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5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58화(15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58화
그렇게 말하는 이태서를 빤히 올려다보던 지은이 고개를 힘없이 저으며 말했다.
“……아뇨, 당신은 졌어요.”
“…….”
“이태서 씨, 당신도 그걸 알고 있잖아요.”
“이제 걱정 마시길.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갈 테니.”
“신이 당신의 소원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면 제 소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거스를 수 없는 계약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요?”
마지막으로 묻겠다는 지은의 말에 이태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 표정을 보며 지은이 잡고 있던 이태서의 손을 더욱 꽈악 쥐며 말했다.
“당신도 알잖아요. 당신의 소원을 신은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걸.”
“…….”
“당신은 속았어요, 쿨럭! 창조의 기운을 모두 손에 넣었으니, 신은 언제든 당신을 버릴 수 있…….”
“그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내가 당신을 찾아온 거야. 왜 이런 선택을 했지?”
손을 꽈악 잡아 오는 지은의 모습에 결국 이태서의 입에서 자신도 역시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말이 흘러나왔다. 정말로 인정하기 싫었지만, 신은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 마음이 애초에 없었다. 신의 대리자로써 신의 감정이 모두 느껴지는 지금.
신은 기뻐하고 있었다. 인간을 이용해 원하는 목표를 모두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모종의 이유로 지은이 힘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사용한 덕분에 창조의 권능을 오롯이 손에 넣었다.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창조의 권능이 신의 손에 들어간 순간. 신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계획을 행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불쌍해서요.”
“……!”
“마지막으로 물을 게요.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서요.”
밭은 숨을 몰아쉬며 지은이 말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말을 이어 가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모습에 이태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당신을 구할 방법을 알아요.”
“……이제 와서 어떻게 저를 구해 준다는 겁니까?”
“제가 당신에게 안전장치를 하나 걸어 놨거든요.”
“그게 무슨…….”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만약에,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땐 우리 편에 서 줄래요?”
“……아직 끝난 게 아니라 확답을 드릴 순 없습니다.”
“그럼 이번에 끝을 봐요. 그 끝에 당신이 원하던 세상이 펼쳐진다면, 그땐 당신 말대로 당신이 이긴 거니까.”
“하…….”
“그런데 있잖아요. 저는 당신이 원하던 대로 모든 게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조금 슬플 것 같아요.”
“어째서입니까? 어차피 당신들은 저를 기억하지 못할 텐데.”
“그러니까요. 당신도 그 세상에 있었으면 하거든요, 저는.”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한 번 믿어 봐요. 이번에는 제가 졌지만, 언젠간 제가 이길 테니까. 우린 딱 한 번만 이기면 되거든요.”
“…….”
“이제 저는 쉬어야겠어요. 말할 힘도 없네요.”
그 말을 끝으로 이태서의 손을 잡고 있던 지은의 손에 힘이 탁, 하고 풀렸다. 스르르 눈을 감은 지은의 얼굴이 편안해 보였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지은의 손에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이태서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도 압니다. 내가 정말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걸.”
대답을 바라고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자신의 말에 대답해 줄 지은은 숨이 멎었다. 돌아오지 않는 지은의 대답이 뭔지 알 것 같은지 이태서가 그녀의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당신이 마지막으로 사용한 힘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간절히 구원을 바라는 듯한 표정으로 힘없이 말을 내뱉은 이태서가 자리에서 떠났다. 두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과거의 자신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는 것은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있었던 지은이 가만히 누워 있는 자신의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아…….”
이태서가 사라지고 난 뒤 조금 쉬어야겠다며 눈을 감았던 1회 차의 지은은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마지막 힘을 써서 이태서에게 안전장치를 걸어 뒀다는 것이 뭔지 지금의 지은은 알 것 같았다.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를 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게끔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성공했으니까.
괴로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1회 차의 자신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싶었다. 점점 마지막이 다가오는 듯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자신의 곁에 쪼그리고 앉은 지은과 1회 차의 자신의 눈이 마주쳤다.
“안녕?”
“……!”
“내가 이 장소에 올 줄은 나도 전혀 예상 못 했는데.”
“내…… 내가 보여?”
자신과 눈을 마주치며 씨익 웃어 보이는 1회 차의 지은의 말에 그녀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마치 찾아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말했다.
“알려 줘! 내가 어떻게 해야 해? 이제 기회는 한 번밖에 남지 않았어!”
“아…… 벌써 9회 차인가 보네.”
“뭘 준비해 놓은 거야? 1회 차의 너는 날 위해서 뭘 준비해 놓은 거냐고!”
그렇게 말하는 지은에게 1회 차의 지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지금의 나는 어때? 혼자가 아니지?”
“…….”
“난 쭉 혼자였거든. 그래서 너무 힘들었어.”
“그래, 난 지금은 혼자가 아니야. 내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가득해. 주혁 씨, 유라 언니, 성진 오빠, 남운 씨, 거기에 이태서 씨도 우리 편이야.”
“잘됐네. 정말 다행이야. 던전에서는 아직도 아무것도 먹지 못해?”
“아니, 물과 말린 건어물 종류는 먹을 수 있어. 그것도 네가 바꿔 놓은 거야?”
“맞아. 대지의 정령왕과 빛의 정령왕의 운명을 바꾸는 건 지금의 내 시간대에서 할 수 없었던 일이었어.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
“그럼 여기에도 대지와 빛의 정령왕은…….”
“인간의 손에 의해 소멸된 정령왕은 특별한 조건이 있지 않는 이상 정화할 수 없어. 까망이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 이상 타락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거든.”
