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5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50화(15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50화
떠오른 시스템 알림을 보며 지은은 희미해져 가는 의식이 순간적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잠들어 있던 빛의 정령왕 아실리아가 또다시 타락에 빠졌다는 시스템 알림.
이미 토벌당했다고 알고 있었던 빛의 정령왕이 사실은 소멸되지 않았고 잠들어 있었을 뿐이라면, 그동안 정령계를 복구하기 위해 새로운 정령왕을 찾으려던 까망이는 아직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까망이에게 이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해.’
칼에 베인 고통조차 잊을 정도로 충격적인 알림에 지은은 필사적으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 분명했다.
‘내 피를 묻힌 칼로 빛의 정령왕의 봉인을 깼어. 하지만…… 어떻게?’
자신의 피가 필요하다며 아티팩트에 피를 옮겨 담았던 최성찬의 기이한 행동. 마치 지금과 똑같은 일을 또 벌이기 위해 재료를 모은 느낌이었다.
잠들어 있었던 빛의 정령왕을 타락시키는데 자신의 피가 어떤 역할을 한 것일까. 눈앞에 일어난 사실을 가지고 일단 생각해야 했다.
틀림없이 빛의 정령왕은 토벌당했지만 소멸되진 않은 상태였다. 검은 사슬로 인해 온몸이 결박당해 강제 봉인된 것과 다름없는 상태로 잠들어 있었다.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를 제외하고도 신과 모종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금 밝혀진 것만으로도 최소 두 명. 키드와 최성찬을 제외하고도 더 있을지도 몰랐다.
추측일 뿐이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는 틀림없이 대리자를 제외하고도 다른 개념의 신의 계약자가 있다.
키드를 가리켜 신의 그림자라고 지칭했던 까망이의 말을 떠올려 보면, 까망이는 신과 계약을 맺은 존재가 대리자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이미 그 사실을 까망이가 알고 있는 게 맞다면, 정말로 맞다면.
‘까망이에게도 다른 계약자가 있는 건가…….’
대리자의 직위는 단 한 번도 계승되지 않았다. 회귀를 하기 전에도, 회귀를 하고 난 지금까지도 지은이 유일한 대리자라는 것은 까망이가 인정한 바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던 지은은 아실리아의 온몸을 결박하고 있던 검은 사슬이 사라지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잠들어 있던 빛의 정령왕이 다시 한번 깨어나 또다시 타락한 절망적인 모습이었다.
[각성자에게 걸린 중독 상태 이상이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중독 상태가 되어 기력 회복력이 추가로 줄어듭니다.]거기에 암살자 클래스인 최성찬의 공격에는 기본적인 옵션으로 중독이 걸려 있었다. 스킬을 사용하는 대신 일반 공격을 했다는 사실은 지은을 이 자리에서 곧바로 죽일 생각이 없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각성자의 기력이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최소량보다 적은 상태입니다!] [스킬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중독의 영향으로 자동 기력 회복량이 줄어들어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온 상태가 되자 지은이 눈을 질끈 감았다.
즉사 수준의 대미지를 받지 않은 지금. 전용 장비인 파우치의 효과인 모든 기력 회복량 100퍼센트 증가를 기대했지만, 최성찬의 패시브나 다름없는 상태 이상 중독에 걸린 탓에 기력 회복량 증가는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벗어날 방법도 없고, 그렇다고 곧바로 죽이지는 않은 상태까지 자신을 만들어 놓은 최성찬의 의도가 무엇일까. 암울한 상황에서 지은이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주먹을 쥐었다.
“정말로 빛의 정령왕을 다시 불러낼 수 있을 줄이야!”
‘포션을…….’
아실리아가 완전히 깨어나자 최성찬의 감격에 찬 목소리가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
최성찬이 아실리아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지금이 기회였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손을 뻗어 파우치의 스냅 단추를 하나 간신히 뜯어낸 지은이 손에 잡히는 물건을 파우치 밖으로 꺼냈다.
[독맞이 꽃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상태 이상 : 중독 효과를 치유합니다.]‘어?’
지은의 손에 잡혀 간신히 딸려 온 것은 포션이 아닌 꽃갈피였다. 주혁이 선물했던 루체 꽃이 시드는 게 아쉬워 코팅해 놓았던 그 꽃갈피.
분명 대리자의 공간으로 이동하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넣어 뒀던 꽃갈피가 은은하게 빛나더니 검은 기운을 흡수하는 모습에 지은의 눈이 크게 떠졌다.
‘독맞이 꽃…….’
루체라는 이름의 꽃인 줄 알았던 것이 사실은 독맞이 꽃이였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독을 흡수하는 독맞이 꽃갈피를 보며 중독에 걸렸던 몸 상태가 회복되는 것을 느낀 지은이 시선을 돌려 최성찬을 바라보았다.
아실리아의 고고한 자태에 정신이 팔려 있는 듯 아직 자신이 중독 상태 이상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최성찬은 눈치채지 못했다. 지은이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꽃갈피를 든 손을 주먹을 쥐어 숨겼다.
‘조금만 더…….’
중독 상태 이상이 회복되자마자 파우치의 기력 회복량 100퍼센트 증가 옵션이 제대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빠르게 기력이 회복되고 있긴 했지만 고통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칼에 처음으로 찔린 고통. 거기에 지혈하지 못한 상처 부위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은은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내가 도와줄게.>’
이미 타락했다는 시스템 알림창이 떴음에도 명확한 자아를 담은 아실리아의 목소리가 지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빛의 정령왕 아실리아의 권능이 발휘되었습니다.] [모든 시간이 잠시 멈춥니다.] [기력 회복량이 증가합니다!]‘직접 교감?’
