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4화(1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4화
제육볶음은 미리 완성해 놓을 순 없으니 일단 30인분 어치의 양념을 하기로 했다.
인벤토리에서 꺼낸 제육볶음용 앞다리살을 키친타월 위에 올려 핏물을 흡수시켜 주고 식칼을 이용해 먹기 좋은 크기로 숨덩 숨덩 썰었다.
그리고 양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청양고추를 물로 한 번 헹궈 낸 뒤 칼을 바꿔 쫑쫑 썰어 냈다.
“으, 눈 매워……!”
얼굴을 가까이하고 있던 지은은 순간 밀려오는 알싸한 냄새에 눈을 질끈 감고 뒤로 살짝 물러서고는 이내 얼굴을 찡그린 채 마저 고추를 썰어 냈다.
앞다리살 30인분이 두 개의 볼에 나뉘어져 담겼다.
담겨진 고기에 각각 썰어 낸 고추를 어느 정도 부어준 뒤 다진 마늘은 큼직큼직하게 숟가락으로 떠서 붓고 입자가 가는 고춧가루를 어림잡아 탈탈탈 부었다.
그리고 설탕을 고기 전체에 골고루 뿌려 준 뒤 진간장을 꺼내 거침없이 콸콸콸 부은 지은의 손길에 망설임은 없었다.
혼자서 해 먹기 간편한 제육볶음. 돼지 앞다리살이나 뒷다리살은 가격이 싼 편이라 어려서부터 자주 해 먹었던 탓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냉장고에서 집에서 직접 담가 놓았던 매실청을 꺼내자 달콤하면서도 시큼한 냄새가 훅 조리대 안에 피어올랐다.
매실청을 살짝 떠서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서 맛본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담근 지 얼마 되진 않아서 당도가 많이 올라왔을지 걱정했지만 이 정도 당도면 프리 패스다.
설탕과는 다른 단맛을 내면서 감칠맛을 더해 주는 매실청을 볼 안에 기울여 붓고 이어서 맛술까지 조금 첨가했다.
마지막으로 시판용이랑 같은 고추장 뚜껑을 열어 숟가락으로 가득 퍼낸 지은이 비닐장갑을 착용했다.
양념이 고루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주물러 주며 양념과 고기를 섞는 지은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얼마나 손으로 열심히 버무렸는지 지은은 살짝 땀이 나는 것을 느끼고는 중간에 고개를 들어 땀을 닦아 내었다.
“후…… 덥다.”
미역국을 끓이느라 육수도 끓이고, 계속 불 앞에서 있었다 보니 조리대 안이 열기로 후끈후끈했다.
그래도 지은은 주방에서 열심히 요리를 할 때 꺼지지 않는 가스 불의 열기가 주는 분위기를 꽤 좋아했다.
땀을 뻘뻘 흘릴 때면 뭔가 제대로 요리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아 상쾌한 느낌까지 들기도 했다.
스테인리스 볼 두 개 안에 가득 담긴 고기가 완전히 버무려졌다.
지은이 랩을 씌워 양념된 고기를 냉장고에 넣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숙성시키면 양념이 고기에 스며들어 감칠맛이 날 것이다.
제육볶음에서 가장 중요한 고기는 준비가 완료되었으니, 이제 다음은 곁들일 채소를 다듬는 일이 남았다.
양파 10개와 대파 20개를 꺼낸 지은이 칼을 씻어 헹구고는 도마를 한 번 무적 수건으로 싸악 닦아 내었다.
이어서 도마 위로 먼저 올라온 것은 양파였다.
윗부분과 밑부분의 둥그런 곳을 자르고 평평하게 만들어 그 상태에서 반절로 썬 양파를 빠르게 썰었다.
한식에 양파와 마늘, 대파가 들어가지 않는 요리가 없다고 할 정도로 무슨 요리를 하든 손질하게 되는 양파와 대파를 써는 건 이제 눈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웠다.
대파와 양파만으로 가득 담긴 급식용 스테인리스 반찬통 뚜껑을 닫고 쇼케이스에 넣어 둔 지은이 한숨을 돌렸다.
이제 손님을 만나서 주문을 받고 고기와 채소를 볶아 주기만 하면 바로 제윢볶음이 완성될 터였다.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깨까지 꺼내 놓은 지은이 기지개를 쭉 피고는 계산대 앞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메뉴 준비는 이제 끝인 거냥?>
“밥만 완성되면 메인 메뉴는 끝이야.”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은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취사가 완료되었다는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밥까지 완성되었다.
