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5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52화(15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52화
몬스터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다르다. 헌터와 헌터의 대결은 인간을 사냥한다는 본능으로 움직이는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것과는 그 수준이 달랐다.
이제는 50위권도 아슬아슬한 랭커인 자신과 한국 랭킹 1위인 주혁의 차이는 수치상으로는 어마어마하겠지만, 최성찬은 자신이 있었다.
‘그래 봤자 던전에서 몬스터나 상대해 봤을 애송이지.’
대균열로 시작된 각성의 시대를 가장 먼저 경험한 것은 본인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랭커들의 숨통을 얼마나 많이 끊어 놨던가.
4층 던전에 주혁이 갑자기 등장해 자신에게 달려들 때까지만 해도 최성찬은 실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나이 어린 랭킹 1위. 주혁의 정직한 공격을 여유롭게 흘리며 최성찬은 생각했다.
‘이게 무슨 횡재야!’
한국에서 이태백에게 밀려 미국으로 도망치듯 망명했을 때가 떠올랐다. 한국과는 달리 헌터들의 입김이 더 강한 미국이었지만, 1급 범죄자로 한국 출입이 금지된 최성찬을 미국 정부가 순순히 받아 준 것은 아니었다.
대현자의 칭호를 받은 이태백의 영향으로 한국이 헌터 강대국으로 격상한 이래, 미국도 한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랭커인 최성찬이 자발적으로 미국으로 망명해 오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었다. 범죄자인 만큼 오히려 망명을 승낙하는 조건으로 랭커 최성찬과 그 무리들을 미국 정부는 입맛대로 이용하며 그야말로 개처럼 굴렸다.
‘이 자리에서 한국 랭킹 1위인 송주혁을 처리한다면?’
한국 랭킹 1위에, 월드 랭킹 2위. 난색을 표하긴 하겠지만, 점차 미국을 제치고 헌터 종주국으로써 발돋움하는 한국을 골칫거리로 생각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이건 엄청난 기회였다.
정식 길드 창설은 절대 승낙하지 않으면서, 비밀리에 미국 정부의 그림자가 되어 버린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어쩌면 비공식적으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에서 자신의 길드를 창설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거기에 키드의 심기를 거슬렀으니. 그에 준하는 성과라도 올려야 한다.’
지은이 보란 듯이 스킬을 사용해 빠져나간 상황. 창조의 정령은 자신이 붙잡고 있을 테니 ‘그’ 장소로 지은을 데리고 이동하라고 했던 키드의 말이 떠올랐다.
거기에 덧붙여지던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키드의 발언.
‘실수하지 마.’
‘뭐?’
‘고작 비전투 계열 각성자인 여자 하나 데려오는데 실수하진 않겠지?’
‘…….’
‘물론 무려 위대하신 창조의 대리자이시니, 어떤 안배를 숨기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를 무시하지는 마라, 키드.’
‘정부에서 부리는 개 주제에 목소리를 높이지 마, 성찬.’
‘…….’
‘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목줄을 끊어 주겠다고 말했지. 그러니 실수하지 말고 열쇠인 그 여자를 반드시 살려서 내 앞에 데려와.’
그러나 지은은 눈 깜짝할 사이에 스킬을 사용해 도망쳐 버렸다. 분명히 [기척 감지] 스킬을 사용 중이었는데, 아무런 마나의 기척도 느끼지 못한 찰나의 순간에 어떻게 그 여자가 도망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눈앞에 있는 주혁의 목 정도면 키드에게도 나쁜 장사는 아니었다.
자존심이 강한 키드이니 자신의 월드 랭킹 순위가 변하게 된다면 틀림없이 기뻐할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주혁은 최성찬에게 있어서 반드시 ‘사냥’해야 하는 사냥감이었다.
사람을 죽일 각오로 상대해 본 적도 없는 랭킹만 높은 애송이.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에게 창을 겨누며 달려드는 주혁을 보며 최성찬이 단검을 역수로 쥐었다. 다시 찾아오지 않을 행운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그가 씨익 웃으며 스킬을 사용했다.
* * *
“크윽! 송주혁……! 네놈이!”
“대답해.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
“뭘 알고 싶어 하는 거냐!”
순식간에 자신의 코앞까지 쇄도한 주혁의 창을 간신히 튕겨 내 거리를 벌린 최성찬이 이를 악물고 분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전력의 차이는 너무나 명확하다. 최성찬은 암살자. 대상을 암살하는 것을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해 본 적 없었던 최성찬이었다.
상대를 기습해 목을 베는 것은 자신의 전문이었다. 지금까지 헌터 대 헌터로 일대일로 싸워 얼마나 많은 목숨을 앗아 왔는가?
사람을 죽여 본 적 없을 주혁을 상대로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최성찬은 뼈저리게 느껴지는 격의 차이를 실감하고 있었다.
‘이건 괴물이다…….’
처음 전투를 시작하고 자신만만했을 때와는 다르게 최성찬의 생각은 180도 변해 있었다. 설령 주혁이 무방비 상태로 잠들어 있다고 해도 그를 암살할 수 있을 것인가?
주혁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지금, 최성찬은 당장 도망쳐야 한다고 온몸의 감각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암살자의 패시브 스킬인 [은신]을 발동했지만, 거리를 벌렸음에도 순식간에 코앞으로 다가온 주혁의 모습에 최성찬의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순수한 실력의 차이. 격이 다르다는게 무슨 느낌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척을 지우는 암살자 특유의 스킬들을 뚫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최성찬이 이동하는 경로를 향해 쉴 새 없이 쇄도하는 창.
제대로 된 공격은 하지도 못하고 오직 주혁의 창을 피하는 데만 온 정신을 쏟아야 할 정도로 최성찬은 지금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그래도…….’