아실리아의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시스템 알림과 함께 지은은 바닥을 보이던 자신의 기력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아실리아가 회복 스킬을 사용한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까망이와 사용하던 직접 교감으로 아실리아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이었다.
‘<어서 벗어나렴. 나는 어쩔 수 없지만, 드루이얼을 부탁해. 어서 이 자리에서 도망…….>’
[아실리아의 타락 수치가 일정 범위를 넘어섭니다! 권능 사용에 제한이 걸립니다.] [아실리아가 멈춘 시간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드루이얼이라면 틀림없이 1층에서 소멸되었던 대지의 정령왕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안타까운 목소리로 드루이얼을 부탁한다며 이 자리에서 도망칠 것을 당부하는 아실리아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른다는 시스템 알림에 곧바로 지은이 스킬을 사용했다.
“어딜!”
지은이 스킬을 사용하려는 찰나, 권능에 의해 시간이 멈춰있던 최성찬이 고개를 돌렸다.
아실리아가 시간을 잠시 멈춰 준 덕분에 기력을 최소치까지 회복한 지은이 스킬을 사용할 기회가 생겼다. 기척을 읽은 최성찬이 다급하게 지은에게 달려들던 순간이었다.
“이게 무슨!”
암살자인 최성찬의 전용 스킬인 [뒤 잡기] 스킬을 막아선 것은 아실리아였다. 쓰러진 지은의 뒤로 이동한 최성찬과, 그 틈 사이 나타난 아실리아의 손아귀에 꽉 잡힌 단검.
자신의 공격을 아실리아가 막았다는 상황에 놀란 최성찬이 눈을 부릅떴다.
아실리아가 최성찬의 공격을 막아 준 찰나의 순간 덕분에, 지은은 [방문 판매] 스킬이 발동되는 것을 느끼며 그 장면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스킬이 발동된다는 알림과 함께 아실리아의 따스한 목소리가 지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잘 가렴, 창조의 아이야.>’
* * *
“아으윽…….”
자신의 상처 부위에 뭔가가 부어지는 것을 느끼며 지은이 고통에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귓가를 웅웅 울리는 다급한 목소리와 부산스러운 움직임들이 모두 느껴졌음에도 온몸을 꼼짝할 수 없었다. 상처 부위에 부어진 것이 엘릭서였는지 기력이 빠르게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제야 자신이 제대로 스킬을 사용해 최성찬에게서 도망쳐 나왔다는 것을 깨달은 지은이 눈을 힘겹게 떴다.
“오…… 세상에, 감사합니다! 지은아!”
지은이 눈을 뜨자마자 눈물을 흘리고 있던 유라가 와락 지은을 끌어안았다. 등을 토닥이는 따뜻한 손길을 느끼며 지은이 팔을 움직여 유라를 마주 안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혼자 뭘 할 거면 이렇게 다쳐서 오지를 말든가! 언니가 얼마나……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와락 자신을 품에 안는 유라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지은은 그제야 자신이 키드의 함정에서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지은의 상처 부위에 엘릭서를 부어 주던 남운이 아물어 가는 상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상처가 깊어서 위험할 뻔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지은 씨.”
상처는 모두 치유가 됐지만, 고통까지 모두 나았던 것은 아니었기에 지은이 힘겹게 말을 꺼냈다.
“큰일 났어요.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해요…….”
“한국으로요?”
“던전 4층에 최성찬이…….”
전문 힐러가 아니지만 압도적인 마나량으로 기초 회복 마법을 사용하고 있던 이태서가 지은의 입에서 나온 최성찬의 이름에 즉각 반응했다.
“최성찬? 지은 씨, 지금 최성찬이라고 했습니까?”
“네…… 던전 4층에 최성찬이 나타났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던전 4층이라니! 여긴 미국인데!”
“태양의 비석…… 빛의 정령왕…… 아실리아가…….”
엘릭서와 회복 마법의 효과가 온몸에 번져 가면서 지은의 의식이 몽롱해졌다.
빈사 상태까지 치달았던 기력이 회복되기 시작함에 따라 찾아오는 탈력감. 처음으로 겪어 보는 증상에 지은이 힘겹게 말을 이었지만, 단편적으로 끊어지는 문장에서 뭔가를 유추하기가 어려웠던 일행들이 지은을 향해 더욱 귀를 기울이던 순간이었다.
[보스 몬스터 타락한 빛의 정령왕 아실리아가 등장했습니다!]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기 전까지 해당 균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지은이 말했던 빛의 정령왕 아실리아가 보스 몬스터로 등장했다는 시스템 알림이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어둡던 균열 속 하늘에 강렬한 빛이 번쩍이며 필드 전체에 내리쬐기 시작했다.
완전히 토벌된 줄 알았던 4층의 보스, 아실리아의 재등장.
이그니스를 정화한 이후 정령왕들을 토벌한 것이 엄청난 실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청명 길드원들이었다. 던전에 봉인된 정령왕들을 토벌하는 것이 아닌 지은의 권능으로 정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늦었던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토벌당했던 아실리아가 다시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유라가 울려 퍼지는 시스템 알림에 당황하며 말했다.
“어떻게? 아실리아는 이미 우리가 토벌했는데…….”
토벌대의 핵심 전력이였던 유라, 그리고 이 자리에는 그 당시 아실리아를 토벌했던 또 한 명의 핵심 전력인 주혁이 있었다.
놀란 유라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쫓은 곳에는 환한 빛이 쏟아지기 시작한 문으로 들어가고 있는 주혁의 모습이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송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