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5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57화(15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57화
‘여긴 어디지?’
눈을 뜬 지은의 주변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속에서 누워 있던 지은이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머릿속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러운 기분에 고개를 저어 보며 정신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던 지은의 시야에 누군가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어…….’
헛것을 봤나 싶어 눈을 비볐지만 뒷모습의 주인은 틀림없는 지은 본인이었다. 자신은 지금 여기에 있는데 어떻게 자신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건지. 인지 부조화가 강하게 온 지은이 눈을 질끈 감았다. 말로만 듣던 유체 이탈이 이런 걸까.
유체 이탈을 할 정도로 부상이 심각했나 싶었지만, 회복 마법과 함께 엘릭서를 쏟아붓듯 사용한 덕에 몸은 틀림없이 회복한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입을 틀어막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 갔지?’
까망이도, 주혁도, 유라도, 이태서도, 남운도 모두 사라져 있었다.
오직 지은과 또 한 명의 본인만이 남아 있는 공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인 공간 속에서 지은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맞춰 오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거기 있는 거 알아요. 나오세요.”
얼굴부터 목소리까지 완벽한 본인의 목소리였다. 다만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목소리는 작고 낮았다. 자신에게 하는 말인가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던 지은은 그 말과 함께 나타난 남자의 얼굴을 보고는 당황한 채 두 사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지은 씨.”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주혁이었다. 그러나 지은은 자신의 앞에선 언제나 환히 웃던 주혁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나서야 이것이 환상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무표정한 표정뿐만이 아니었다. 우울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낮고 축 처진 목소리. 거기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듯 축 늘어트린 팔에선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주혁의 모습을 보면서도 환상 속의 자신은 주혁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잘됐다는 듯 피식 웃음을 짓고 있었다.
“다쳤나 보네요?”
“…….”
“그러니까 저를 ‘사용’하면 편하잖아요.”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주혁의 모습에 자신은 무슨 말을 하든 절대로 그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깨달은 듯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그 모습을 보며 지은은 설마 하는 가정을 떠올렸다.
‘나는 지금 1회 차의 기억을 보고 있는 건가?’
의문이 피어난 순간, 그 의문이 사실이라고 말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이 자리에 있는 자신이었다.
“지금 동시에 개화한 균열이 몇 개나 되죠?”
“…….”
“또 어느 도시 하나가 던전이 되었겠네요.”
“…….”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막지 못했을 거고.”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감싸 쥔 채 긴 한숨을 몰아쉬는 자신의 모습에 주혁이 완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지은 씨의 탓은 아닙니다.”
“제 탓은 아니지만, 제가 나서면 막을 순 있었겠죠! 아닌가요?”
주혁의 말에 소리를 버럭 지른 자신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보며 지은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가늠해 보기 위해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는 결론을 내렸다.
동시에 ‘개화’했다는 균열들. 지상은 균열을 막지 못하고 던전화가 진행 중이며, 부상이라고는 모를 것 같던 랭킹 1위의 주혁이 심각한 상처를 입은 듯 한쪽 팔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
“그렇게 되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계속 버틸 수 있습니까?”
“…….”
“얼마나 남았습니까. 얼마나 버틸 수 있죠?”
“적어도 한 번은 아니에요. 앞으로도 몇 번은 거뜬…….”
“본인도 정확하게 가늠하지 못하는 힘을 가지고 도박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저는.”
“…….”
“절대로요. 민지은 씨, 당신이 버티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도 사라지는 거니까요.”
“그렇다고 이렇게 손 놓고 있으라는 건가요!”
“네.”
“가만히 숨만 쉬어도 느껴지는데 어떻게 참고 견디라는 말이에요! 다 느껴진다고요!”
“그래도 버텨야합니다.”
“벌써 오늘만 해도 상위 균열이 다섯 번이나 일어났어요! 빨리 봉인하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을지 뻔히 알고 있는데!”
“…….”
“균열을 봉인할 수 있는 게 저뿐이잖아요. 제가 가서 문만 닫았더라도 적어도 오늘 일어난 균열에서 희생자는 없었겠죠!”
“상관없습니다.”
“……어떻게 상관이 없어요. 제가 살릴 수 있었던 사람들인데!”
“물론 지은 씨가 힘을 사용했다면 오늘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겠죠. 하지만 다음은요.”
“…….”
“다음이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까?”
“아직 제 기운이 느껴지는…….”
“당신의 기운은 저도 느낄 수 있습니다!”
주혁이 지은의 말을 싹둑 자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지은이 고개를 들고 주혁을 바라보았다.
“제가 당신에게 힘을 받았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습니까.”
“…….”
“당신이 직접 저더러 당신을 지켜 달라고 명령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이게 어떻게 저를 지키는 건가요! 절 이 공간에 가둬 둔 건 까망이와 송주혁 씨, 당신이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까망이와 무슨 거래를 한 거죠? 까망이는 잘 있나요?”
“마지막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그 애가 지금 무슨 힘이 있다고!”
주혁에게 소리를 지르는 자신의 모습이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이 소리를 질렀음에도 익숙한 일이라는 듯 자신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리고 있는 주혁의 모습도 낯설긴 마찬가지였다.
