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4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48화(14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48화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공중에 떠올랐던 지은이 바닥에 떨어졌다. 손목을 잡고 있던 힘이 사라진 것을 느낀 지은이 다급하게 바닥에 떨어진 자물쇠를 찾기 위해 주변을 살피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찾았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분명 까망이의 목소리였다.
유라의 혹독한 훈련 덕분인지 바닥에 구르면서도 낙법을 쳤던 지은이 몸을 재빨리 일으키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틀림없는 까망이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키드의 멱살을 잡은 존재는 그동안 알고 있던 까망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온몸이 황금빛으로 둘러진 존재.
불의 정령왕이던 이그니스와 같은 인간형의 모습으로 현신한 까망이의 모습에 지은이 눈을 크게 뜨고는 말했다.
“까망…… 민까망?”
<그래, 주인.>
“그…… 그렇게도 변할 수 있는 거였어?”
창조의 정령이라 했지만, 지금까지 봤던 다른 정령들과는 다르게 늘 고양이로 현신했던 까망이의 대변신이었다.
놀란 지은이 말을 더듬거리는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까망이가 키드의 목을 조르며 낮게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물러나라, 주인.>
그렇지 않아도 뒷걸음질 치면서 바닥에 떨어진 프라이팬을 찾고 있던 지은이 까망이의 말에 우뚝 멈춰 섰다.
“바람…….”
까망이의 몸에서 나오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기운의 영향인지 정적이던 공간에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 바람을 타고 얕게 휘날린 머리카락이 자신의 볼을 스치는 것을 느끼며 지은은 멍하니 까망이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처음 본 인간형으로 현신한 까망이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졌다.
<어서 봉인을!>
물러서다 말고 멈춰 선 지은을 향해 까망이가 소리친 순간이었다.
까망이에게 목이 졸려 제압되어 있던 키드가 별안간 씨익 웃음을 지어 보이며 손을 들어 올렸다.
“악!”
짧은 비명이 울려 퍼졌다. 대처가 늦었던 까망이가 키드를 집어던지고 다급하게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안 돼!>
그림자에서 불쑥 솟아오른 검은 손아귀가 지은의 발목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채 저항할 틈도 없이 짧은 비명만을 남기고 땅 밑으로 끌려가는 지은의 손을 간발의 차이로 놓친 까망이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큭큭큭…….”
기운을 개방한 까망이가 문에 강하게 집어 던졌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일어나 옷을 툭툭 털던 키드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지은을 집어삼킨 바닥에 검은 그림자가 기분 나쁘게 일렁이는 모습을 내려다보던 까망이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너…….>
“날 죽이게?”
살기 어린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까망이를 도발하려는 듯 키드가 바닥에 떨어진 지은의 프라이팬을 그림자를 사용해 끌어왔다. 키드가 이리저리 프라이팬을 살펴보며 말했다.
“그럼 이게 네 대리자의 유품이 될 거야.”
<…….>
키드의 말에 거침없이 기운을 개방하려던 까망이가 멈칫하며 기운을 갈무리했다. 지금은 눈앞의 키드를 아무리 씹어 먹고 싶다고 해도 빠르게 지은에게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차피 너는 나를 어쩌지 못해.>
창조의 정령인 자신을 고작 신의 그림자 따위가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격 존재. 키드 역시 그걸 잘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지은의 프라이팬을 살살 흔들며 까망이를 자극하려는 듯 말했다.
“나도 알아. 아는데, 적어도 너에게 뭔가를 요구할 순 있을 것 같은데. 어때?”
정령왕의 모습으로 현신한 까망이에게 키드는 손을 댈 수조차 없었고, 까망이는 손짓 한 번으로 키드의 목숨을 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이었던 신의 그림자를 마침내 찾아낸 지금, 까망이는 이빨을 까득 깨물었다.
‘<지체하지 말고 죽였어야 했나…….>’
물론 신의 그림자인 키드를 자신이 직접 죽인다면 중립을 유지할 의무가 있는 시스템이 곧바로 개입할 것은 분명했고, 어떤 페널티를 받게 될지는 몰랐다. 현재 인간계는 신과 정령들의 영역 싸움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시스템의 개입으로 신조차 인간들의 생사에 직접 관여할 수 없었기에 신은 던전과 균열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계를 흔들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대립은 자신들의 권능을 넘겨받은 대리자를 통해 신과 정령이 싸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도 먼저 영역 싸움을 걸어온 입장인 신과는 다르게 원래 인간계를 주관하던 정령들은 이 땅에 현신할 수 있었다.
신에게 반발한 정령왕들이 봉인된 지금. 이미 두 속성의 정령왕이 완전히 소멸했고, 지은을 통해 정화된 이그니스는 아직 현신을 위한 인간과의 계약을 맺지 못했다.
‘<아직 주인은 괜찮다.>’
지은이 죽는 순간 대리자의 권능은 사라진다. 현시점의 대리자가 죽는 순간 대리자의 지위는 다시 계승되어야 했고, 정령은 새로운 대리자를 찾기 전까지 다시 인간계에 개입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이 대리자 없이 인간계에 개입할 수 없다는 비밀이 알려진다면 가뜩이나 위험한 대리자의 목숨이 더욱 위험해진다.
대리자의 권능으로 들어온 이 공간이 유지되고 있으니 아직 지은이 죽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했다. 기운을 갈무리한 까망이가 키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확실한 건 내 주인을 죽이면 너도 죽어, 그림자.>
“흠…… 그건 그렇겠지? 내 목숨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해. 난 이 땅에 현신하실 그분의 가장 충실한 종이 되어야 하니까, 죽으면 곤란해. 정말이야. 죽으면 곤란하다고.”
