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5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53화(15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53화
<아실리아…….>
정령계에서 완전히 사라졌던 빛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에 까망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키드에 의해 활짝 열린 문. 그 너머에서 틀림없이 아실리아가 느껴졌다.
모를 리가 없었다. 자신이 직접 창조의 기운으로 창조해 낸 여섯 정령왕. 그중에서도 가장 찬란한 기운을 뿜어내는 빛의 기운에 까망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키드의 존재 자체를 잊은 듯 문 너머를 바라보고 있던 까망이의 눈앞에 이윽고 아실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실리아의 모습을 보며 까망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까망이의 모습이 퍽 웃기다는 듯 키드가 웃음을 크게 터트리고는 말했다.
“방금 전까지의 기세는 다 어디 갔지?”
<……너.>
“깜짝 선물을 준비했는데 반응이 별로네. 마음에 안 드시나 본데.”
<네가 어떻게…….>
까망이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실리아는 소멸되었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불필요한 고집으로 인해 정령왕들이 신에게 반기를 들고 봉인되었을 때에도 까망이는 침묵했다.
아무리 자신의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모든 것을 주관하는 신에게 반기를 드는 행동은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본인 역시 창조의 권능을 신에게 양도하기로 마음먹었던 상태였기도 했거니와, 자신이 사라지고 나면 신과 함께 지상을 가꾸어 나갈 정령왕들이 신과 타협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건 영겁의 세월 동안 함께했던 신의 다른 얼굴을 몰랐을 때의 이야기였다.
신이 정령왕들을 모두 소멸시키고 더 나아가 인간계까지 재창조하려 한다는 계획을 알게 되었을 때 까망이는 분노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으니, 내 것으로 채우려 할 뿐이다.’
창조의 권능을 포함한 모든 것을 넘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까망이는 자신의 질문에 무덤덤한 목소리로 마치 ‘뭐가 문제지?’라고 묻는 듯한 신의 표정을 보며 가슴속에서 처음으로 신에 대한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감정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정의해야 할까.
슬픔?
분노?
절망?
그중 어느 하나라고 명확히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알아 온 신에게 대한 존중으로 순순히 모든 것을 넘기려 했건만. 자신을 속인 신은 거짓말쟁이에 독선자이며, 동시에 위선자였다.
단순한 봉인이 아니었다. 자신의 아이들은 가장 사랑하던 인간들의 손에 의해 쓰러질 운명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 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기에, 까망이는 처음으로 신에게 부탁을 했다.
‘<제발 여기서 그만해.>’
‘싫다. 이미 모든 게 내 계획대로 되었는데. 내가 그만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 남았을까.’
‘<……정말 이런 식으로밖에 못 하겠나?>’
‘어쩌겠나. 이게 바로 나인걸.’
뻔뻔한 신의 대답에 태초의 정령으로 존재해 온 지난 모든 날들을 유지해 오던 이성까지 놓을 뻔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없기에 까망이는 신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제발 그만하라 빌고 싶었다.
그런 까망이의 마음을 다 알면서도 신은 자신의 계획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어차피 조금 시간이 걸릴 뿐, 네가 내 제안을 수락했을 때부터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러니 나는 멈추지 않아. 설령 네가 나에게 반항한다고 해도.’
반항. 반항이라 말했다. 인간계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주관하는 신은 까망이를 내려다보며 단언했다.
그 말이 마치 ‘네가 반항을 해 봤자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라는 것처럼 들렸다. 까망이는 신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
‘<처음으로 너에게 반항을 해 봐야겠군.>’
‘네가 감히 나에게 무슨 수로?’
‘<오랜 세월 인간계를 주관하면서 깨달은 게 있거든.>’
‘흐음?’
‘<단언하지. 네 계획은 실패하게 될 거야. 그것도 거의 다 손에 들어왔다고 생각했을 때.>’
‘…….’