까망이가 지키겠다고 한 마지막 약속과, 까망이에게 힘이 남지 않았다는 듯 말하는 자신의 외침까지.
대화를 통해 전해져 오는 단편적인 정보들이 지은의 머릿속에서 한데 얽혀 수많은 의문들을 낳았다. 지은에게 더 이상 버틸 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까망이는 알고 있었고, 그래서 주혁과 무언가 거래를 해 이 공간 안에 가두었다.
여기까지가 들려오는 대화를 통해 유추해 낸 사실이었다.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모종의 이유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리자의 힘이 다 떨어진 걸까. 힘이 다 떨어지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길래 까망이가 자신을 이 텅 빈 공간 안에 가두는 선택을 한 것일까.
지은의 말에 주혁이 입을 다물었다.무슨 말을 하든 자신은 그 말을 들어 줄 생각이 없다는 듯 굳게 입을 다문 주혁의 모습에 지은이 답답하다는 듯 그의 앞에 다가가 섰다.
“제가 죽겠어요.”
“마음을 비우시길.”
“아뇨, 가만히 있어도 이 애매한 힘 때문에 다 느껴진단 말이에요. 저를 찾는 목소리가 들리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알아요?”
“…….”
“다들 처음엔 저를 간절하게 불러요. 제발 균열을 봉인하고 살려 달라고. 그런데 다들 끝에는 저를 원망해요.”
“지은 씨.”
“왜 자기를 살려 주지 않았냐고. 다들 죽어 가면서…… 그 원망의 말을 들으면서 제가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버텨 내셔야 합니다. 적어도 던전의 끝을 보기 전까지는.”
“던전의 끝, 그래요. 과연 거기에 정말로 뭐가 있을까요?”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본인조차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듯 마치 세뇌를 하는 것처럼 중얼거리는 주혁의 모습을 바라보며 지은이 말했다.
“만약에 없으면요?”
“그게 무슨…….”
“우린 이미 졌어요. 제가 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서 졌다고요.”
“…….”
“신과 정령의 전쟁에서 우린 이미 졌다고요. 이미 우리가 진 게 확실해졌는데! 어차피 다 죽을 건데!”
“지은 씨, 힘드신 건 충분히 알지만 그래도 버텨…….”
“그만 버티고 싶어요. 그만! 제발! 그냥 남은 힘을 모두 다 써서 지금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도 살리고 싶어요! 그렇다면 적어도 그 사람들이 죽기 전에 제가 먼저 죽겠죠!”
“…….”
“그렇게 내가 먼저 죽으면! 적어도 나는 해방될 수 있잖아…… 더 괴롭지 않을 수 있잖아!”
가슴속에 쌓아 뒀던 말을 모두 쏟아 내야겠다는 듯 소리를 지른 지은이 털썩 주저앉았다. 자신이 대리자의 권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탓에, 너무 늦게 힘을 깨달은 탓에 상황이 여기까지 왔다. 모든 것을 더 이상 되돌리긴 힘든 상태가 되어 버린 지금.
“그러니까, 제발…… 나를 제발 보내 줘요…….”
지은은 자신의 입으로 포기를 말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느껴지는 사람들의 한 맺힌 비명 소리. 봉인하지 못한 균열 안에서 그런 사람들을 거침없이 잡아먹는 몬스터들의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 이 모든 게 환청이 되어 들려오는지 귀를 막으며 괴로운 얼굴로 비명을 지르는 지은의 모습을 주혁이 괴로운 얼굴을 한 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남운의 말처럼 1회 차는 정말로 지옥이었다.
스스로 차라리 모든 힘을 사용하고 죽고 싶다는 말을 내뱉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는 끔찍한 상황 속. 자신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1회 차의 본인은 정말로 괴로운 듯 주혁의 바짓단을 잡고 제발 이곳에서 내보내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대리자의 권능이…… 무한한 게 아니었어. 정령들은 모두 타락한 건가? 그래서 까망이가 신에게 창조의 권능을 빼앗긴 건가? 어떤 제약이 걸렸길래…….’
머릿속에 수없이 떠오르는 의문들.
그런 의문들을 곰곰이 생각하느라 잠시 눈을 감았던 지은이 다시 눈을 뜨자, 주혁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다른 사람이 쓰러져 있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태서 씨?”
온몸에 넘실대는 검은 기운 탓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쓰러져 있는 자신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은 틀림없는 이태서였다. 타락의 기운에 완벽하게 동화되어 버린 듯한 이태서의 모습이 매우 낯설었다.
지금 자신은 한눈에 봐도 숨이 꺼져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숨 끝마다 떨리는 목소리가 함께 묻어 나왔다. 지은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안녕, 이태서 씨.”
“…….”
“어, 눈 한쪽 색이 돌아왔네요…… 제가 말한 대로 잘 이겨 내고 있는 거죠?”
키드의 눈처럼 붉어진 왼쪽 눈과는 달리 오른쪽 눈은 지은이 익히 알고 있는 이태서의 눈 그대로였다. 힘겹게 들어 올린 지은의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는 것을 내려다보던 이태서가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가 당신을 이겼습니다.”
“…….”
“지금까지의 괴로운 기억은 모두 잊게 될 겁니다. 제가 당신을 해방시켜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