을지도 몰랐다.
경험치 부스터의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기에 문득 ‘조금만 더 혜택을 누리다가 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지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기엔 상황이 너무나 애매했다. 한 번 충돌이 있었던 상황.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은은 빠르게 균열을 봉인하기로 결정했다.
남운이 행동을 개시한 것과 동시에 상위 균열을 봉인하려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공간으로 이동하기 위해 지은이 냉장고 문을 벌컥 열었다.
처음으로 상위 균열을 봉인했을 때, 문을 잡은 순간 자신이 다른 공간으로 분리되었던 것이 떠올랐다. 대리자의 권능이 균열을 봉인하는 것이라면, 그 권능이 발휘되는 장소에는 지은 본인만이 있을 수 있는 것 같았다.
‘분명 뭔가 있는데…….’
회귀자인 남운이 기억하는 시간대와 동일한 시간대에서 발생한 상위 균열의 유일한 생존자가 자신이었다. 그 이후로 균열이 봉인되었다고 했으니 분명 1회 차의 지은은 균열을 봉인하는 유일한 존재였을 터였다.
그러나 어째서 균열을 봉인했음에도 1회 차의 세상이 멸망했는지는 미지수였다.
냉장고의 문을 열자 지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공간이었다. 대리자의 권능을 발휘할 수 있는 혼자가 된 공간 속. 그 안으로 발을 디딘 지은이 눈앞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거대한 문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크네…….”
그 크기도, 높이도 지난번에 봤던 문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문이었다. 커질 대로 커진 이 문을 지금까지 찾지 못한 게 신기할 정도였다.
문 앞에 선 지은이 손을 뻗어 문손잡이를 힘차게 끌어당겼다.
[상위 균열을 봉인하시겠습니까? Y/N]이번에도 활짝 열려있던 문을 닫으니 균열을 봉인하겠냐는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인 지은이 파우치에서 자물쇠를 주섬주섬 꺼내는 순간이었다.
까아아앙!
단단한 물건이 부딪히는 소리가 혼자만의 공간 안에 울려 퍼졌다.
별안간 발밑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흠칫 놀란 지은이 앞으로 몸을 날리고는 허리춤에 매단 프라이팬을 바닥을 향해 힘껏 휘둘렀던 것이었다.
바닥에서 솟아난 것은 검은 가시였다. 방금 전까지 지은이 서 있던 자리에 불쑥 튀어나온 가시는 지은이 휘두른 프라이팬을 저 멀리 날려 버리고는 높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손을 통해 전해져 오는 강렬한 통증에 지은이 손을 부여잡고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들었다.
“와우! 막을 줄이야!”
검은 가시가 길고 큰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흠칫 놀란 지은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지은의 시선에 닿은 것은 그림자였다.
기다란 그림자의 형상이 흔들리더니 이내 그곳에서 목소리의 주인이 불쑥 솟아오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
“안녕?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야?”
자물쇠를 가리키며 여유롭게 웃어 보이는 남자는 키드였다.
붉은 눈을 번뜩이며 한 걸음씩 다가오는 키드에게서 거리를 벌리며 지은이 문 쪽으로 찰싹 달라붙었다.
“네가 열쇠 맞지?”
“열쇠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자신을 보며 열쇠라고 지칭하는 키드의 말에 지은이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균열을 봉인하는 대리자의 권능을 가리켜 열쇠라고 지칭하는 것 정도는 지금 상황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문제는 대리자의 권능을 사용하는 공간에 어떻게 키드가 들어왔는가, 였다.
지은이 상위 균열 내부로 들어오는 문을 열었을 때 지정한 사람은 한국에서 함께 온 일행들밖에 없었다. 자신의 스킬을 제외하고는 상위 균열 내부로 들어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해 보지 못했다.
게다가 어떻게 정확하게 균열의 문을 봉인하려는 절묘한 타이밍에 키드가 자신의 뒤에서 등장했을까.
“다 알고 있어. 너의 그 권능을 내 주인께서 가장 바라신다는 걸.”
“……당신, 정체가 뭐죠?”
“그런데 그 권능을 어떻게 빼앗아 바친다?”
지은의 말을 무시한 채 마치 사냥감을 앞에 놔둔 듯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갸웃하는 키드.
그런 키드의 시선을 받으며 손을 뒤로 숨긴 지은은 시스템창을 확인했다.
[균열을 봉인하기 위해선 자물쇠를 채워야 합니다.] [자물쇠로 사용할 아이템의 이름을 설정해 주십시오.] [자물쇠로 사용한 아이템의 이름을 입력하지 않으면 봉인은 절대 풀리지 않습니다…….]이번에도 직접 문을 닫는 것까지 완료했으니, 자물쇠를 통해 봉인을 완료하라는 시스템 알림이 떠올라 있었다.
키드가 이 장소에 들어왔다고 해서 대리자의 권능에 영향이 가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지은이 주먹에 쥔 자물쇠의 이름을 설정하려는 찰나였다.
“뒤에 뭘 숨기고 있어?”
“으윽!”
눈 깜짝할 사이에 지은의 등 뒤로 돌아간 키드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며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분명 방금까지 자신의 앞에 있었던 키드가 그림자를 통해 나타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이 손에 쥔 자물쇠를 꽈악 움켜쥐었다.
“그렇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걸 티를 내면 쓰나.”
“이거 놔!”
손목이 꽉 잡힌 채로 공중에 떠오른 지은이 발버둥을 쳤지만, 그런 발버둥조차 하찮다는 듯 바라보던 키드가 씨익 웃으며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버티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지은의 손에서 자물쇠가 바닥에 떨어진 순간이었다.
<그림자가 네놈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