‘<너도 나도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인간들은 해답을 찾을 테니까.>’
그러니 이제 받아들여야 했다.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니, 저 빌어먹을 신이 어떤 짓을 꾸미고 있는지 알게 된 이상 온 힘을 다해서 인간계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했다.
그리고 그 해답은 자신이 아니라, 인간들이 찾을 것이다.
<선물이라…….>
“소멸된 줄 알았던 정령왕만큼 큰 선물이 어디 있겠어? 물론 제정신은 아니게 되었지만.”
<…….>
“고결한 존재일수록 타락하기 쉬운 법이거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까망이를 보며 키드는 비장의 카드가 제대로 먹혔다고 생각했는지 여유롭게 까망이에게 이죽댔다.
그런 키드를 무심한 얼굴로 바라보던 까망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래, 좋은 선물이구나. 고맙다.>
“뭐?”
<내가 또 다른 결심을 하게 만들어 줬으니.>
“그게 무슨 말…… 크윽!”
돌변한 까망이의 기운.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운 강렬한 기운이 키드의 온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몸에서 피어오르는 강렬한 신위는 도저히 인간이 두 발로 서서 감당할 수 없었다.
<고결한 존재인 정령왕들을 욕보인 것도 모자라서, 감히…….>
분노에 찬 까망이의 목소리를 타고 신위가 퍼져 나갔다.
태초의 정령이자 신조차 갖지 못한 유일한 창조의 권능의 집행자. 신과 다를 것 없는 까망이의 기운에 버티지 못하고 키드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몸을 일으키려 애써봤지만 부질없는 짓.
‘이게 무슨……!’
자신에게 계시를 내려 주었던 신의 위엄만큼이나 강렬하게 느껴지는 기운. 온몸이 주인의 통제를 거부한 채 도저히 반항 할 수 없는 기운 앞에 복종한다.
사고가 멈추고 숨이 가빠져온다. 몰아치는 신의 분노 앞에서 특별한 신의 계약자라고 생각해 왔던 자신이 한낱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고결할수록 타락하기 쉽다고 네가 말했지.>
“크…… 크윽!”
<그렇다면 묻겠다. 애초에 타락해 있었던 너는 어떻지? 내가 아는 인간은 평범하거든.>
“그게 무슨…….”
<너는 평범한 인간인가, 특별한 존재인가?>
금방이라도 키드를 찢어 죽일 것 같은 기운을 뿜어내면서 까망이가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 모습을 무릎을 꿇은 채 땅바닥에 달라붙어 있던 키드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나는 특별한 존재다. 네 위에 있는 신에게 계시를 받은 존재란 말이다!”
<그게 네 대답인가?>
“그렇다! 난 그 누구보다 특별한 존재다! 신에게 약속을 선사받은 특별한……!”
자신을 가리켜 평범한 인간인지, 특별한 존재인지 고르라는 말에 당연하다는 듯 키드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그리고 자신의 대답을 미리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이어지는 까망이의 대답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렇다면 너는 역시 인간이길 포기한 존재로구나.>
“!!”
<신이 너에게 약속한 것이 무엇인가? 아, 대답하지 않아도 좋다. 대충 뭔지 알 것 같으니.>
“그 말은…….”
<건방지게도 격에 맞지 않는 존재가 신의 권위를 탐하다니. 이 자리에서 너를 없애야겠구나.>
“……!”
까망이의 차가운 말에 키드가 저절로 고개를 조아렸다.
신의 단호한 심판 같은 신위를 담은 말에서 느껴지는 공포가 온몸에 저릿저릿하게 감겨 왔다. 자신을 이 자리에서 죽이겠다는 뜻과 다름없는 말에 키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감히……! 감히! 신의 계약자인 나를!’
그동안 단 한 번도 신의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신이 빼앗고자 하는 것은 자신을 죽이겠다고 말하는 저 창조의 정령의 모든 권능.