“까망이는…… 까망이는 어디 있어?”
까망이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1회 차의 자신에게서 그의 흔적을 찾아보려 애를 쓰던 지은이 까망이를 불러보았다.
이런 상태가 되었음에도 까망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1회 차의 자신이 이렇게 혼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까망이는 없어.”
“…….”
“나한테 마지막 힘을 모두 몰아줬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줄래?”
“응…….”
“시간이 정말 얼마 없거든, 일단 10회 차는 없어. 9회 차까지 단 한 번도 신을 이기지 못한다면 그땐 정말 까망이가 소멸해 버릴 거야.”
“뭐?”
“세계수의 가지. 시간을 돌려서 신과 싸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그 아이템이 바로 까망이의 분신이야.”
“……!”
“세계수의 가지가 뭔지 알고 있구나? 남운 씨를 만났어?”
“그래, 만났어. 나를 만나기 위해 9번을 회귀해 왔대.”
“그래도 나를 찾다니. 진짜 나를 좋아했던 거 맞나 보네?”
“뭐?”
남운이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덤덤하게 밝히는 말에 놀란 지은이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그런 미래의 자신의 반응이 재밌는지 연신 기침을 하면서도 웃으며 1회 차의 지은이 말했다.
“사실 나는 너를 보고 엄청 놀랐다? 까망이가 또 나를 대리자로 지정했을 줄은 몰랐거든.”
“…….”
“원래 내가 아니라 다른 대리자를 찾아서 이곳에 보내 달라고 했거든. 그래서 처음 너를 봤을 때 엄청 놀랐는데.”
“왜 그런 부탁을 했어?”
“나는 너무 지쳤거든. 여기에선 쭉 혼자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나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했었어. 그런데 네가 왔다는 건…….”
“포기하기 싫었던 거잖아.”
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전 장면에서 주혁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써 버리고 차라리 죽고 싶다던 자신은 사실 정말로 모든 것을 포기하지 못했다는 걸.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지은의 말에 1회 차의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실 이대로 포기하긴 싫었어. 그래서 준비한 거야.”
“이곳에 까망이가 나를 보낸 것 같은데, 너는 나에게 뭘 알려 주고 싶었던 거야?”
눈을 감기 전 까망이가 했던 말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너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너의 계획.>’
9회 차의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1회 차의 자신이 세워 둔 계획. 목숨을 포기하면서 남은 모든 힘과 생명력을 쥐어짜 신을 단 한 번 이기기 위해 준비해 둔 계획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단 한 번의 기회밖에 남지 않은 지금, 지은은 이곳에서 과거의 자신에게 모든 것을 얻어가야 했다.
“난 창조의 대리자의 힘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어.”
“……그건 지금 나도 마찬가지인데.”
“아니, 너는 이제 곧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이 힘은 까망이의 힘이 아니라…… 우리 인간들의 힘이니까.”
“까망이의 힘이 아니라니?”
“뭔가를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 들어 본 적 있지?”
“…….”
“내 이름을 건 프랜차이즈 CEO가 되겠다는 꿈은 너도 아직 가지고 있니?”
“갑자기 그게 무슨…….”
“끝없이 더 나은 내일을 꿈꿔.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네 말대로 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세상이지만 지금의 너는 혼자가 아니잖아? 네가 원하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
알 수 없는 두루뭉술한 말을 하며 1회 차의 자신이 씨익 웃어 보이는 모습에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면서 끊임없이 더 나은 내일을 꿈꾸라는 1회 차 자신의 말은, 결국 바꿔 말하면 과거의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는 말이니까.
아무도 곁에 남아 있지 않았다. 까망이조차 세계수의 가지로 모습을 바꾸어 던전 안에 신의 추적을 피해 숨어 있었다. 자신을 지키라고 임명했던 주혁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걸로 미루어 봤을 때, 정말로 1회 차의 자신은 혼자서 쓸쓸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죽었던 거였다.
“시간을 돌렸다는 사실을 신도 알게 될 거야. 지금의 내 능력으론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가 없고, 그건 인간계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신도 마찬가지라서.”
세계수의 가지로 분한 까망이를 손에 넣은 것은 남운이었다. 신은 승리를 거의 눈앞에 두고 까망이를 찾지 못했으며, 창조의 힘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다.
대리자의 권능과 창조의 정령의 남은 힘을 모두 모은 세계수의 가지로 인해 시간이 되돌려졌다는 사실은 언젠가 신도 알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내가 했던 것처럼 다른 계약자를 이미 만들어 뒀을 거야.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 어차피 나를 보고 따라 한 거니까.”
“……맞아. 이태서 씨뿐만 아니라 다른 신의 계약자가 있었어.”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 하지 마, 네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과 함께해야 해.”
“나도 알아.”
“그걸 알고 있으면 우린 이길 자격이 충분해. 지금은 내가 졌지만, 미래의 우리는 이길 거야.”
“네가 준비했지만, 결국 그 길을 걷는 건 나니까.”
“그래, 그러니까 항상 떠올려. 너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걸 절대로 잊으면 안 돼. 알겠지? 그게 내가 어렴풋이 알아낸 창조의 힘의 비밀이야. 너도 알지?”
뭐든지 할 수 있다. 아무리 길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도, 반드시 끝을 보겠다는 꺾이지 않는 의지가 있다면 이 능력은 끝까지 길을 안내해 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1회 차의 자신에게 지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난 뭐든지 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