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5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55화(15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55화
“하아…….”
토요일 아침. 출근을 하지 않는 황금 같은 주말에 모처럼 집에서 느긋하게 쉴 계획이었던 하소연은 지금 아파트 단지 공용 놀이터 그네에 앉아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후줄근한 추리닝 차림과 세 줄 슬리퍼. 머리를 질끈 묶은 채 사탕 하나를 입에 물고 흔들거리는 그네에 몸을 맡긴 하소연이 푹 한숨을 쉬었다. 그녀에게 그네를 뺏긴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저 언니 이상해.”
“완전 이상해.”
“나도 그네 타고 싶은데.”
자신들의 고유 영역이나 다름없는 놀이터에 침범한 어른을 보며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그런 아이들의 순수한 눈치를 느낀 하소연이 그네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놀이터에서 나가자마자 눈치를 보던 아이 중 하나가 곧장 그네를 차지하고는 까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하소연은 한숨을 더욱 크게 쉬었다.
집에서는 엄마 눈치, 여기서는 애들 눈치를 봐야 한다니.
입에 문 사탕이 쓰다. 분명 좋아하는 딸기 맛인데 오늘따라 쓰게 느껴지는 사탕을 까드득 깨문 하소연은 아침에 들었던 백여진 여사의 잔소리를 다시 떠올렸다.
‘옆 동 미진이는 벌써 중급 헌터가 됐다더라!’
‘아, 엄마 좀! 나도 노력 안 하고 있는 게 아니거든?’
‘이게 어딜 업계 선배한테 소리를 버럭 질러? 딸이 아니라 후배로 대해 줄까?’
‘…….’
‘주말이라고 드러누워만 있지 말고 길드에 가서 불이나 피워, 이것아! 연습을 해야 실력이 늘지!’
‘아니, 오늘은 아르바이트 가야 해!’
엄마가 뭘 아냐고 소리치려던 하소연은 주먹을 들어 올리는 백여진 여사의 살벌한 표정을 보며 말을 잃었다.
하소연의 어머니인 백여진 여사 역시 헌터였다. 그것도 무려 1세대 중급 헌터. 레벨이 60을 훌쩍 넘은 한때는 2층과 3층 토벌대에 충실하게 참가했던 왕년의 용사였다.
대기업이나 다름없는 청명 길드에 들어갔음에도 집 안에서 대우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상 길드에 가입하고 레벨도 많이 올렸지만, 이제 20레벨에 들어선 하소연을 보며 백 여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실상 어머니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은 완전 햇병아리나 다름없는 초급 헌터.
“정말 싫다, 진짜…….”
엄마가 아닌 선배의 입장으로서 시작된 ‘라떼는 말이야’ 폭탄에 못 이겨 결국 화를 버럭 내고 뛰쳐나왔지만, 생각해 보면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무법 지대나 다름없던 각성 1세대를 고스란히 겪었던 어머니의 잔소리는 하나도 틀린 구석이 없었다.
“나도 강해지고 싶은데.”
불의 하급 정령사. 고작해야 샐러맨더 세 마리를 소환하는 게 다인 자신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운이 좋아 청명 길드에 들어오긴 했지만, 입사 동기로 묶인 기수들의 헌터들과 비교해보면 자신은 하위권이나 다름없었다.
지옥주 훈련 이후 다른 헌터들은 3층으로 떠났다.
하지만 자신은?
같은 파티원인 남운과 지은은 무려 미국으로 파병을 떠났다. 파티가 해제된 것은 아니었지만, 파티 대화창을 열어 본 하소연은 지난 지옥주 이후로 뚝 끊긴 대화를 보며 울적해지는 마음을 달랬다.
“그래, 가서 연습이나 하자.”
집에서 길드까지 뛰어가면 대략 10km 남짓. 길드에 합격한 이후 매일같이 뛰어서 길드에 출근하며 체력을 단련하고 있었던 하소연이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슬리퍼를 신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신발이라도 갈아 신고 가야지.”
