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5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54화(15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54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는 시스템을 빤히 쳐다보던 까망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만들어 냈지만, 어쩜 저렇게 중도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말만 하는지 모르겠는 시스템이 얄미웠다.
“어떠한 경우에도 신과 당신께서는 인간의 생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습니다.”
<그래, 그랬지. 그게 내가 건 조건이었지.>
신 입장에서는 자신의 권한을 침범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자리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창조의 권능을 견제할 수 있어서 좋고, 까망이 입장에서는 중도자가 직접 개입한다면 신이 직접 인간계를 파멸시키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성사된 거래였다.
다만 인간계에 신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태초의 인간들은 자연을 신으로 모셨고, 자연스럽게 종교가 생겨났다. 심적으로 신을 믿음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에 까망이도 신의 존재 전체를 인간계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하는 말이며, 행동이며 인간을 닮아 가는구나.>
“당신께서 원하시던 일 아닙니까?”
<그래, 우리가 사랑한 인간들을 닮아 가는 걸 보니 참 보기 좋구나.>
“…….”
정말로 보기 좋다고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창조주나 다름없는 자신에게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인지 모를 말이었다. 시스템은 ‘그러는 당신께서도 인간과 말하는 게 똑 닮았습니다.’라고 말대꾸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러야 했다.
‘……이건 무슨 대화지?’
갑자기 등장한 시스템과 까망이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키드는 납작 엎드린 채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저 남자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창조의 정령에게 제제를 가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틀림없는 신격 존재가 분명했다.
‘신과 정령의 계약이라…….’
어떤 계약을 맺은 결과로 신과 정령은 직접적으로 인간계에 파멸을 불러올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의 생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한다는 말에 순간 불순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지만, 키드는 간신히 이 굴욕감을 가슴속에 묻어 둬야 했다.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한다고 했을 뿐이지, 어떠한 방법으로 제제를 가할 수는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지금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들으라는 듯이 떠벌리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지금은 최대한 수그려야 한다.’
인간들 중 가장 특별한 존재인 자신이다. 빌어먹을 이태서에게 서열에서 밀린다고 생각했던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전지전능하신 신조차 이태서를 대리자로 계약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는가. 애초에 자신을 대리자로 선택해 주셨다면 일이 이렇게 미뤄질 필요도 없었을 텐데.
‘일단 시선을 돌리고 이 자리를 빠져나가야 한다.’
창조의 정령은 그렇다 쳐도,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본능적인 두려움이었다. 아무리 신의 계약자인 자신이라 할지라도 저 남자에겐 넘을 수 없는 벽이 느껴졌다.
‘빛의 정령왕은 아쉽지만 버린다.’
시선을 돌리기 딱 좋은 인형이 자신의 손에 있었다. 막 봉인에서 다시 깨어난 아실리아였다.
신께서 주신 권능. 언제든 균열을 만들어 던전 안의 모든 몬스터를 지상으로 올려 보낼 수 있는 키드는 지하의 왕이나 다름없었다.
몬스터만이 아니라 언제든 키드가 직접 부릴 수 있는 체스 말들로 가득한 왕국. 일단은 그 왕국으로 도망쳐야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체스 말 중 하나인 최성찬이 지은을 진작에 처리하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지은을 인질로 잡고 있는 상태이니 자신은 절대 죽지 않는다. 던전에 얽혀 있는 이 권능은 아직 창조의 정령도, 저 남자도 모르는 것이 분명하니 일단 도망쳐서 후일을 도모해야 했다.
아실리아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딱딱하게 굳었던 까망이의 표정을 떠올린 키드가 자신을 이렇게 무릎 꿇고 엎드리게 한 것에 대한 복수를 생각하며 씨익 웃음을 짓던 순간이었다.
“재밌는 권능이 생겼구나.”
“……!”
키드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바로 앞에 쪼그리고 앉아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짓는 시스템을 보자 순간적으로 키드의 몸이 바짝 굳었다.
일말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마치 벌레를 보며 경멸하는 것처럼 차가운 얼굴의 시스템과 눈이 마주친 키드가 이를 악물었다.
“머리 굴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은 아닌 거 같고.”
“…….”
“하아…… 9번이나 반복했는데 신도 모를 리가 없겠지.”
<그래, ‘이번’에는 눈치를 챈 것 같다.>
“그게 무슨…….”
자신을 보며 알 수 없는 말을 나누는 시스템과 까망이를 키드가 눈을 굴려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시스템이 허리춤에 매달은 검을 뽑아 드는 모습에 몸을 흠칫 떨었다.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긴 하지만, 넌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것을 건드렸다.”
“…….”
“인간인 너희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에겐 누나나 마찬가지라서.”
그렇게 말하며 아실리아를 바라보는 시스템의 모습에 키드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실리아가 자신의 누나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하며 검을 뽑아 든 시스템이 차가운 표정으로 키드에게 말했다.
“아쉽지만, 나 역시 너를 직접 단죄할 권한은 없다.”
“그…… 그렇다면!”
“물론 내가 단죄하지 않아도 올바른 인간들이 너를 단죄할 것이다.”
“하, 올바른 인간이라니! 그런 건 누가 정했지? 어차피 이기는 쪽이 옳은 것인데!”
“그래, 그게 너희 인간들이 살아온 방식이니 나도 그걸 부정하진 않겠다. 다만.”
“…….”
“나의 권한으로 너에게 낙인을 내린다.”
“그게 무슨……!”
서걱.
시스템이 빼어 든 검이 눈앞에 휘둘러졌다.