주혁의 공격은 매우 매서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격에 목숨이 위태로워질 정도로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적어도 공격을 피하면서 느낀 것은 이 괴물 같은 놈은 지금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압도적인 격의 차이로 최성찬을 순식간에 죽일 수도 있었지만, 주혁의 창끝은 치명상을 줄 수 있는 급소를 요리조리 피해 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잡아서 정보를 얻어 내려는 생각인 듯 어마어마한 속도로 공격을 몰아치면서도 손속에 자비를 두고 있는 주혁의 행태를 보며 최성찬은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조금만 방심을 유도한다면…… 어쩌면?’
정면 승부로는 무리다. 절대로 이 괴물을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작전을 사용해야 할 때였다. 가만히 멈춰서 방어 자세를 갖춘 최성찬을 보며 주혁이 말했다.
“어떻게 한국 출입이 금지된 네놈이 한국의 던전에 있는 거지? 입국 체계가 뚫렸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을 리도 없고.”
“…….”
“그리고 어떻게 지은 씨가 이곳으로 올 줄 알았던 것처럼 기다리고 있었던 거냐.”
던전 4층에 최성찬이 나타났다며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던 지은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주혁의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실제로 이 장소는 틀림없는 던전 4층이 맞았다. 그러나 미국의 상위 균열을 봉인하려던 지은이 처음 도착한 장소가 결코 한국의 4층 던전일 리가 없었다.
감히 지은을 공격해 상처까지 입힌 최성찬을 지금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은 충동이 가슴속에 끓어올랐지만, 주혁은 냉정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함정에 빠진 지은은 미국의 균열에서 한국의 던전으로 이동했다. 그렇다는 것은 최성찬에게 지은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했기에 주혁은 지금 최성찬을 쉽사리 죽일 수가 없었다.
거기에 미국의 균열에 보스 몬스터로 소환되었다는 아실리아가 이 자리에서 마치 끌려가듯 사라지는 모습까지 확인했다. 어떻게 한 번 토벌된 아실리아가 다시 부활했으며, 부활한 아실리아가 균열의 보스 몬스터가 되었는지도 알아내야 했다.
“순순히 대답하는 게 좋을 거다. 너도 느꼈을 텐데. 너는 나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순순히 대답한다면 살려 줄 텐가?”
“이 자리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말해 준다면 적어도 목숨은 살려 주지.”
최성찬은 1급 범죄자다. 죽이진 않아도 반드시 던전 밖으로 끌고 나가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면 될 일이었다. 이태백이 고안해 낸 구속 마법진이 이중, 삼중으로 겹쳐져 있는 헌터 전용 감옥에서 평생을 썩게 만들면 된다.
살려 주겠다는 말에 체념한 듯 방어 자세를 갖추고 있던 최성찬이 순순히 손을 내리고는 단검을 땅바닥에 던졌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겠다는 듯 순순히 양팔을 들어 올린 최성찬에게 주혁이 천천히 다가가던 순간. 주혁이 땅바닥에 흥건한 핏자국을 보고는 우뚝 걸음을 멈췄다.
‘……피.’
웅덩이져 있는 피를 본 주혁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아직 바닥에 채 스며들지 않은 피들은 틀림없이 지은의 것이 분명했다.
그 피를 본 순간 주혁은 애써 차갑게 유지하려던 이성이 뚝 하고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항복 의사를 밝혔던 최성찬이 움직였다.
주혁이 잠시 시선을 돌린 것을 기회로 삼아 스킬 [뒤 잡기]를 사용해 주혁의 뒤로 순식간에 이동한 최성찬이 그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크윽!”
주혁에게 닿지 못하고 밀려난 최성찬이 자신의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홧홧한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참으려 해 봤지만 주혁이 힘을 주자 결국 입에서 고통에 섞인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눈 한 번 깜빡할 순간에 이뤄진 기습.
한눈을 팔고 있었으니 반응하지 못할 거라는 최성찬의 생각과는 달리, 주혁은 귀찮은 파리를 쫓는 듯 창을 뒤로 찌르는 것만으로도 최성찬의 공격을 막아 낸 것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그의 옆구리를 관통시켰다.
촤아악!
차가운 표정으로 뒤를 돌며 주혁이 창을 뽑아냈다. 최성찬의 옆구리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정확히 지은이 상처를 입었던 부위와 똑같은 왼쪽 옆구리를 공격당한 최성찬이 상처 부위를 손으로 감싸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허튼수작 부리지마, 최성찬.”
무릎 꿇은 최성찬의 목에 창을 겨누며 주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암살자에게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 온 힘을 다해 내질렀던 자신의 일격을 창을 뒤로 찔러 밀어내는 간결한 행동으로 막아 낸 주혁을 보며 최성찬은 절대적인 힘의 차이를 깨닫고는 절망했다.
이렇게까지 강할 줄이야. 식은땀으로 가득한 자신의 얼굴과는 달리 조금의 땀도 흘리지 않은 주혁을 보며 최성찬이 고개를 떨궜다.
어차피 돌아간다고 해도 키드가 자신을 살려 둘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지은을 놓쳐 버렸기에 그 대신 주혁의 목이라도 가지고 갈 생각이었지만, 해 볼만 하다는 생각과는 달리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다시 묻지. 최성찬 너, 무슨 능력을 숨기고 있는 거지?”
“……내 능력이 아니다.”
“그럼 누구의 능력이란 소리지? 지은 씨를 어떻게 이 장소에 데리고 왔나.”
“그건…….”
망설이는 듯한 최성찬의 모습에 주혁이 창을 든 손을 움직였다. 목젖을 찌르는 주혁의 창을 눈만 움직여 내려다보던 최성찬이 손을 들어 올리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키드! 키드의 진짜 능력은 던전과 지상을 잇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