앉아서 잠깐 쉬려고 했던 지은이 그 소리를 듣고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밥솥 뚜껑을 열고 숟가락으로 밥을 살짝 떠서 살펴보았다.
너무 질지도, 되지도 않은 적당한 찰기를 유지하며 알알이 살아있는 완벽한 흰 쌀밥은 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에 안정을 준다.
“역시 탄수화물이 최고야. 그중에서도 갓 지은 밥은 더 최고야.”
그렇게 중얼거린 지은이 아 안 되는데, 하면서도 홀린 듯 냉장고를 열어 반찬통을 꺼냈다.
영광스러운 흰 쌀밥의 첫 숟가락을 함께할 반찬은 잘 익힌 파김치였다.
조금만 푼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한 숟가락이 꽤 많다. 그래도 덕분에 커다란 파김치를 하나 오롯이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한 숟가락이 되었다.
파김치를 숟가락 위에 돌려가며 잘 말은 지은이 숟가락을 고쳐 잡고 그대로 입을 벌렸다.
입에 비해 조금 양이 컸지만 어느 예능 프로그램의 클립을 따라하듯 입 안에 주차 공간을 가늠해 본 지은이 그대로 숟가락을 쑥 밀어 넣었다.
입 안 가득히 풍기는 갓 지은 쌀밥의 따뜻한 풍미가 아삭아삭 잘 익은 파김치와 만나 환상적으로 어우러진다.
양 볼이 크게 부풀어 올라 마치 욕심 많은 다람쥐처럼 되어 버린 지은이 입을 가리고는 천천히 파김치와 밥을 씹기 시작했다.
<맛있냥?>
대답은 차마 하지 못하고 고개를 열정적으로 끄덕인 지은이 밥솥 뚜껑을 닫았다.
밥은 이 정도면 매우 잘된 거 같고 이제 남은 건 소고기 미역국, 제육볶음 정식에 함께 곁들일 반찬 정도였다.
그래도 지금은 일단 입 안에 아직 남아 있는 맛을 느끼고 싶어 일단 지은은 열심히 먹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신 지은은 영업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의자에 앉아 쉬기로 했다.
어차피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지금 던전 안에서 손님을 만나더라도 안타까워하며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남은 시간이다.
그렇게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던 지은이 뭔가 싸한 기분에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지은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황망하게 바라보았다. 손님 하나 없는 10개의 테이블과 40개의 의자가 세팅된 야외 매장.
“아아악!! 테이블 접어야 해!”
안전 영역에 미리 설치해 둔 테이블과 의자가 눈앞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왜 저걸 접어야 한다는 생각을 진작에 못 했을까!
야외 테이블을 운영하려는 자신의 야심 찬 계획에 따라 설치해 뒀던 가구들이 그대로 버려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것도 첫 창업 후의 시행착오다냥.>
“왜 안 말해 줬어!! 그리고 말은 똑바로 해야지! 어떤 가게가 테이블 설치한 지 두 시간 만에 장사를 접는데!”
<영업시간을 설정한 건 주인인데 왜 그러냥?>
“아까 말렸어야지! 10개나 설치하지 말고 두세 개만 설치하라고 말렸어야지!”
<하하. 주인 잘못이다옹.>
바쁘게 뛰어다니며 의자를 차곡차곡 쌓는 지은을 엎드린 채 바라보며 까망이가 깔깔 웃기 시작했다.
<힘내라 주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냥!>
“저거 저거, 도와주지는 않을망정!”
얄밉게 응원하는 까망이의 모습을 보며 소리치면서도 지은은 바쁘게 트럭 짐칸에 의자와 테이블을 하나씩 접어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게 분주하게 움직였음에도 야심차게 샀던 테이블 두 개와 의자 10개는 폐점 시간과 함께 3층 미개척 지역 [만독의 늪지대]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번쩍하는 빛과 함께 트럭이 이동하는 그 잠깐의 사이. 지은의 허망한 외침만이 그렇게 남은 테이블과 의자를 배웅했다.
“안 돼!!”
다시 번쩍하고 빛이 사라졌다.
구매한 지 두 시간여 만에 테이블 두 개와 의자 10개를 던전에 놓고 오게 된 지은이 하늘을 바라보고는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아…… 아르바이트생 한 명만 있었어도…….”