창조의 권능을 빼앗는 것을 자신이 도와준 뒤, 신에게 그 권능이 온전히 들어가게 된 순간부터 광영을 약속받았다.
능히 모든 인간의 위에 서리라. 인간을 뛰어넘은 반신의 존재가 되어서 영겁의 세월을 살고, 신의 뜻대로 인간계를 대신 관리할 특별한 존재가 될 자신이었다.
<이만 죽어라.>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마치 귀찮은 것을 치우듯 툭 내뱉은 창조의 정령의 말에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자연스럽게 들이마시는 숨이 아무리 의식하고 노력해도 쉬어지지 않는다.
이럴 순 없었다. 분명 신께서 말씀하신 대로라면……!
붉은 눈에 실핏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변의 공기가 목을 조르는 듯한 기분과 함께 쉬어지지 않는 숨 때문에 손을 허우적대던 키드가 마지막 힘을 짜내서 고함을 지르듯 목소리를 토해 냈다.
“멈춰라, 제발! 너는 중도자의 계약에 묶인 존재가 아니더냐!”
신의 계획은 모든 인간계의 재창조. 창조의 권능을 빼앗아 인간계를 처음부터 자신의 입맛대로 다시 창조해 낼 계획을 세운 신은 아이러니하게도 신계와 인간계 사이에 개입하고 있는 시스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의 또 다른 이름은 중도자. 전지전능한 신이라 할지라도 그 권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없는 창조의 권능을 빼앗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기도 했다.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창조의 권능으로 자신마저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는 태초의 정령은 신의 입장에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까망이는 자신을 견제하는 신에게 순순히 자신의 권능을 빼앗길 만큼 나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것은 자신이 주관하는 인간계가 될 것이 분명했기에 두려웠다.
신이 두려웠던 것이 아니라, 신이 인간계에 끼칠 해악이 두려웠다. 그렇기에 까망이는 신이 보는 앞에서 창조의 권능으로 새로운 존재를 창조해 냈다.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신이 인간계에 간섭하는 것을 막아 줄 안전장치.
“가장 고귀한 존재시여, 분노를 잠재우시길.”
작은 움직임에도 사라락 스치듯 흔들리는 검은 도포 자락. 허리춤에는 기다란 검과, 상투를 튼 머리에 씌워진 갓까지.
마치 저승사자를 연상시키는 남자의 등장에 키드가 흠칫 몸을 떨었다. 동시에 턱 끝까지 막혀 오던 숨이 트이는 것을 느끼고는 키드가 다급하게 숨을 들이 삼키며 연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네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
“당신께서 지금 하시려는 일은 분명 제가 개입해야 할 일이 맞습니다.”
<…….>
“그렇게 보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께서 스스로 만들어 낸 제약이 바로 접니다.”
인간의 모습으로 분해 나타난 시스템의 말에 까망이가 아쉽다는 듯 목을 부여잡은 채 바닥을 설설 기고 있는 키드를 바라보았다.
신의 계약자인 이상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고, 시스템의 말대로 자신에겐 직접 상대 진영인 신의 끄나풀들을 정리할 권한이 없다.
호시탐탐 자신의 권능을 노리는 신이 인간계를 쥐고 흔들 것을 우려해 직접 걸어 둔 안전장치인 동시에, 신과 자신에게 주어진 제약.
신격을 가진 존재들을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중간 관리자의 창조.
“당신의 권능으로 신의 권한을 절대 침범하지 않겠다는 조항에 위반됩니다. 틀림없는 인간이긴 하지만, 신의 권능이 느껴지는 자입니다.”
<그래, 그랬지.>
“인간계에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는 신의 약속은 아직 깨진 적이 없습니다. 당신께서 먼저 조항을 위반하게 된다면 저는 어쩔 수 없이 당신에게 제제를 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하! 정령왕들을 봉인하고 인간계에 던전을 만들어 냈는데도?>
“그 또한 먼저 당신이 만들어 낸 정령왕들이 신의 권한을 침범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