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5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51화(15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51화
[시스템 알림 : 허가 되지 않은 존재로 규정되어 문 안쪽으로 진입이 불가능합니다!]지은이 치료받는 모습을 한참이나 멍하니 서서 바라보던 주혁은 그녀의 피가 멎고 상처가 회복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온 몸의 피가 마치 차갑게 식는 기분을 느꼈다.
이 문 안쪽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다행히도 회복이 되어 가는 중인 지은이 단편적으로 내뱉은 말을 머릿속에서 종합하려던 주혁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허가되지 않은 존재라며 자신을 가로막는 시스템 알림이 너무나 거슬렸다. 당연히 히든 클래스인 지은의 스킬에 개입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주혁은 지금 이 상황이 무척이나 아니꼽게 느껴졌다.
한국에서의 최초 상위 균열에서 지은이 사라지고 난 뒤, 균열이 봉인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주혁은 각성한 이래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권능에 대해 본질적인 경외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마냥 지켜 줘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지은이 유일하게 자신들을 구원할 수 있는 존재가 되리란 생각.
아니, 다시 생각해 보면 균열을 봉인했을 때부터가 아니었다.
그 누구도 쉽게 들어올 수 없는 4층의 중심부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고 있는 기적을 봤을 때? 반드시 자신을 찾아올 수밖에 없도록 개인이 처리하기 곤란한 게이트석을 떠넘기고 마침내 그것을 들고 자신을 직접 찾아왔을 때?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를 무적 수건으로 닦아서 정화했을 때?
그런 것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느꼈던 감정이 휘몰아쳤다.
분명히 주혁은 지은을 알지 못했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강한 끌림을 느꼈다.
‘너 지은이 좋아하는 거 아니야?’
유라가 언젠가 했었던 질문.
토벌전이 끝나고 가진 술자리에서 답지 않게 계속해서 술을 권유하던 유라의 성화에 못 이겨 알딸딸해졌을 때 받았던 질문이었다. 그런 유라의 질문에 대한 주혁의 대답.
‘아니.’
이성적인 끌림은 절대 아니었다. 그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은에게 느껴지던 감정은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존재’였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서라도 지은의 곁에 서겠다는 마음을 자신도 뭐라고 정의할 순 없었기에, 주혁은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지은이 하는 일이라면 모든 것을 제쳐 두고 나섰다.
지은이 사라진 사이 남운에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 이유도 지은이 관련된 일을 자신은 모르고, 남운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지은의 권능이 뭔지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을 막아섰을 때부터 조금씩 스며들던 감정.
지은이 각성한 이후 처음으로 만난 손님이 자신이기 때문이라고 애써 부정해 봤지만, 지은이 이렇게 자신이 관여할 수 없는 사이에 부상을 당하고 온 지금.
지은의 권능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처럼 막아서는 시스템 알림을 보고서야 주혁은 자신이 지은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자각했다.
지은에게 언제나 1순위가 되길 바랐던 것이었다.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주혁 자신이기를.
마침내 자각한 바람은 강한 의지가 되었다. 주혁이 닫히던 문을 가로막은 자신의 창을 쥐어 들었다. 아직도 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시스템 알림을 무시한 채 바닥에 꽂았던 창을 뽑아 들고 중얼거렸다.
“개소리하지 마.”
허가되지 않은 존재라니, 누가 마음대로 그런 걸 정했나.
자신이 생각한 대로 행여 각성자가 존재하며, 지은이 던전과 균열이 존재하는 이 미쳐 버린 세상을 구원할 유일한 존재라면. 그 곁에서 가장 첫 번째로 서는 것은 반드시 자신이어야 했다.
갑자기 나타난 던전의 끝을 반드시 보겠다는 그의 다짐은 첫 각성 이후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오직 던전의 끝만을 생각하고 움직였던 주혁이었다. 행여 자신이 쓰러지더라도 그의 뜻을 계승해 줄 인재를 모으기 위해 레벨을 올리고 길드를 만들었다.
지은이 만들어 준 3층과 4층의 완성된 지도. 아직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개척 구역까지 완벽하게 표시된 그 지도를 받은 순간, 주혁은 던전의 끝을 보겠다는 불가능할 것 같던 소망이 한 걸음 더 다가온 기분을 느꼈다.
4층의 보스인 아실리아를 토벌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계층 보스로 명시되었던 아실리아를 토벌했음에도 좀처럼 5층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했을 때, 주혁은 처음으로 자신의 기량을 의심해야 했다.
‘나의 역할은 고작 여기까지인 것은 아닐까?’
던전 보스이자 계층 보스였던 빛의 정령왕 아실리아는 명확한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자아를 가진 몬스터의 등장.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힘을 완벽히 드러내지 않고 순순히 자신의 창에 꿰뚫렸던 아실리아.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려 주길.]’
아실리아를 창으로 꿰뚫었을 때 들려왔던 목소리를 주혁은 잊을 수 없었다.
그 누구도 듣지 못했던 목소리.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리길 바란다는 아실리아의 목소리였지만, 주혁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겹쳐 들었던 것 같았다.
마치 기억 속을 헤집는 듯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목소리.
‘소…… 손님이신가요?’
그리고 주혁은 토벌대가 실패하고 돌아왔던 4층 던전을 방황하다가 지은을 만났다. 손님이냐고 물어 오는 지은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을 흠칫 굳혔다.
너무나 똑같아서.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려 주길 바란다는 그 간절한 목소리와 던전 안에서 푸드 트럭을 소환해 장사를 하고 있는 여자의 목소리와 분위기가 너무나 똑같았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처음 지은의 목소리가 줬던 충격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 그냥 분위기가 닮았을 뿐,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듯한 지은의 모습을 보며 주혁은 대화를 나누다 속는 셈치고 샌드위치를 하나 구매했다.
