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5화(1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5화
손님이 없어도 밑반찬이나 만들려고 했던 지은의 계획이 와장창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생전 처음 느껴 보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뒹굴거리던 까망이까지 품에 끌어안은 채 의자를 옮겨와 가스 불에 바짝 가까이 붙은 지은의 몸이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주인, 괜찮은 거냥?>
“아니, 안 괜찮아…….”
탁 트였던 조리 공간의 지붕과 옆문이 완전히 닫히고 나니 그나마 바람이 들어오지 않아 괜찮아졌다.
6구나 되는 가스레인지의 불을 최대로 키워 놓고, 그것도 모자라 철판까지 데워 놓은 지 10분여가 지나자 그나마 조리대 내부 온도가 조금 올라간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내 실수야. 이렇게 추운 던전이 있다는 걸 어제 충분히 봐 놓고 대비를 하지 않았어.”
<이번 영업시간은 몇 시간이냥?>
“한 시간이야.”
애초에 처음 영업시간을 두 시간으로 했던 이유는 소고기 미역국을 끓이고 제육볶음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음식이 전부 준비되었으니, 하루에 [바퀴가 가는 대로] 스킬을 최대한 많이 사용하는 게 앞으로의 영업에 유리했기에 나눠 둔 시간은 1시간씩이었다.
도착하고 나서 10분이 지났으니 이제 50분만 더 버티면 된다는 소리였다.
문제는 가스 불을 하도 틀어 놔서 머리가 벌써부터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한다는 거였다.
“헌터 마켓에서 방한용품이라도 사야겠어.”
널찍하긴 하지만 그래도 지붕과 옆면을 모두 닫은 조리대 안에서 가스 불을 6개나 켜 놓았으니 공기가 금방 없어질 터였다.
앞으로 50분이나 더 이렇게 밀폐된 공간 안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헌터 마켓 창을 띄운 지은이 빠르게 연동된 계좌를 통해 마켓 포인트를 충전했다.
800만 원을 800만 포인트로 바꾼 지은이 마켓 검색어에 방한용품을 검색하자 이내 주르륵 리스트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너무 비싸진 않으면서도 몸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롱 패딩 같은 방한 의류가 없나 하고 검색을 하던 지은은, 생각보다 헌터 마켓의 아이템들이 굉장히 비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샐러맨더의 심장]– 모든 것을 화염으로 뒤덮는 샐러맨더의 심장.
– 빙결 내성 : + 50
가격…… (더 보기)
“빙결 내성…… +50? 빙결 내성이라고?”
<제발 스킬창이랑 아이템 인벤토리만 보지 말고 스탯 상태창을 좀 봐라냥.>
까망이의 답답하다는 일침을 듣고 입을 삐죽 내민 지은이 누가 날 때부터 각성자였나? 라고 꿍얼거리고는 상태창을 열었다.
그러고도 스탯창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한참을 찾기 시작하자 답답하다는 듯 까망이가 앞발을 들어 허공을 가리켰다.
딱 지은의 상태창이 떠오른 공간에 정확하게 앞발이 스탯창을 가리키고 있었다.
“너도 보여?”
<주인의 시스템창은 연동되서 잘 보인다냥.>
“그럼 빨리 말해 주지?”
<혼자서도 하는 법을 깨달았으면 하는 정령의 마음을 조금 이해해 주면 안 되겠냥?>
“그것도 뭐가 있는지 알아야 혼자서 하지?”
<자랑이다냥.>
까망이와 투닥대며 세부 스탯창을 열자 자신의 스탯에 대한 정보가 주르륵 열렸다.
뭐가 많네…… 하며 중얼거린 지은이 하나하나 스탯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각성자 : 민지은(Lv.1)] [기본 스탯]– 기력 : 100 마나 : 80
– 힘 : 5 지능 : 20 민첩 : 20 행운 : 0 정신력 : 20
– 기본 스탯이 초기화 페널티를 받은 상태입니다!
– 숙련 레벨이 상승하면 스탯이 상승합니다.
[내성 스탯]– 빙결 내성 : 0
– 화염 내성 : 5
– 중독 내성 : 30
– 정신 내성 : 30
일단 기본 스탯에 분류된 기력은 100, 마나는 80이었다.
사실상 숫자만 봐선 이게 높은 건지 낮은 건지 평균인지 고민하던 지은이 문득 까망이를 쳐다보았다.
<…….>
까망이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혀를 내두르며 ‘어떻게 이렇게 딱 숨만 쉬고 살 정도의 스탯이…….’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까망이와 눈이 마주친 지은이 어설프게 웃어 보였다.
“나 많이 심각하구나?”
<심각한 것도 어느 정도 선이 있는 법인데 이건 선을 한참 넘어 버렸다냥.>
어느 정도로 자신의 스탯이 심각한지 짐작조차 안 되는 지은에게 까망이가 한숨을 내쉬고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기력과 마나가 낮아도 너무 낮았다.