슬리퍼를 신고 10km를 뛰어가기는 무리다. 백 여사의 불호령이 무섭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집에 들어가서 빠르게 신발만 갈아신고 다시 나오기로 결심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이 열리자마자 하소연이 빠르게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그녀의 등 뒤에서 주걱을 들고 서 있던 백 여사가 소리쳤다.
“밥이나 처먹고 가! 이것아!”
“…….”
“아침도 잔다고 안 먹어 놓고! 네가 김치찌개 해 달라며!”
그제야 느껴지는 김치찌개 냄새.
잠기운에 아침 정도야 걸러도 괜찮다고 겨우 대꾸했던 하소연은 잔소리를 퍼부었음에도 어머니가 결국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김치찌개를 끓여 주었다는 사실에 울컥했다.
식탁에 앉으니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김치찌개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고등어구이와 계란프라이까지 차려져 있는 정갈한 밥상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의 밥그릇에 밥을 듬뿍 퍼 담고는 ‘많이 먹어! 헌터는 체력이 중요하니까!’라고 소리치는 백 여사를 보며 하소연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말로는 항상 잔소리만 하면서도 결국 딸을 위해 정성스레 준비한 밥상을 보며 하소연은 맛있게 밥을 먹었다.
듬뿍 퍼 준 밥을 한 공기 싹싹 비워 내고 ‘백수도 아니고 씻고 나가!’라는 잔소리에 결국 멀끔하게 씻은 하소연이 신발을 신는 모습을 팔짱을 끼고 바라보던 백 여사가 말했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
“어?”
“요행을 바라지 말고, 천천히 기본을 닦아.”
“…….”
“적어도 정령사였던 네 아빠는 그랬다.”
“아…….”
“급하게 갈 필요가 전혀 없으니까 욕심부리지 말고, 위험한 곳에 도전하지 마.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야. 알지?”
“알아, 나도.”
그렇게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하소연은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에 입술을 앙다물었다.
매일 잔소리를 하긴 하지만, 본인도 모자라서 결국엔 자신까지 헌터가 되었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어머니가 괴로워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아버지 사진 앞에서 술을 마시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떠올라 하소연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 내고는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다.
오늘 저녁에는 전에 일하던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대신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기본에 충실하라는 어머니의 말씀대로 길드에 가서 연습해야 했다.
저녁까지는 시간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 * *
“우와!”
주변에 가득한 고깃집 중에서도 하소연이 아르바이트했던 삼겹살집은 단연 맛집으로 이름난 곳이었다.
무려 불의 정령사가 샐러맨더의 불로 직접 초벌구이 해 주는 삼겹살. 길드에 가입한 이후 고깃집 아르바이트생에서 은퇴했던 하소연이 오늘 단 하루만 복귀한다는 소문에 기존 단골들이 몰려들었다.
“역시 하소연 씨!”
“고기 익은 게 예술이야!”
더욱 강해진 샐러맨더의 불 쇼에 사방에서 일제히 박수가 쏟아졌다.
“오랜만이라고 너무 힘주는 거 아니야?”
흐뭇한 표정으로 번호표를 뽑아 주던 사장님의 칭찬에 하소연이 머리를 긁적였다. 힘을 준 게 아니었다. 유독 오늘 샐러맨더 삼 형제 중 한 마리인 토치의 화력이 남달랐다.
‘이상하다?’
화르륵!
거센 불을 연신 토해 내는 토치의 모습을 보며 하소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 정도의 화력이라면 마나가 쭉쭉 닳아야 할 텐데 지금은 전혀 마나가 줄어들고 있지 않았다.
훈련의 성과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나도 닳지 않으면서 정령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니?
연신 커다란 초벌구이 석쇠 위에 불을 뿜어내는 토치를 보며 이상함을 느꼈던 것도 잠시. 세 시간의 알찬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 손님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이끌어 낸 보상으로 두 배나 되는 특별 일당을 받아 든 하소연이 가게를 나왔다.
종종 또 와 달라는 친절한 사장님의 배웅까지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소환을 해제하려 했지만 좀처럼 정령계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토치를 결국 어깨에 태운 채 걸어가던 하소연이 골목길에 들어섰다.