시퍼렇게 날이 선 검이 코앞을 스치고 지나가자 키드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곧 느껴져야 할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서서히 눈을 떴다.
“인간의 일은 인간이 결정하는 법. 네가 가는 길이 어디라도 구도자의 추적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구도자…….”
“삿된 존재는 반드시 심판을 받으리라.”
“끄아아아아악!”
그렇게 말한 시스템이 검집에 검을 집어넣는 것과 동시에 키드의 이마가 마치 불에 지진 듯 뜨겁게 달아올랐다. 끔찍한 고통에 키드가 이마를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손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이마에 박힌 것 같은 기분.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키드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시스템이 시선을 돌려 아실리아에게 다가가는 까망이의 뒷모습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중도자의 권한으로 명한다. 신의 계약자이니, 신과 대화할 수 있을 터. 이 순간부터 신께서 지셨던 빚은 모두 청산되었다고 전해라.”
그 말과 함께 귀찮은 파리를 쫓아내듯 손을 휘젓는 시스템의 손짓 한 번에 키드는 자신의 몸이 바닥으로 쑤욱 꺼지는 것을 느꼈다. 아득한 고통과 비명만을 남기고 키드가 지은이 만들어 낸 대리자의 공간에서 추방되는 순간이었다.
<소멸되지 않았구나.>
시스템이 키드에게 낙인을 찍는 동안 까망이는 아실리아의 앞에 다가갔다. 가만히 자신과 눈을 마주하는 아실리아를 물끄러미 바라본 까망이가 중얼거렸다.
완전히 자아를 뺏긴 텅 빈 눈. 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까망이는 손을 뻗어 아실리아의 얼굴을 매만졌다.
<신이 나에게 한 가지 빚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그걸로 뭘 얻어 내려 하십니까?”
<이 아이도, 드루이얼도, 이제 더 이상 신의 손에 놀아나지 않아도 될 운명이 되었거든.>
“대지의 정령왕과 빛의 정령왕에게 내려진 신의 형벌은 끝났다. 그렇게 말씀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렇다. 먼저 금기를 깬 것은 신이었으니까.>
시스템 역시 중도자의 입장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까망이가 자신을 만들어 내고 신과 계약을 할 때부터 적용되어 오던 인간계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금기. 이것을 깨고 인간계에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던전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낸 것은 틀림없는 신이었다.
<나도 이번 건은 되돌려 받아야겠다.>
아실리아의 얼굴을 매만지며 까망이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손에 힘을 주었다.
황금빛으로 모여드는 기운. 틀림없는 창조의 기운이었다.
까망이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눈치챈 시스템이 한숨을 내쉬었다. 신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중도자의 입장에선 까망이가 규정에 위반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규정에 어긋나지 않도록 개입을 하겠다.>
“그런 개입이 있을 수 있다곤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말릴 순 없을 것 같군요. 어찌 되었든 먼저 규정을 위반한 것은 틀림없이 신 쪽이니까요.”
<물론이지. 확인차 중도자인 너에게 묻겠다. 공식적으로 대지의 정령왕과 빛의 정령왕은 인간계에서 어떻게 되었지?>
“그야 토벌되었죠.”
<그래, 네 말대로 대지와 빛의 정령왕은 인간들에게 토벌됨으로써 신의 형벌까지 끝냈다. 그러면 인간계를 주관하는 내가 다시 대지의 정령왕과 빛의 정령왕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정당한 개입이겠지?>
“……그렇습니다.”
시스템의 허가가 떨어지자 씨익 웃어 보인 까망이가 아실리아의 이마에 손을 짚고는 중얼거렸다.
<아무리 너의 대체자를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었거늘. 다 이유가 있었구나.>
까망이의 손에서 빛이 번쩍 일어났다.
[시스템 알림 : 타락한 빛의 정령왕 아실리아가 온전한 기운을 회복합니다!]– 타락했던 빛의 정령왕 아실리아가 정화되었습니다!
– 빛의 정령왕 아실리아가 정화됨에 따라 빛 계열 정령들이 모두 새롭게 태어납니다!
– 빛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구역이 확장되었습니다!
시스템 알림과 동시에 빛을 잃고 텅 비어 있던 아실리아의 눈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찬란한 태양의 빛과 꼭 닮은 황금빛으로 채워진 눈이 번쩍 뜨였다. 이내 자신의 앞을 확인한 아실리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와락 까망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빠!]<……그래.>
[너무 보고 싶었어! 아빠는 나 안 보고 싶었어?]<그럴 리가.>
[이래서 첫째는 서러운 거야! 항상 동생들만 챙겨 주고! 이그니스처럼 딱딱하게 말하는 애들이 뭐가 좋다고!]<우리 첫째, 그런 말은 누구에게 배웠을까?>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도 쉴 새 없이 말을 몰아치며 품에 매달리는 아실리아의 등을 까망이가 천천히 토닥였다.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스템이 한숨을 내쉬었다.
꼼짝없이 신의 함정에 빠져 소멸되어야만 형벌이 끝나는 운명이 아이러니하게도 신의 계약자인 인간에 의해 비틀어졌다.
“신도 인간의 욕심이 어디까지인지, 그 욕심으로 무엇을 창조해 낼 수 있는지 몰랐던 거겠지.”
이제 신과 정령 사이에 남아 있던 빚도 모두 해결되었다. 남은 것은 각자의 진영에 배치된 인간들이 해결할 문제일 뿐이었다.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인 시스템이 감격스러운 해후를 하고 있는 두 정령을 뒤로하고 모습을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