<클래스 전용 스킬에 왜 그렇게 패시브가 많은가 했더니, 패시브는 기력과 마나를 소모하지 않아서 그랬던 거였다냥. 각성자에 맞게 히든 클래스 보정이 들어가서 망정이지.>
“왜, 뭐, 뭔데!”
<지금 기력은 레벨 1 슬라임과 마주치면 잘못했다고 때리지 말아 달라고 빌어야 할 정도다냥.>
“……마나는?”
<스킬 한 번 쓰는데 마나가 보통 50~100 정도 다는데, 다른 액티브 스킬은 배울 엄두도 못 내겠다냥.>
지은의 기력과 마나로는 보정이 없었다면 [바퀴가 가는 대로] 스킬을 한 번 사용하면 거의 반죽음이 되어서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했을 거라는 뜻이었다.
<보통 다른 비전투 계열 각성자들의 초기 스탯이 10~15인데 놀랍다냥. 힘이 5면 비각성자보다 약한 거다냥.>
“어쩐지 물을 가득 채운 냄비가 너무 무겁다 했어…….”
<지능, 민첩 20은 그래도 초기 스탯치고 굉장히 높은 편이다냥. 기초 스탯은 보통 클래스에 맞게 조정되는 편이니까.>
“그럼 기초 스탯은…… 내가 봐도 내가 글러 먹었다는 걸 잘 알겠는데.”
그렇게 말한 지은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기본 스탯 구성에 페널티를 받았다는 건 무슨 소리야?”
<……그건 잘 모르겠다냥?>
“까망이, 네가 그걸 모르면 어떡해?”
지은의 추궁에 까망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하더니 지은의 관심을 돌리려는 듯 다른 스탯들을 언급했다.
<행운이 0…… 이래서 손님이 없던 건가 보다냥.>
“어쩐지 행운이 0이니까 지금 이렇게 랜덤으로 가도 3층하고 4층만 쏙쏙 골라서 나오지!”
<그런데 또 쓸데없이 정신력은 높다냥.>
“쓸데가 없다니, 말이 심하네. 그래도 뭐든 높으면 좋은 거잖아.”
하필 요리를 할 때 중요한 힘 스탯과 랜덤으로 던전에 들어가야 하는 현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행운 스탯이 심각한 페널티를 받은 상태였다.
행운 스탯 이야기를 꺼내자 울컥한 지은에게서 페널티에 대한 말이 나오지 않자 안도한 까망이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까망이의 모습은 미처 보지 못한 지은도 마찬가지로 한숨을 내쉬었다.
기본 스탯뿐만이 아닌 내성 스탯도 암울하긴 마찬가지였다.
추위는 추위대로, 더위는 더위대로 다 타는 저주받은 육신을 가지고 웬만큼 고레벨이 아니면 당할 우려가 없는, 적어도 1층과 2층의 중심부까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중독 내성과 정신 내성만 기묘하게 높다.
<주인, 몰라봐서 미안했다.>
“겉으론 보이지 않는 지력과 정신력이 강한 걸 몰라봐서 미안해?”
<아니, 이런 저주받은 육체를 가지고 몬스터를 어떻게든 잡아서 레벨 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거다냥.>
“야!”
<진심이다, 주인. 앞으로 몬스터를 잡아서 레벨 업을 하겠다는 헛된 희망은 절. 대. 가지지 말아라냥.>
“파티를 하면 되지!”
<파티원에게 민폐다냥.>
어쩌다 이렇게 잔인한 사실로 온몸을 두들겨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는 지은이었다.
무슨 말만 하면 사정없이 내리꽂히는 까망이의 잔인한 팩트 폭행에 지은의 입이 아까보다 더 많이 삐죽 나왔다.
완전히 삐졌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우리 주인이 클래스 특성에 맞게 요리 하나는 기가 막힌다냥.>
지은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눈치챈 까망이가 앞발을 들어 지은의 팔을 토닥이며 나름 위로라고 해 준 말에 더 상처받은 지은이었다.
어려서부터 해 온 게 요린데 그거라도 잘해야지…….
“어쨌든 샐러맨더의 심장을 사면 추위 내성이 50이나 오른다는 거네. 어느 정도로 체감이 될까?”
<적어도 막 죽을 정도로 춥진 않을 거다냥. 비유하면 지금 같은 저녁 날씨에 반팔을 입고 돌아다닐 때 느끼는 쌀쌀함 정도?>
요즘 같은 환절기에 저녁에 반팔이라니. 까망이는 그 정도면 충분하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지은 입장에선 절대 안 될 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철판과 가스 불을 마저 끈 지은이 샐러맨더의 심장보다 더 추위 내성이 높은 아이템을 검색해 보았다.
<샐러맨더의 심장은 안 사는 거냥?>
“별로 안 예쁘잖아. 몬스터의 심장이라니 좀 꺼림칙하기도 하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다.
[샐러맨더의 심장]– 모든 것을 화염으로 뒤덮는 샐러맨더의 심장.