뼈저린 시행착오를 겪었다. 앞으로 3층 이상으로 소환되면 야외 테이블은 절대 펴지 않으리라.
순식간에 지은의 마음속에서 짜게 식어 버린 야외 매장에 대한 감성과 로망.
테이블 은근 비쌌는데, 의자도 다 하나하나 앉아 보면서 색깔도 맞춘 건데…….
가장 화가 나는 건 테이블 두 개는 그렇다 치고 놓고 온 의자가 10개나 된다는 점이었다.
테이블당 의자 4개로 세트를 맞춰서 산 건데, 결국 의자 두 개를 더 사야 했다. 게다가 딱히 장소가 마땅치 않아 랜덤으로 복귀한 지금, 테이블과 의자를 샀던 매장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나중에 사야지…… 아니, 그냥 두 명은 서서 먹으라고 해?”
<차라리 전부 서서 먹으라고 해라냥.>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봐.”
영업시간이 아닌 영업 준비 시간을 생각하는 것을 깜빡한 첫 번째 실수에 이은 두 번째 실수.
폐점 시간이 되면 곧바로 던전 밖으로 이동해 버리니, 앞으로 손님을 받게 된다면 반드시 지정된 폐점 시간이 되기 전까지 주문을 마무리 하고, 계산도 철저하게 받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렇게 어이없게 각성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의 첫 영업은 손님도 없이 매출이 오히려 줄어든 기적을 낳았다.
상실감도 잠시, 그래도 지은은 애써 놓고 온 테이블과 의자에 대한 생각을 잊으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시간을 확인했다.
1분 뒤면 또 바로 세 번째 영업을 하러 갈 시간이었다. 최대한 많은 던전을 계속해서 돌아볼 예정이라, 자정까지 시간을 최대한 쪼개서 미리 개점 시간과 폐점 시간을 설정해 둔 탓이었다.
‘이번에는 제발, 사람이 있는 1층이나 2층으로! 아님 3층 초입까지만이라도!’
마음속으로 간절히 빈 지은이 다시 한번 던전 안으로 이동하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 * *
“으, 눈부셔……!”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전과는 다르게 던전 안이 밝다는 것을 느끼고는 지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렇게 주변이 밝은 필드라면 분명히 1층이나 2층의 개척 던전이 분명했다.
드디어 손님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스템창을 켜는 지은의 손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이런 씨……!”
그리고 시스템창을 확인해 현재 자신이 이동한 던전의 이름을 확인한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조그맣게 짜증을 내뱉었다. 어쩐지 던전 안이 밝아도 너무 밝다 했다.
[고대 설인의 얼음산]고대 설인의 얼음산이라는 던전 이름답게 주위는 온통 새하얀 눈밭이었다.
개척된 던전이긴 하지만, 무려 4층의 ‘아리아드네의 천칭’ 바로 옆에 있는 4층의 심층부였다.
3번을 이동했는데 한번은 4층, 한 번은 3층. 또 한 번은 4층이라니.
던전이 마치 자신을 놀리는 것처럼 느껴져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가 한숨이 곧바로 입김이 되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넋이 나간 채로 중얼거렸다.
“한숨을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좋네…….”
그리고 한 가지 더 절망적인 것은, 주변이 온통 눈으로 덮여있는 던전답게 ‘바퀴가 가는 대로’ 스킬의 효과인 환한 빛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추위가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 긴팔이지만 얇은 검은색 맨투맨만 입고 있었던 지은은 순식간에 닥친 추위에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야 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동하는 던전의 필드가 어떤 속성일지 모르니 그에 맞는 대비를 충분히 해야 한다는 교훈이 추가되었다.
운이 없는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가만히 있다가는 얼어 죽게 생겼다.
다른 겉옷이라곤 아무것도 챙겨 오지 않았기에 지은은 덜덜덜 떨리는 몸을 최대한 웅크린 채 가스레인지의 불을 모두 켰다.
차갑다 못해 시린 던전의 공기에 금세 조리대 안에 얼음이 맺히기 시작했다.
수도관이 얼면 안 됐기에 물이 나오는 곳은 다 물을 조금씩 틀어 두고 가스레인지는 물론 철판까지 모두 가동시키다가 화가 난 지은이 크게 소리쳤다.
“야이씨……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아아아아아!!”
지은의 설움을 담은 커다란 목소리가 얼음산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