그리고 미련 없이 떠날 생각이었다. 계층 보스였던 아실리아가 남겼던 말 때문인지 주혁은 이 던전 어딘가에 5층으로 가는 길이 있을 거란 생각을 좀처럼 포기하지 못했다. 숨어 버린 네임드 몬스터조차 찾지 못했으니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다음 토벌부터는 4층의 다른 던전을 공략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주혁은 샌드위치의 포장을 벗겨 아무 생각 없이 한 입 베어 물고는 놀라야 했다.
환각 마법이나 아이템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주장했던 지은의 말대로, 정말로 아무런 이상이 없는 샌드위치였다.
거기에 지금껏 먹었던 그 어떤 것보다 신선하고 맛있는 샌드위치였다. 샌드위치를 한 입, 두 입 베어 물며 주혁은 자신이 어느새 같은 자리에 서서 샌드위치 하나를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 치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고, 지은의 퀘스트를 도와주고, 그녀가 반드시 자신을 먼저 찾아와 주길 기도하며 게이트석을 넘겼다. 지은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다면 자신이 먼저 찾으면 될 일이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지은이 자신을 찾아오게끔 하고 싶었다.
지은에게서 서비스까지 넉넉하게 받고 난 뒤 주혁은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통로 수색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맛있는 샌드위치를 던전 안에서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 마치 자신에게 행운이 미소를 지어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샌드위치로 시작된 그 행운은 꼭꼭 숨어 있던 네임드 몬스터를 찾아내게 해 주었다. 몇 번이고 수색했던 장소에 발을 디디자마자 튀어나오는 네임드 몬스터를 손쉽게 처리한 주혁은, 어쩌면 정말로 지은이 자신의 행운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바람대로 길드로 직접 찾아온 지은의 입에서 5층의 실마리를 들었을 때, 주혁은 자신의 소명이 아직 다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함께 던전의 끝을 보고 싶다.
당신이 이 미쳐 버린 세상에서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었으니, 나는 당신과 함께 이 던전의 끝을 보고 싶다.
금방이라도 꺾일 듯 위태롭던 자신의 유일한 소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듯 꽁꽁 감춰져 있던 5층의 통로를 찾았을 때의 기분을 반드시 지은에게 제대로 설명해 주고 싶었다.
아직 지은과 이야기를 나눠야 할 일이 많았다. 또 지은이 어떤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줄지 궁금했다. 그렇기에 주혁은 지은이 가는 길이 어디라도 자신이 함께하길 소망했다.
너무나 벅찬 세상의 기대를 안고 살아가던 그에게, 자신의 꿈이 허황되지 않았다고 알려 주는 지은과 함께 꿈을 향한 모험을 계속 함께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방해하지 마.”
창을 뽑아 든 주혁이 이내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문을 강하게 열어젖혔다.
벌컥!
큰 소리와 함께 정말로 문이 열리며 주혁의 말에 순응하듯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구도자의 1차 각성이 이뤄졌습니다!] [깨달음을 구하는 자, 깨달음을 얻고자 그 마음을 일으킨 자.] [얻고자 하는 그 깨달음의 끝에 구원이 있기를.]활짝 열린 문 너머에서 시스템 알림에 응답하듯 환하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 빛을 보며 주혁은 자신이 저곳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한 지은의 권능 앞에서도 주혁은 마치 그렇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문 너머로 한 걸음 발을 내디뎠다.
그런 주혁을 막아서는 시스템 알림은 울리지 않았다.
‘저 문을 넘어서면, 난 무엇과 싸워야 할까.’
고개를 돌려 지은의 상태를 힐긋 확인한 주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떨어져 있어도 지은의 숨소리와 기척이 생생히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착각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게 느껴지는 지은의 상태.
‘구도자로의 1차 각성의 영향인가?’
깨달음을 구하고, 깨달음을 얻고자 그 마음을 일으킨 자라고 했던가. 그 깨달음의 끝에 구원이 있다면 그 구원으로 향하는 길을 제시해 주는 건 틀림없이 지은일 터였다.
자신이 꿈꾸던 던전의 끝이, 이 미쳐 버린 세상의 구원이 정말로 맞기를.
그리고 저 문 너머에 지은을 저렇게 만든 놈이 있기를. 새롭게 생겨난 자신의 꿈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뻔한 빌어먹을 놈이 저 안에 그대로 있기를.
창을 쥔 주혁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주인의 심리를 읽은 듯 주혁의 창이 웅웅대며 울리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송주혁!!”
유라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주혁은 이제 보지 않고도 지은의 몸 상태가 확연히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문 너머로 걸음을 옮겼다.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려 주길 바란다며 사라졌던 아실리아가 다시 등장했다는 시스템 알림이 울려 퍼진 지금.
어쩌면 이 상황조차 지은이 자신에게 주는 하나의 행운일지도 몰랐다. 반드시 정화해야 하는 존재인 정령왕을 토벌해 버린 자신에게 지은이 새롭게 선사해 주는 또 하나의 길.
그 길엔 반드시 정답이 함께하기를 간절히 빌며 주혁은 문 너머로 들어갔다. 이윽고 그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검은 기운이 넘실대는 장막 안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아실리아와, 그 앞에서 갑자기 등장한 주혁을 보며 놀란 최성찬의 모습이었다.
“송주혁! 여긴 어떻게……!”
놀란 최성찬이 손에 들고 있는 물건.
그건 바로 지은의 전용 무기인 프라이팬이었다.
자신이 간절히 바랐던 정답. 지은을 저렇게 만든 놈이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던 주혁이 곧바로 최성찬을 향해 뛰어들며 말했다.
“너 따위가 들고 있을 물건이 아니다, 이 개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