– 빙결 내성 : +50
– 판매 가격 : 300만 포인트
무려 300만 포인트. 이왕 비싼 돈을 들여서 구매를 해야 한다면 이런 아이템 종류보단 한번 구매하면 쭉 사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 쪽 아이템은 없나 하고 둘러보던 지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휴대용 손풍기였다.
[휴대용 손풍기]판매 가격 : 500만 포인트
– 빙결 내성 : +70 화염 내성 : +70
– 우리 애가 쓰던 손풍기 팝니다. 충전 필요 없고요, 얼음 정령과 불의 정령의 기운을 직접 인챈트했습니다. 우리 애가 올여름까지 사용했던 제품이니 믿고 사용하셔도 됩니다.
제품 하자 3년간 쓰면서 한 번도 없었고요. 문제 발생하면 1년 무상 AS도 해 드립니다. 사용 방법에 대한 설명서도 같이 들어 있습니다.
– 연금술사 그린우드 공방 공방장 김지우.
“연금술사는 이렇게 아이템에 능력치도 부여할 수 있구나.”
<그렇다냥. 고위급 연금술사가 인챈트하면 기본보다 더 높은 효과가 아이템에 부여되서 나온다냥.>
가격이 200만 포인트나 더 비싸긴 했지만, 샐러맨더의 심장보다 사용하기에도 간편하고, 내성 상승 수치도 20이나 더 높다.
거기에 빙결 내성만 붙어 있던 것과는 다르게 화염 내성도 같은 수치로 붙어 있는 손풍기를 보며 고민하던 지은이 말했다.
“그럼 그냥 간단하게 이걸로 살래.”
과감하게 바로 구매를 클릭하자 포인트가 감소함과 동시에 시스템창이 선명히 떠올랐다.
[5,000,000 포인트를 사용하였습니다.] [남은 포인트 : 3,000,000] [휴대용 손풍기를 획득했습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하세요.]지은이 바로 포장된 박스를 뜯고 손풍기를 꺼내 목에 걸었다.
목에 거는 끈조차 자기 애가 사용했다는 말처럼 고급 가죽으로 되어 있었다.
사용 설명서를 확인한 지은이 이내 손풍기 손잡이 부분의 전원 버튼인 [여름용!], [겨울용!] 중 겨울용을 누르자 몸에 순식간에 따뜻한 기운이 넘쳐나는 것이 바로 느껴졌다.
“와! 대박이다…… 진짜 따뜻해! 아니, 금방 더워지는데?”
가스 불을 모두 다 껐음에도 자그마한 손풍기에서 느껴지는 훈기가 온몸을 감싸는 게 느껴졌다.
곧바로 후끈후끈해지는 주위 공기에 답답해진 지은이 차 키를 눌러 조리대의 지붕과 옆면을 다시 개방시켰다.
틈새가 벌어지자마자 곧바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게 느껴졌지만 아이템에서 나오는 따뜻한 기운 덕에 시원해서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했다.
“이건 마치!”
따뜻한 노천탕에 들어가 있는데 얼굴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물론 한 번도 야외 노천탕을 가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왠지 TV에서 봤던 겨울 일본의 야외 노천탕에 들어가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역시 세상은 돈이 최고야.”
500만 포인트라는 거금을 주고 샀음에도 구매한 게 전혀 후회되지 않는 성능이었다.
이렇게 추운 4층에서 추위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의 아이템이라면 분명히 반대로 엄청난 폭염 속에서도 시원하게 해 줄 것이란 기대까지 가질 수 있었다. 이제 적어도 추위나 더위에 기겁할 걱정은 한시름 덜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추위를 이겨 내고 보니 이곳 [고대 설인의 얼음산] 던전은 풍경이 꽤 나쁘지 않았다.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나무에 맺힌 눈꽃들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물론 안전 영역 밖에서 지은의 두 배나 되는 덩치로 온몸에 새하얀 털이 난 채, 손에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다니는 저 고대 설인 몬스터들은 전혀 아름답지 않았지만.
“까망아, 눈싸움 좋아해?”
<왜옹?>
방금 전 잔인한 진실로 사정없이 자신을 때렸던 까망이에게 복수를 할 시간이 되었다.
뽀득뽀득 밟히는 눈밭 위에 내려선 지은이 두 손을 뒤에 숨긴 채 수상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것을 보며 까망이가 방석에서 주춤대며 일어나려는 찰나였다.
“이거나 먹어랏!”
까망이가 눈을 감고 있던 사이 두 손 가득 뭉친 차가운 눈뭉치가 그대로 날아와 까망이의 얼굴을 정통으로 맞혔다.
<주인! 치사하게 기습하는 게 뭐다냥!>
“하하. 그럼 피해 보든가!”
놀라서 벌떡 일어나 도망가는 까망이를 쫓아 다시 손에 눈을 한가득 뭉친 지은이 크게 웃는 소리가 얼음산에 울려 퍼졌다.