자신의 목숨이 정말로 소중하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마치 항복하는 포로처럼 양팔을 들어 올린 키드에게 까망이가 말했다.
<주인을 어디로 보낸 거지?>
“흠…… 그건 곧 알게 될 거야.”
<허튼 수작 부리지마. 너를 죽이고 주인을 찾으면 돼.>
지금 상황에선 지은을 구출하는 게 우선이었다. 현신 좌표만 찾는다면 지은을 찾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현신 좌표 중 하나인 푸드 트럭은 금방 찾았지만, 두 번째 좌표인 파우치는 좀처럼 찾아지질 않았기에 일단은 키드와 대화를 하며 시간을 끌어야 했다.
“그러면 편한데 왜 창조의 정령께서 굳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실까?”
<…….>
“내 능력이 뭔지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며 키드가 우쭐거렸다. 처음 창조의 권능으로 만들어 낸 봉인의 공간에 나타난 키드를 곧바로 제압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또 다른 신의 계약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창조의 권능을 신에게 넘길까 고민하던 까망이가 신의 ‘재창조’ 계획을 알아채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난 후였다.
신에게 권능을 넘기려던 까망이가 인간들의 편으로 돌아서자 인간은 창조의 권능으로 무수한 권능을 만들어 내 본격적으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격렬한 인간들의 저항에 인간계는 물론이고 창조의 권능까지 삼키기 위해 신은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거슬리는 권능을 사용하는 인간들을 속이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향이었다.
던전은 신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오직 창조의 권능을 자신의 손에 쥐는 것만을 생각하고 만들어 낸 공간에서 신은 인간들에게 먹이를 던져 주었다.
균열을 만들어 내고, 균열을 간신히 봉인한 인간들이 던전을 개척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균열을 만들어 냈다.
최초 하나였던 던전에 층을 나누고 일정 범위 이상 인간이 던전을 개척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균열을 만들어 냈다. 마치 일정 범위의 던전을 정복하면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연막작전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1층에 봉인했던 대지의 정령왕을 그렇게 신은 직접 개입하지 않고 인간들의 손을 빌려 없앴고, 4층의 빛의 정령왕 역시 그렇게 사라졌다.
봉인된 정령왕들은 자신들이 신의 손이 아닌 인간들의 손에 의해 소멸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창조의 권능을 가장 이상적으로 사용할 그릇을 가진 대리자를 찾는 동안 신이 이뤄 낸 일이었다.
세 번째 정령왕인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까지 인간들의 손에 의해 소멸되었다면 창조의 권능이 반절이나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불완전한 상태라고 해도 창조의 권능이 신의 손에 들어간다면 인간계는 정말로 재창조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인간들의 편에 선 까망이에 의해 계획이 저지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신이 또 인간계에 다른 개입을 할 것이란 건 까망이는 알고 있었다.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가 가진 작은 창조의 권능조차 탐내던 신이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란 생각.
그 생각 끝에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한 신의 또 다른 계약자.
인간은 선한 존재인 동시에 악한 존재였다. 인간계를 주관하는 창조의 정령인 자신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신의 꾀임에 넘어간 다른 계약자의 존재는 당연했다. 비록 영역 전쟁이 되어 버린 이 지상에서 대리자만큼의 권능을 발휘하진 못하지만, 충분히 신의 의도대로 움직여 줄 인간들은 차고 넘쳤다.
그 존재중 하나가 분명한 키드가 감히 지은의 공간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키드를 바로 처리하지 못해 일을 키웠다는 사실과 함께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고민하던 까망이에게 키드가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너의 존재는 나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어디서 나온 거야?”
<뭐?>
“지난번에 봤을 땐 없었는데. 성가시게.”
혼자서 중얼거리는 키드의 말끝에 담긴 의미심장한 내용을 깨달은 까망이가 흠칫 몸을 굳혔다.
지난번에 봤을 땐 없었다니.
굳어 버린 까망이에게 키드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너, 지난번 봉인 때는 없었잖아?”
<지난번이라니.>
“창조의 대리자의 권능이 균열을 봉인하는 것일 줄이야. 기껏 열심히 만들었는데 그렇게 빨리 봉인해 버리면 아깝잖아.”
<만들었다니…… 너?>
키드를 바라본 까망이가 이를 악물었다.
균열을 만들었다는 키드의 말이 정말이라면, 그리고 만들어 낸 봉인의 안을 엿보는 것이 가능하다면 지금 이 장소 자체가 키드가 만든 하나의 커다란 덫이라는 소리였다.
“난 봉인을 열고, 네 대리자는 봉인을 닫고. 크하하하하하! 재밌군, 재밌어!”
<무엇을 원하지?>
“아, 원하는 게 있긴 했는데 필요 없어졌어.”
사라져 버린 지은의 행적을 쫓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까망이를 등지고 선 키드가 그렇게 말하며 지은이 닫았던 문에 손을 뻗었다.
굳게 닫혀 있던 커다란 문이 키드의 손에 의해 다시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손에 든 프라이팬을 흔들어 보인 키드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거 네 대리자 거잖아.”
<…….>
“창조의 기운이 조금은 담기지 않았겠어?”
<너, 뭘 하려고!>
“준비가 마침 다 된 것 같은데?”
자신의 그림자를 응시하던 키드가 그렇게 말하곤 열린 문 안으로 프라이팬을 던졌다.
문 안쪽으로 날아간 프라이팬에서 순간적으로 강한 빛이 번쩍하고 일어났다. 빛을 느낀 순간 전해져 오는 익숙한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굳힌 까망이가 황망하게 중얼거렸다.
<아실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