어두컴컴한 골목길.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에 늦은 시간에 자주 이용하긴 했지만, 언제 불이 꺼질지 모르는 깜빡거리는 가로등까지 변함없이 그대로인 모습에 하소연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연스럽게 몸집을 살짝 키워 불을 가둬 준 토치가 포르르 날아오른 순간이었다.
퍼억!
“으아아악! 깜짝이야!”
금방이라도 불이 나갈 듯 깜빡이던 가로등이 펑! 하고 터지는 소리에 깜짝 놀란 하소연이 뒷걸음질을 쳤다.
갑자기 터져나간 가로등의 잔해가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하소연이 고개를 들었다. 가까이에 있었던 가로등부터 차례대로 펑펑! 터져 나가는 기이한 광경.
“뭐…… 뭐야?”
골목 안에 사람은 하소연 혼자였기에 각성자에 의한 기물 파손죄를 뒤집어쓰게 생겼다. 물론 억울했지만 샐러맨더를 소환한 채 걸어가고 있었으니 누가 봐도 범인으로 오해할 만한 모양새였다.
“토치야, 네가 그랬어?”
길을 밝히려고 불을 머금었던 토치가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잔소리를 들었음에도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좋은 듯 자신의 앞을 포르르 날아다니는 토치의 웃음기 띤 얼굴을 향해 하소연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찰나였다.
화르륵!
터져 나갔던 가로등에 불이 옮겨붙었다. 멀리서부터 하나씩 빠르게 가로등에 붉은 불길이 타오르듯 피어나며 길을 비추는 말도 안 되는 광경.
정말로 토치가 장난을 친 것이라 생각한 하소연이 손을 뻗자 토치가 자연스럽게 손바닥에 올라왔다.
“토치, 너 정말!”
꾸짖었지만 손바닥 위에 올라온 토치는 앞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부르지도 않았던 터보와 이터까지 퐁! 하고 나타나 토치의 옆에 나란히 섰다.
“어?”
화르륵 느껴지는 열기. 자신이 다루는 샐러맨더의 열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강대한 불의 기운. 정령사의 마나가 용솟음쳤다.
가장 가까운 가로등에까지 불덩이가 나타났다. 이내 하소연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커다란 불덩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공중에 둥둥 뜬 커다란 불의 구체. 선명하게 느껴지는 강대한 기운.
손바닥 위에 정렬한 샐러맨더들이 일제히 그 불을 향해 마치 경례라도 하듯 앞발을 척 들어 보이는 모습에 하소연이 뭐라 말을 하려던 찰나였다.
[찾았다.]둥둥 떠 있던 불의 구체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귓가가 아닌 머릿속으로 생생히 들려오는 듯한 목소리.
그제야 하소연은 이 목소리가 정령의 직접 교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토치와 터보, 이터의 목소리는 절대 아니었다. 애초에 하급 정령인 샐러맨더는 인간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누…… 누구세요?”
[불의 정령사가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다니. 내가 너무 오래 잠들어 있었구나.]“…….”
[얼마 남지 않았던 내 아이들을 잘 데리고 있어 주었구나. 고맙다.]불의 정령사가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한다며 말하는 것도 모자라서, 내 아이들?
샐러맨더를 자신의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존재라니. 거기에 세 마리가 모이면 항상 장난만 치기 바빴던 샐러맨더들이 마치 상급자를 대하듯 각을 잡고 있는 모습까지.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하소연이 입을 떡 벌리고는 손을 들어 불의 구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 이프리트!”
[……이프리트라니!]그렇게 소리치는 하소연의 말에 발끈한 불의 구체가 순식간에 모습을 바꾸었다.
타오르는 불의 왕관을 머리에 쓰고, 커다란 불에 휩싸인 불의 정령왕의 모습을 확인한 하소연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정령사라면 모를 수 없는 정령의 계보. 각성과 동시에 상위 정령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정령사의 특징상, 지금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본 하소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그 이름을 내뱉었다.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